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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은혜로운 열애사
작가 : 우연리
작품등록일 : 2017.6.2

"귀신의 노래를 들어본 적 없죠?"

은혜가 물었다.

"춤 추는 건 본 적 있습니다."

차트를 넘기던 무열이 대답했다. 콧등을 타고 내려온 안경을 끌어 올리려다 그냥 벗어 버렸다. 은혜만 있는데 뭐 어떠랴 싶었다.

"어땠는데요?"

"굳이 말로 해야 압니까?"

은혜와 무열이 조소를 머금었다. 삐딱한 그들의 입술은 동시에 답을 뱉었다.

"최악이죠."



귀신이 들리는 여자 주은혜와 귀신이 보이는 남자 최무열의, 미스터리로맨스릴러 은혜로운 열애사.

 
오만과 편견 (1)
작성일 : 17-07-29 20:00     조회 : 244     추천 : 0     분량 : 39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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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혜는 콧노래를 흥얼이며 운전대를 돌렸다. 요즘 그녀는 매일이 즐거웠다. 꿈에도 그리던 책들과의 삶과 유쾌한 원까지.

 

  더군다나 최근 잠을 설친 적이 없었다. 귀가 간지럽지 않은 나날이라니. 초대하지 않은 방해꾼이 없는 잠자리라니.

 

  밥 아저씨의 양 떼가 필요 없는 숙면이라니!

 

  근 18여년 간, 이토록 평화로운 적이 없었다. 그리고 아마도 그 평화는 매꽃 선녀의 부적때문이지 않을까.

 

  무당 계의 숨은 고수인 그녀와 알고 지낸지도 퍽 오래였다. 언제 처음 만났더라. 그 끈질긴 남자 귀신이 붙었을 때. 그 때가 아마…….

 

  "딱 스무 살 때네."

 

  혼자 중얼거린 은혜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다, 20살. 대학교에 입학 하자마자 집을 나섰던 그 때였다.

 

  벌써 8년을 오가는 사이건만, 아직도 은혜는 매꽃 선녀의 이름이라든가 나이 따위를 몰랐다. 도도한 그녀는 쉬이 자신을 가르쳐 주지 않았다.

 

  은혜가 그녀에 대해 알고 있는 거라면, 굿을 하지 않는 무당이라는 것?

 

  매꽃 선녀는 특이하게도 굿을 하지 않았다. 무당에게 가장 돈벌이가 짭짤한 일일 텐데도 그녀는 얼마를 주든 한사코 거절하였다. 굿 따위는 필요 없다는 자신감이랄지, 고집이랄지.

 

  매꽃 선녀의 의중은 모르겠지만 은혜는 좋았다. 그녀의 신당에서는 시끄러운 방울 소리도 시퍼렇게 날이 선 작두도 없었다.

 

  그게 좋았다. 은혜는 이제 굿이라면 치가 떨리니까.

 

  한적한 비포장 도로로 진입해 한참을 산길로 올라가자 외딴 집 한 채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매꽃 선녀의 신당이었다.

 

  차 소리를 들었는지 창문가의 커튼이 슬쩍 열렸다. 은혜임을 알아 챈 모양이다. 은혜는 실실 웃으며 마당에 차를 대었다.

 

  "저 왔어요."

 

  "흥, 왜 또 왔대. 귀찮은 년."

 

  말은 그러면서 은혜를 흘긋 살피기 바빴다. 머리부터 발 끝까지, 은혜를 둘러 보던 매꽃 선녀가 순간 고개를 갸웃 꺾었다.

 

  "내가 준 부적은?"

 

  "잘 들고 다니죠. 핸드폰 케이스에 넣어 놨는데. 안 그래도 그거 때문에 왔어요."

 

  은혜는 자리에 앉자 마자 부적부터 내보였다. 노란 종이는 핸드폰 케이스에 얌전히 꽂혀 있었다.

 

  "이거 덕분에 요즘 진짜 잘 지내요. 이번에 새로 만든 부적이에요? 지금 까지랑 차원이 다른 것 같은데. 일주일을 아무 소리도 안 듣고 살았다니까요. 완전 대박이야."

 

  "……뭐?"

 

  "이 부적, 뭐 귀신 쫓는 그런 거 아니예요?"

 

  "무슨 소리야. 그건……."

 

  매꽃 선녀가 말을 삼켰다. 지금 은혜가 이상한 오해를 하고 있는 것 같은데, 그렇다고 사실을 고백하기에는 괜히 낯간지러웠다. 대신 그녀는 돌려 묻기를 택했다.

 

  "아니, 그, 뭐, 안 만났냐?"

 

  "네? 누구를요?"

 

  "아니, 왜, 그."

 

  "그……?"

 

  난데없이 수수께끼람. 맹한 얼굴의 은혜를 마주 보고 있자니 속에서 천불이 날 지경이다.

 

  "아, 요새 만난 사람 없어?"

 

  "그러니까, 누구를 만나요?

 

  "그러니까, 그……!"

 

  매꽃 선녀는 주먹으로 가슴을 퍽퍽 쳤다. 눈치라곤 찾아 볼 수도 없는 년같으니. 결국 매꽃 선녀의 인내심 폭발이 낯 간지러움을 이겨내고야 말았다.

 

  "……그 남자! 그 의사!"

 

  "네?"

 

  "네는 무슨 네야. 다시 만난 적 없어?"

 

  그 의사? 그 싸가지 없는 반푼이? 갑자기 그 남자 얘기가 왜 나오는가. 은혜는 갑작스런 발언에 당황했다.

 

  "당연히 없죠. 그럴 일이 없는데."

 

  "기껏 내가 인연 부적을……!"

 

  "네? 무슨 부적요?"

 

  "크, 크흠. 아니, 말이 헛나왔다."

 

  사실 부적의 정체는 귀신을 쫓는 액막이 부적이 아니라, 은혜의 인생에 도움이 될 든든한 인연을 만나게 해달라 비는 부적이었다.

 

  특히 그 의사와의 재회를 바라며 은혜에게 건넸거늘. 박복한 주 은혜, 그 명성이 어딜 가겠는가.

 

  매꽃 선녀는 눈을 지그시 감았다. 심신이 확 피로해졌다.

 

  "하여튼 박복한 년. 애먼 인간이랑 엮였나 보구만. 어이구, 부적 써준 내가 바보지."

 

  "혼자 뭐라고 하시는 거예요."

 

  "됐어! 너랑 있으면 속에서 아주 천불이 난다."

 

  "제가 또 뭘 어쨌다고……."

 

  "나가, 나가. 짜증나니까 가버려."

 

  "방금 왔는데, 잠깐, 잠깐만요. 그럼 이게 귀신 쫓는 부적이 아니라고요?"

 

  그럴리가. 그럼 요즘 조용한 이유가 뭔데?

 

  "몰라, 귀신이고 나발이고. 그냥 니 주변에 안돌아 다니던 거겠지. 난 모르는 일이야. 그리고 넌 부적 같은 걸로 커버가 될 몸이 아니야. 몇 번을 말해."

 

  "그냥 우연이라구요?"

 

  "아, 난 몰라. 모르니까 썩 꺼져."

 

  "어어, 밀지 마요."

 

  심사가 비틀린 매꽃 선녀가 소금을 뿌리기 시작했다. 아, 차라리 팥이 났다니까. 소금은 털기 힘들다고.

 

  "박복한 년. 훠이, 훠이!"

 

  "정말……."

 

  순식간에 대문 밖으로 내쫓긴 은혜가 머리칼에 낀 소금을 털었다. 문에도 소금을 친 매꽃 선녀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방으로 들어갔다.

 

  또 뭐가 마음에 안 드실까. 은혜가 한숨을 쉬었다. 매꽃 선녀는 은혜의 팔자 자체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보기만 해도 기가 질린다며 은혜를 밀어내는 것처럼 굴었다.

 

  그러면서도 결국 은혜가 찾아 올 때마다 얼굴 한 번은 꼭 보고서 내쫓는 사람이었다. 겉으로는 은혜를 막 대해도 신경 써주고 있다.

 

  소금을 맞든 팥으로 샤워를 하든, 은혜가 힘들 때면 기댈 수 있는 유일한 피난처인 것이다.

 

  "나중에 또 올게요!"

 

  "오지마!"

 

  집 밖으로 들리는 외침에 은혜는 웃음을 터트렀다. 은혜는 알고 있다. 은혜의 차가 산길을 벗어날 때까지 창문 커튼이 닫히지 않을 거라는 것을.

 

  자동차 시동을 건 은혜가 핸드폰을 조수석에 던졌다. 반동에 케이스가 반쯤 열렸다. 안전 벨트를 당기던 그녀의 눈에 삐죽 튀어나온 노란 종이가 걸렸다.

 

  아니, 잠깐. 그래서.

 

  "……대체 이 부적은 뭐야?"

 

 

  *

 

  무열은 침침한 눈을 끔벅였다. 하루 종일 애견 서적을 읽느라 혹사당한 동공이 아우성이었다.

 

  답답한 안경을 벗어던졌다. 넓고 조용한 그의 방 안에는 그와 강아지, 단 둘 뿐이었다. 미간을 문지르던 그가 강아지와 눈이 마주쳤다.

 

  무열이 낮게 중얼거렸다.

 

  "……요크셔테리어."

 

  강아지가 고개를 갸우뚱 기울였다. 강아지의 종이었다. 애완용으로 흔한 종이라 본 적은 많지만 굳이 이름을 알아내려고 한 적은 없었다.

 

  피곤한 고개를 돌리니 산더미처럼 쌓인 애견 서적이 무열을 반기었다. 순간 헛웃음이 났다.

 

  "너 때문이야."

 

  그래, 너 때문에. 강아지 때문에 그가 요즘 안 하던 짓을 다 한다. 애견 서적을 사고, 인생에 도움도 안 될 정보를 머릿속에 집어넣고.

 

  문제는, 그렇게 싫지 않다는 게 가장 큰 문제였다.

 

  강아지는 무열의 방 안을 운동장 삼아 뛰어 다녔다. 이리 저리 움직이는 짧은 몸뚱아리를 지켜 보고 있자면 시간이 금세 흘러가곤 했다.

 

  강아지를 따라 굴러가던 그의 시선이 문으로 향하였다. 하얀 문은 소리 없이 열리고 있었다. 무열은 서둘러 안경부터 뒤집어 썼다.

 

  도수가 없는 유리알은 무열과 꼭 닮은 중년 남자를 비추었다.

 

  "비번인데도 오늘 낮에 병원에 왔었다면서."

 

  남자는 대뜸 본론부터 들이 밀었다. 무열 역시 반가운 기색이 없는 걸로 미루어 보아, 서로 살가운 사이는 아닌 것 같았다.

 

  "잠깐 들렸습니다."

 

  "왜."

 

  "……후배한테 볼 일이 있어서."

 

  "후배 볼 시간은 있으면서, 애비 얼굴 보고 갈 시간은 없었나 보지."

 

  "죄송합니다."

 

  무열은 못마땅해 하는 남자에게 얌전히 고개를 숙였다. 그냥 빨리 나가줬으면 좋겠다. 그런 무열의 속이 훤히 보였는지 남자가 혀를 찼다.

 

  "건방진 녀석. 벌써부터 병원이 네 거라도 된 줄 아느냐?"

 

  "……."

 

  "어딜 네 마음대로 들쑤시고 다녀."

 

  어쩐지. 이 양반이 용건도 없이 무열을 찾을 리가 없었다. 벌써 무열이 한 짓이 들킨 모양이다. 빠르기도 하지. 아니, 당연한 건가.

 

  "역시 병원에도 감시하는 눈이 있나 봅니다."

 

  "뭐?"

 

  "하긴 아버지께서 저를 그냥 풀어 놓을 리가 없죠."

 

  무열은 어지러운 책상을 내려다보았다. 애견 서적들 사이에 병원에서 가져 온 파일이 굴러 다녔다.

 

  그 시리게 새파란 색을 응시하던 무열이 충동적으로 입술을 달싹였다. 마침 무열에게 다가온 강아지가 그의 발등 위에 작은 얼굴을 얹었다.

 

  느껴지지 않는 온기에 등을 떠밀린 그가 결국 입을 떼었다.

 

  "아버지 눈에 저는, 미친 여자가 낳은 미친 자식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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