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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신화를 쓰자 - 세계수편
작가 : 연도단
작품등록일 : 2017.7.6

외딴 섬에 위치한 신국고등학교.
폐쇄적인 고등학교에 생긴 이변.
학생들의 몸에 깃든 신화적 존재들.
이변으로 인해 외부와 완전히 고립된 학교에서 지배하려는 세력과 지배에 저항하는 세력이 충돌한다.

 
1장: 잘린 머리 레지스탕스. - 6
작성일 : 17-07-10 20:42     조회 : 257     추천 : 0     분량 : 79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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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현석에게 반장이라 불린 여학생은 말없이 두 사람에게로 뚜벅뚜벅 걸어온다. 한 치의 흐트러짐도, 망설임도 없는 여학생의 진군은, 복도 바닥을 박력 있게 때리며 두 사람을 향한다.

  - 뚜벅 뚜벅 뚜벅

  “오, 오.. 오지 마!!”

  현석은 마치 사신이라도 마주한 듯 겁에 질려 뒷걸음질 친다. 하지만 현석의 부질없는 뒷걸음질은 여학생과의 간격을 벌리지 못한다. 순식간에 현석에게로 다가간 여학생은 거침없이 현석의 멱살을 틀어쥔다. 그리고 반듯하게 펼친 손을 들어 올려,

  “자, 잠깐..!”

  그대로 현석의 뺨을...

  - 찰 -- 싹!

  후려친다.

  “크흣...!”

  현석은 벌겋게 달아오른 뺨을 감싸며 여학생을 노려본다.

  “야! 이선화!! 아무래도 이건 너무 심하잖아!”

  하지만 현석의 부질없는 저항은,

  “심... 하다고..?”

  반듯하게 펴져있던 선화의 손이 말려 주먹이 되자,

  “미, 미안합니다!!”

  완전히 진압된다. 하지만 현석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늦었어.”

  현석을 향한 선화의 싸늘한 시선과 불끈 쥐어진 주먹은 현석을 정조준하고 있다.

  목숨의 위협을 느낀 현석은 다급하게 절규한다.

  “반장이 일주일 동안 모은 달걀로 만든 푸딩을 먹은 건 사과할게!! 벌도 받을게! 그런데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잖아!! 그것 때문에 여기까지 온건 아닐 거잖아!!”

  현석의 절박한 외침이 선화의 이성에 닿은 모양인지, 그녀는 멱살을 놓는다.

  “히익!”

  선화는 엉덩방아를 찧고 바닥에 주저앉아있는 현석을 싸늘하게 노려본 다음, 시선을 여운에게로 돌린다. 그리고 차갑게 번뜩이는 크롬테 안경을 밀어 올리며, 여운에게 다가가 손을 내민다.

  “초면에 실례했군. 2-F 반 반장이자, 반(反) 아스연합 레지스탕스 ‘니드후그(Hidhug)’의 작전참모 이선화라고 한다.”

  딱딱하고 차가운 말투였지만, 현석을 대했을 때와는 다르게 날이 서있지는 않았다. 현석은 선화의 손을 맞잡으며 미소 짓는다.

  “반갑습니다. 저는 유여운이라고 합니다.”

  간단히 통성명을 마친 선화는 바로 본론으로 들어간다.

  “리더가 널 데리고 오라더군.”

  몸을 일으키던 현석은 선화의 말에 발끈한다.

  “리더는 내가 못 미더워서 널 보낸 거야?”

  현석의 역정에도 선화는 현석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대신 여운을 차갑게 노려보며 말한다.

  “누군가가 괘나 요란하게 등장해주셔서 말이지, 우리뿐만 아니라 아스가르드의 시선까지 끌어버렸지. 이런 상황에서 ‘신화화(神話化)’도 못하는 너에게만 맡겨둘 수 없다는 게 리더의 판단이었어.”

  “아, 아무리 그래도..!”

  선화는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들고 현석을 향해 겨눈다.

  “네가 상대할 수 있는 녀석은 고작 말단 중의 말단인 경비원 정도뿐. 아닌가?”

  “그, 그건 그렇지만...”

  선화의 팩트 폭력은 현석의 멘탈을 마구잡이로 두들긴다.

  “자존감은 한 사람 구실 정도는 하고 챙기는 게, 네 정신건강에 좋아.”

  조금 전, 여운의 도움을 받아 경비원 하나를 겨우 물리친 기억은, 자신을 향한 지적을 인정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눼이.. 눼이.. 무능해서 죄송합니다. 쳇!”

  여운은 선화의 손에 들려있는 폰을 유심히 바라보더니, 뭔가를 깨달은 듯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 짓는다.

  “스카디(Scathi)... 인가요? 당신과 연결된 조각은...”

  선화는 약간이지만 놀라는 눈치였다.

  “보는 것만으로도 알아낼 수 있는 건가? 너에 대해서는 리더에게 듣긴 했지만, 이 정도 일 줄은...”

  “헹! 저딴 비리비리한 녀석의 능력보다는 1이라도 전투에 도움이 되는 내가 낫지!”

  둘 사이에 난입한 현석은 생떼에 가까운 난동을 부리며, 자신의 존재 의의를 필사적으로 어필한다.

  “내! 가! 더! 쓸! 모! 있! 다! 고!”

  “자신이 어떤 조각과 연결되어 있는 지도 모르는, 쓸데라고는 없는 식충이는 그만 짖어. 시끄러우니까.”

  “뭐, 뭐... 뭐뭐.. 뭐라고!! 식충이가 어쩐다고? 짖는다고? 말 다했냐?!”

  둘은 당장이라도 한판 붙을 기세다.

  여운은 스파크를 튀기고 있는 두 사람과는 전혀 다른 차원에 존재하는 것처럼 느긋한 어조로 말한다.

  “아직 어떤 조각인지 밝혀지지 않았다는 것은 어떤 가능성을 품고 있는지 모른다는 뜻입니다. 뭐, 다이아의 원석일지, 그냥 돌멩이일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죠.”

  여운의 서포트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오히려 디스에 가까운 말에 현석은 의기양양해져서 외친다.

  “들었냐? 다이아몬드 원석이라고!”

  “돌멩이일지도 모른다는 말은 어느 차원계로 날려버린 거지?”

  “뭐, 뭐라고!!”

  다시 으르렁거리기 시작하는 둘을 응시하는 현석의 눈은 즐거움으로 반짝인다.

  “두 분. 너무 사이가 좋아 보여서 질투가 날 정도군요. 후후후...”

  여운이 무심코 던진 말은 두 사람을 휴전시키는 것을 넘어, 단숨에 통합의 길로 이끈다.

  “어디가?!”

  “어디가?!”

  두 사람이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유심히 관찰하던 여운은 무언가를 깨닫고는 주먹으로 손바닥을 살짝 쳤다.

  "아! 두 사람의 관계는 그건가요? 아시아 문화권의 청춘물에 등장하는, 쌀쌀맞은 듯하면서도 사실은 마음은 따듯한, 자신의 소꿉친구를 감싸는 반듯한 여학생. 그리고 그 쌀쌀한 여학생과 티격태격하면서도 심쿵 장면을 수시로 연출하는 남학생 소꿉친구!!”

  여운의 말은 두 사람의 대(大) 통합을 이루어내는 기적을 선보인다.

  “아니거든!?”

  “아니야!”

  두 사람의 부정에 여운은 눈에 띄게 당황한다.

  “네..? 아, 아니라고요..?! 그런...”

  “저 녀석이랑은 2학년에 올라와서 처음 만났어. 그리고 저런 모자란 녀석과 한 세트로 묶이는 것 자체가 굴욕이야.”

  “모자란? 굴욕? 나야말로 저런 냉혈 도마뱀과 소꿉친구로 오해받는 거 자체가 불쾌하다고!”

  둘은 뭔가 모를 찜찜함을 떨쳐내기 위해, 열렬히 해명을 쏟아내고 있었다. 하지만 컬처 쇼크를 받은 여운에게는 전혀 들리지 않는 모양이다.

  “이 구도에서 두 사람은 소꿉친구여야 하는데... 그래야 완벽한데... 이 구도의 청춘물에서 두 사람이 소꿉친구인 것은, 여고생이 식빵을 물고 달려가다가 모퉁이에서 남학생과 충돌하는 시추에이션 만큼이나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그러니까!”

  여운은 두 사람이 소꿉친구여야 하는 당위성을 필사적으로 주장하며 두 사람을 번갈아본다. 그렇게 필사의 주장을 펼치던 여운은 무언가 결심한 듯 입술을 지그시 문다.

  “이렇게 된 이상, 이제부터라도...”

  여운은 비장한 얼굴로 결연하게 부탁한다.

  “두 사람은 소꿉친구인 걸로 합시다!”

  여운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두 사람은 한목소리로 외친다.

  “그게 되겠냐!” “될 리가 없잖아!”

  두 사람의 격한 부정은 여운의 비틀린 세계관을 사정없이 후려쳐서 컬처 패닉에 빠트린다.

  “oh my dream... oh my Asia culture..."

  현석은 시무룩해있는 여운을 바라보며 진리를 깨달은 철학자처럼 고개를 끄덕인다.

  “금발의 푸른 눈을 압도하는 너의 코리안 포스 때문에 깜빡하고 있었지만, 너의 아시아 문화에 대한 왜곡된 시각 덕분에 새삼 깨닫게 되었어. 네가...”

  현석은 눈은 진리에 도달한 현자의 그것처럼 빛난다.

  “외국인이라는 사실을!”

  “네 생각에 한 번도 동의해 본 적이 없었지만... 이 번만큼은 동의하지 않을 수가 없겠군.”

  선화는 현석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눈썹을 살짝 찌푸린다.

  ‘내가 저 멍청이에게 동조하도록 만들다니... 의도했을 리는 없겠지만 불쾌해.’

  선화는 여운이 의도했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억지로 배제하며, 여운의 의도에 놀아났을지도 모른다는 찝찝함을 억지로 떨친다.

  그녀는 움직일 생각이라고는 1마이크로미터도 없는 두 사람을 향해 차갑게 일갈한다.

  “더 지체하다가는 추적자가 올 수도 있어. 잡답은 이쯤 해두고 서둘러!”

  “눼이~ 눼이~”

  현석은 아니꼬운 눈으로 선화를 응시하며 마지못해 걸음을 옮겼고,

  “후후... 그럼 갈까요?”

  여운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그 뒤를 따른다.

  교사를 나온 세 사람은 섬의 중심을 가르고 지나는 산으로 향한다. 동산에 가까운 산의 나지막한 경사를 오르며 세 사람. 정확히는 두 사람은 대화를 나눈다.

  대화의 대부분은 한 사람의 일방적인 질문으로 이어졌다.

  “... 아! 그랬군!”

  현석은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게 여운의 대답에 납득하는가 싶더니, 이내 질문을 쏟아낸다.

  “아까부터 계속 거슬렸는데... 왜 우리에게 존댓말을 하는 거야? 리더와 동갑이라며? 그렇다면 우리랑 동갑이라는 소린데. 우리한테 존댓말 꼬박꼬박 쓸 필요 없어. 괜히 거리감만 생기잖아.”

  “어쩔 수 없습니다.”

  “음? 어쩔 수 없다니?”

  “이해하기 힘드시겠지만... 저는 한국어를 오직 존대로 배웠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존댓말 밖에 할 수 없습니다.”

  “흐음... 그랬었냐? 아! 그렇다면!”

  현석은 자신을 거슬리게 했던 여운의 행동을 떠올린다.

  “누군가와 계속해서 대화하는 것 같았던 행동은 다 혼잣말이었다는 거야?”

  “네. 맞습니다.”

  “아... 그랬구나. 난 그런 줄도 모르고...”

  현석은 미안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사과한다.

  “미안해. 난 네가 벽이라던가, 가상 친구 같은 거랑 대화하는 반사회적 히키코모리 같은 녀석인 줄 알았어!”

  반사회적 히키코모리 발언에는 천하의 여운도 살짝 상처 입은 모양이다. 여운은 난처한 얼굴로 씁쓸하게 웃는다.

  “반사회적 히키코모리라니... 그런 마음속에 있는 말을 친히 해주실 것 까지는 없는데 말이죠. 하하..”

  “그러니까 미안하다고 하잖아! 하하하!”

  좋은 게 좋은 거 아니겠어? 같은 태도로 나오니 여운도 더 이상 뭐라고 할 수 없는 모양인지, 마지못해 납득하는 분위기다.

  정신없이 떠들던 한 사람과, 수다에 어울려주던 한 사람. 그리고 말없이 걷던 한 사람이 언덕의 중턱에 다다르자, 산 정상에 늘어선 철탑들이 시야에 들어왔다.

  “저건... 송전탑인가요?”

  선화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과거 섬 전체에 전력을 공급했던 발전 시설이었어. 지금은...”

  “우리들의 아지트가 있는 곳이지!”

  다분히 고의적으로 말을 가로챈 현석의 무례함에 선화의 미간이 구겨진다.

  “자! 어서 가자고! 거기! 그렇게 보채더니만 벌써 지치기라도 한 거야? 빨리빨리 움직이지 않고 뭐 하는 거야?”

  ‘한없이 뭉개고 미적거리던 게 누군데!! 이제 와서!!’

  ‘적반하장(賊反荷杖)’ 4글자가 선화의 뇌리에 새겨진다. 선화는 뇌리에 새겨진 적반하장 위에 참을 인(忍)을 수없이 덧새기며 뒤따르려는 찰나였다.

  “아!”

  현석의 눈은 깜빡한 무언가가 기억난 듯 반짝인다. 그렇게 멈춰 선 그는 갑자기 주저앉으며 씨익 웃는다.

  “아아! 역시 힘들어. 좀 쉬었다 가자.”

  현석이 바닥에 주저앉는 순간, 제멋대로인 현석의 행동을 지켜보던 선화의 뇌로 엄청난 피가 몰려들었고, 그녀의 뇌혈관은 폭발적으로 팽창한다. 그리고 그렇게 팽창하던 뇌혈관은,

  - 빠직!

  터져버렸다.

  “으드득..! 없애버리겠어!”

  선화의 이가 강렬하게 마찰하고, 그녀의 주먹은 강철의 의지로 무장한 채 현석을 겨눈다.

  “후욱! 후욱!”

  선화는 거친 입김을 토해내며 현석을 향해 다가간다. 그렇게 바닥에 주저앉은 현석의 등 뒤에 섰다. 그리고 자신의 빡침을 두 주먹에 싣고, 현석에게 쏟아부으려는 그때,

  “상당히 무리하셨으니, 힘드실 만도 하겠네요.”

  여운이 선화와 현석 사이에 끼어든다.

  “아직 해가 완전히 넘어간 것도 아니니, 조금은 쉬어도 괜찮겠죠? 선화님?”

  여운은 선화의 얼굴을 정면으로 마주 보며 미소 짓는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는 말은... 지금의 선화에게는 없는 모양이다.

  선화는 살의 등등한 눈으로 웃고 있는 여운을 노려본다.

  “비켜.”

  여운은 철벽의 미소로 무장한 채 선화의 살기에 맞선다.

  “그럼, 느긋하게 쉬면서 간식이라도 먹을까요?”

  여운의 입에서 나온 ‘간식’이라는 단어에 선화의 몸이 크게 움찔한다.

  여운은 태블릿PC가 꽂혀있는 가방을 열어 뒤적거린다. 여운의 손에 의해 가방이 들썩거릴 때마다, 선화의 몸은 반응하여 움찔거린다.

  선화는 온몸으로 외치고 있었다.

  - 나 먹을 거 좋아해! 저 기분 나쁜 스웨덴인이 어떤 음식을 꺼낼지 궁금해!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지금 나에게는 푸딩이 없다는 거야!

  여운은 싱글거리며 가방 속에서 손바닥 만 한 유리병을 꺼낸다. 그는 붉은 무언가가 들어있는 유리병을 두 사람에게 보인다.

  “이건 링곤베리 잼입니다. 그것도 스웨덴 현지인의 수제 잼이에요.”

  “리, 링곤베리 라면..! 스웨덴 국민 음식이자, 장수 유전자 시트루인을 활성화시켜 건강에까지 좋다는 전설적인 식품!! 게다가 스웨덴 현지인의 수제품!”

  스웨덴 현지인의 링곤베리 수제 잼 앞에서 선화의 분노는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 떨어진 아이스크림처럼 녹아내린다.

  “맛은 보장합니다. 어머니 손맛이 보통이 아니시거든요.”

  선화는 여운의 시선을 살짝 피하며 흘러내린 안경을 밀어 올린다.

  “그, 그렇게까지 말한다면야! 이, 이거 어쩔 수 없네! 쓰읍!”

  근처 바위에 걸터앉는 선화를 따라, 여운 역시 바닥에 털썩 주저앉는다. 여운은 기대에 찬 선화의 눈빛을 한 몸에 받으며 작은 도시락 통을 꺼내든다. 그는 꺼내든 도시락에서 빵을 꺼내 붉은 링곤베리 잼을 듬뿍 바른 다음, 두 사람에게 건넨다.

  선화는 광택이 좌르르 흐르는 붉은 잼이 발린 빵에서 눈을 떼지 못하면서도, 최후의 이성만큼은 놓지 않았다.

  “그, 괘, 괜찮은 거야? 네가 먹을 빵까지 줘도?”

  여운은 싱긋 웃으며 가방에 손을 넣는다. 그리고 통조림을 꺼내 보이며 고개를 끄덕인다.

  “네. 제게는 이게 있으니까요.”

  여운이 꺼낸 통조림에는 수르스트뢰밍(surströmming)이라고 적혀있었다. 여운이 꺼낸 통조림을 따려는 순간,

  “자, 잠깐! 스르스트뢰밍이라는 거 그거 맞지?! 스웨덴 청어 요리!”

  “네.”

  - 수르스트뢰밍(surströmming) : 독한 냄새로 유명한, 스웨덴을 대표하는 삭힌 청어 요리. 세계 최악의 악취 음식으로 선정된 무시무시한 음식이다. 하지만 스웨덴 사람에게는 한국의 김치와 비슷한 위치에 있는 국민음식이다.

  “기, 기다려! 아직 따지마!”

  선화는 여운에게서 열 걸음 정도 멀어져서야 비로소 통조림 따는 것을 허(許)한다.

  “이제 됐어!”

  여운은 선화의 반응이 익숙하다는 듯, 불편한 기색 없이 캔 뚜껑을 뜯어낸다. 그러자 비릿하면서도 구린, 뭐라 형용할 수 없는 악취가 순식간에 퍼져나간다. 그 악취는 발정 난 개 마냥 먹을 것에 환장하던 선화의 식욕마저 떨어지게 할 정도로 파괴적이다.

  “지, 질 수 없어!!!”

  하지만 그 파괴적인 악취도 선화의 식욕을 막지 못하는 모양이다.

  선화는 결의에 찬 눈으로 손에 쥔 링곤베리 빵을 응시한다. 그리고 비장하고 결연한 자세로 빵을 입안으로 밀어 넣는다.

  “이. 이거...?!”

  은은하게 퍼지는 단 맛과 입안을 상큼하게 씻어주는 시큼한 맛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며, 입안을 풍부하게 채워준다.

  “맛있어!”

  “오? 맛있단 말이지?”

  선화의 격한 반응에 흥미를 느낀 현석도 잼 발린 빵을 한입 베어 물었고, 역시나 흡족한 표적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음식을 맛있게 먹는 두 사람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여운 역시, 통조림 속의 절인 청어를 꺼내들었다. 그리고 잼 뚜껑을 열어 잼을 한 숟갈 크게 떴다.

  - 삭힌 생선 통조림을 뜯는다. → 잼을 숟가락으로 뜬다.

  한국인인 선화와 현석이 보기에는 이 두 가지 행동에서 어떠한 상관관계도 찾을 수 없었다. 하지만, 스웨덴 사람인 여운에게는 일상적인 행동처럼 자연스럽다.

  의아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두 사람의 시선을 미소로 받아넘기며, 여운은 크게 뜬 잼을 그대로,

  “아아!! 도대체 뭐 하는 짓이야!! 멈춰!”

  절인 청어에 바른다.

  시뻘건 덩어리를 몸에 치덕치덕 바른 청어의 비주얼이란... 금방이라도 ‘나한테 왜 그랬어!!’라는 원망 어린 외침을 토해낼 것 같다.

  안구 테러를 당한 한국인 1, 2는 ‘안 본 눈 삽니다!!’를 연신 중얼거리며 고개를 돌린다.

  - 와작 와작

  머릿속에서 자꾸 고개를 내미는, 여운의 입안에서 잘게 다져진 청어 한 마리가 이빨에 으깨져 붉은 잼과 뒤섞이는 광경을 애써 지우려 노력하며, 두 사람은 남은 빵을 꾸역꾸역 쑤셔 넣는다.

  극한으로 식욕이 떨어진 상황에서도, 두 사람은 혀에 감기는 잼의 농후함을 느끼며 새삼 깨닫는다.

  - 이 잼은 진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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