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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작약과 함께 한 시간
작가 : 엘리엘리스
작품등록일 : 2017.6.27

한 여자의 이별로 인해서 우연과 악연이 겹쳐 만나겐 된 두 사람과 오래전의 인연이 만든 세 사람... 또는 네 사람의 이야기..

 
다시 피기를 소망하다
작성일 : 17-07-28 18:40     조회 : 259     추천 : 0     분량 : 16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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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강비서는 초조하게 , 진찰실 앞에서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처음 사모님께 연락을 드렸을때 사모님은 요즘 어떤 말을 해도 그러셨듯이 어김없이 일단은 우셨다.

 

 회장님께 말씀 드리는걸 좀 미뤘으면 했더니 , 이제 그 사람이 아니라 그 사람 할아버지가 와도 두 사람을

 

 떼어놓을순 없을꺼라 대답하는 단호하다 못해 무서운 사모님의 목소리에서.. 나는 나도 모르게 미소짓고 말았다.

 

 

 

 내 예상이 꼭 맞은 것이다.

 

 

 

 

 사모님은 몇번이나 하임씨가 어쩌다 여기로 오셨는지.. 그리하여 작가님이 어떻게 되셨는지 물으셨다.. 어차피

 

 각막 기증 여부도 그렇고 수술이 관여되면 사모님이 아실수 밖에 없으니 차라리 내가 말씀드렸지만 , 사모님은

 

 하임씨가 아니었다면 작가님이 이렇게 돌아설 리가 없다는 걸 잘 알고 계셨던거 같았다... 하임씨가 꺼려할 일이라면

 

 어떤것도 하지 않으시려고 준비하신것처럼 그리 행동하셨다. 검사도- 하물며 수술까지도 하임씨가 불편하다면

 

 앞에 가지 않겠다 그리 말씀하실 정도였다.

 

 

 

 하임씨가 불편해 하실 것 같진 않지만.. 작가님은 그러실거 같다고 조심스레 말씀드렸더니

 

 사모님은 가볍게 웃으셨다. 쓸쓸하게 들리는 웃음이었다.

 

 

 

 

 

 " 지혁이가 아플때.. 나는 완전히 무용지물이었는데....그래도 기도에 이렇게 답이 와서 얼마나 다행인지...

 

 하임씨가 부탁하는건 .. 뭐라도 다 좀 들어줘요 강비서.. 나도 부탁할게요 , 응? ... 죽었다 해도 믿을만큼 굳었던 애가,..

 

 말도 듣는거 같고... 의사 소통도 가능하고... 눈도 고칠 마음을 먹었다는데.... 내가 이제와서 뭘 못하겠어요-"

 

 

 

 

 

 사모님의 목메이는 목소리는 나도 속상하게 할 정도였다. 하임씨는 단 며칠만에 모든 일을 가능하게 하셨다.

 

 

 이리 달라지실 것이었다면 , 이리 요령좋게 수고 안 들고 바뀔 일이었으면..

 

 더 빨리 , 애초에 경주에 있었을떄 부터 더 적극적으로 하임씨에게 다가가라고 작가님을 부추겼을 것이다.

 

 이리 사랑하시면서- 이리 ... 하임씨 말에 싫은 소리 한마디 못하실 만큼 하임씨를 아끼시면서-

 

 

 

 보낼 생각까지 하고 계셨었다니... 그 당시에.. 나는 내심은 알았다. 왜 보내려고 하시나 싶어 야속하게도 여겼다.

 

 그러나 그건 .. 진정 사랑했기 때문이었던 모양이다... 어떤 드라마에나 진부하게 자리잡은

 

 

 

 '널 너무 사랑하니까 보낸다' 그 말을 언제나 나는 핑계라 그리 여겼는데.... 하다못해 남자 답지도 못한

 

 

 약간은 치졸한 핑계다- 그리 여겼는데.... 그래서 작가님의 그 마음을

 

 

 이해하지도 못했고 당시엔 그저.. 이런 사랑에 빠진 하임씨가 안타깝기도 했다... 그러나 작가님은 자신의 의지만으로

 

 뭘 어떻게 할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던거다.... 너무 끼여든 것들이 많았던 거다... 자신의 감정조차도

 

 스스로의 감정조차도 복잡하게 만드는 문제들이 가득하고- 자신을 어떻게 사용할지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이 너무 많고-

 

 하임씨가 힘들다는걸- 강한척 하셨지만 자신의 속도와 발 맞추기가 힘들다는 걸 알아채시면서-

 

 

 하임씨가 원하는 것은 다 들어줄 만한 그 남자를 떠올리신것이다. 내가 가져다 줄수 없는 것들을

 

 이 사람은 가져다 줄수 있겠지.. 그리 생각하시고서.... 보내주신 것이다.

 

 

 보내셨다면서 , 하임씨가 온 이후의 모습만 봐도- .. 내내 하임씨를 기다리셨음을

 

 내내 속으로만 간절히 원해 오셨음을...

 

 

 

 내내 이 사람이 와서 자신을 구원해 주길 기다렸다는 걸.... 보는 것만으로도 나는 느낄수 있었다.

 

 

 그때 문이 열렸고 하임씨가 휠체어를 밀고 나왔다.

 

 

 

 

 

 " 기다리셨죠? "

 

 

 

 여전히 작가님은 선글라스를 빈틈없이 끼시고는 약간은 뾰로통한 표정으로 앉아계실 뿐이다. 그럼에도 하임씨가 목의 카라를 고쳐주자

 

 부드러운 손길로 거의 반사적으로 하임씨의 손을 잡으신다.. 내 눈길을 느끼셨는지 곧 놓으셨지만 말이다. 눈이 보이지 않으시는데도

 

 

 원래가 예민하셔서 그런지 금방 무슨 생각하는지 뭘 보고 있는지도 눈치를 채신다.

 

 

  귀신같기는...

 

 

 

 나는 약간 당황했지만 하임씨에게 물었다.

 

 

 

 "그럼 수술 날짜는... 잡힌건가요? 울혈은요?"

 

 

 

 하임씨는 차근 차근 이야기한다..

 

 

 

 "검사 하고 원래가 각막 기증같은 경우는 특별히 거부반응이 일어나는 편이 아니래요- 그래도 예민한 편이라서 안압이 올라가면

 

 좀 위험하다고 하네요- 뒤의 신경까지도 , 확인하고- 고려하고 수술할 거라서- , 의사 말론 한쪽이 완전히 안보인다는게 신경계의 이상일지도 모르니까

 

 체크하는 겸 해서 전신마취를 권하더군요.. 울혈은 간단하게 보통 조치를 취할수 있는데 이것도 시간이 길어지니까 전신 마취하고

 

 

 살펴보겠데요.. 3시간에서 4시간 정도... 걸릴것 같다고 하는데.. 그렇게 통증이 수반되는 수술은 아니라네요.. 물론

 

 통증은 개인차가 크니까- 의사들의 말은 곧이 곧대로 들을수가 없어서-"

 

 

 

 

 하임씨는 그 말미에 살짝 웃는다. 작가님처럼 의사를 불신하신다 싶어 나는 나도 모르게 살짝 따라 웃었다.

 

 

 "날짜는 3일 뒤로-.. 설마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았을 텐데.. 누군가의 언질이 없었으면 이리 빨리는 안됬겠죠?"

 

 

 하임씨는 그 말을 하시며 나를 오래도록 힘있게 바라보신다... 그래.. 사모님이 힘을 쓰신 것이겠지...

 

 

 나는 할말이 없어 흐음 하는 숨소리나 내고 말았다.

 

 

 

 

 

 그때 하임씨가 작가님의 귀에 무어라 속삭이시고 작가님은 살짝 고갤 끄덕이신다. 그러더니 하임씨가 어디 갈까봐서

 

 걱정하는 사람처럼 옷 끝을 꽈악 잡으신다. 그 모습이 눈이 안보여서 무의식 중에 하는 행동이심을 알지만 내가 보기에는

 

 

 아주 생소한 , 작가님이 생전 하지 않을.... 어리광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 손에 하임씨는 웃으며 작가님에게 속삭이신다.

 

 

 

 "나 어디 안가요- 김박사님 뵙고 - 이야기만 하고 올게요- 강비서랑 잠시만 갔다 와요- "

 

 

 "어..어디를요?"

 

 

 

 

 나도 모르게 내가 먼저 묻고 만다- 그 말에 하임씨가 싱긋 웃으며 덧붙이신다.

 

 

 

 

 

 "다리요- 검사 해야겠데요.. 얼마나 밀렸는지 혹시 수술해서 되 돌릴 수 있는지.. 재활해야 하는 기간이나 통증의 정도

 

 같은걸 알고 싶데요-... 다른 질문은 없어도 될 거에요- 아무렴 다리 체킹을 계속 해온 의사가 낫겠지요?"

 

 

 

 "네- 물론이죠- 이 병원에 계시거든요-"

 

 

 

 이 병원에 있는 의사분은 그나마- 김박사님과도 잘 아시는 데다 , 작가님의 성질을 잘 알고 계시기 때문에 무감각하게

 

 말을 던지시는 사람은 아니셨다... 그것만으로도 다행이었다.

 

 

 

 

 정말.. 다리까지도?

 

 

 

 "저는 김박사님 뵙고 온다고- 말해뒀어요- 그러니까- 교대해요-"

 

 

 작가님의 뒤에서 내가 다가가 휠체어를 살짝 잡자 작가님은 더욱 뾰로통해 지신다. 분명 하임씨가 강요한것은 아닐텐데..

 

 설마 작가님이 그러겠다고 하셨다는게..... 안 믿긴다. 경주에서부터 똥고집에 가깝도록 그것만은 마다하고 계셨는데..

 

 

 이 정도 되면 하임씨가 기적제조기지..

 

 

 다른게 기적이 아니다. 하임씨는 작가님귀에 뭐라 속삭이시고- 작가님의

 

 표정이 좀 풀어지시는 걸 보시더니 김박사님의 병동 쪽으로 향하셨다.. 나는 천천히 휠체어를 밀고-

 

 하임씨의 멀어지는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

 

 

 

 

 오랫만에 뵌 김박사님은 , 내가 돌아왔다는 걸 강비서님에게 이미 들으신 듯 편안한 표정으로 날 맞이 하셨다.

 

 따뜻한 커피를 준비하시고서- 뒤의 예약을 비워뒀다며 상담실로 들어서는 내게 설레는듯 그리 말하셨다.

 

 

 

 

 "그때 제가 참 무례했죠? .. 죄송했어요.. 그런데도 만나주셔서 감사합니다-"

 

 

 

 어색하게 꺼낸 내 말에 고갤 저으시며 김박사님은 환하게도 웃으신다.

 

 

 

 ".. 솔직히 그때 이후에.. 강비서가 하는 말 듣고선 , 강비서의 기대가 어림도 없는 소리라 그리 생각했답니다.

 

 강비서는 믿고 있는거 같았거든요- 하임양이 돌아올거라고-"

 

 

 

 

 

 그 말에 난 강비서님께 새삼 더 고맙다- 강비서님이 아니었다면 .. 누가 날 불러야 겠다 그리 떠올려 줬을까..

 

 다들 나를 기대하지 않는 상황에서- 내가 기다릴 꺼라 믿어준 사람이니.. 결과적으로 나를 불러 오게 한 사람은

 

 

 강비서 님이기도 하다

 

 

 

 "강비서님한테 고마워요... 저는 가서도 , 돌아올 생각만 하고 있었거든요-.."

 

 

 그 말에 , 박사님은 다시금 웃으신다. 마치.... 내가 뭔가 대단한 걸 이뤄내기라도 한 것 처럼-

 

 

 

 "다행이다 싶네요.... 그때는 하임양에게 그저 미안하기만 했는데... 이제와서 보니 지혁이의 눈이 정확했던 거였어요..

 

 하임양이 , 강하다는 걸- 용감하다는걸 알아본건 , 결국 지혁이니까요-"

 

 

 

 

 

 그 말에는 작약에 대한 애정이 담뿍 담겨있다.

 

 

 

 

 "그때의 사정을 대강은 들었어요.. 오늘 뵙고자 한건- .. 수사나 그런 문제에 대해 저는 솔직히 확실히 해 두고 싶단

 

 말씀을 드리고- 또 김박사님의 생각은 어떠신지 듣고 싶어서에요-...."

 

 

 

 

 김박사님의 눈에는 , 그 이야기와 함께 어두움이 살짝 묻어난다..

 

 이 문제에 대해 작약의 스트레스가 어느 정도인지까지 가늠하고 계셨던 모양이다. 눈매에서

 

 걱정의 빛이 여실히 드러났다.

 

 

 

 

 "그때 당시에 , 참고인 조사때도 했던 이야기지만요.... 제 생각은 그래요- 유서는 읽어 봤나요?"

 

 

 

 

 "네... 그런데 제가 느끼기에는.... 누군가를 보호하고자 , 거짓말까진 아니더라도- 뭔가 빠진부분이 많다는 느낌이..."

 

 

 

 

 김박사님은 내 말에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신다. 뭐가 중점인지 내가 알고 있단 듯한 얼굴로-

 

 

 

 

 

 "그렇죠... 그것때문에 이사의 자금 이동까지도 알아보고 있는 거에요.. 그도 그럴께.. 핸드폰을 , 뭐 소위 말하는 대포폰으로 사용했다면

 

 그쪽도 추적이 어려운 데다가... 거의 다 - 현금으로 일을 한거 같아요- 이사가 현금을 그 만큼이나 쥐고 있다는 것도 좀 설명이 안되지만..

 

 

 일단 외면상으론 돈 거래도 잘못된게 없고-... 김희영은 약물을 산 경로를 유서에도 썼지만-

 

 

 마치 일부러 나중에 만든 것 처럼 자신 통장에다 남겨놨어요

 

 

 

 그건 계산 한 일인거 같아요- ... 전화에 내역이 없으니... 그쪽도 추궁할수가 없고... 결국 증언이 다인데..

 

 지혁이가 입을 다물고 있으니까요..."

 

 

 

 

 나는 좀 어렵게 말을 꺼냈다.. 어쨌든 김 박사님에게는 힘든 이야기였다. 이제야- 이제야 작약은 안정기인데

 

 다시 문제를 시작하는 이유이기도 하니까-....

 

 

 

 

 " 솔직히 제가 이 일을 확실하게 처리하겠단 마음이 든건.. 다른 이유가 아니에요-..

 

 

 그 사람은 자신의 문제만 해도 힘들고 슬픈게 충분히 많아요-

 

 

 극복하려면 마음속의 그런 의혹쯤은 확실히 제거해주고 싶다는 게 첫번째 이유에요.. 기억이 너무 날카로우니까..

 

 마음속에서 완전히 꺼낼수 없으면 , 꺼내는 게 가장 낫지만- 그럴수 없으면...

 

 

 

 그 모서리들을 무디게 만들기라도 해야해요... 그 사람은 언제나 제 마음을 난도질하고도

 

 그게 아픈줄도 , 잘 모르잖아요.... 아니.. 아프다고 생각해도 그걸 당연시해 버리죠- 그럴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 처럼요-"

 

 

 내 말에 김박사님은 잠시 놀란듯 하시더니 , 씁쓸하게 웃으시며 내게 말하신다.

 

 

 

 "하임씨가, 나 이상이네요- .... "

 

 

 

 

 ".... "

 

 

 

 내가 약간 어색하게 웃으며 , 말을 에둘렀다.

 

 

 

 ".... 그런데 지금 당장은 묻기 , 그래서 안물었어요.. 그 사람이 말할 마음이 들면 내게 말 해 줄것 같아서이기도 해요..

 

 굳이 말하고 싶지 않다면.. 다른 사람들이 그랬듯이 강제로 막 끌어내고 싶진 않아요-.. 그 사람은 주로 그런식으로

 

 남들에게 마음속의 진심이나 진실을 , 잡아 뜯기죠... 저까지 그럴 필요 있을까요?... 만약 결정적인 흔적이.."

 

 

 

 "벽에 박혀 있었던 와이어 흔적, 이야기하는거군요-"

 

 

 

 김박사님은 대답하기도 전에 안다는 듯이 대답한다..

 

 

 

 "제가 봤던 그 여자도.. 뭐 마지막에는 사랑이라 그걸 포기했더라도 당시에 일을 벌일려고 쳤으면

 

 대비책 정돈 마련했을거에요- 그냥 일 해주고 돈 받고 끝날만한 사이는 아니었잖아요- 그 여자는 , 그 분을 좋아하고 있다고

 

 지혁씨도 그리 생각했고...

 

 

 저는 지혁씨의 안목을 , 정확하다고 믿어요 그런 면에서 그 사람은 몇배 이상은 뛰어나니까요-

 

 그럼 그걸 하나쯤은 보관하지 않았을까요? 마지막 원망처럼-.. 적어도 그 사람이 알만한.... 지혁씨 형 분이 알만한

 

 장소에 감추었을꺼 같아요.. 하나만 만들진 않았을거 같아요- 컴퓨터에선 지웠다고 하더라도...."

 

 

 

 내가 말을 꺼내자 김박사는 나를 그만큼 예리하게 보지는 않았던지 좀 놀란 기색이긴 하다..

 

 

 

 

 ".... 그래.. 지혁이가 말 안한 사실이 너무 많아요 .. 그런 선을 박아 넣었다면 다른 전문가들은 카메라 위치나 그런걸 고려하면

 

 어쩌면.. 동영상이었을지도 모른다고 하던데.. 그렇게 되면 , 아마 법 망을 피하기는 어려울 거에요 확증이죠-

 

 그애 아버지가... 어떻게 막아준다고 해도 말이죠..."

 

 

 

 김박사는 탐탁치 않는다는 듯한 표정으로 커필 한 모금 머금었다.

 

 

 "그런거였을까요.... 설마.. 그 정도로 무자비한 짓을 했을까요?.... 저는 솔직히 이해가 안되요"

 

 

 

 "그 여자는.... 이미 칩거 상태부터 우울증이었어요.. 그리 된 사람들은 불안하고- 순간적인 충동으로도 죽을수 있죠 , 애초에

 

 불안 불안한 상태에서 도래된 우울이니까요...

 

 

 내제 된 우울의 증상때문에 , 그런 마음이라는 건 날이 서린 칼을 품고 있는것과 마찬가지죠 장전된 총을 가지고 겨누고 있는것과 마찬가지이니..

 

 그럼에도 집을 치우고 떠났다는게.. 아마 계획을 제대로 세우고 간거 였을거에요..... 거기서 죽겠다 마음 먹은건

 

 순전히 충동이었겠지만......"

 

 

 

 

 "........"

 

 

 

 

 "지혁씨가 말 하지 않곤 사실 당장 방법은 없겠지만.... 일단 제 직감으로 맞는 곳을 뒤적여 볼까 해요- ...

 

 경찰 쪽에서 조급해지니까.. 자꾸 지혁씨를 들쑤셔 보려고 한다는게 절 좀 급하게 만드네요......"

 

 

 

 

 ".... 사실 경찰도 원해서 움직인다기 보단.. 자백한 사람이 나왔지만 영 미심쩍은데다.. 하민양 집안 쪽에서

 

 압력을 넣으니까 어쩔수 없이 조급하게 움직이는 이유도 있겠죠-.. 당장은 그 쪽까지 걱정은 말아요-

 

 

 하임양 덕분에.. 지혁이는 결국 다시 일어날 마음을 먹었으니까.. 그쯤만 해도- 지혁이 어머니는 좋아서

 

 펄쩍 뛸 만큼 , 행운일꺼에요..."

 

 

 

 

 그 말에는 뭔가 다른 빛이 엿보였다.. 하임은 불쑥 묻고 말았다.

 

 

 

 

 

 "지혁씨 어머님과 친구시라고요?........"

 

 

 김박사는 좀 놀랐다는 듯이 , 눈을 바라보면서 부드럽게 웃었다.

 

 

 

 

 

 "오래 된 친구죠-"

 

 

 

 

 "........ "

 

 

 

 

 

 나는 나도 모르게 김박사의 눈을 바라보고- 그는 뭔가 짚이는게 있다는 듯한 표정으로

 

 내게 되 물어보았다,

 

 

 

 "하임씨는 내가 , 이리.. 하는게 지혁이 어머니에 대해 다른 생각을 품었다. 그리 생각되나요?"

 

 

 솔직하고 , 피하지 않는 직구였다. 오히려 당황할 정도로..

 

 이런걸 굳이 묻다니.. 나는 깜짝 놀랐다.

 

 

 

 

 

 ".... 사실은요.. 살짝이요"

 

 

 하임이 순순히 털어놓자 김박사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답해왔다.

 

 

 

 

 

 "그래요.. 아주 솔직하게- 학생 시절, 저는 아주 가난한 학생이었어요- 철 모르고 어렸죠 ,그때는 그런 마음을 품었을지도 모르죠-

 

 철 모르는 까까머리 청년이었을때는 ... 어쩌면 그런 마음을 품었을 거에요-

 

 

 그녀는 부자였고- 고생따위 모르고 살았고- 또 , 지금의 지혁이를 보면 쉽게 알겠지만 참 아름다웠어요

 

 쉽게 다가서지도 못할 만큼 아름답고 섬세했어요- 물론 지금도 우아하지만 그땐 더 했지요-

 

 그럼에도 자기 감정에 솔직했죠- 감정을 다른 아가씨들 처럼 감추는 법이 없었죠-... 그러면서도 집안의 압박으로

 

 결국엔 빠르게 결혼을 했죠.... 굳이 말하자면 첫사랑 비슷한 존재였다고 볼수 있겠네요..

 

 쉽게 말하자면 언감생심- 꿈도 꿔서는 안되는 여자였어요 내 분수에 맞지 않는 여자였죠-

 

 

 하지만 , 그 이후에도 저도 , 따로 가정을 꾸렸고-지금의 집사람에게 충실했어요..

 

 또 많은 시간이 지났으니.. 이젠 그런 감정이라고 전혀 말할수 없지요

 

 

 그렇지만.. 부서진 지혁이를 데리고 찾아온 시점부터- ... 지혁이는 내게 아주 어려우면서도

 

 어린 시절, 그저- 첫사랑이라는 것만으로도 설레던 내 옛날을 떠올리게 하는 존재였어요

 

 철 모르고 그냥 , 순진하고 순수해서- 세상의 차가운 면 보다 꿈 꾸길 좋아했던.. 어린 시절의 나를

 

 떠올리게 했죠.. 그때의 내가 좋아지게 만드는 사람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더 신경 썼을지도 모르지요- 지금은 친구지만- 아주 어렸던 그 시절에는 내 나름대로는

 

 애를 제법 태웠으니까요.... 지금은 전혀 아니니까- 그런 생각 안하셔도 됩니다...

 

 분명히 , 지금은- 지혁이 개인에 대한 애정이 더 커요-... 내가 부추기거나 내가 한 말 때문에

 

 아이가 뭔갈 겪었다는.. 일종의 책임감도 조금 섞여 있겠지요.."

 

 

 하임은 그 평탄한 말을 들으면서... 이 기분을.. 이 말을... 작약은 알고 있을까 싶었다..

 

 작약은 예민한 사람이었다. 그래도 이런걸 알고 있을것 같진 않았다.

 

 

 김박사는 내 표정을 찬찬히 살폈다...

 

 

 

 "지혁이는 아마, 알지도.... 오히려 장본인은 모를 겁니다. 지혁인 사실 알아도 별 상관하지 않을 거에요...

 

 그렇지만 하임씨는 좀 놀란거 같네요"

 

 

 

 하임은 표정을 단정히 내려고 입매에 신경을 썼다.

 

 

 "조금요- "

 

 

 "다 어린시절의 지난 일이죠-"

 

 

 김박사는 그 옛날을 추억하듯 , 묘하게 웃었다.

 

 그리곤 말을 다시 시작했다.

 

 

 

 "지혁이는 섬세한 아이죠-... 행복한 사랑을 할 자격이 있어요-... 내가 지혁이를 겪으면서 가장 확신했던건

 

 이 아이는 포기란걸 하지 않는 아이에요- 심지가 곧은데다가.. 대쪽같은 성미가 있어서...

 

 믿기까지는 시간이 굉장히 걸리지만 한번 믿음이 간 것에서는

 

 흔들림이 없어요- 그러다보니까 좀체 다른사람에겐 이해를 얻기가 쉽지 않아요..

 

 저는 그 사이에 경주에 가서 아이를 보면서... 아이가 단지 실어증이 아니라 그저 귀에 울리는..

 

 제 목소리를 듣기 싫어서

 

 말을 하지 않았단 이야길 들으면서.."

 

 

 

 "........"

 

 

 

 

 "다른게 아니라.. 약간의 과호흡이라던가.. 그런것 보다도

 

 아이의 지독한 자기 증오를 걱정했어요 , 다른것 보다 그게 걱정되었죠... 하지만 지금의 지혁이는 한 만큼- 하임씨가 마음을 준 만큼

 

 이제 돌려줄 거에요- ... 그러니 이제는 마음껏 아껴주세요.... 하임씨는 어쨌든 그 부부에게는 은인입니다...

 

 지혁이에게도 은인이죠- 아주 어렵게 되 찾은 사랑이구요-

 

 

 이제는 지혁이의 아버지도 납득할수 밖에 없을 거에요.... 아들을 몇번이나 잃을 뻔 했으니.... 이제는 실수 할 사람이 아니지요

 

 걱정말고 마음껏 아껴주세요..."

 

 

 

 "노력하고 있어요-"

 

 

 하임은 불쑥 대답하고는 얼굴을 붉혔다.

 

 

 "좋네요- "

 

 

 

 말간 대답만이 툭 나오고 두 사람은 잠시 웃었다. 그때와 같은 곳 , 같은 사람들인데

 

 아주 한참이나 서로가 달라짐을 느꼈다.

 

 

 한 사람이 맺어준 인연으로- 두 사람은 아주 깊은 , 공감을 느꼈다.

 

 

 

 

 

 

 -

 

 

 의사는 찬찬히 설명했다. 재활도 수술 해 봐야 알지만.. 만약 쓸거면 해야했다...

 

 게다가 이미, 수술은 좀 어려워진 상태였다. 인공적인 구조물은 살이나 근육 조직이 붙어 버리면

 

 그 상태에서 고치기가 어렵기 때문에.... 의사는 찬찬히 설명하려고 애를 썼다.. 그러나 결과는 조금 듣기 힘든 이야기였다.

 

 

 의사는 몇번이나 물었다,

 

 

 "걷고 싶으신 , 마음의 확신은 있으신거죠?"

 

 

 조심스럽게.. 작가님의 성질머리를 아는 의사는 아주 조심스럽게 그리 물었다.

 

 

 작가님 대신에 대답하려는 찰나 작가님은 고갤 끄덕이셨다. 그걸 본 강비서 자신이 더 놀랐다.

 

 하임씨는 분명 그 까진 설득을 안한다고 하셨고- 이 말은 작가님 본인이 꺼내신 말이신거 같았다.

 

 

 한참을 이야길 듣고 나와서, 하임씨와 만나겠다고 한 곳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작가님이 펜을 드셨다. 나는 거의 반사적으로

 

 종이를 내밀었고- 작가님의 적으신 내용은 단순하지만 , 이해하기 힘든 내용이었다.

 

 

 

 아주 - 아주 한참만의 의사소통이니 나는 눈물이 확 고일만큼 반가웠지만 작가님은 왠지 마뜩찮아 하시는거 같았다.

 

 

 

 

 '하임이한텐 다 말하지마- , 나 나름대로 생각이 있으니까.... '

 

 그 말에 나는 잠시 기다렸다 물었다.

 

 

 "비밀인가요?"

 

 

 

 그 물음에 작가님은 작게 고갤 끄덕이셨을 뿐이다.. 왜지?

 

 뭐 내가 이야길 하지 말란 이야긴거 같아서 난 알겠다고만 대답했다.

 

 

 잠시 그렇게 앉아 있는데 하임씨가 밝은 낯으로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기다렸어요?"

 

 하임씨의 목소리가 들리자 작가님은 고갤 바짝 드신다. 그런 행동이 주인 오길 기다린 고양이같아 보여서

 

 난 좀 , 간질간질 작가님이 낯설다- 하임씨는 헤실헤실 방긋방긋 웃으며 작가님이 내민 손을 곧 잡는다-

 

 

 

 

 "기다리느라 고생했죠- ?빨리 가서 점심 먹어요!"

 

 

 

 사실 작가님은 그리 되신 후 식사를 하고 계신다지만 난 정말 믿기가 힘들다-... 하임씨는 별일 아니란 듯이

 

 밥 위치 - 국 위치 알고- 반찬은 분할해서 제가 잘 올려줘요- 그럼 먹으니까.. 라고 했지만...

 

 

 작가님은 뭘 드시기만 하면 전엔 , 심지어는 다 게워내시기까지 하셨다 보니...

 

 정말 신기하게도... 작가님은 그 말에 고갤 끄덕이신다.

 

 집으로 빨리 돌아가고 싶어하시는 표정이다. 하임씨도 검사 결과를 내겐 묻지 않으신다.

 

 작가님이 말을 하시는건지 뭔지... 작가님에게 들으시겠단 건지...... 그저 웃으면서 집 앞에 내려 드릴 때 까지 -

 

 

 

 "수고하셨어요-" 하면서 밝게 인사했을 뿐이다. 잠깐 작가님을 두고 물은 내용은 하나였다.

 

 

 "선물 리스트, 나왔어요?"

 

 

 나는 숙제를 검사 받는 기분이 들었지만 얌전하고 조용하게 속삭였다.

 

 

 "그게 알아보기가 좀 어렵네요- 길기도 길 거니와..... 확실해지면 드릴꼐요 정리 중입니다-"

 

 

 그러자 고갤 끄덕이셨다.

 

 

 

 "그 중에서 집에 있는것만 , 말씀해 주셔도 상관 없어요 , 아마 집에 있을거에요 그런 물건을 남을 주거나

 

 처분하진 않았을 꺼니까요-"

 

 

 "아-... 네...."

 

 

 하임씨는 그 뒤에 웃으시면서 "그럼 들어가 볼께요- 하고 작가님의 휠체어를 밀며 집으로 향하셨다.

 

 

 

 -

 

 

 

 

 

 수술 당일-

 

 

 나는 그제야 위장이 꽉 조이듯 두려웠다... 떨려왔다. 익숙하지만 편안해 지지는 않는 - 잘 아는 감정이었다.

 

 내 최악의 시나리오는 시신경이 다쳐 있어서 마취까지 다 하고 , 뒤쪽의 리엑트를 확인해도 , 소용없는 경우였다.

 

 의사란 사람들은 확언을 아끼는 존재들이었다... 매번 수술이란게 날 짜증나고 화나게 하는 이유도 그랬다.

 

 뭔가를 얻겠다, 확실히 그건 면하겠다, 이건 이렇게 되겠다- 같은 확신이 생기는 수술 따윈 없었다. 10번을 넘게 하여도 그랬다.

 

 

 변하지 않았다.

 

 

 하임은 내가 두려워하는걸 눈치 챘는지- 아무렇지도 않게 내 준비를 도와주고는 - 입원해 있는 내내

 

 자신도 거기 있을 꺼라고- 그리고 수술하는 내내 한시도 수술실 앞을 떠나지 않겠다고

 

 몆번이나 내게 이야기 해 주었다. 내가 이해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여러번 말해주면 내가 마치

 

 

 불안감을 떨칠수 있다는 듯이- ... 차분한 목소리로, 이야기 해 주었다.

 

 

 

 나란 놈에게.. 그녀는 과분할 만큼이나 다정하다.......

 

 

 

  요 전날, 어머니의 전화를 받은건- 아이러니 하게도 하임이었다. 전화가 울렸고 받았지만 내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옆에 서 있던 하임이 결국 전화길 넘겨받았다.. 하임은 웃는 낯으로- 네 - 네 - 했을뿐 별다른 이야길 하지 않았다.

 

 끊고 나서야 내게 못되게 한마딜 툭 건냈다.

 

 

 

 "내가 그랬죠? 사랑하는 사람들한테.. 당신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한테 생채기 내지 말라고- .. 말했잖아요-

 

 수술 걱정되서 전화하신 거잖아요- 말 한마디 좀 하면 어때서요.. 왜 부러 상처를 내요? 못나게? "

 

 

 

 하임의 말에 나는 대답했다.

 

 

 

 "차라리... 날짜도 모르시는 편이 나으셨을꺼야... 집에서 마음 졸이시겠지... 오지도 못하고-"

 

 

 

 "다 알면서- ... 게다가 아플까봐 자기 마음도 아프게 하면서- ... 못되게 굴긴 왜 못되게 굴었어요..."

 

 

 그 말에 나는 좀 머뭇거리다 대답했다..

 

 

 

 

 "......나는 거리를 유지할수 밖에 없어....... 어머니에게 형은, 아무리 나쁜 일을 저질렀대도.... 아들이니까........."

 

 

 나도 모르게 진실을 말해버린거나 마찬가지였다.... 어머니를 생각하면.. 아버지를 떠올리면... 김희영의 눈을 떠올리면......

 

 

 나는 하민이의 복수를 도저히 할수가 없었다..... 하민이라면 내 편을 들어줬을까? 어차피, 자신에겐 기회가 없었다

 

 말하며... 그런 복수따위... 의미 없다고.........

 

 

 

 가족을 지키겠다고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이런 비겁한 나를 용서해 줄까..

 

 

 

 그 말에 하임은 입을 닫았다. 더는 그 문제로 왈가 왈부하지 않았다. 그 모습에서 나는 하임이 뭔갈

 

 알고 있고 눈치도 꽤나 챘음을 알수 있었다. 충분히-알 만큼 그녀의 숨의 템포가 살짝 느려짐을 느꼈다.

 

 

 입원 수속을 마치고- 수술이 단 몇시간 안남자.. 병실에는 강비서와- 하임이만 남았다..

 

 

 병원복으로 갈아입으면서 나는 속으로 끔찍한 이 감촉을 덜어내고 싶다고 수십번도 더 생각했다.

 

 

 

 두려워 그제야 도망이라도 쳐야 하나.. 속으로만 되뇌었다.. 눈이란 곳은 눈썹만 하나 빠져도 참을 수 없이 불편한 곳인데

 

 

 그곳을 뒤집고 찢고 째고 한다고 생각하면... 나는 속이 뒤틀렸다.

 

 

 

 수술이란게- 뭐 누구인들 익숙하겠냐만.. 나는 그 끔찍한 기분을 잘 알고 있었다... 너무 아프고 너무 나쁜 통증이라

 

 이게 뭐지? 를 납득하기도 전에 죽을듯이 고통이 스치고- 각종 진통제, 항생제를 주렁주렁 달고 깨어난다..

 

 

 아플때 누르라고 주는 이상한 고진통제가 달린... 버튼.. 나는 그것도 잘 알고 있었다...

 

  그 버튼을 누르면 나는 이상한 소독약 냄새와.. 코에 퍼지는 싸한 느낌

 

 팔로 퍼져가는 그 아릿한 촉감또한 나는 잘 알고 있었다..... 또 같은 수술에 온 것이다. 하임은 미리 물었던 건지 통증은

 

 심하지 않을거래요- 아마 근육 이완제는 눈에 점안액으로 몇번 처방할수는 있대요..... 당장에 시야가 밝아지진 않겠죠-

 

 입원해서 한 5일은 있지 않겠어요..? 천천히- 천천히 해요.....

 

 

 그러니까 너무 겁내지 말아요, 그리 말했고 , 내 손을 잡은 손에는 땀이 흥건했다.. 자신은 아무렇지도 않노라고 , 긴장 안했다고-

 

 괜찮을 꺼라고 해 놓고서 , 내 손을 꽉 잡았는데... 그 손에 땀이 아주 흥건해서... 나는 나도 모르게 픽 웃고 말았다...

 

 이 여자 , 참 담도 크다- 또 거짓말을 하고.....

 

 

 간호사가 들어와 마취제 주사한다고 이야기가 나오고- 아득하고 몽롱해지는 정신으로 , 이동 침대에 누워 - 엘리베이터를 타고- 몇층인지

 

 알수도 없는 곳으로 향하는 내내...

 

 하임이는 내 손을 꽉 잡고 있었다. 말이 없었다. 강비서가 훌찌럭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간호사가 이제 여기서 기다리세요 하는 동안에... 하임은 내 볼에 입을 맞췄다. 그리고 속삭였다..

 

 

 

 "빨리 나와요.... 기도하고 있을 테니까.. 당신은 안 믿겠지만- 원망했댔지만... 우릴 다시 만나게 해 준거 보면

 

 신은 분명... 우릴 지켜보고 있을거에요- 도와줄 거에요, 걱정 말아요, 사랑해요"

 

 

 빠르고 , 속삭이듯- ... 준비라도 했던 듯- 빠르게 속삭이는 그 말... 나는 아득해지는 정신에서도 그 말을 들었다.

 

 

 그 말에 무어라 대답하기도 전에 , 얼굴에서 느껴지는 물기 때문에- 그녀가 울고 있음을 알았다.

 

 볼의 온기와 함께... 수술대에 들어와서- 마취 가스를 관으로 이어지는 게 코에 닿고 그대로- 그 익숙하면서도

 

 몽롱한 기분 나쁜 잠으로 나는 빠져들었다....

 

 

 

 

 

 -

 

 

 

 지혁이 들어 간 뒤- 하임은 기도했다. 수십번 수백번.... 그의 앞에선 아무렇지 않은 척 안정 된 척 했으나

 

 나는 두려웠다. 사실... 그가 시력을 못 찾는 것 보다도 - 그를 그토록 싫어하는 수술대 앞에 서게 했다는게...

 

 결국엔 그 위에 올렸다는게 미안하고 , 무서웠다... 큰 수술이 아니랬지만.... 의사에게는 하루에도

 

 

 몇번 씩 하는 수술일 테지만... 다 똑같은 환자 중 하나일테지만..

 

 

 나에게는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단 한송이 뿐인 그런 작약이라... 나는 무서웠다.

 

 초조해서 우는 나를 강비서가 몇번이나 위로했다.

 

 그러더니 내게 말했다..

 

 

 

 "저 , 이렇게 수술하실때 기다리는건... 사실 몇번 안되는데..... 병원에 와서... 작가님 앞에 서 있을때 마다.. 난 죽을 맛이었거든요......

 

 전임 비서님들은 이걸 어떻게 견디셨을까요?.... 눈 수술은 3시간이 최장이라고 했지만.. 다리 수술같은 경우는 10시간도 더 걸릴때도

 

 있었댔는데 말이에요..."

 

 

 

 손수건을 내미는 강비서님의 손에야..

 

 나는 눈물을 힘겹게 그쳤다. 그랬다. 나는 용감했지만- 작약의 일이 되면 마음이 아렸다.

 

 나는 아무것도 작약에게 원치 않았다. 그저 이대로 함께 있을수만 있다면.... 그 중 하나 욕심낸게 그의 눈이었다.

 

 눈을 마주하고 이야길 나누고 싶었다. 그게 다였지만 그것 하나도 그는 내게 주기 위해선 뭔갈 희생해야만 했다.

 

 두려운 수술대에 제 스스로 올라야 했으니까....

 

 그가 , 아프지 않다면, 건강만 해 진다면야... 어떠한 약속도 없어도 좋았다.

 

 그는 내게 단 한번 말했다. 당신 나 사랑해? 그 물음에 대한 답 후에 .... 우리는 이미 어떠한 규제 속에 들어가지

 

 않아도 그대로 연인이었다. 깊은 입맞춤 한번 제대로 하지 않았어도 .. 연인 그 이상이었다.

 

 몸을 쓸지 않아도- 서로가 충분히 서로를 알고 있었다. 그러니 나는 그가 건강하기를 기도하였다.

 

 

 수술을 하는 의사가 말 했듯 - 그리 아픈 수술이 아니길- 자다 깨면 정말 끝나 있길 바라었다....

 

 

 그때 앉아 있는 의자 곁으로 , 단정하고 하얀 아이보리 코트가 눈에 들었다.

 

 

 

 사모님이셨다...

 

 

 우아해 보이는 머리와- 우아해 보이는 손 끝까지도.. 여전하다 싶을 만큼 아름다우신데..

 

 몹시 마르셨다. 그때보다 더- , 그 사이에 작약때문에 이분도 마음 고생이 심하셨다는 증거였다..

 

 

 

 

 나는 벌떡 일어났다.... 오늘은 화장을 하지 않아서 얼굴이 아마 , 눈물도 묻어있고 단정하지 못할텐데

 

 그리 생각했지만- 사모님은 한달음에 달려와 , 아주.. 아주 뜻밖에도.... 가장 먼저 나를 꽉 껴안으셨다... 귓가에 말씀하시길

 

 

 

 "고마워요... 정말 고마워요..."

 

 

 ......

 

 야윈 품에 , 나는 나도 모르게 더럭 안긴다-

 

 

 

 

 그 말에 나는 작약이 이제껏 얼마나 부담을 가지고 살았을지를 알수밖에 없다. 모두가 자신에게

 

 무언가를 바라왔겠구나.. 들어주고 싶지 않아도- 듣고 싶지 않아도..

 

 내가 말했듯, 그에게 못되게 왜 그러느냐고 야단 쳤지만, 이미 그는 신경 쓰고있었겠구나.. 내가 말하지 않아도..

 

 

 

 사랑하는 이들이라서- 차마 매몰차게 거절조차 못하고 해 온 일들이 많겠구나...

 

 

 

 나는 그 품에 안기자- 그치었던 눈물이 나도 모르게 다시금 흘렀다... 작약과 너무나도 닮은 그분의 품에서는

 

 작약의 향과는 사뭇 다른 , 자스민의 짙은 잔향이 풍겼다.

 

 

 

 강비서는 머쓱하게 우리를 바라보다가- 우리 둘이 자리에 앉고 나자, 음료라도 뽑아 오겠다며 자리를 피해주었다.

 

 마주한건 그 파티 이후엔 처음이었다.. 작약이 전화기를 넘겨줘서 , 단순한 대답을 한게 다였으니까..

 

 

 

 "고마워요..."

 

 

 사모님은 내게 한번 더 눈을 꽉 쳐다보시며 말씀하신다.

 

 

 나는 , 아주 마음이- 아렸다...

 

 

 "아니에요- 그 사람이 결심한거에요.. 제가 한게 없는걸요.."

 

 내 어색한 대답에 사모님은 내 손을 꽉 잡고 말씀하신다.

 

 약간은 씁쓸하게 웃으시면서- 아주 적극적인 목소리로-

 

 

 

 "아니요, 하임씨가 없었다면.... 그런 마음 품었을 애도 아니에요... 다 하임씨 덕인거, 잘 알아요..

 

 주책 부려서.... 미안해요... 솔직히 말하면 , 지혁이랑 결혼이라도 했으면 하고 , 밀어붙이고 싶은데..

 

 지금 지혁이가 너무 , 가진게 없어서 그런 말 하기도 미안하네요-... 부모님도 그러실 테구요..곱디 곱게 키운 딸인데..

 

 누가 지혁이한테 시집을 보내려 하시겠어요.."

 

 

 

 사모님의 그 말에 나는 얼굴이 그만 빽빽히 붉어지고 말았다... 언감생심 결혼은 꿈도 못꿨다.

 

 저렇게 아름다운 사람과 평생을 살자고 내가 말이라도 하라고?.. 꿈이 크면 원래 벌 받는 법인데..

 

 

 

 "지혁이는 확실히 좀 , 고집도 세고.... 때론 다른 사람들을 생각하느라 자기 자신을 못 챙겨요

 

 어린 시절에는 욕심이 많아- 하나도 남에게 지거나 양보를 못했죠.... 그때 내가 따끔하게

 

 이야길 했어야 했을까요?.... "

 

 

 사모님은 회한에 찬 얼굴로 , 멀리를 바라보시다, 다시 나를 보며 말을 이으셨다..

 

 

 

 "하지만 나는... 이 애는.. 애답게- 아이 답게 키우고 싶었어요

 

 지나치게 뭔갈 강요하고 싶지가 않았어요... 그냥 아이답게... 그게 강요였다는걸-

 

 내 꿈을 이루려고 한 강요였다는 걸.. 아이는 어릴때 부터 아이 답지 않았는데.. 내 욕심에 발 맞춰주려고

 

 열심히 연기한걸 알았죠... 막내라는 , 철 없어 보이는 그런 역할을.... 연기하고 있었어요......

 

 내가 못난 어미였던 거죠...."

 

 

 파티에서 전에 뵈었을 때 보다는 편안하게, 하지만 더 씁쓸하게 말씀 하시는 사모님의 옆 얼굴은 놀랄만큼 작약과 닮아 있었다.

 

 사모님은 내 눈길을 눈치 채셨는지 내 눈을 보며 눈물을 훔쳐주셨다.

 

 

 

 "울지 말아요... 미안해요... 울게 해서-...... "

 

 

 

 

 어쩔줄 몰라하시는 목소리를 듣고 있자니.. 그의 말이 기억났다.. 어머니에게는 형도- 아들이라던..

 

 그가 말을 할수 없었던 이유들을 어렴풋이는 알고 있었지만 - 그는 진정 결정적인 키들을 쥐고 있었다.

 

 그가 입을 열겠다 마음을 먹으면... 형은 정말로 피할수가 없을지도 몰랐다...

 

 

 

 "나는 수술 끝나기 전엔 갈 꺼에요... 여기 온거 알면, 굉장히 골 낼 테니까요..."

 

 

 

 어머니는 안타깝다는 듯 눈을 아래로 보내신다. 나는 작약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거부하지 못한다던 사람을

 

 거부한다는 게... 어떤건지 아느냐고.... 어쩔수 없는.... 아주 어쩔수 없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하임씨 부탁해요.. 정말..... 고맙고 고맙고- .... 또 미안해요... 부탁할게요....

 

 잘좀 챙겨 줘요.... 의사 통해 들어서- 위험한 수술은 아니라고 했고... 한쪽은 확실히 시력 회복할수 있다는

 

 확언은 받았어요... , 각막이식은 보통은 무리가 없지만 신경이 다쳤을 경우에는 실패의 확률도 있다고 했지만..

 

 빛이랑, 간단한 검사로는 아직 시신경이 살아 있는거 같다고 했으니까... 괜찮을 거에요-"

 

 

 

 

 낮고 단정한 목소리는 그를 많이 닮아있다.. 아니.. 그가 어머니를 닮은 거겠지.. 나는 고갤 끄덕였다..

 

 사모님은 말 없이 나를 다시 안아주셨다... 그리곤 또 말을 이으셨다..

 

 

 "뭐든 , 하임씨한테 나는 평생을 다 해도- 못갚을 만큼 빚을 졌어요..... 지혁이는 하임씨 때문에 돌아오기로

 

 마음 먹은거나 마찬가지에요..... 하임씨는 나한테 정말, 은인이에요....

 

 뭐든지... 뭐든지 - 말해요 뭐든 내가 다 들어줄게요- 알았죠?"

 

 

 내가 원하는건 , 그와 나의 행복뿐이지만... 그러려면... 사모님에게 금쪽같은 , 또 하나의 아들에게 법의 심판을

 

 받게 해야 한다.. 그런 말은 난 도저히 할수 없었다. 하지만 사모님은 살짝 웃으시고 내 손을

 

 너무나도- 따뜻하게 잡으시곤 곧 그곳에서 걸어 나가셨다.. 다시 병실 앞- 인위적으로 지나치게

 

 환하다 싶은 그 불빛아래 나만 남았다....

 

 

 나는 그제야... 다시 손을 모으고 기도하였다... 신에게 빌었다.

 

 

 내게 자비를 베풀어 그에게 돌아올 기회를 주셨으니.. 내가 그를 행복하게 만들어 줄수 있도록

 

 그에게 다시 빛을 돌려 달라고-

 

 다시 그의 손을 잡아주신다면... 당신이 뜻하신 소명이 무엇이든 간에..

 

 나는 최선을 다해- 당신의 뜻에 따르겠노라고..

 

 

 

 간절한 기도만이 , 휑 한 복도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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