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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에리스의 기사
작가 : 박서희
작품등록일 : 2017.7.15

마법과 과학이 뒤엉켜 발전한 1987년의 홍콩.
우연히 내면에 잠든 마법의 재능을 발견한 스코틀랜드의 형사 '리암 로플린'은 UN의 국제수사기관 '팀 에리스'에 초청받아, 동료들과 함께 인류가 알아서는 안 되는 우주 바깥의 힘을 써서 범죄를 저지르려는 자들과 맞서 싸우게 된다.

 
#2. 비트, 몽환의 여신 (2)
작성일 : 17-07-17 21:13     조회 : 225     추천 : 0     분량 : 7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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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 없잖아.”

 래피드스타는 한 발자국 물러서서 등 뒤에 숨긴 스케이트보드를 발로 끌어 당겼다. 해골과 타오르는 불길이 전위적으로 새겨진 흑색의 스케이트보드였다. 도대체간에 쟤는 자기랑 안 어울리는 물건들 걸치고 다니는 게 특기란 말이지. 래피드스타는 능숙한 솜씨로 스케이트보드 위에 올라 몸을 앞뒤로 끌며 말했다.

 “이거 같이 타고 갈래?”

 “스케이트보드?”

 리암은 스케이트보드를 내려다보았다.

 “진심이야?”

 “이거 타고 날아갈 거야.” 래피드스타는 스케이트보드를 제자리에서 한 바퀴 돌렸다. “멋지지?”

 “양탄자보다 더 위험한 것 같은데.”

 “내가 마법으로 붙들고 있으면 안 떨어져.”

 “아무리 그래도. 스케이트보드라니.”

 “싫어? 형사님이라면서 겁쟁이었네?”

 래피드스타는 리암을 놀리는 것처럼 메롱 혀를 내밀었다. 저 녀석이 정말. 겁쟁이라는 말에 오기가 생긴 리암은 성큼 스케이트보드 뒷면을 발로 짓눌렀다. 빙글 돌던 스케이트보드가 멈추자 래피드스타가 의아한 얼굴로 리암을 돌아보았다.

 “탈거야.”

 “오호. 형사님도 보는 눈이 있네. 그래서 맘에 든다니까. 발 좀 떼봐.”

 리암은 래피드스타의 말대로 스케이트보드에서 발을 내렸다. 래피드스타는 보드에서 내려와 스케이트보드의 앞을 세게 밟아 제자리에서 위로 튀어 올렸다. 빙글 돌아 회전하던 스케이트보드는 지상에서 조금 떨어진 자리에서 둥실 떠오른 채 수평으로 멈췄다. 래피드스타는 잠시 제자리뜀뛰기를 하더니 성큼 보드의 앞쪽에 올랐다.

 “너도 타. 단번에 날아갈 테니까.”

 “너무 빠르지 않게 가자고.”

 “내가 알아서 할 테니 안심 꾹!”

 너를 어떻게 믿고 안심하겠냐. 리암은 스케이트보드에 올랐다. 두 사람이 모두 보드에 타자 보드는 점차 높은 하늘로 붕 떠오르기 시작했다. 두 사람이 탄 보드가 불안하게 좌우로 흔들거렸다. 충동적으로 타버리기는 했는데, 여전히 안전한지는 믿을 수가 없단 말이지. 리암은 래피드스타의 허리를 팔로 끌어안았다. 보드가 건물의 지붕 높이를 넘어설 만큼 떠오르자 래피드스타는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그러면 출발한다!”

 래피드스타의 말과 동시에 보드는 하늘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거친 바람이 두 사람의 얼굴을 맞히며 지나갔다. 리암은 끌어안은 팔에 힘을 주며 버텼다. 얼마 전 양탄자에 탔을 때 느꼈던 래피드스타의 향기가 다시 코를 찔렀다.

 아니.

 다른 생각을 하자.

 리암은 눈을 감고 양을 세기 시작했다. 양 한 마리. 양 두 마리.

 그 때. 래피드스타가 문득 입을 열었다.

 “오늘 형사님 멋있었어.”

 “뭐?”

 리암은 눈을 떴다.

 “나는 그냥 악당 놈들 쓰러트리는 것밖에 생각하지 못했는데. 형사님은 그 사이 비트도 구해냈잖아.”

 래피드스타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작게 웃었다.

 “나라면 하지 못했을 거야.”

 “그렇게 갑자기 띄워줄 필요 없거든.”

 리암은 헛기침했다. 예상치 못한 래피드스타의 칭찬이 기분 좋았다. 하지만 그 만큼이나 래피드스타의 칭찬에 다른 의도가 있을 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들었다. 리암은 일부러 엄격한 말투로 칭찬을 되받아쳤다.

 “어차피 오늘 네가 한 이상한 행동들을 덮으려는 수작이잖아.”

 래피드스타는 볼을 부풀리며 웅얼거렸다.

 “이상한 행동이라니.”

 “경찰들 도착하는 거 안 기다리고 뛰어든 걸 말하는 거지, 뭘 말하는 거겠어.”

 “그게 뭐가 이상해.” 래피드스타는 투정을 부렸다.

 “아무리 네가 대단한 마법사라고 하더라도 총을 맞으면 죽는 건 똑같아. 네가 그 별의 뭐시기라고 해서 외계인이 되는 건 아니잖아.”

 리암은 엄격한 표정을 유지하면서 말을 마쳤다. 하지만 리암의 말이 대수롭지 않게 느껴진 듯, 래피드스타는 그냥 크게 한 번 웃어버리고는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뭐. 형사님의 말이 맞기는 해. 위험한 행동이었지?”

 “알고 있었던 거냐.”

 리암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물었다.

 “나는 정의로운 힙합 스타일 마법사지만 바보는 아니라고.”

 “힙합 운운은 좀 빼자.”

 그러고 보니 애초에 네가 힙합 음악을 듣는 것도. 아는 힙합 노래 한 번 흥얼거린 것도 본 적이 없다고. 리암은 슬슬 래피드스타의 힙합 사랑이 일종의 만들어낸 ‘컨셉’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었다.

 래피드스타는 리암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싱글벙글 미소를 지은 채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그건 안 되지. 그게 내 소울네임인데.”

 “어련하실까.”

 리암은 잠시 뜸을 들이다 물었다.

 “그러면 다 알면서 왜 달려들었던 거야.”

 래피드스타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심야의 홍콩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리암은 래피드스타에 이끌리듯 무심코 래피드스타의 시선을 따라갔다. 높게 솟은 빌딩들의 휘황찬란한 불빛이 세상을 비추고 있었다.

 래피드스타는 도시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냥. 영웅이 되고 싶었어.”

 뻗은 손을 가만히 움켜쥔 래피드스타는 자신의 가슴으로 끌어당겼다.

 “그것도 이 도시, 아니.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우러러보는 영웅이.”

 래피드스타는 씁쓸하게 웃었다.

 “바보 같지?”

 리암은 래피드스타의 말을 되짚어보았다. 이정도의 말로도 래피드스타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지는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

 “경찰들이 아닌 네가 영웅이 되어야 했으니까. 그래서 경찰이 오기 전에 뛰었다?”

 “하하하! 뭐. 그렇게 직설적으로 말해버리면 마치 내가 나쁜 애 같잖아.”

 래피드스타는 특유의 과장된 웃음을 터트리면서 머리를 뒤로 갑자기 젖혔다. 래피드스타의 뒤통수가 리암의 턱을 세게 때렸다. 둔탁한 통증이 턱을 강렬하게 후렸다. 리암은 억 소리를 내면서 뒤로 움찔거렸다. 이 녀석. 하늘에 있지만 않았더라면 온 힘을 다해 머리를 쥐어박았을 텐데.

 “그래도, 그것만이 이유의 전부는 아니었어. 납치된 사람을 구하고 싶었던 것도 사실이고. 경찰 오는 걸 언제 기다리고 있겠냐고 소리친 것도 진심이었고.”

 “하지만 영웅이 되고 싶다는 것도 사실이지?”

 “그게 나쁜 건 아니잖아.”

 래피드스타는 웃음을 멈추고 삐진 것처럼 고개를 돌렸다.

 “그렇기는 하지만…….”

 리암은 다시 래피드스타의 등으로 시선을 돌렸다.

 어째서 이 녀석은 그렇게까지 영웅이 되고 싶어 하는 걸까. 래피드스타가 되고 싶어 하는 영웅이라는 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위험에 자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내던질 만큼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걸까.

 래피드스타는 다시 표정을 고치고, 팔을 크게 들어 흔들면서 외쳤다.

 “자! 그러면 리암 형사님의 집 발코니까지 최고 속력으로 달린다! 가속도 붙을 테니까 꽉 붙들어 매라고!”

 “잠깐, 잠깐만. 갑자기 속도 올리지……우와아악!”

 리암은 급작스럽게 올라간 속도에 눈을 질끈 감고 래피드스타의 몸을 끌어안았다. 거친 바람이 두 사람을 스케이트보드에서 떨어트릴 것처럼 몰아쳤다. 이 주제로는 더 이상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던 걸까. 혼미한 정신 속에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는 래피드스타가 밝히지 않은 속마음에 대해서도 알 수 있게 되겠지. 래피드스타를 지금보다 훨씬 더 이해하게 되었을 미래에.

 

 “다들 굿 나이트! 오래간만이야!”

 이른 아침, 출근 시간을 몇 분 앞두고 도착한 래피드스타가 어린아이처럼 손을 흔들면서 휴게실에 발을 디뎠다. 방방 뛰어다니던 래피드스타의 미니스커트가 아슬아슬한 각도로 휘날렸다.

 잠도 제대로 못 잤을 텐데 태평하구만. 소파에 등을 기댄 리암은 길게 하품하면서 느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굿 모닝이겠지. 바보냐.”

 “지구 반대편 어디에선가는 아직 반짝반짝한 달이 하늘에 떠 있을 거라는 말씀. 우주적인 의미로 보자면 아침에 굿 나이트라는 인사를 하는 것도 꼭 잘못된 건 아냐.”

 “여기는 홍콩이야. 지구 반대편이 아니라.”

 “쌀쌀맞기는.”

 래피드스타는 종종걸음으로 다가와 리암의 두 볼을 살짝 꼬집어 이리저리 잡아당겼다.

 참자.

 참는 게 이기는 거다.

 리암은 래피드스타가 볼을 놓을 때까지 가만히 기다렸다. 질릴 때까지 리암을 가지고 논 래피드스타는 주변을 돌아보았다.

 “데보라 언니랑 여신님은?”

 “데보라 씨는 위 지휘실에 있어.”

 리암은 그렇게 말하면서 발코니 위쪽 지휘실을 가리켰다. 데보라는 경찰들이 넘겨준 자료들을 지휘실 테이블에 늘어놓은 채 살펴보고 있었다. 사건 수사가 원점으로 돌아간 지금, 다시 어디에서부터 길을 찾아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 거겠지. 리암은 손가락의 끝을 문으로 돌렸다.

 “그리고 비트는 저기 있고.”

 “뭐?”

 래피드스타는 고개를 갸웃하면서 몸을 빙글 돌렸다. 막 문을 열고 들어오는 비트의 모습이 보였다.

 머리에 갈색 바스크 모자를 쓰고 목덜미에 연푸른 목도리를 두른 비트는 하얀 원피스를 입고 도도한 걸음걸이로 들어왔다. 전부 래피드스타의 옷들이었다. 제대로 차려입은 비트의 모습은 어제 처음 만났을 때 이상으로 빛나 보였다.

 아무리 그래도 저 바스크 모자는 벗었으면 좋겠는데. 리암은 작게 중얼거렸다. 그 사이 래피드스타는 재빨리 비트에게로 다가가 자연스럽게 손을 잡고 끌어당기며 활기찬 목소리로 말했다.

 “숙직실은 어땠어? 괜찮았지?”

 “나쁘지는 않았어.” 비트는 덤덤하게 말했다.

 “다행이다. 거기 내가 생각날 때마다 청소했었거든. 지금까지는 한 번도 누가 자고 간 적은 한 번도 없었지만. 하하하!”

 래피드스타는 비트의 손을 놓고는 배를 움켜쥐며 웃었다. 세상에 입으로 ‘하하하’라고 말하면서 웃는 사람도 드물 거야. 리암은 커피테이블의 따스한 블랙커피를 홀짝이면서 오늘의 일정을 생각했다.

 함정수사를 계속 진행해야 할까. 아니. 이미 그런 건 다 글렀다. 리암은 스마트폰을 꺼내 인터넷의 최근 기사를 열어 보았다.

 단 두 사람의 UN 요원이 스캐빈저의 아지트에서 납치 피해자들을 구하다. 대문짝만하게 찍힌 리암과 래피드스타의 사진 두 장.

 이럴 줄 알았으면 래피드스타가 카지노를 나갈 때 머리에 비닐봉지라도 뒤집어쓰라고 했어야 했나. 신문 제목은 이렇게 실렸겠지. 비닐봉지가 납치 피해자들을 구하다! 물론 래피드스타 녀석이 순순히 그래줄 리도 없었지만.

 정 함정수사를 해야만 된다면 비트를 데려가는 것도 대안이겠지만, 저 ‘여신’님을 사람들 앞에 세워놓았다가 무슨 일이 일어날지 도저히 예상할 수가 없었다. 별 수 없이 다른 방법을 찾는 수밖에.

 그 때.

 “으아아아악!”

 “뭐, 뭐야!”

 시끄러운 비명소리에 깜짝 놀란 리암은 벌컥 몸을 일으켰다. 갑작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난 탓에 컵이 쓰러지며 커피를 흩뿌렸다. 막 출근한 채 문가에 멈춰선 임한수가 눈을 휘둥그레 뜬 채 휴게실 안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도대체 왜 저러는 거야. 리암은 쓰러진 컵을 세우며 말했다.

 “깜짝 놀랐잖아요. 무슨 일입니까.”

 “저, 저기. 저.”

 데보라가 난간으로 다가왔다. “왜 저러죠?”

 래피드스타가 고개를 갸웃했다. “드디어 머리가 망가진 것 같은데.”

 너무 게으름을 피우기만 하다 보니 드디어 사람이 돌아버린 건가. 그런 생각마저 들 정도로 임한수의 모습은 이상했다. 임한수는 눈을 비비면서 휴게실 안으로 한 발자국 발을 내딛었다.

 “저기 저 분은 도대체…….”

 아아. 리암은 그제야 임한수가 어째서 놀랐는지 알 수 있었다. 팀 에리스에 비트가 들어왔다는 걸 임한수는 아직까지 모르고 있었으니까.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크게 비명을 지를 것 까진 없었다고 생각하지만. 리암은 휴게실 한쪽 서랍에서 행주를 꺼내 커피에 던지며 말했다.

 “우리 팀에 새로 들어온 비트라고 해요.”

 비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뭐 그렇게 되었어.”

 “세상에나.”

 임한수는 눈을 비볐다.

 “우리 팀에 저런 분이 들어오다니……. 잠깐. 비트라고요?”

 래피드스타가 고개를 갸웃했다.

 “아는 사람이야?”

 임한수는 비트의 몸을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집요할 정도로 몇 번이고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비트의 표정이 조금 굳어졌다. 처음에는 의심 가득하던 임한수의 표정은 점차 경악으로 바뀌어갔다.

 임한수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도 안 된다는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휘청휘청 비트에게 다가갔다. 비트는 덩치 큰 임한수가 취한 것처럼 다가오자 팔을 들어 방어 자세를 하며 뒷걸음질 쳤다. 참 되게 의심 받고 있군. 리암은 작게 웃었다.

 “뭐야.” 비트가 말했다.

 “혹시 ‘몽환의 여신’ 비트?”

 “맞아.”

 “마왕 로키를 쓰러트리셨죠? 그러니까 그 바로 최근작에서요.”

 “최근작이 무슨 소리인지는 모르겠지만. 맞아.”

 “세상에나. 세상에나. 세상에나.”

 임한수는 리암을 돌아보았다. 임한수의 눈빛이 반짝거리고 있었다.

 “도대체 무슨 마법으로 이 분을 게임에서 꺼낸 거예요? 세, 세상에. ‘이더리얼 비트 스타라이트’ 시리즈의 비트랑 완전히 똑같잖아요!”

 “이, 이더 뭐요?”

 리암이 볼을 긁었다. 아마 로봇 비트를 만들어낼 때 사용한 ‘진짜 비트’가 등장하는 게임을 말하는 거겠지. 이더 뭐시기라고 했나. 벌써 까먹어버렸지만.

 임한수는 여전히 놀란 모습을 한 채 ‘게임이랑 완전히 똑같다’는 말을 중얼거리며 비트의 주변을 몇 번이고 빙글빙글 맴돌았다. 비트는 임한수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웃한 채 설명을 바라는 눈빛으로 리암을 지켜보았다.

 물론 말해준다고 하더라도 비트는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리암은 헛기침했다.

 “임한수 씨. 잠시만 와 보세요.”

 “그, 잠깐만 더 보면 안 될까요.”

 임한수는 아쉬운 표정으로 말했다.

 “비트를 너무 괴롭히면 안 됩니다.”

 “……예, 알았어요.”

 임한수는 투덜거리며 다가왔다. 그 모습에 래피드스타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멍한 표정을 지으며 팔짱을 꼈다.

 “변태. 앞으로 나랑 10m 거리 두고 서있어.”

 “변태 아니거든요!”

 리암은 티격태격하려는 두 사람 사이를 가로막으며 임한수를 비트에게서 조금 떨어진 장소로 데려갔다. 이걸 어떻게 설명해줘야 하나. 말을 돌려서 할지 고민하던 리암은 그냥 직설적으로 모든 걸 털어놓기로 했다.

 “사실 비트는 인간이 아닙니다.”

 “인간이 아니라고요?”

 임한수가 작은 소리로 물었다.

 “본인은 모르고 있지만 로봇이에요. 자기 자신은 스스로를 게임 설정대로 여신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지만.”

 임한수는 비트를 잠시 흘겨보았다. 리암의 말을 믿을 수 없다는 눈치였다.

 “하지만, 보통 로봇이라는 건 깡통 같은 강철 몸체에, 자의식도 없고, 명령된 내용만 매일 똑같이 반복하는 뭐 그런 거 아니에요?”

 “저 녀석은 조금 다릅니다. 그 게임의 데이터를 통째로 집어넣고 돌려서, 게임 속에 나오는 비트라는 인물의 인격을 재현해냈다고 하더군요.”

 리암은 잠시 고민하다 덧붙였다.

 “그 게임을 해 본 적이 없어서 얼마나 똑같은지는 모르겠지만요.”

 임한수의 목소리가 커졌다.

 “100% 똑같아요! 사람들을 내려다보는 것 같은 저 차가운 눈빛. 감정을 표현하지 않는 냉정한 모습. 그리고 저렇게 카리스마 있으면서도 아름답고 청초한 외모!”

 흥분한 임한수는 자신의 가슴을 마구 두드리며 목소리를 높였다.

 “제가 개인적으로 이더리얼 비트 스타라이트 시리즈의 팬인데. 형사님이 그 게임을 안 해 보셨다면 인생 반은 헛사신 겁니다. 저 게임이 미국에서 얼마나 흥행했냐 하면…….”

 이거, 이거. 비트에게까지 다 들리겠군. 리암은 임한수를 진정시켰다.

 “알았어요. 다음에 해 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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