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판타지/SF
운명을 삼키다
작가 : 우경
작품등록일 : 2017.6.23

어느날 머리에서 피를 흘리며 깨어난 아키아.
세상엔 그가 모르는 진실이 숨겨져 있다.
그는 자신에 대해, 세상에 대해 어디까지 알아낼 수 있을까?

 
기습(2)
작성일 : 17-07-14 08:27     조회 : 274     추천 : 0     분량 : 4358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아키아는 입구 앞에 나가길 망설였다. 주거 지역 한 가운데 존재하는 입구는 눈에 띌 수밖에 없는 장소이다. 입구에서 나올 때는 급한 마음이 커서 일 족장의 수하들에게 걸렸지만, 지금도 그때처럼 행동할 순 없는 법이었다. 거리에는 일 족장의 수하들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로브로 얼굴을 가린 아키아는 일 족장의 수하들이 도착할 때까지 기다렸다. 그는 이 족장의 감시자들을 피해 일 족장의 수하들이 어떻게 나타날지 궁금했다.

  자정이 되자, 부엉이 소리가 울려 퍼졌다. 자정을 알리는 부엉이, 히르메스였다. 동시에 입구를 둘러싼 집의 불들이 일제히 꺼졌다. 어둠이 짙어지니, 발자국소리가 뚜렷이 들렸다. 총 열 명이 움직이는 소리였다.

  아키아도 어둠을 틈타 입구로 다가갔다. 라넨을 태운 가마를 든 4명의 전사를 포함해 10명의 전사가 보였다. 그들 중 두 명은 소탈을 쓰고 있었고, 나머지는 모두 돼지탈을 쓰고 있었다.

  가마에 올라타 있던 라넨이 말했다.

 “혹시나 싶었는데, 다행히도 제때 와주었군?”

  아키아는 라넨의 말을 통해 그가 자신을 완전히 신뢰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저를 완전히 믿지 않았군요?”

 “어떻게 완전한 신뢰를 보낼 수 있겠나? 친형제도 믿기 힘든 판국에.”

 “하지만 믿기 힘들다고 말한 거에 비해 너무 대담하게 오신 것 아닙니까?”

  라넨은 빙긋 웃었다.

 “자네도 게르바와 척을 진 사이 아닌가? 자네가 게르바에게 꼰지른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네.”

  라넨은 자신이 선택한 꼰지른다는 단어가 웃겨 턱살을 출렁인다. 주변의 전사들도 하나둘 킥킥대며 웃었다. 아키아는 뭐가 웃긴지 이해하기 힘들었다. 이 아저씨는 성격은 좋은데 제정신은 아닌 듯싶다.

 “긴장감은 모두 해소한 것 같으니, 이제 출발합세.”

  잠시 후 안색을 굳힌 라넨이 신호를 보냈다. 부엉이 울음소리가 다시 한 번 퍼졌다. 그러자 절벽 쪽에서 올빼미 소리가 울려왔다. 화답을 들은 일 족장 전사 무리는 그제야 입구 안으로 들어갔다.

  지하도 입구로 들어간 일 족장 무리가 처음 본 광경은 토막 난 괴물의 사체였다. 괴물의 신체는 하루 만에 급격히 말라 부서지기 직전의 모습을 띄었다. 그 덕분에 끔찍한 흔적이 대부분 사라져 라넨의 전사들은 그 모습을 역겨워 하지 않았다. 그보다 전사들은 처음 와보는 지하도의 기이함을 두려워했다. 그들은 편의시설을 지날 때마다 흘러나오는 음악에 깜작 놀라 칼을 치켜세웠다.

  라넨의 전사들은 긴장한 채로 상층으로 가기 위한 계단으로 다가갔다.

  계단의 양쪽 벽은 투명한 창으로 막혀 있어서 폭이 좁았다. 도무지 가마가 통과할 너비가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라넨은 두발로 일어서야 했다. 비대한 몸을 두 다리가 받칠 수 있을지 걱정이 들었는데, 그것은 기우에 불과했다. 라넨의 손등에서 희미한 빛이 새어나오자, 신체가 변화하기 시작했다. 출렁이던 살이 탄력적으로 변하며, 다리근육에 힘을 보탰다.

  미약한 빛에 다른 이들은 보지 못했지만, 아키아는 라넨의 손에서 흘러나오는 빛을 놓치지 않았다. 빛은 공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낙인?’

  그 모양은 낙인의 형상처럼 보였다.

  아키아는 자신의 손등을 살펴보았다. 아무리 손등에 힘을 주어도 라넨과 같은 낙인의 빛은 나오지 않았다.

 ‘낙인의 혜택 중의 하나인가? 나도 쓸 수 있으면 좋을 텐데, 드림월드에 들어가는 방법부터가 미궁이니······. 이거야 원.’

  아키아는 되지 않는 일을 과감하게 포기했다. 낙인에 대해 잊고, 그는 계단을 오르는데 집중했다.

  상층으로 향하는 계단입구까지 아키아와 전사들은 단숨에 올라갔다. 아키아가 지하도를 탈출할 때와는 달리, 괴물들이 튀어나오지 않고 하층 계단을 막는 창이 저절로 열려 가능한 일이었다.

  계단 입구에 도착한 라넨은 입구를 막았던 문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저걸 부수고 나온 건가?”

  라넨의 목소리에 감탄이 서렸다. 문의 상태는 그에게 고대 괴물을 잡았다고 할 때와는 다른 놀라움을 선사했다. 그는 문의 재질이 얼마나 단단한지 알고 있었다.

 “괴물을 잡았다고 했을 때 설마 했는데, 뒤를 맡겨도 든든하겠어.”

  계단을 오른 아키아와 전사들은 상층부에 도달했다. 상층부의 길은 미로와 같았다. 여기서부터 자신이 없어진 아키아는 벽면을 꼼꼼히 살피면서 지나갔다. 다행히도 미로 같은 상층부를 헤맬 일은 없었다. 몇 걸음 걷지 않은 통로 너머로 우그러진 문이 발견된 것이다.

  우그러진 문에는 말라비틀어진 살점조각들이 붙어 있었다. 또한 핏자국이 문 맞은편 벽에까지 흥건히 흔적을 남겼다. 흔적을 따라 짓눌린 잔해물들이 바닥을 덮었다. 덤덤히 지나가는 전사들과는 달리, 아키아는 인상을 썼다.

  문 너머는 최상층과 이어진 계단이 있었다. 최상층에도 아래층과 같이 우그러진 문이 존재했다. 행정 지역 입구로 가는 길목에 존재하는 문에서 그들은 아직도 양수가 흘러나오고 있는 고치들을 봤다. 옆구리가 터져 있는 반투명한 고치였다.

  이제까지 괴물들의 잔해를 보고도 눈 하나 깜박이지 않던 전사들도 괴물들이 나왔던 고치를 보자 얼굴을 찌푸렸다. 고치 중에는 새롭게 미성숙한 괴물을 품고 있는 것도 있었다.

  그들은 잰걸음으로 기괴해 보이는 방을 지나쳤다. 오이모스 부족의 속설 중에 이런 말이 있기 때문이다. 괴물에게 잡아먹힌 자는 괴물이 되어 부족을 찾아온다.

 

  행정 지역으로 통하는 지하도 입구는 다행히 멀지 않았다. 무너진 돌들이 치워진 입구는 폭파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철골이 언 듯 보이는 금이 간 벽에서는 아직도 돌덩이를 떨구었다.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떨어진 돌들을 태양문신의 전사들이 외부로 옮겨 놨다.

  그들은 라넨의 전사들을 보고도 못 본 척 무시했다. 라넨에게 포섭된 이들이었다. 그런 식으로 게르바가 있는 나무집까지 포섭된 이들이 군데군데 포진해 있었다.

  간간이 포섭되지 않은 이들만 조심한 아키아와 전사들은 어렵지 않게 게르바가 자고 있는 나무집에 도착했다.

  나무집은 불이 꺼져 고요한 정적이 감돌았다. 폭풍전야와 같은 침묵이 그들의 심정을 대변해 주는 듯하다.

  나무집으로 조심스럽게 다가가던 그들은 모두 멈춰 섰다. 뜻밖의 장면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바로 의자에 앉아 그들을 기다리고 있던 이 족장 게르바의 모습이었다.

  그들을 본 게르바가 집 밖으로 걸어 나왔다.

  그가 말했다.

 “이렇게 한 번에 정리할 수 있도록 다함께 와주어서 고맙네.”

 “우리가 올 것을 예상하고 있었던가?”

  라넨의 말에 게르바가 답했다.

 “예상을 한 게 아니라 온다고 들은 것이지. 설마 정말로 내 전사들이 널 따랐다고 생각하나? 순진하군.”

  게르바는 냉소적으로 웃었다. 그와 함께 라넨의 전사들 중 일부가 동료를 찔렀다.

  섬뜩한 한기를 느낀 아키아는 뒤를 돌아 칼을 휘둘렀다. 아키아의 칼에 서린 우윳빛 기운이 기습하던 전사를 일도양단했다. 하지만 모든 이들이 아키아처럼 반응하지 못했다. 미처 예상하지 못한 공격으로 2명을 죽이고 한명에게 중경상을 입힌 배신자 3명은 게르바 진영으로 건너갔다.

  라넨의 전사들은 결과적으로 3명밖에 안 남았는데, 나무집 외부가 밝아지며 횃불을 들고 있는 게르바의 전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라넨의 휘하로 전향한 전사들을 묶어 꿇어앉힌 그들은 나무집을 에워쌓다.

  게르바의 뒤에 서있던 타라쿵이 앞으로 나와 말했다.

 “항복할 이들은 말해라. 최대한 선처를 배풀어주지.”

  아키아는 말하는 타라쿵의 손가락을 유심히 살펴봤다. 아키아 일행이 잃어버린 반지가 보이지 않았다. 한숨 돌린 아키아는 고개를 돌려 라넨의 전사들을 바라봤다. 그들은 타라쿵의 말에 반응하지 않고 라넨의 명령만을 바라고 있었다.

 “언제부터 우리가 이렇게 됐지?”

  말하는 라넨의 표정이 서글퍼 보였다.

 “권력이란 본디 나눌 수 없는 것이지. 권력자에게 공백이 생기면 비집고 들어간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권력 앞에 형제란 쓸데없을 뿐이지.”

  게르바는 코웃음을 치며 말을 이었다.

 “그렇게 형제애를 바란다면 부족에서 벗어나 도망이나 칠 것이지, 여긴 왜 왔나?”

  라넨이 말했다.

 “동생아. 네가 사교와 결탁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부족을 악의 구렁텅이에 빠트릴 가능성이 있는데 나 혼자 도망칠 수 없었다.”

 “사교? 아. 그들을 말하는 거군? 그들은 사교 따위가 아니야. 우리 부족을 이 밀림에서 벗어나게 만들어줄 이들이지.”

 “네가 그들을 신뢰하니 문제지. 나라고 그들을 만나보지 않았을까. 그러니 내가 도망치지 못하는 거야!”

  라넨의 반응에 게르바는 입을 다물었다. 더 이상 라넨과 대화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진 게르바는 타라쿵에게 손짓을 했다.

  아키아의 눈에 손짓하는 게르바의 손가락에 걸린 반지가 들어왔다. 아키아 이행이 잃어버린 반지였다. 이런 젠장. 반지를 보는 아키아의 얼굴이 구겨졌다.

  게르바의 손짓을 본 타라쿵이 칼을 빼들고 천천히 앞으로 나왔다. 타라쿵은 검첨(劍尖)으로 라넨의 전사들을 한명씩 집어서 가리킨다. 누가 자신을 상대할지 물어보는 것이다.

  오만한 타라쿵의 반응에 남아있던 라넨의 전사 중 한명이 반응했다. 타라쿵과 마찬가지로 소탈을 쓴 전사였다. 그는 라넨을 향해 목례를 하고 천천히 칼을 빼들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공지 알려진 것. 혹은 알아도 되는 것. 2017 / 7 / 19 697 0 -
공지 1화 문장 추가 2017 / 6 / 29 621 0 -
22 커넥트 2017 / 7 / 19 323 0 4027   
21 기억 2017 / 7 / 18 276 0 6470   
20 변태(變態)(2) 2017 / 7 / 17 247 0 5115   
19 변태(變態)(1) 2017 / 7 / 15 260 0 4961   
18 기습(2) 2017 / 7 / 14 275 0 4358   
17 기습(1) 2017 / 7 / 13 286 0 4424   
16 지하도(3) 2017 / 7 / 12 258 0 4764   
15 지하도(2) 2017 / 7 / 11 240 0 4175   
14 지하도(1) 2017 / 7 / 6 283 0 4604   
13 드와인 2017 / 7 / 5 267 0 5537   
12 전사의 무덤(2) 2017 / 7 / 4 286 0 4108   
11 전사의 무덤(1) 2017 / 7 / 3 275 0 4024   
10 하이베롱 마을 2017 / 7 / 1 269 0 4605   
9 과거와 현재 2017 / 6 / 30 269 0 4946   
8 타임라커(3) 2017 / 6 / 29 283 0 5509   
7 타임라커(2) 2017 / 6 / 28 284 0 4094   
6 타임라커(1) 2017 / 6 / 27 289 0 4526   
5 드림월드(3) 2017 / 6 / 26 279 0 4187   
4 드림월드(2) 2017 / 6 / 25 306 0 4939   
3 드림월드(1) 2017 / 6 / 24 289 0 4917   
2 아키아, 말락, 제제(2) 2017 / 6 / 23 319 0 4561   
1 아키아, 말락, 제제(1) 2017 / 6 / 23 460 0 4360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