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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이비에타-여기사의 두 번째 선택
작가 : 홍단
작품등록일 : 2017.7.9

"당신은 목숨을 걸 만한 남자를 만나, 죽음 같은 사랑을 할 것이다."

400년 전 전란의 시대 나라를 구했던 여기사 이비. 그러나 어렸을 때 들은 예언의 영향인지 사랑했던 사람에게 배신을 당하고 죽음을 맞이한다. 이후 '이비에타'라는 이름의 여자아이로 환생하게 되어 새 삶을 살고자 하나, 전생과 똑같은 내용의 예언이 또 다시 자신을 옭아맨다.

예언을 피하기 위해 400년 전의 자신이 세운 기사단으로 도피하지만, 기사단은 부패로 몰락해 있어 이비에타를 짜증나게 만들고, 이 와중에 전생의 연인의 환생과 만나게까지 되는데. 이비에타는 예언으로부터 도피할 수 있을까?

 
8화
작성일 : 17-07-20 12:09     조회 : 309     추천 : 0     분량 : 4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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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비는 도저히 상황파악이 되지 않았다. 아니, 되려야 될 수가 있었을 리가 없다. 온갖 걱정을 다 하면서 마나까지 써 가며 들어 왔더니, 남편이 모두를 죽여 놓았다. 고용인들부터 가족들에 이르기까지. 심지어 지금 자신의 딸마저도 죽이려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사랑스럽고 누구보다 헌신적이던 시구르드가, 도대체 무슨 일을 저질러 버린 것인지. 이비의 머리로는 이해가 불가능했다. 그렇다고 다른 사람이라 해서 이해를 할 수 있으리라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

 

  이비의 존재를 그제야 눈치 챈 시구르드였으나, 잠시 당황한 표정을 지었을 뿐 이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무슨 일이야... 이게 지금, 대체...”

 

  이비는 토해 내듯이 말을 내뱉었다.

 

  “아냐... 지금 이건 오해야. 시구르드. 이 모든 상황은 내가 오해한 것뿐이지, 그렇지?”

 

  절망이다. 지금까지 행복했던 일들이 모두 꿈만 같다. 믿어왔던 것이 산산이 부서지는 것만 같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웃으며 서로를 맞이하던 가족들이었는데. 아침까지만 해도 자신을 붙잡으며 칭얼대던, 발간 뺨이 사랑스러운 아이였는데. 지금 가족들은 모조리 험한 꼴로 살해당하고 아이는 피칠갑을 한 채 자지러지는 비명을 내지른다.

 

  하지만 그럼에도 마지막까지 희망을 놓을 수가 없었다. 그래, 시구르드가 그랬을 리가 없다. 세상 어느 남자보다도 다정하던 시구르드, 이비의 행복을 위해 가문까지 내려놓은 그 남자가 이런 흉악한 짓을 저질렀을 리가 없다고. 이비는 자기 자신을 애써 설득했다.

 

  이건 모두 오해다. 어떤 말도 안 되게 나쁜 놈이 나타나 이런 상황을 만들었고, 시구르드는 그걸 막으려고 했던 거다. 그러나 그 흉악한 놈에게서 결국 가족들을 구하지 못하고... 아, 젠장. 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레가르드에 시구르드보다 강한 사람이, 어디에 있단 말인가. 이비 정도나 시구르드와 비등바등하게 겨룰 수 있다는 것을 온 레가르드의 사람들이 다 아는 이야기인데!

 

  그러나 이렇게라도 현실도피를 하지 않으면 정말이지 미쳐 버릴 것만 같았다.

 

  하지만 정신을 붙잡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는 이비 앞에, 시구르드가 내뱉은 말은 간신히 붙들고 있던 정신을 갈가리 찢어 버리고 말았다.

 

  “이비. 왜 이리 일찍 온 겁니까? 일찍 온다면 일찍 온다고 말을 하셨어야지요. 그랬으면 미리 치워 두었을 텐데.”

 

  그 무정하면서도 평소와 같은 공손한 말투가 이비의 가슴을 더욱 맹렬하게 후벼 팠다. 마치 눈앞에 있는 것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식의 말투. 방금 전 당황한 표정을 지었던 것은 어디 가고 싸늘한 표정을 지으며 이비를 내려다 볼 뿐이었다.

 

  지금까지 자신이 사랑해 왔던 그 남자가 맞나 싶을 정도였다.

 

  “아, 마저 처리할 게 남았었죠.”

 

  갑자기 깨달았다는 표정을 짓는 시구르드. 그가 말을 마치고 바라본 곳에는 둘 사이에서 난 시아나가 울고 있었다. 엉엉 우는 시아나를 향해 시구르드가 칼끝을 향한다. 묘한 미소까지 풍기고 있는 것만 같았다.

 

  이제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이비는 검을 들고 시구르드를 향해 그대로 돌진했다. 마음이 갈가리 찢겨지고 부서진다. 그렇게 사랑했던 그이가 이런 일을 했다고 믿고 싶지 않다. 하지만 모든 것이 분명해지지 않았는가. 시구르드는 가족들을 처리했고, 이제는 시아나마저 죽이려 하고 있다. 시아나마저 죽는 사태만은 막아야 했다.

 

  “시구르드!”

 

  이비는 원망과 분노가 섞인 목소리로 그의 이름을 외치며 검끝을 시구르드의 가슴팍으로 향했다. 빠르기는 빨랐지만 평소와는 너무나도 다른 단조로운 공격이 시구르드를 향하고 있었다.

 

  그건 몸의 아픔 탓도 있었겠지만, 지금까지 사랑해 온 남자에 대한 미련이 밑바닥에나마 남았기 때문이리라. 시구르드라면 이 공격을 쳐 낼 것이라는, 사랑하는 - 아니 사랑했던 남자를 제 손으로 죽이고 싶지 않다는 그런 마지막 미련. 그렇기에 그런 말도 안 되게 단조로운 공격을 꽂아 넣었던 것일 터였다.

 

  그러나 시구르드는 이비의 마지막 남은 소망조차 이루어지게 하지 않았다. 시구르드는 이비의 빤히 보이는 공격을 막지 않았고, 검에 관통당하여 그대로 쓰러져 숨을 거두었다. 평소대로의 시구르드였다면 당연히 피할 수 있었던 그런 쉬운 공격이었는데. 마치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이 이비의 칼을 받아들였다.

 

  이비가 검을 꽂아 넣은 곳에서 붉은 피가 샘솟듯이 흘러 나왔으나 시구르드의 몸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런 주제에 눈을 감고 편히 잠든 표정을 지으며 죽어 버렸다. 이비로서는 예상할 수 없었던 최후였다.

 

  결국 이비는 이렇게 해서 마지막까지 시구르드에게 기만을 당한 셈이 되었다. 한 순간에 가족을 잃었으며, 그렇게 사랑했던 남편을 제 손으로 죽이기까지 했다. 그런 몹쓸 짓을 저지른 남편은 이비의 가족을 죽이고 이비를 농락한 뒤 검을 정면으로 받아 죽음으로써 마지막까지 이비를 괴롭혔다.

 

  그 동안 행복하게 했던 것도, 사랑해 주고 위해 주었던 것도 모두 기만이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이비의 마음속을 휩쓸었다. 가장 행복한 순간에 아무도 예상치 못한 비수를 꽂아 넣고 죽어버리다니 이렇게 끔찍한 기만도 없을 것이다.

 

  이비가 시구르드를 죽인 덕에 다행히도 시아나는 살았지만 살아도 산 것이 아니게 되었다. 시아나는 다친 곳은 없었으나 그 때의 일이 심한 충격을 주었는지 그 날 이후로 말을 하지 못하게 되어 버렸다. 시아나는 이비가 죽는 그날까지 비명 소리를 제외하고는 아무 소리도 내지 못했다. 아이가 때때로 비명을 지를 때면 이비는 자신의 가족들이 살해당하고 남편을 죽였던 그날이 떠올라 몸서리를 치고는 했다.

 

  원래 정계에 진출해 있지도 않았으나 이비의 입지 또한 엄청나게 줄어들었다. 뭐가 어쨌든 간에 남편 되는 이를 죽였다는 꼬리표가 항상 붙어 다녔고, 부부가 쌍으로 미쳤다는 이야기가 파다하게 퍼졌다. ‘거미’라는 불명예스러운 모욕까지 당했다.

 

  특히 이비가 원래 평민 출신이라고 시기하던 귀족들에 의해 악의적인 거짓 소문들이 일파만파로 퍼져 나갔다. 남편을 잡아먹었다느니, 아이를 비참한 꼴로 처박았다느니 하는 끔찍한 소문들.

 

  사실 거미라느니, 거미의 딸이라느니 하는 비참한 별명도 이들에 의해 만들어졌다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옛날 혈기 왕성하던 시기의 이비였다면 그런 놈들 한 대씩 처박아 줬겠지만... 아무런 기운이 남아 있지 않았다.

 

  그 날 이후 유일하게 좋았던 점은 병이 점점 호전되었다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이제 와서 무엇하겠는가. 하나도 기쁘지 않았다. 성에 남아 이비의 병을 살피던 의사들은 아무 말도 없이 떠나가 버렸으며, 이비 역시 그들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웬만한 정신이 있는 사람이라면 견딜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이비는 미쳐 버리거나 도망치지는 않았다. 다만 이전보다 더욱 기사단 일에 집착하며 시간을 보냈다. 마나도 정상적으로 기능하겠다, 이비는 마나를 펑펑 써 댔다. 굳이 필요 없는 일에도 마나를 펑펑 써 갈겨 대며 일을 수행하곤 했다. 그 모습이 마치 자신의 목숨이 빨리 다하기를 바라는 것처럼 보였기에 몇몇 기사들은 이비를 동정하곤 했다.

 

  이비는 칼베르크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으며, 웬만해서는 성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그런 끔찍한 일이 있었던 성으로 돌아가기 싫었기 때문이었다.

 

  또한 아이 앞에서 아이의 아버지 되는 이를 죽였다는 죄책감으로 인해 그렇게 사랑하던 아이를 시녀들과 보모들에게 대신 키우게 했다. 시녀들과 보모들도 간신히 고용했다. 그런 일이 있었던 곳에서 누가 일하고 싶어 하겠는가. 이비는 시아나와 눈을 차마 마주칠 수 없어 괴로워하며, 일에 매달리는 것으로 자신의 정신을 간신히 붙들었다.

 

  그러나 정신을 제아무리 열심히 붙든다고 해도 사람인 이상 한계가 있는 법이었다.

 

  그렇게 고통스럽게 산지 1년도 되지 않았을 무렵, 결국 이비는 칼베르크의 집무실에 홀로 앉아 조용히 숨을 거두었다. 행복한 줄로만 알았던 인생이 한 순간 박살나더니 결국 허무하게 끝나 버리는 순간이었다. 차라리 행복하지 않았더라면 그나마 덜 비참했을까... 죽어가면서 이비는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오래 전에 예언 하나를 받았었는데, 죽을 때가 되어서야 떠오르는구나. 목숨을 걸 만한 남자를 만나, 죽음 같은 사랑을 하게 될 것이라는... 하! 정말로 그대로 이루어졌구나. 망할 예언 같으니.’

 

 이비는 고통에 잠긴 삶에서 벗어나기를 원했다.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았다. 현세의 삶이 끝난다는 사실에 오히려 안도하며, 이비는 스스로에게 되뇌었다.

 

  ‘만약 두 번째 삶이 있다면, 다시는 같은 과오를 반복하지 않으리라.’

 

  그렇게 허무하게 눈을 감았다. 쓸쓸하게도 곁에는 아무도 없었다. 이비 게르헨 라르힐리덴의 나이, 29세에 일어난 일이었다.

 

 

  그러나 이비는 다시 눈을 뜨게 되었다. 그것도 400년이 지난 후의 라르힐리덴 가의 영애 ‘이비에타 아르티스 라르힐리덴’으로서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된 것이다. 그것도 전생의 힘과 기억을 온존한 채로 말이다.

 

  죽었다 깨어났는데 400년이 지나 있고 자신이 세운 가문의 여식이 되어 있는 상황이라니, 이비로서는 전혀 예상치도 못한, 말도 안 되는 상황에 처하게 된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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