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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에리스의 기사
작가 : 박서희
작품등록일 : 2017.7.15

마법과 과학이 뒤엉켜 발전한 1987년의 홍콩.
우연히 내면에 잠든 마법의 재능을 발견한 스코틀랜드의 형사 '리암 로플린'은 UN의 국제수사기관 '팀 에리스'에 초청받아, 동료들과 함께 인류가 알아서는 안 되는 우주 바깥의 힘을 써서 범죄를 저지르려는 자들과 맞서 싸우게 된다.

 
#1. 홍콩, 운명의 도시 (5)
작성일 : 17-07-16 11:14     조회 : 245     추천 : 0     분량 : 5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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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보라의 설득이 있었기에 리암은 함정수사를 계속 이어나가기로 결정했다. 데보라가 없었더라면 함정수사는 그 날을 끝으로 완전히 포기해버리고 말았을 것이다.

 래피드스타 역시 사건 수사 첫날에 대형 사고를 친 것이 부끄러웠던 듯 다음 날부터는 한층 조용하게 사건 현장을 맴돌았다. 물론 늘어지게 하품을 하며 벽에 등을 기대고 졸기는 했지만. 벽을 안 때려 부수는 게 어디인가. 그 정도면 래피드스타로써는 최대한 노력한 거겠지.

 다행인지 불행인지 며칠 정도는 아무런 사건도 일어나지 않았다. 식사를 할 때나 잠시 휴식을 취할 때를 제외하고 두 사람은 하루 종일 과거 실종 사건이 일어난 자리에서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아무런 수상한 자들도 발견할 수 없었다. 마치 범인들이 두 사람의 함정수사를 피해 다니는 것처럼.

 물론 실종사건이 종결을 맞이한 것은 아니었다. 며칠 사이 한 사람의 실종자가 더 나타났으니까. 다만 두 명이 기다리고 있던 자리와는 전혀 다른 곳이었다.

 역시 인력이 부족했다.

 몇 곳을 동시에 감시할 수 있다면 새로운 실종 사건을 잡아낼 수 있을 지도 몰랐는데. 리암 자신을 포함해 홍콩 전체를 돌아다녀야 하는 팀원은 총 네 명. 그 중에서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인원은 비마법사에 운동부족인 임한수와 두 다리가 없는 데보라를 제외한 리암과 래피드스타 단 두 명뿐이었다.

 UN은 도대체 여기에 사람을 안 넣어 주고 지금까지 뭐를 한 거야. 가능하다면 뉴욕 UN본부에라도 쳐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렇게 실종 사건 수사 6일째의 날이 저물었다.

 “아무래도 내 옷의 디자인에 문제가 있었던 것 같아.”

 잠입 장소를 떠나 버스 정류장에서 차를 기다리는 사이, 문득 래피드스타가 말을 걸어 왔다. 리암은 고개를 돌렸다. 패션에 대한 지식은 없었지만 그다지 디자인이 떨어지는 옷차림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는데. 리암의 생각을 읽은 것처럼 래피드스타가 곧장 말했다.

 “범죄자들의 눈에 띄려면 개성이 있어야 하는데. 너무 평범한 옷차림 같다는 거지.”

 리암은 래피드스타를 위아래로 훑었다. 반짝거리는 푸른색 보석 목걸이. 왼손에만 찬 금색 팔찌더미. 괴기스러운 노래가사와 해골더미가 그려진 섬뜩한 검은 후드티. 만날 때마다 왠지 점점 더 짧아지는 것 같은 미니스커트.

 “맙소사. 평범함 다 얼어 죽는 소리 하네.”

 “이정도 패션은 힙합 정신에서는 보통이지.”

 “힙합 모욕 그만 해라.”

 황당해진 리암이 말했다.

 “쯧쯧.” 래피드스타는 손가락질했다. “그런 고전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어서는 살아남지 못해. 포스트하고도 모던한 정신으로 살아가야지. 이름하야 포스트모더니즘 힙합 소울이라고나 할까.”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역시 이 녀석이랑은 상관하지 않는 게 좋겠다. 데보라도 틀릴 때가 있는 것 같았다. 래피드스타는 확실히 제정신은 아니었다.

 리암이 자기를 한심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걸 짐작한 듯. 래피드스타는 리암의 옆구리를 꼬집으며 고개를 들이밀었다.

 “이봐! 내 말 듣고 있는 거야?”

 “아야야! 뭐 하는 거야!” 리암은 몸을 움츠리며 물러섰다.

 “내 말을 제대로 안 들으니까 그렇지.”

 “들을 가치가 있는 말이었으면 들었어.”

 “바보.”

 “뭐야?”

 “아무 말도 안 했는데.” 래피드스타는 혀를 내밀었다. “메롱.”

 참자.

 어른인 내가 참아야지.

 심호흡하자. 하나. 둘. 셋.

 그 때. 버스 정류장 옆에서 지팡이를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리암은 고개를 돌렸다. 중절모를 쓰고 하얀 정장과 장갑을 입은 백발의 노신사가 입가에 옅은 미소를 지은 채 두 사람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런 늦은 시간에 어디를 다녀오는 길일까. 병원이라도 갔다 오는 걸까. 그런 생각들을 하는 사이 노신사는 지팡이를 짚으며 두 명의 사이로 다가왔다.

 “연인 사이인가?”

 “아닙니다.” “절대 아냐.” 두 명은 동시에 말했다.

 노신사는 두 명의 반응이 재미있는 듯 웃었다.

 “입으로는 아니라고 말하고 있지만, 그렇게 서로의 반응이 동시에 겹쳐진다는 것 자체가 마음이 통한다는 의미지.”

 그게 그렇게 해석이 되나. 리암은 머쓱하게 뒷머리를 긁었다. 래피드스타는 쀼루퉁한 얼굴을 한 채 노신사에게 다가갔다.

 “할아버지는 어디 갔다 오는 길이야?”

 “그레그 웡 대선사라고 아나?” 노신사는 찡긋 웃었다.

 그레그 웡이라. 얼마 전 텔레비전에서 보았던 노인의 모습이 떠올랐다. 죽음 이후의 삶에 대해 강조하던 그 인간 말인가. 노신사는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이야기를 계속했다.

 “내가 나이가 나이다보니 이제 죽음 이후의 삶을 고민해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시간 낭비일 걸요. 그런 사기꾼의 말을 듣고 있는 건. 리암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코트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었다. 자칭 대선사라는 노인네. 이 불쌍한 노신사에게도 온갖 사기를 치면서 헌금을 뜯어냈을 것이 분명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 저편에서부터 버스의 불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집으로 돌아갈 버스였다. 노인은 자신의 정장 안주머니에서 표 한 장을 꺼냈다.

 “이렇게 만나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던 것도 인연인데. 헤어지기 전에 이걸 주겠네.”

 리암은 표를 받았다. 대선사의 공개 강연 입장 초대권이었다. 빳빳한 표에는 이 표 한 장이면 세 명까지는 무료입장이 가능하다고 적혀 있었다. 그래. 입장은 무료고 그 안에서 파는 가짜 만병통치약은 유료겠지. 노신사는 리암의 뚱한 표정을 눈치 채지 못한 것처럼 웃었다.

 “원래는 자식들에게 주려고 했는데, 그 녀석들이 안 받으려고 하지 뭔가.”

 “뭐. 음. 나중에 관심이 생기면 가겠습니다.”

 노신사가 보이지 않게 되면 나중에 버려야겠다. 리암은 표를 코트 안주머니에 넣었다. 래피드스타는 꾸벅 고개를 숙였다.

 “선물 고마웠어요.”

 외면을 빨갛게 칠한 작은 버스가 정류장 앞에 멈췄다. 노신사는 다른 노선으로 가는 버스를 타는 듯 버스에 오르지 않았다. 인공지능 기기가 움직이는 텅 빈 버스의 운전석을 지나 두 사람은 버스 중간 자리에 앉았다. 래피드스타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면서 리암을 향해 머리를 들이밀었다.

 “똑똑하신 형사님이 사이비 종교에 관심을 보이실 줄은 몰랐는데.”

 “관심 없거든. 그 분이 주려고 하시는 데 무시할 수는 없잖아.”

 “정중하게 사양할 수도 있었잖아.”

 “뭔지 받고 나서 알았는데 어떻게 사양을 해.”

 “흐음. 그렇기는 그런가.”

 래피드스타는 혼자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참 대하기 어려운 녀석이야. 리암은 창밖을 돌아보았다. 느린 속도로 움직이는 창문 너머로 현란하게 빛나는 홍콩의 야경이 보였다.

 “평소대로 너는 네 집 근처 정류장에서 내리고 나는 내 집 근처 정류장에서 내릴 거야. 밤길 조심해서 돌아가고 내일 본부에서 다시 만나자.”

 “이 함정수사는 언제까지 하는 거야?”

 “범인이 잡힐 때 까지.”

 “만약 안 잡히면?”

 “그래도 잡힐 때 까지.”

 “참 끔직도 하네.”

 래피드스타는 한숨을 내쉬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나도 너랑 같이 이런 고생 하는 게 별로 달갑지 않단 말이야. 리암은 턱을 괸 채 빠르게 스쳐지나가는 창문 바깥의 모습으로 관심을 돌렸다.

 어느새 버스는 어두컴컴한 상가로 들어섰다. 이 근방은 그다지 사람이 많지 않았다. 캐세이의 재앙 이후 이곳 가게들이 대부분 문을 닫은 탓이었다. 배가 잘 안 들어오게 됐으니 가게의 재고도 떨어졌겠지.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가로등의 불빛까지 꺼져 있으니 공동묘지에라도 온 것 같은데. 그런 생각을 하며 리암은 주변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 즈음. 짧은 순간 차창 너머로 무언가가 스쳐지나갔다. 그 ‘무언가’를 발견한 리암의 몸이 크게 움찔거렸다. 맙소사. 이런 곳에서.

 “잠깐만!”

 리암은 급하게 몸을 일으켜 버스 중앙으로 빠져나왔다. 래피드스타는 당황해 몸을 일으키며 주변을 돌아보았다.

 “뭐야, 무슨 일 있어?”

 리암은 래피드스타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버스 뒤쪽으로 달려가 창문을 열었다. 멀어져가는 갓길. 두 명의 청년들이 강제로 행인을 붙들어 승합차에 집어넣고 있었다.

 찾았다.

 리암은 운전석으로 달렸다.

 “이봐! 당장 차 세워!”

 “정류장 이외의 장소에서는 승하차가 불가능합니다.” 로봇이 기계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야! 이 꼴통 쇳덩어리가!”

 “도대체 무슨 일인데?” 래피드스타가 달려왔다.

 “미치겠네. 뒤에 범인들이 있어!”

 “뭐라고?”

 “됐으니까 빨리 하차 벨 눌러!” 리암은 소리쳤다.

 “정류장 이외의 장소에서는 승하차가 불가능합니다.”

 리암은 잠에서 덜 깬 표정으로 어리둥절하게 자신을 올려다보는 앞좌석의 노인들을 피해 버스 중앙의 문으로 뛰었다. 버스가 가까운 곳의 정류장에 멈추자마자 두 사람은 허둥지둥 뛰어내렸다.

 도대체 그 녀석들은 어디에 있지? 리암은 황급하게 주변으로 시선을 돌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막 속도를 올리려던 버스를 반대차선을 통해 추월하는 승합차의 모습이 보였다. 리암은 반사적으로 승합차를 가리키며 외쳤다.

 “저 차야!”

 “참 빨리도 말해주네.” 래피드스타가 투덜거렸다.

 “버스가 빨리 안서니까 그렇지! 젠장.”

 리암은 코트 안쪽에 손을 넣었다. 낡은 리볼버 한 정이 손에 잡혔다. 자동차 바퀴에라도 쏠까. 권총을 꺼내려던 리암은 도로 손을 뺐다. 빛 하나 없는 어두운 거리. 이런 곳에서 달리는 차의 바퀴를 맞출 실력도 자신도 없었다.

 운 좋게 차가 선다고 해도 문제였다. 차가 급정거하면서 사고라도 터졌다가는 납치된 피해자가 다칠 가능성이 있었다. 젠장. 리암은 스스로의 무력함을 느끼면서 옆에 있던 쓰레기통을 발길질했다. 발에 채인 무쇠 쓰레기통이 빙글 돌았다.

 “형사님, 이쪽으로!”

 어느새 상가 골목으로 들어간 래피드스타가 리암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저 녀석은 이런 급한 상황에서 뭘 하고 있는 거야. 리암은 멀어져가는 승합차를 힐끔거리면서도 래피드스타에게 다가갔다. 래피드스타는 골목길에 끈으로 돌돌 묶여 방치된 더러운 양탄자를 끌어내고 있었다.

 “당장 이 끈 좀 풀어 줘!”

 “지금 뭐 하는 거야?” 리암이 황당함과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마법으로 이 양탄자를 띄워 올릴 거야. 이거로 따라가면 잡을 수 있어!”

 아, 그래. 우리는 마법사였지.

 하늘을 나는 양탄자라니. 너무 동화 같은 이야기라 전혀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이 짧은 시간에 주변의 잡동사니들을 살피고 승합차를 쫓아갈 방법을 찾아낸 순발력만큼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리암은 코트 안주머니에서 꺼낸 다용도 칼로 양탄자를 묶은 줄을 끊었다.

 “다용도 칼을 갖고 다녀?” 래피드스타가 물었다.

 “나중에 네가 밧줄로 팔다리 묶여서 수조에라도 빠지면, 누가 밧줄을 끊어 줘야 할 거 아냐.”

 래피드스타는 몸을 떨었다.

 “으으. 생각 안 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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