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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운명을 삼키다
작가 : 우경
작품등록일 : 2017.6.23

어느날 머리에서 피를 흘리며 깨어난 아키아.
세상엔 그가 모르는 진실이 숨겨져 있다.
그는 자신에 대해, 세상에 대해 어디까지 알아낼 수 있을까?

 
변태(變態)(2)
작성일 : 17-07-17 08:44     조회 : 246     추천 : 0     분량 : 5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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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두 명의 전사에 의해 운반되어지던 게르바의 시체가 경련을 일으켰다. 경련은 점점 커져 온몸으로 확대됐다. 시체를 운반하던 이들은 단순한 사후 경직의 과정으로 알았던 경련이 심상치 않음을 깨달았다.

  그들은 위험을 알리기 위해 경호성을 발했다. 그 순간, 게르바의 배에서 얼굴 하나가 튀어나왔다. 기다란 목을 가진 얼굴은 어깨를 받치고 있던 전사의 손가락을 먹어치웠다.

 “으악!”

  검지손가락이 뜯겨나간 전사는 얼른 시신을 놓고 게르바의 곁에서 떨어졌다. 그는 검지손가락이 있던 자리를 꾹 누르며 웅얼거렸다.

 “소문이 사실이었어. 족장은 괴물에게 자신을 판 거야.”

 “소문?”

  손가락이 떨어진 전사의 말을 들은 아키아가 반문했지만, 두려움에 떠는 전사는 그의 말을 듣지도 못한 채 웅크려서 기도 했다.

 “κύριέ μου. Παρακαλώ να με προστατέψει.”

  주위를 둘러보니 대부분의 전사들이 손가락이 잘린 전사와 마찬가지로 오이모스 부족의 신에게 기도했다. 오이모스 부족의 미신적인 풍속에 참여하지 않은 이들은 탈을 쓴 전사들이 유일했다.

 “전사의 긍지도 없는 것들. 퉤.”

  한 팔이 잘린 타라쿵이 족장의 배에서 나온 생물에게 다가갔다.

  그동안 시체를 머리부터 배까지 먹어치운 얼굴은 탈태를 반복했다. 등껍질이 터지며 허물을 벗은 괴물은 기다란 목에서 팔이 돋아났다.

  꾸물거리던 팔을 움직여보던 얼굴은 목을 급격하게 늘려 근처에서 주문을 외우던 전사를 잡아먹었다. 뒤늦게 목과 연결된 게르바의 하체가 바닥에 끌려 얼굴로 움직였다.

  어찌나 빠르게 잡아먹던지 타라쿵이 반응할 새가 없었다. 휘마렌이 각성 단계에 든 후로 동체시력이 급격하게 좋아졌던 아키아도 순간적으로 얼굴의 움직임을 놓칠 정도였다.

  얼굴의 속도를 본 타라쿵이 긴장 한 채로 다가갔다. 반면, 아키아는 제자리에 서서 얼굴의 행태를 관찰했다.

  충분한 양분을 섭취한 얼굴은 게르바의 다리를 이용해 반듯이 섰다. 비틀거리던 걸음이 점차 안정되었다. 얼굴이 제자리에서 콩콩 뛰었다. 그때마다 게르바의 하체가 옷처럼 흘러내렸다. 게르바의 하체에 감춰진 얼굴의 매끈한 다리가 드러났다.

  얼굴은 다가오는 타라쿵을 바라보고 활짝 웃었다. 입맛을 다시면서.

  그는 입을 벌렸다. 새된 소리가 흘러나왔다. 고개를 갸웃거린 얼굴은 다시 한 번 입을 벌렸다.

 “나, 난, 게, 르, 바. 난 게르바. 너, 넌, 맛, 있, 어. 넌 맛있어.”

  고개를 다시 한 번 갸웃거린 얼굴은 이번엔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

 “넌 맛있어!”

  침이 한 움큼 고인 얼굴은 타라쿵을 향해 뛰어갔다. 타라쿵은 얼굴을 향해 왼손에 든 칼을 휘둘렀다.

  얼굴이 기다란 목을 이용해 타라쿵의 칼을 휘감았다. 입을 쩍 벌린 얼굴은 칼을 든 손을 먹기 위해 목을 길게 뺐다. 탄력적인 고무처럼 목이 늘어났다.

  타라쿵은 정신을 집중했다. 반사적으로 칼을 놓고, 쫓아오는 얼굴을 발로 차고 손날로 후려갈겼다. 그의 등에서 식은땀이 흘러나왔다. 타라쿵이 낮게 소성을 질렀다. 돼지탈을 쓴 전사 중 하나가 신호에 맞춰 자신의 칼을 던져주었다.

  머리가 바닥에 처박힌 얼굴은 고개를 들어 자신의 팔을 쳐다봤다. 장식물처럼 축 늘어트린 팔이 눈에 들어왔다. 얼굴은 타라쿵의 팔을 봤다. 근육질의 강인한 팔이 눈앞에 있었다.

  얼굴이 팔을 움직였다. 마지막 양분이 팔로 향했다. 팔의 굵기가 굵어지고, 매끈하던 팔에 각질이 생기며, 날카로운 손톱이 돋아났다.

  아키아는 인상을 찡그렸다. 그는 확신할 수 있었다. 얼굴과 지하도의 괴물이 흡사했다.

 “저거 싫은데.”

  아키아는 타라쿵의 어깨를 툭툭 건드렸다. 어깨에서 전해진 감각에 타라쿵은 뒤를 힐끗 바라봤다.

 “내가 맡을게. 넌 안 돼.”

  아키아의 말에 타라쿵의 기분이 상했다.

 “설마 그 팔로 싸우겠다고?”

  타라쿵은 침묵을 지켰다. 방금 전 자신의 팔 하나를 끊은 적의 동정을 듣고 싶지 않았다. 그렇다고 마냥 침묵하고 있을 수 없었다.

 “족장님의 끝은 내가 본다. 괴물에 먹혔다면 내가 먹어치우든지, 먹히겠어. 끼어들지 마라.”

  타라쿵은 앞으로 나갔다. 지척으로 다가오는 타라쿵을 보며, 얼굴의 입에 다시 침이 고였다.

  그는 얼굴을 세로로 그었다. 희미한 빛이 어린 칼이 얼굴을 향해 쇄도했다. 자신에게 날아오는 칼을 보고 얼굴은 손을 내밀었다. 얼굴의 예상에 칼이 손에 잡힐 줄 알았나보다. 하지만 칼은 궤적에 따라 손을 자르고 자나갔다. 손이 바닥에 떨어졌다.

  얼굴이 처음으로 인상을 썼다. 칼과 손을 번갈아보던 얼굴은 잘린 손을 절단면에 가져다댔다.

  안 붙어? 안 붙어? 안 붙어? 안 붙어?

  잘린 손을 뒤로 던진 얼굴이 말했다.

 “너, 싫, 어. 하, 지, 만. 넌 맛있지!”

  일그러진 표정으로 기괴하게 웃은 얼굴은 긴 목을 늘려 타라쿵에게 접근했다. 얼굴의 움직임을 놓친 타라쿵은 반 박자 느리게 반응했다. 얼굴의 진행 경로에 칼을 움직인 게 다였다. 칼의 위치를 피해 부드럽게 곡선을 그린 얼굴은 타라쿵에게 어금니를 들이댔다.

  타라쿵을 구한 건 아키아였다. 뒷목을 잡아챈 아키아는 타라쿵을 뒤편으로 던졌다. 그로 인해 얼굴은 이빨을 앙다문 모습만을 보여줘야 했다.

 “너, 도, 싫어.”

 “너가 날 싫어해도 어쩔 수 없어. 살 사람은 살아야지. 그보다 넌 누구야?”

 “나? 난 게르바.”

  아키아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니, 넌 게르바가 아니야. 게르바랑 모습도 다르잖아? 생각도, 성향도, 심지어는 입맛도 다르지. 넌 누구야?”

  아키아의 말을 들은 얼굴은 고민했다. 한참의 시간이 지났다. 얼굴에 대해 궁금한 아키아는 얼굴이 대답할 때까지 기다려주었다.

 “난, 그, 럼, 페사. 페사, 라고, 불러.”

  자신의 이름을 지은 얼굴은 말이 조금 더 유창해졌다.

 “넌, 흥미, 로와. 나중, 에, 먹어, 줄게.”

 “고맙긴 하지만, 내가 누군가에게 먹힐만한 사람은 아니어서. 그보다 넌 어떤 존재지?”

 “흥미로운, 주제, 야. 난 게르바에, 게서, 태어, 났지, 게르바의, 기억, 을, 가지, 고. 동시, 에, 난 다른, 기억도, 있어.”

  페사는 아키아의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궁금, 하지? 안, 가르, 쳐, 줄래.”

  더 이상 정보를 얻지 못하면 페사의 말을 들어줄 필요가 없었다. 페사를 난감하게 바라보던 아키아는 칼을 뽑았다. 유난히 어두운 검은 빛의 칼은 페사의 신경을 교란시켰다. 얼굴을 찡그린 페사는 아키아의 칼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했다.

 “그 칼, 뭐야.”

  페사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칼을 휘둘렀다. 이성이 존재하는 괴물. 인간의 언어를 말하는 괴물. 칼을 휘두르는데 망설일 수도 있는 부분이었다. 동족을 잡아먹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면. 아니, 괴물이니까 동족은 아닌 건가? 어쨌든.

  상념을 지운 아키아는 칼에서 멀어지려는 페사의 목을 벴다. 칼에 어린 검은 광채에도 불구하고, 페사의 목은 손과 달리 베이지 않았다. 기름을 바른 것처럼 미끄러졌다.

 “아프다.”

  페사의 말은 점점 능숙해졌다. 그만큼 표정변화도 다양해졌다.

 “그 칼 싫어. 저리 가.”

  페사는 뒤로 한걸음 물러나더니, 인상을 쓰면서 달아났다. 먹잇감을 찾던 하이에나처럼 움직이던 페사가 도망칠 줄은 짐작하지 못한 아키아는 벙찐 표정으로 타라쿵을 봤다.

  아키아에 의해 쪼개진 탈 사이로 타라쿵의 표정이 보였다.

  험악하게 얼굴을 구긴 타라쿵이 페사를 쫒아가며 말했다.

 “알아서 해결하려고 날 던진 거 아니었나?”

  내가? 그렇긴 한데, 그보다는 궁금증이 컸지.

  아키아는 속의 말을 입 밖으로 내뱉지 않았다. 어깨를 으쓱거린 아키아는 타라쿵의 뒤를 따라 페사를 쫓았다. 페사는 칼을 피해 나무집을 벗어나 행정 지역이 끝나는 절벽 끝으로 갔다.

  페사를 쫓던 아키아는 자신의 칼을 바라봤다. 처음 무덤에서 찾았던 칼은 검망(劍鋩)과 검병(劍柄)이 일체형에 검은색 일색이라는 점을 빼면 평범해 보이는 검이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의 칼은 일반적인 칼과는 다른 점이 두 가지가 있었다. 직접 칼을 들기 전까지 누구도 인식을 하지 못했다는 점과 해골전사의 기운을 흡수해서 손바닥에 매듭 문양의 문신을 새겼다는 점이었다.

  아키아는 자신의 손을 바라봤다. 손바닥의 매듭 문양이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문양의 빛은 페사와의 거리에 따라 진해졌다가 희미해지기를 반복했다. 칼을 잡자 문양은 칼의 손잡이로 번졌다. 손잡이에 나타난 문양은 손바닥에 나타났던 문양과 마찬가지로 페사와의 거리에 따라 빛의 밝기가 달라졌다.

  칼에 정신을 쏟던 아키아는 타라쿵이 발한 신경질에 정면을 쳐다봤다. 페사가 보이지 않았다.

 “걔는?”

  타라쿵은 아키아를 짜증이 가득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뛰어내렸다.”

 “뛰어내려?”

  타라쿵은 절벽 밑을 가리켰다.

 “그럼 죽었겠네?”

 “아니.”

  타라쿵은 다시 한 번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저기서 멀쩡히 뛰어가고 있지.”

  그가 가리킨 자리에 조그만 존재가 뛰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튼튼하기도 하지······.”

  타라쿵은 신경질적으로 한 숨을 쉬었다.

 “족장을 위해 싸우기도 이젠 애매하군. 난 그 괴물새끼나 막으러 가보겠다. 잡아먹던지 잡아먹히던지······. 끝이 날 때까지. 날 막을 텐가?”

  아키아는 말없이 타라쿵이 지나갈 수 있게 길을 비켜주었다.

 

  게르바가 죽었던 자리에서 커다란 불길이 치솟았다. 천천히 걸어서 돌아오던 아키아는 하늘로 올라가는 연기구름에 보폭을 잰걸음으로 바꾸었다.

  전투의 현장에서는 화장이 진행되고 있었다. 게르바가 묵었던 나무집, 소지품, 게르바의 하체, 페사의 잘린 손. 모두 불길에 휩싸여 재로 변해갔다. 라넨은 붉은 빛을 토해내는 불길이 바라봤다.

  한참을 응시하던 라넨은 고개를 불길에 고정시키고 넋두리를 늘어놓았다.

 “동생과 친하진 않았지. 친할 수가 없었어. 오래전 형님이 돌아가시고 동생은 무(武)에 집착했지. 나와 성향이 달랐던 거야.”

  한동안 말이 없던 그는 불길이 잠잠해지자 다시 말을 이었다.

 “이미 동생과 사생결단을 내기로 했을 때 마음의 준비가 된 줄 알았는데······. 착잡하군. 죽기 전의 동생은 게르바였던 건가? 아니면 이미 괴물이었던 건가? 혼란스러워. 이미 각오하고 왔는데도·······. 이제는 동생만 어처구니없이 죽은 것처럼 느껴지는군. 꼴이 우스워졌어.”

  아키아는 라넨을 위로했다.

 “이미 괴물의 일부분이었다면, 족장님께서는 동생을 죽인 게 아니겠죠. 동생을 죽인 괴물을 죽인 겁니다.”

 “고맙네.”

  그는 다시 말없이 불길을 바라봤다.

 “그럼, 필요했던 모자는 준비해 놓겠네. 하우롱 여사의 집에 있으면 사람이 갈 걸세.”

  말을 끝낸 라넨은 불길을 뒤로하고 거처로 돌아갔다. 이해관계에 의해 동생을 죽였지만, 유품하나 남기지 못한 상황이 슬펐던 걸까? 발걸음이 유난히 쓸쓸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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