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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신화를 쓰자 - 세계수편
작가 : 연도단
작품등록일 : 2017.7.6

외딴 섬에 위치한 신국고등학교.
폐쇄적인 고등학교에 생긴 이변.
학생들의 몸에 깃든 신화적 존재들.
이변으로 인해 외부와 완전히 고립된 학교에서 지배하려는 세력과 지배에 저항하는 세력이 충돌한다.

 
1장: 잘린 머리 레지스탕스. - 8
작성일 : 17-07-12 18:49     조회 : 258     추천 : 0     분량 : 86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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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너. 나 좋아하지?”

  초등학교의 중반쯤을 막 지나고 있을까 말까 한 소녀의 당돌한 질문에, 같은 또래로 보이는 남자아이의 몸은 크게 움찔한다.

  하지만, 당황해서 갈 곳을 잃고 흔들리던 남자아이의 눈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평온하게 가라앉는다.

  남자아이는 분홍색의 커다란 리본을 머리에 묶은 귀여운 여자아이를 흔들림 없는 눈으로 마주한다.

  “네. 좋아해요.”

  남자아이의 올곧은 눈에는 망설임도, 주저함도 없었다. 오직 자신의 감정에 대한 당당함 이 있을 뿐이다.

  “후후! 너도 어쩔 수 없는 남자애구나?”

  여자아이의 외모는 인형같이 귀여웠다. 구김 없이 활짝 핀 미소 또한, 또래의 순수함을 머금고 있었다. 하지만,

  “근데. 미안. 너랑 나랑은 안 돼.”

  여자아이의 날 선 단호함은 아이의 것이 아니었다.

  “너도 알잖아? 내가 네 아빠를..”

  여자아이는 차갑게 빛나는 눈으로 남자아이를 내려 본다.

  “죽인걸.”

  남자아이의 눈이 흔들렸다.

  “알아요.”

  하지만 찰나의 흔들림이었을 뿐이다. 평정심을 찾은 남자아이의 눈은 고요하게 일렁인다.

  “... 그래도 날 좋아한다고?”

  여자아이는 남자아이의 당당함을 마주하고,

  “저는...”

  남자아이는 여자아이의 진심을,

  “당신을...”

  마주한다.

  그리고 그 여자아이는, 정확히는 여자아이의 머리는 7년 만에 만난 남자아이에게 다시 묻는다.

  “그때 뭐라고 대답했었는지, 기억하고 있겠지?”

  이제는 청년이 된 남자아이의 얼굴에 미소가 그려진다.

  “네. 기억하고 있습니다.”

  유하는 자신을 들고 있는 지아에게 눈짓으로 신호를 보낸다. 지아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지아의 머리를 들고 여운에게로 다가간다. 그리고 여운에게 다가간 지아는, 유하의 머리를 여운의 얼굴 가까이에 가져간다.

  코끝이 닿을 만큼 가까워진 두 사람.

  유하는 여운의 눈동자를 통해 여운의 마음을 마주한다.

  “그래. 그때와 같은 마음인 거네.”

  “네.”

  유하는 큰 눈을 두 번 끔뻑이고는 지아에게 부탁한다.

  “지아. 됐어.”

  “......”

  명령한 지 수초가 지났음에도 반응이 없자, 이번에는 강한 어조로 명령한다.

  “뭐 하는 거야. 빨리 나를 옮기지 않고?! 이렇게 계속 내 얼굴과 밀착해 있으면, 여운이가 부담스러울 거라고. 내 완벽한 미모가 이렇게 소모되는 게 옳은 일이라고 생각해?”

  지아는 유하의 반응이 의외라는 듯, 고개를 갸웃한다.

  “네? 여운 님이 오신다기에 머리를 만지고, 아끼던 리본까지 찾으시기에, 이런 상황을 엄청나게 기대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요?”

  보통의 소녀라면, 정곡을 찌르는 지아의 말에 당황했을 것이다. 흔한 츤데레라면 ‘그, 그렇지 않아!’와 유사한 종류의, 츤데레의 큐트 포인트인 ‘애써 부정 + 말더듬 + 당황의 얼굴 붉힘’의 3단 콤보를 시전 했을 터다.

  하지만 유하는 달랐다. 정확히는 츤데레의 전형적인 대사를 읊긴 했다. 그렇지만 같은 것은 대사뿐,

  “전혀 아니거든? 난 단지 머리를 빗고 싶은 기분이라서, 리본을 바꾸고 싶은 기분이라서 그렇게 했을 뿐이야. 넘겨짚지 마.”

  유하의 태도는 뻔뻔하다 싶을 정도로 당당하다. 천사같이 귀여운 그녀의 미모조차 깎아 먹을 정도였다.

  지아는 뻔뻔하게 부정하는 유하는 바라보며 한없이 자애로운 미소를 짓는다.

  “그런 기분이 하필이면, 여운 님이 오실 때 든 거죠?”

  “그래! 결론은 저 녀석이 오는 타이밍이 틀려먹은 거야! 눈치 없게 말이지!”

  도리어 ‘어서 사과하지 못할까!’라는 태도로 나오는 유하.

  현석은 그런 유하의 태도가 익숙한 듯, 100/1초 단위의 망설임도 없이 사과한다.

  “죄송합니다.”

  여운의 사과가 끝남과 동시에 지아는 유하의 머리를 들고 본래의 자리로 복귀했고, 자칫 어색해질 수도 있는 타이밍에 현석이 끼어든다.

  “머리만 남은 리더를 보고서도 태연한 녀석이라는 점에서, 확실히 리더가 기다리던 녀석이 맞긴 한 것 같네.”

  이어서 선화가 대화의 흐름을 가속시킨다.

  “확인됐으면,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지. 우리에겐 남은 시간도, 여유도 별로 없으니까.”

  유하는 커다란 눈망울을 한번 끔뻑하며 긍정 의사를 표시한다.

  “일 얘기라면, 그에 걸맞는 장소에서 해야 하는 법이지.”

  유하가 신호를 보내자, 지아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벽 하나를 가득 차지하고 있는 커다란 책장으로 다가간다. 여운은 방안으로 밀려들어 온 엄청난 전선과 케이블이 저 책장 아래를 통과하고 있다는 것을 눈여겨보고 있던 터다.

  책장으로 다가간 지아는 우측 상단에 있는 사전을 살짝 기울였다. 그러자,

  - 기이이잉

  AC모터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책장은 양쪽으로 갈라지며 숨기고 있던 장소를 드러내 보인다.

  유하는 온갖 컴퓨터와 기계로 가득 찬 방 앞에 선다. 정확히는 유하의 머리를 든 지아가 방 앞에 섰다.

  유하는 자부심으로 반짝이는 눈으로 소개한다.

  “여기가 반(反)아스연합 ‘니드후그(Hidhug)’의 심장부 ‘시간의 여명’이야.”

  방 안으로 들어간 한 사람과 머리 하나를 따라, 모두는 방 안으로 들어간다.

  방은 30평 정도로 꽤 컸음에도, 방안에 가득 들어찬 기계들 때문에 네 사람이 앉기에도 버거워 보였다.

  방 한편에 마련된 소파에는 선화가, 두 남자는 바닥에 어지럽게 널려있는 선들을 피해 자리를 잡고 앉았다. 모두가 앉은 것을 확인한 지아는 유하의 머리를 박스 형태의 기계 위에 올려둔다. 그리고는 기계 주위에 널려있는 케이블들을 하나하나 집어 들어, 머리의 대부분을 가리고 있는 리본 아래에 쑤셔 넣었다.

  - 철컥. 철컥.

  리본 아래 어딘가에 장착되었을 것이라고 추측되는 수십 개의 케이블의 전부가 유하의 머리와 연결되고, 빽빽하게 연결된 케이블은 머리칼처럼 커다란 리본 아래로 늘어졌다.

  - network connect . ID: 014U761H95. gene data confirmation... permit...

  접속이 완료되고, 방에 설치된 5개의 모니터 중, 센터에 있던 모니터 화면에는 숲속의 작은 샘이 나타났다. 그리고 화면 속의 샘에서 물길이 솟더니, 물길은 조숙한 소녀의 상체로 변한다.

  「‘지혜의 샘’ 기동합니다.」

  물로 만들어진 소녀는 빙긋 웃는다.

  「창조주 ‘미미르(Mimir)’님 반갑습니다.」

  화면 속 소녀의 목소리는 놀라울 정도로 자연스러웠다. 기계음이 섞여 들리긴 했지만, 음의 고저가 실제 소녀의 목소리처럼 자연스러운 리듬에 따라 흐른다.

  흐릿하던 유하의 눈동자에 빛이 돌아온다.

  “반가워, 바드니(바프트루드니르).”

 「어머... 반갑다니. 그렇게 인간 대하듯 하시면, 제가 진짜 인간인 걸로 착각해 버린답니다. 착각해봐야 전 지혜의 샘을 관리하기 위해 당신에게 창조된 인공지능에 불과한걸요. 우웅.. 갑자기 우울해지네요!」

  수다가 길어질 것을 예감한 유하는 바드니의 말을 끊는다.

  “그럼,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공식적으로 소개할게.”

  유하는 턱을 살짝 아래로 끌어당기며 인사한다.

  “나는 반(反)아스 연합 ‘니드후그(Hidhug)’의 리더, 2학년 A반. 선유하. 동시에 ‘지혜의 샘’ 관리자인 ‘미미르(Mimir)’야. 그리고 이쪽은,”

  유하는 눈짓으로 모니터에 뜬 바드니를 가리킨다.

  “모든 재치와 슬기의 원천인‘지혜의 샘’과 연결된, 내가 만든 인공지능 바프트루드니르.”

  「헤헤.. 반가워요. 여운 님!」

  “반갑습니다. 저는 에다의 관리자, ‘북 마스터(Book Master)’ 유여운입니다..”

  여운은 수줍게 웃는 바드니의 인사에 고개를 살짝 끄덕여 답한다.

  “자! 그럼 통성명도 끝났으니! 본론으로 들어가지!”

  유하가 눈을 한번 깜빡이자 모니터의 화면이 전환된다.

  전환된 화면에는 나무에 휘감겨, 의식을 잃고 시체처럼 늘어진 학생들이 출력된다. 수 십 개로 쪼개진 화면에는 모든 교실의 상황이 찍히고 있었다. 각각의 교실에 약 11~12명 정도 되는 학생들 전원이 의식을 강탈당한 채, 모든 것을 쥐어 짜이고 있었다.

  “저건 교실의...”

  유하는 모니터를 가리키며 말한다.

  “너도 봤겠지. 나무를 키우기 위한 비료로써 착취당하고 있는 학생들을.”

  여운은 고개를 끄덕인다.

  “저게 노블의, 아스가르드 놈들의 통치방식이야.”

  유하의 눈빛이 무겁게 가라앉는다.

  “그들은 착취한 에너지로 나무를 키워 차원괴리를 뛰어넘으려 하고 있어. 그렇게 그들의 의도가 성공한다면, 막강한 신의 힘으로 세계를 장악하여, 더 많은 이들을 비료로써 착취하려 할 거야. 그렇게 더욱더 자신들의 영향력을 넓히려 하겠지. 세력이 커짐과 더불어 그들의 야욕은 커져만 가겠지...”

  - 나인버스(nineverse)의 끝에 다다를 때까지!

  “안타깝게도 지금의 우리로써는 저들을 막을 수 없어.”

  여운은 세 사람과 머리 하나를 번갈아본다. “여기 있는 분들이 전력의 전부라서... 입니까?”

  “뭐, 두 사람 정도 더 있기는 해. 그 인원을 더 하더라도 숫자에서 밀린다는 점에서는 한 가지 이유라고 할 수 있겠지. 하지만 그 문제 금방 해결될 문제야.”

  유하는 긴 대화로 마른 입술을 살짝 핥는다.

  “전력 외 인원이 무(無)의 상태에서 벗어나게 된다면 말이지.”

  “무의 상태... 입니까?”

  유하는 눈짓으로 선화를 가리킨다.

  “‘신화화(神話化)’가 가능한 것은 여기 선화와 임무수행 중인 유진뿐. 아스가르드의 12신 전원이 신화화에 단계에 들어선 것에 비한다면, 한심할 정도의 차이지. 자신의 조각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그들은 영혼의 부재 상태. 즉, 그릇이 텅 빈 상태나 마찬가지야. 무의 상태나 다름없지.”

  유하의 말을 경청하던 여운이 묻는다.

  “‘신화화(神話化)’라는 것이 영혼에 연결된 신의 조각의 존재를 인지하는 것까지를 말하는 건가요? 아니면, 그 이상의 단계까지를 의미하는 건가요?”

  “신의 조각을 인지하는 하는 단계, 즉 신화화가 가능한 단계를 ‘입신(入神)’단계. 다음은 ‘화신(化身)’. 그리고 마지막 단계를 ‘현신(現身)’이라고... 우리는 나누고 있어.”

  유화의 시선은 현석을 향한다.

  “참고로 조각의 그림자만 겨우 붙들고 있는 녀석을 분류하는 기준 따위는 없어.”

  “어차피 없는 거, 그렇게 콕 집어서 지적할 필요까지는 없잖아!”

  유하는 현석의 보잘 것 없는 항의 따위는 깔끔하게 묵살하며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나는 유능해. 또한 세상의 그 어떤 자들보다도 더 많은 지식을 운용할 수 있어. 하지만,” 유하는 강렬한 눈으로 여운을 응시한다.

  “아무리 뛰어나도 무(無)에서 무언가를 이루어 낼 수는 없는 법. 그래서 너를 부른 거야. 에다(Edda)를 쓸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인,”

  - 집필자(writer)를!

  “......”

  여운은 손에 들고 있는 태블릿PC 응시한다.

  “제가 신화를 기록하여, 여러분들의 영혼에 잠들어 있는 조각을 깨워주길 바라는 건가요? 원시 유니버스(universe)에 서사를 써넣으라는 겁니까?”

  유하는 눈을 깜빡여 긍정한다.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자각할 문제입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조각의 계승자로서의 이야기가 에다에 쓰이게 될 겁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각성을 기다릴 시간이 없어. 저들이 모든 준비를 마치고, 세계수가 자라 차원괴리를 뛰어 넘게 되어버린다면. 그래서 저들이 세상 밖으로 나가게 된다면. 아스(아스가르드)신들의 힘의 근원인 세계수는 지금까지 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에너지를 빨아들이며 엄청나게 성장하게 되겠지. 그렇게 된다면 우리 힘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게 돼.”

  항상 부드럽던 여운의 어조는 거칠어져 있었다.

  “흩어져버린 신화를 모으는 것은 아스가르드의 창조신 이자, 음유시인의 신인 오딘(Odin)만이 할 수 있습니다. 집필자인 제가 흩어져버린 신화를 다시 모으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 정도는 알아. 또한! 알고 있지.”

  유하의 입가에 회심의 미소가 그려진다.

  “음유시인의 신으로써의 오딘은 기존의 신화를 노래하고 수집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지. 하지만 난 기존 신들의 복귀를 원하는 게 아니야. 기존의 신화 속의 요툰들은 아스신들에게 패한 패배자들이야. 그대로는 도저히 이길 수 없지. 그렇기 때문에!

  유하의 어조는 한층 강해진다.

  “기존 신화를 초월한 새로운 신화의 탄생을 바라는 거지. 그리고 새로운 신화를 쓸 수 있는 존재는 너뿐이잖아?! 안 그래? 집필자!”

  여운은 고개를 가로젓는다.

  “새로운 신의 탄생은... 신화(神話)는 제가 마음대로 써넣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유하의 미소가 살짝 일그러진다.

  “나는 미미르야. 그 정도도 모를 것 같아?”

  “압니다. 하지만...!”

  유하는 현석을 눈짓으로 가리킨다.

  “저 녀석이 아무리 모지리라도 네가 인도해준다면, ‘숲의 왕’ 정도는 죽일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있어. 너는 동료들을 믿고, 쓰기만 하면 되는 거야!”

  열기를 띈 유하의 목소리는 한 옥타브 상승한다.

  “새로운 신(GOD)의 탄생을!”

  여운은 확신에 찬 유하의 눈을 응시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솔직히 불안하긴 합니다만... 뭐, 어차피 저는 쓰기 위해 여기 있는 거니까요.”

  여운의 입가에 흐릿한 미소가 떠오른다.

  “현석 님. 에다에 신화를 쓴다는 것의 의미를 아시나요?”

  “뭐, 네가 글을 쓰면, 나는 힘세고 강한 신이 됩니다!!”

  “......”

  한껏 오버하며 호들갑을 떨던 현석은 심각한 여운의 분위기에 꼬리를 내린다.

  “...는 아니겠지?”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한 여운의 얼굴에는 특유의 미소가 사라져 있었다.

  “저는 단지 쓸 뿐입니다. 창작은 현석 님이 하는 겁니다.”

  “창작을 하다니? 내가?”

  여운은 당황과 의문이 뒤섞인 얼굴로 물어오는 현석에게 대답한다.

  “제 능력은 글을 써서, 제 입맛대로 신을 창조하는 게 아닙니다. 단지, 현석 님 스스로가 열어젖힌 가능성에 의미를 부여할 뿐입니다.”

  “그렇다면 네가 에다에 쓰는 나에 대한 글의 내용은, 전부 나하기에 달렸다는 거?”

  “네. 그렇습니다. 글을 써서 실체 없는 당신의 가능성에 의미를 부여하고, 이야기로써 실체화 시키는 것이 제 능력이니까요.”

  현석은 짜증과, 귀찮음이 뒤섞인 얼굴로 거칠게 머리를 긁는다.

  “아아!! 정확히 모르겠지만, 일단 내가 상당히 분발해야 한다는 거잖아!! 귀찮게!!”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긁던 손이 멈춤과 동시에, 가시처럼 뻗치던 현석의 분위기 역시 차분하게 가라앉는다.

  “귀찮긴 하지만... 나는 약속했어. 지키겠다고. 그러니까.”

  현석은 여운에게 손을 내민다.

  “잘 부탁해. 집필자.”

  여운의 현석의 눈에서 보이는 단단한 결심을 마주하며 손을 내민다.

  “저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미래의 보석님.”

  여운은 현석의 손을 맞잡는다.

  “당연하지! 내 안의 잠들어 있는 가능성은 분명, 어마어마한 놈일 테니까!”

  여운은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손을 놓는다. 그리고 유하에게로 시선을 옮긴다.

  “제가 조직원의 전력을 상승시킨다고 해도, 겨우 6명이 될 뿐입니다. 분명 숫자에서는 압도적으로 밀립니다만, 어째서 이 문제를 금방 해결될 문제 정도로 치부하는 겁니까?”

  본격적인 계획을 묻는 여운의 어조에서는 결의가 느껴졌다.

  유하는 여운의 결의에 흡족한 기분을 감추지 않는다.

  “후후후. 그건 네가 현석이를 신화의 주인공으로 만든다면, 신으로 만들어 신과 대적하게 만들어 준다면, 이야기해주지.”

  “그런가요... 진짜 계획을 듣기 위해서라도 분발해야겠군요. 그렇죠? 현석 님?”

  현석은 여운이 토스한 책임감을 얼떨결에 넘겨받으며 얼떨떨하게 대답한다.

  “아, 으, 응?”

  여운은 어떨떨한 상태인 현석을 내버려 둔 채, 방안의 모두를 향해 시선을 옮긴다. 그는 ‘사람3 + 머리1’를 찬찬히 훑으며 말한다.

  “그럼 저희들의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 할 것은 일단,”

  방안의 모두를 훑어보던 그의 시선은 현석에 이르러 멈춘다.

  “쉬는 겁니다.”

  생글거리는 얼굴로 모두의 대화를 듣기만 하던 메이드 지아는 허리까지 늘어트린 흑발을 찰랑이며 모두의 중심에 선다.

  그녀는 정중함이 배여 있는 몸가짐으로 모두를 차분하게 둘러보며 제안한다.

  “몸을 회복하는 데는 배를 든든하게 하는 게 최고랍니다. 마침, 저녁이기도 하니 딱 이네요.”

  “뭐, 그럴까나?”

  리더인 유하의 허가가 떨어지자.

  “바... 밥! 지아 씨의 밥!”

  선화는 즉각 반응한다.

  지아의 밥에 발정한 선화는 자신의 냉철함, 이성을 상징하는 크롬테 안경이 흘러내리는 것도, 입가에 침이 고여 흐르기 직전인 것도 인지하지 못한다.

  그런 선화를 지켜보던 현석은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휴...! 음식이야기만 나오면 뇌가 클린 하게 비어버리는 저 식충이가 조직의 작전참모라니... 조직의 미래는 어둡구나!”

  현석의 조롱은 당연하게도 선화의 분노를 유발했고,

  “후후..! 넌 참 불쌍한 프렌즈구나?”

  악귀의 웃음을 흘리며 현석을 향해,

  “지아 씨의 음식을... 평생 먹지 못하게 될 테니까!!”

  주먹을 내지른다.

  어지간한 콘크리트 벽 정도는 가볍게 분쇄시킬 정도의 파괴력을 담은 선화의 주먹은,

  “잊으셨나요?”

  둘 사이에 끼어든 지아의 손에 가볍게 잡힌다.

  “현석 님의 쾌유를 위한 디너라는 것을요. 그리고 현석 님?”

  현아의 손을 내려놓은 지아의 시선은 현석을 향한다.

  “레이디에게 예의 없이 대하는 버릇은 고쳐주세요.”

  지아는 두 사람을 번갈아보며 싱긋 웃는다.

  “두 분. 그래주실 거죠? 네?”

  싱글거리는 지아의 얼굴을 마주한 두 사람은 몸을 부르르 떤다.

  “무, 물론이지! 감히 누구의 부탁이라고 거절하겠냐!! 하하!!”

  “시, 실례했습니다.”

  서로 잡아먹을 듯 으르렁거리던 둘은 지아의 웃음 앞에 비굴하게 굴복한다.

  “그럼. 손님에 환자까지 있으니 특별한 음식을 준비해야겠네요! 시간이 조금 걸릴 듯하니, 차라도 내어올게요.”

  그렇게 단기필마로 아수라장을 가볍게 정리한 메이드 씨는 총총걸음으로 모두의 시야에서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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