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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에리스의 기사
작가 : 박서희
작품등록일 : 2017.7.15

마법과 과학이 뒤엉켜 발전한 1987년의 홍콩.
우연히 내면에 잠든 마법의 재능을 발견한 스코틀랜드의 형사 '리암 로플린'은 UN의 국제수사기관 '팀 에리스'에 초청받아, 동료들과 함께 인류가 알아서는 안 되는 우주 바깥의 힘을 써서 범죄를 저지르려는 자들과 맞서 싸우게 된다.

 
#2. 비트, 몽환의 여신 (3)
작성일 : 17-07-17 21:57     조회 : 219     추천 : 0     분량 : 5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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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꼭 해보셔야 합니다.”

 임한수는 다짐하듯이 되물었다. 이거 그러겠다고 말하지 않으면 놓아주지 않을 것 같군. 리암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겠습니다. 그러면 이제 저녁까지 이어지는 지루하고 보람 없는 업무로 돌아가죠.”

 리암은 박수를 두 번 치고는 일행을 향해 돌아섰다. 이제 다시 홍콩 연쇄 실종 사건을 해결할 방법을 고민할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 때. 이번에는 위층에서 데보라의 흥분한 목소리가 들렸다.

 “리암 형사님!”

 “데보라 씨?”

 리암은 고개를 들었다.

 지금까지 아래에서 소동이 있는 내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던 데보라는 무거운 표정을 한 채 손에 쥔 스마트폰을 들어올렸다. 멀찍이 떨어져 있었지만 리암은 데보라의 스마트폰이 통화중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데보라는 난간에 몸을 기댄 채 스마트폰을 가볍게 흔들었다.

 “잠시 올라와서 전화 좀 받아 주세요. 중요한 일이에요.”

 

 다른 일행들과 떠나 리암은 지휘실로 발을 옮겼다. 어차피 휴게실이랑 연결되어 있는 공간이었지만. 리암은 온갖 서류들이 어지럽게 늘어진 긴 회의 테이블 옆을 가로질러 난간에 선 데보라에게 다가갔다. 데보라는 평소답지 않게 긴장한 표정으로 리암의 손에 자신의 스마트폰을 쥐어주었다.

 “홍콩 경찰의 연락이에요. 중요한 일입니다.”

 “도대체 무슨 일인지…….”

 리암은 어리둥절하면서 전화를 받았다.

 “예. UN 팀 에리스 리더 리암 로플린입니다.”

 “로플린 형사님! 반갑습니다.”

 이미 한 번 들은 적 있는 하워드 경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반갑다는 인사와는 다르게 말투는 떨리고 있었다. 하워드 경사가 애써 태연한 체 하려 하는 건 쉽게 알 수 있었다. 무슨 큰 사건이라도 터진 걸까. 다시 납치 사건이 터진 것일 지도 몰랐다. 어쩌면 그 이상의 큰 일일 지도 몰랐고. 몇 가지 불안한 상상들이 떠올랐다.

 “곧장 본론으로 들어가죠. 무슨 일입니까?”

 “테러입니다.” 하워드 경사는 바로 말했다.

 “맙소사.”

 불행한 예감은 그치는 법이 없다. 하워드 경사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이야기를 이었다.

 “지금 텔레비전을 틀어 보시면 아실 겁니다. 홍콩의 모든 방송국들이 테러를 가지고 떠들고 있으니까요.”

 “아. 방금까지 중요한 업무를 보느라 텔레비전을 볼 여유가 없었습니다.”

 임한수와 게임 이야기를 하고 있었지.

 그것만큼 중요한 일도 없다고. 암 그렇고 말고.

 하워드 경사는 리암의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인 듯, 다소 풀어진 목소리로 말했다.

 “괜찮습니다. 제가 간략하게 설명해드리죠.”

 “그러시다면 영광이죠.”

 “도심에 쇼거스가 나타났습니다.”

 젠장. 리암은 이마를 눌렀다.

 “쇼거스요?”

 쇼거스. 그 이름을 이곳에서 다시 듣게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선조 문명이 개발한 최악의 생체병기.

 “홍콩 시내에 있는 시민이랑 시민은 모조리 씹어 먹고 있겠군요.” 리암이 말했다.

 “예. 그리고 형사님도 아시겠지만 쇼거스는 자연적으로 태어나지 않는 인공 생명체입니다. 그게 시내에 나타났다는 건…….”

 리암은 바로 말을 받았다.

 “테러리스트가 그걸 풀어놓았다는 소리죠.”

 “맞습니다.”

 그것도 단순한 테러 이상이었다. 쇼거스는 어지간한 방법으로는 상처조차 줄 수 없었다. 쇼거스를 제압하기 위해서는 마법사가 필요했다. 리암은 다리를 꼬고 앉아 컴퓨터 게임을 하는 래피드스타를 내려다보았다.

 “경찰은 출동했습니까?”

 “이미 대치중입니다만. 시간 끌기 이상은 무리입니다.”

 “그렇겠죠. 군대는 출동했습니까?”

 “아직은 경찰 수준에서 해결할 수 있는 단계로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뭐……사람이 더 많이 죽으면 출동하겠죠.”

 참 게으른 놈들이군. 리암은 계속 물었다.

 “얼마 전 말씀하신 연쇄 실종 사건 말입니다. 납치 피해자들을 쇼거스로 개조하려 했다고 말씀하셨는데. 혹시…….”

 “연관성이 있지 않을까 하는 말씀이시군요. 그 점은 아직 조사 중입니다.”

 아직 조사 중인가. 언제가 되어야 조사가 끝날지 모르겠군. 뭐, 지금 일어난 테러가 끝나기도 전에 그런 것부터 조사할 짬은 없었겠지만. 리암은 테러 이야기로 돌아갔다.

 “현재 희생자는 얼마나 됩니까?”

 “아무런 예고도 없이 지하를 뚫고 도로로 쇼거스가 튀어나오는 바람에 인명피해가 꽤 있었습니다. 도저히 집계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 현재로서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사망자만 두 자릿수가 되는 것 같습니다.”

 들을 수 있는 정보는 모두 들었다. 쇼거스가 나타난 장소는 텔레비전을 틀기만 해도 알 수 있을 것이다. 리암은 하워드와 간략하게 인사하고 전화를 끊었다. 통화가 끝나자마자 깊은 한숨이 터져 나왔다. 쇼거스라. 그 괴물을 직접 본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리암은 이마를 손으로 쓸어 넘겼다. 긴장 때문일까. 전화를 하는 짧은 틈 사이에 이마에 식은땀이 흘러나온 것처럼 느껴졌다.

 리암은 심호흡하며 데보라를 돌아보았다.

 “이제 어쩌죠?”

 “어쩌기는, 당연히 출동해야죠.”

 “저도 압니다. 다만, ……그 괴물을 죽일 수 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데보라는 씁쓸하게 웃었다.

 “당신이라면 이길 수 있을 거예요. 단 두 명으로 범죄단체의 근거지를 뿌리까지 파내버리고 온 사람들이잖아요. 뭐 자그마한 단체이기는 했지만요.”

 “뒷말은 안 붙이시는 편이 기운 내게 해 주는 편에는 좋지 않았을까요.”

 “저는 거짓말은 못 하는 성격이거든요.”

 데보라는 목발을 짚으며 한 발자국 리암에게 걸어왔다.

 “그러니까 방금 전 제가 한 말도 진실이에요. 저는 리암 형사님이 해낼 수 있을 거라고 믿어요. 처음 만난 순간부터 리암 씨라면 저의 뒤를 이어줄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는 걸 직감으로 꿰뚫어보았으니까요.”

 “……알겠습니다.”

 어차피 물러설 수는 없었다. 부임 한 달도 안 되어서 순직하는 결말이라면 그건 그것대로 운명이겠지. 리암은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다. 데보라는 입가에 옅은 미소를 지으면서 뒤로 가만히 물러섰다.

 “그러면 빨리 출발하셔야죠. 많은 사람들이 리암 형사님이 구해주기만을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알았습니다. 더 이상 지체할 수도 없겠죠.”

 리암은 발코니 아래, 휴게실 컴퓨터를 붙잡고 온라인 게임을 막 실행시키려던 래피드스타를 불렀다.

 “래피드스타!”

 “네?” 래피드스타는 고개를 돌렸다.

 “테러 사건이야. 당장 출동해야 해.”

 “테, 테러요!” 임한수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또 다시 슈퍼스타 래피드스타님이 나설 때가 됐네.”

 래피드스타는 컴퓨터를 껐다. 리암은 재빨리 계단을 뛰어 내려가 자신을 만나러 온 래피드스타와 만났다. 그 때, 두 사람 사이로 다가온 비트가 손을 들었다.

 “나도 가겠어.”

 “비트도?” 래피드스타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비트는 자신의 옆머리를 가볍게 쓸어 넘기며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인간들을 해치는 마수를 퇴치하는 건 여신으로서의 의무야.”

 이런. 어떻게 하지. 리암은 옆머리를 긁적였다.

 “쇼거스는 위험한 괴물이야. 마법을 쓰지 못하는 비트는 여기에서 기다리는 편이 안전할텐데.”

 비트는 리암의 말에 잠시 입을 다물고 있더니, 이내 두 팔을 뻗어 리암의 허리를 붙잡았다. 잠깐. 뭐 하려는 거야. 리암이 비트의 팔을 떼어놓기도 전에 비트는 리암의 몸을 번쩍 하늘로 들어올렸다.

 “잠깐만요! 잠깐! 아악!”

 비트는 냉정한 얼굴로 리암을 노려보았다.

 “내 앞가림은 할 수 있어.”

 비트는 리암을 다시 내려놓았다. 로봇이라 그런가, 힘 하나만큼은 장사네. 갑자기 하늘로 들리는 경험을 한 리암은 떨리는 가슴을 짓눌렀다. 말다툼을 하면서 시간을 지체할 여유는 없었다. 평범한 인간보다 신체 능력도 뛰어난 비트니까 위험한 상황 속에서도 신변에 문제가 생기지는 않겠지. 리암은 비트를 데려가기로 했다.

 “알았어, 그러면 같이 가자.”

 “잘 다녀오세요. 모두.”

 임한수는 비트를 힐끔거리며 말했다.

 리암은 문에 손을 얹었다. “금방 다녀오죠. 두 분은 텔레비전으로 활약이나 지켜보고 있어요.”

 데보라는 옅게 웃었다.

 “그러도록 하죠.”

 

 “오늘의 출동 장비는 귀여운 스케이트보드!”

 래피드스타는 어제 그 스케이트보드 위에서 이리저리 보드를 돌리면서 자세를 잡았다. 언제 차를 한 대 사던지 해야지. 리암은 관자놀이를 누르면서 건물 바깥으로 빠져나왔다. 홍콩의 도심 가운데에서 타오르는 회색 연기가 멀찍이 보였다.

 래피드스타는 스케이트보드를 띄워 올리며 말했다.

 “세 사람을 태우고 날리는 건 이번이 처음인데. 뭐 별 일 없겠지.”

 “불안한 소리 하지 마.”

 “괜찮아. 떨어져도 같이 죽을 테니 적어도 외롭지는 않을 거 아냐. 하하하!”

 뭐가 외롭지는 않을 거라는 거야. 이 멍청한 녀석이. 리암은 래피드스타를 빙빙 돌려 쓰레기통으로 던져버리는 상상을 하면서 래피드스타와 함께 보드에 올랐다. 비트는 맨 뒤에 섰다.

 “단번에 목적지까지 날아갈 거니까 마음의 준비 단단히 해!”

 래피드스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스케이트보드가 전속력으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지붕이 없는 스포츠카를 타고 하늘을 날아가는 것 같은 감각이 들었다. 벌써 세 번째 비행이었지만, 도저히 적응이 되지 않았다. 리암은 래피드스타의 허리를 감싼 채 눈을 뜨고 있으려고 애썼다. 스케이트보드는 금세 연기가 타오르는 도심 위로 날았다.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난 두 사람의 주변으로 방송사 헬리콥터가 스쳐 지나갔다. 이거 다시 한 번 신문에 나오게 생겼군. 리암은 고개를 숙여 지상을 보았다.

 불타오르는 도심. 젤리를 닮은 거대한 검은 고깃덩어리가 몸에서 뻗어 나온 촉수들을 이리저리 휘두르면서 고층 건물의 벽과 바닥에 늘러 붙은 채 몸에 붙은 수많은 눈알들을 돌리고 있었다. 괴물의 크기는 작은 주차장 크기만 했다.

 “지성 없는 짐승.”

 비트가 불쾌하다는 듯 중얼거리다가, 이내 경찰차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여전히 그에 맞서는 기사들이 있어.”

 이리저리 촉수를 휘두르는 쇼거스를 막기 위해 한 무리의 경찰들이 이리저리 찌그러지고 유리창이 전부 깨져 나간 경찰차를 바리케이트로 세워 둔 채 무의미한 총알을 쏘아 대고 있었다.

 고층 빌딩의 지붕까지 닿을 법한 길쭉한 촉수 다발이 마구잡이로 휘둘러지며 주변 건물의 벽을 때려 부수며 경찰차를 향해 날아갔다. 경찰들은 매번 아슬아슬하게 촉수 다발을 피하면서 계속해서 좌우로 자리를 바꿨다.

 “젠장. 세상에 뭐 저런 괴물이 다 있어.”

 리암은 촉수가 날아오는 방향을 살폈다. 근방의 시민들은 이미 대피한 것 같았지만, 곳곳에는 이리저리 작은 조각으로 잘라져 녹아내린 사람의 시신이 흩어져 있었다. 끔찍한 괴물의 형상만큼이나 잔인한 시신의 잔해를 보며 리암은 메스꺼움이 차오르는 걸 느꼈다.

 “시체들이……래피드스타, 괜찮아?”

 “괜찮아. 시체는 고향에서 몇 번 본 적이 있어서.” 래피드스타는 애써 미소 지었다.

 도대체 무슨 고향에서 살았던 거야.

 리암은 심호흡하며 말했다.

 “바리케이드 뒤로. 일단 경찰과 합류해야 해.”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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