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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에리스의 기사
작가 : 박서희
작품등록일 : 2017.7.15

마법과 과학이 뒤엉켜 발전한 1987년의 홍콩.
우연히 내면에 잠든 마법의 재능을 발견한 스코틀랜드의 형사 '리암 로플린'은 UN의 국제수사기관 '팀 에리스'에 초청받아, 동료들과 함께 인류가 알아서는 안 되는 우주 바깥의 힘을 써서 범죄를 저지르려는 자들과 맞서 싸우게 된다.

 
#1. 홍콩, 운명의 도시 (2)
작성일 : 17-07-15 22:28     조회 : 229     추천 : 0     분량 : 5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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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암은 소녀를 돌아보았다. 갑자기 질문 공세를 퍼부어대 당황하기는 했지만, 그 이상으로 데보라에게 상처를 입지는 않았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아무리 이런 곳에서 일하는 소녀라고 해도, 고작 중학생 아니면 고등학생 정도 밖에는 안 되어 보이는 아이였으니까.

 하지만 소녀는 데보라의 말 정도에는 전혀 위축되지 않는다는 듯, 오히려 생글생글 미소를 지으며 데보라의 등을 세게 때렸다.

 “뭐 그렇게 세게 나올 것 까지는 없잖아, 언니. 새로 오신 분을 환영해 주고 싶어서 그런 건데 이해해야지. 안 그래? 웃어봐, 웃어. 이렇게. 하하하하!”

 “안되겠어. 좀 맞죠.” 데보라는 소녀에게 달려들었다.

 “우와악! 일단 후퇴! 전략적 후퇴!”

 소녀는 두 팔을 뻗어오는 데보라를 재빨리 몸을 숙여 피하고는 날다람쥐 같은 솜씨로 달려 휴게실의 소파 위로 몸을 던졌다.

 이거 참. 상처 안 입어서 다행이라고 해야 하는 건지. 아니면 왜 저렇게 정신이 없냐면서 무어라 해야 하는 건지. 리암은 멋쩍게 웃으면서 휴게실 안으로 들어왔다. 그 사이 천천히 계단을 내려온 청년이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원래 우리 팀 분위기가 늘 이래서요.”

 “아니요. 뭐. 생기 넘쳐서 좋네요.”

 리암은 머쓱한 표정을 짓는 청년을 보며 말했다. 관리되지 않은 외모와 기운 없어 보이는 얼굴을 가진 뚱뚱한 체격의 동양인 청년이었다. 청년은 뿔테 안경을 고쳐 쓰고는 어색하게 인사를 건넸다.

 “저는 임한수라고 합니다. 컴퓨터 지원업무 담당이에요. 잘 부탁드립니다.”

 “외국 분이시군요.”

 데보라가 끼어들었다.

 “우리 팀에서 영국인은 저하고 리암 씨밖에 없어요. 남은 두 분은 영어를 잘 하는 외국인들로 뽑았죠.”

 “다국적 팀이라는 느낌이네요.”

 리암은 고개를 끄덕였다.

 “영국 영토에서 활동하기는 하지만 어차피 팀 에리스는 영국 기관이 아닌 UN의 기관이니까요.”

 “뭐……유학 왔다가 어떻게 하다 보니…….”

 임한수는 쭈뼛거리며 물러섰다. 사교성이 있어 보이는 성격은 아니로군. 방금 그 소녀와는 완전히 정 반대 성격의 인물이었다. 데보라는 휴게실 중간으로 걸으며 이야기를 이었다.

 “저기 저 소파에 누워 있는 바보 녀석은 래피드스타라고 해요. 좀 둔하긴 하지만 홍콩 최강, 아니. 동아시아 전체를 뒤져도 저 녀석보다 재능이 뛰어난 마법사는 없다고 자신할 수 있습니다.”

 “바보 아니거든!”

 래피드스타는 큰 소리로 외치면서 소파에 있던 베개를 집어 데보라에게 집어던졌다. 데보라는 능숙한 솜씨로 베개를 낚아채 다시 래피드스타에게 되돌려주었다. 정확한 궤도를 그리며 날아간 베개는 래피드스타의 머리를 맞추며 떨어졌다.

 “물론 그렇겠죠.” 데보라는 빈정거렸다.

 잠깐만.

 뭔가 이상한 단어가 나온 것 같은데. 리암은 헛기침했다.

 “대강 알겠습니다. 그런데 ‘래피드스타’는 뭡니까?”

 “래피드스타는 래피드스타죠.”

 데보라는 무심하게 말했다. 오히려 자기가 과민반응을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리암은 당혹을 드러내며 물었다.

 “아니 그게 아니라. 실제 이름이 아닌 것 같은데요?”

 “물론이죠. 저 녀석. 팀 에리스에 가입하면서 실명을 안 밝혔거든요. 래피드스타는 일종의 예명인 셈이죠.”

 마치 오늘 오후에는 비가 올 것 같다는 말을 하는 것처럼 태연한 목소리였다. 그러니까 기본적인 신원 파악 조치도 안 하고 받아들여주었다는 말인가. 어처구니가 없어진 리암은 맥 빠진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도 되는 겁니까?”

 “누군가 그랬던 것 같네요. ‘겉모습이 중요한 게 아니죠. 정말 중요한 건 그 내면의 모습이지’라고.”

 데보라는 리암을 곁눈질했다. 이건 너무 잔인한 공격 아닌가. 리암은 억지웃음을 지었다.

 “이름은 둘째 치고. 일하기 적합한 옷차림도 아니네요.”

 “힙합 스타일!” 래피드스타가 박수를 쳤다. “살아있는 예술혼이 느껴지지 않아?”

 “안 느껴져.”

 왜 예술혼이 느껴져야 하는 건데.

 데보라는 가볍게 헛기침을 하고는 이야기를 이어나가기 위해 노력했다.

 “비록 이름이 뭔지도 모르기는 하지만 저 녀석은 팀에 아주 큰 도움이 된답니다.”

 “마법사로군요.” 리암이 자신의 추측을 말했다.

 “그렇답니다. 거기에다가 래피드스타는 ‘별의 아이’거든요.”

 별의 뭐? 리암은 래피드스타를 돌아보았다. 래피드스타는 여전히 생글생글 웃으면서 리암에게 손을 흔들어주고 있었다. 별의 아이라니. 무언가 이상한 상상이 떠오르는데.

 리암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저 녀석. 외계인입니까?”

 데보라는 놀란 표정으로 손을 내저었다.

 “100% 지구인입니다. 가끔 외계에서 온 게 아닐까 하는 행동을 하기는 하지만요.”

 데보라는 그렇게 말하면서 래피드스타의 맞은편 다른 소파에 몸을 기댔다. 리암은 데보라를 까라 소파에 함께 앉았다. 진지한 설명을 해 주려는 것 같았다.

 모두가 소파 근처로 모이자 임한수가 세 사람을 위해 녹차를 한 컵씩 내려주었다. 임한수는 슬그머니 세 사람 곁에서 떨어지며 말했다.

 “이제 퇴근해도 되겠죠? 인사도 한 것 같고요.”

 데보라는 손을 흔들었다.

 “그러세요.”

 데보라의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임한수는 재빨리 짐을 챙겨 나갔다. 어지간히 집에 가고 싶었던 모양이로군. 리암은 녹차를 한 모금 마셨다. 데보라는 방을 나가는 임한수를 슬쩍 보았다.

 “임한수는 게으르고 소심한데다가 사람들이랑 말도 제대로 못 섞는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능력은 대단합니다. 원래는 아마추어 해커였다고 하는데, 필요할 때 뒤에서 밀어 주는 사람만 있다면 무슨 일이라도 해낼 수 있는 녀석이죠.”

 “그렇군요.”

 리암은 고개만 끄덕였다. 어차피 오늘 막 온 참이고, 이곳 사람들이 뭐에 뛰어난지도 모르고 있었으니까. 데보라는 자신의 녹차를 한 모금 홀짝이며 주제를 돌렸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갈까요. 평범한 마법사들은 마법의 재능이 있다고 하더라도 후천적으로 인생의 어느 시점에 재능이 개화하고, 그 이후에도 힘겨운 교육을 통해 훈련하지 않으면 마법을 절대 다루지 못합니다. 마법의 힘이 담겨 있는 물건을 발동시키는 정도는 재능만 있다면 바로 할 수 있지만요.”

 리암은 고개를 끄덕였다. 리암이 마법을 도구 없이 다루는 법을 배운 것도, 그 날의 사건 이후의 일이었다.

 “마법과학을 이룬 선조 문명의 유적이 남극에서 발견되기 이전 우리 인류가 마법을 쓰지 못한 것도 그것 때문이었죠. 재능이 있어도 마법을 배우지 못했었으니까요. 리암 씨도 경찰 일을 하다 재능에 눈뜨셨죠?”

 “아주 멋진 경험이었죠.”

 리암은 웃었다.

 “보통 그런 드라마틱한 각성은 못 하거든요.”

 “하지만 래피드스타는 달라요. 대단한 재능을 가지고 있을뿐더러, 다른 누구에게도 마법을 배우지 않았지만 마법을 자기 몸의 일부처럼 자유롭게 다룰 수 있죠. 평범한 마법사인 저나 리암 씨는 정신을 강하게 집중하고 마법의 힘을 의식해서 끌어내야만 마법을 부릴 수 있지만.”

 데보라는 그렇게 말하면서 두 손을 모아 정신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모은 손 위에 잔잔한 바람이 손바닥 크기의 회오리가 되어 맴돌았다. 데보라는 손을 리암 방향으로 풀어 바람을 흘려보내며 래피드스타를 돌아보았다.

 “저 아이는 굳이 의식하지 않고도 자기 몸을 움직이는 것처럼 마법을 부릴 수 있죠. 래피드스타. 바람 한 번 불어보겠어요?”

 래피드스타는 손을 들었다.

 “이렇게요?”

 래피드스타가 손을 흔들자 거센 바람이 리암의 얼굴로 몰아쳤다. 거의 선풍기 몇 개를 묶어서 틀어놓은 수준이었다. 옆자리에 앉아 있었던 데보라가 슬그머니 녹차 컵을 옆으로 치우며 몸을 피했다. 강한 바람 때문에 소파가 덜거덕거리는 소리를 내며 흔들렸다.

 잠깐.

 이건 너무 세잖아.

 너무.

 눈을 뜰 수 없게 된 리암은 바닥으로 나뒹굴지 않게 다리에 힘을 주어야 했다. 리암은 손을 세차게 휘두르며 소리 높여 외쳤다.

 “그만, 그만!”

 “이제 그만 하세요.” 데보라가 말했다.

 “네에.”

 래피드스타는 손을 휘둘러 몰아닥치던 바람을 껐다. 맙소사. 눈알 뒤집어지는 줄 알았네. 리암은 얼굴을 쓸어내리며 힘겹게 말했다.

 “놀랍군요.”

 데보라는 찡긋 웃으며 도로 소파에 앉았다.

 “마치 우주 너머 별들의 축복을 받은 것처럼 래피드스타는 아무런 노력 없이도 마법을 자유롭게, 남들보다도 뛰어나게 다룰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인류 역사상 이런 사람들의 수가 두 자릿수가 안 된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별의 아이라는 별칭이 붙었죠. UN 내에서도 요주의 연구 대상입니다.”

 “결국 래피드스타가 희소한 능력을 가진 아이이기 때문에 아무런 신원조회도 하지 않고 바로 팀에 받아들여줬다는 거군요.”

 리암은 데보라의 말을 머리로는 이해했지만 마음으로는 여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투로 말했다. 데보라는 부정적인 리암의 말을 가볍게 흘려보내며 그저 입가에 옅은 웃음기만을 지은 채 등받이에 몸을 편하게 눌렀다.

 “이 아이와 함께 지내보시면 알게 될 거예요. 래피드스타가 얼마나 대단한 아이인지. 그리고 또 얼마나 놀라운 능력을 가지고 있는 지.”

 

 아무리 대단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믿음이 가지 않는 건 어쩔 수 없는 법이다. 앞으로 이곳에서 잘 지낼 수 있을까. 그런 의심은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었다.

 녹차를 마시고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자 금세 헤어질 시간이 찾아왔다. 데보라는 리암을 집까지 태워다주겠다고 말했지만, 리암은 굳이 데보라의 제안을 거부하고 팀 에리스 건물을 나왔다. 앞으로 오랜 시간 살게 될 홍콩을 직접 거닐어보고 싶었던 탓이다.

 2층 버스를 타고 리암은 휘황찬란하게 빛나는 홍콩의 도심을 돌아보았다. 고전적인 미가 그대로 남아 있는 스코틀랜드의 에든버러 시와는 전혀 다른, 하늘을 향해 높게 솟아 오른 현대적인 건물들이 끝없이 펼쳐졌다. 홍콩에 오게 된지 얼마 되지 않은 탓일까. 새로운 도시의 모습은 아직 어색하게 느껴졌다.

 “안녕, 나의 집.”

 리암은 작은 소리로 중얼거리며 집 문에 열쇠를 꽂았다. 중심가에서 비껴선 곳에 세워진 낡고 허름한 서민 아파트. 옆집에서 대화하는 목소리까지 벽을 통해 그대로 들리는 좁아터진 집.

 아버지와 같이 살던 옛 집은 이곳처럼 작지 않았는데. 새삼스럽게 돌아가신 아버지가 떠오르는 날이었다. 고향을 떠나 먼 홍콩 땅으로 이사 오게 된 것이 원인일까. 이미 잊어버린 줄 알았던 아픈 기억이 떠오르는 건 유쾌한 일만은 아니었다.

 리암은 여행 가방을 거실 겸 침실 겸 부엌 한쪽에 밀어두었다. 낡은 침대 하나와 그 맞은편 벽에 붙은 텔레비전. 그리고 고개를 돌리면 곧바로 도시가 보이는 발코니. 좁은 공간이었지만 있어야 할 것들은 전부 모여 있었다.

 “내일부터 새로운 삶의 시작이군.”

 리암은 침대 위에 앉아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 텔레비전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리암의 말소리에 반응하듯 옆집에서 술 취한 남자의 횡설수설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이래서야 제대로 밤에 잠도 못 자겠군. 리암은 씁쓸하게 웃으면서 몸을 일으켰다. 이제 잠들 준비를 해야만 했다. 새로운 도시에서의 새로운 출발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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