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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내가 나를 죽였다
작가 : 휘닛
작품등록일 : 2017.7.9

 
3. 원한
작성일 : 17-07-11 17:22     조회 : 47     추천 : 0     분량 : 3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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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에에에엑”

 

  동재는 화장실 입구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놀라서 나자빠졌다.

 

  “하 하지 마! 오지 마! 제 제발 다가오지 말아주세요.”

 

  동재는 오들오들 떨며 바닥에 납작하게 엎드려서 빌었다.

 

  그러나 그의 바람 따위는 가볍게 무시하는 듯 하이힐의 높은 굽 소리는 점점 그의 목을 졸라오기 시작했다.

 

  동재는 기겁을 하며 양팔을 허우적대며 기었다.

 

  그의 머리가 변기 칸에 강하게 부딪쳤을 때 그의 눈은 또 다른 피투성이의 눈과 마주쳤다.

 

  “악!”

 

  동재는 짧은 외마디의 비명을 끝으로 정신을 잃었다.

 

  불행하게도 동재의 가사상태는 오래가지 않았다.

 

  동재는 볼때기에서 느껴지는 따끔한 충격에 몽롱한 정신을 부여잡고 실눈을 얕게 떴다.

 

  피투성이의 눈이 그의 눈앞에 바로 다가와 있었다.

 

  동재는 혼신을 다해 있는 힘껏 그것을 밀어버리고는 변기 칸으로 들어가 문을 잠궈 숨었다.

 

  “아얏! 야 이게 무슨 짓이야! 문 안 열어!”

 

  동재는 변기위에 걸터앉아 누군가가 문고리를 마구 당겨대는 극한의 공포를 무력하게 바라만 볼 수밖에 없었다.

 

  “야! 셋 셀 동안 안 나오면 너 나한테 죽어!”

 

  앙칼진 하이 톤의 목소리가 동재의 귀를 찢어놓았고 그는 양손으로 눈과 귀를 닫았다.

 

  “하나”

 

  동재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숨을 골랐다.

 

  “둘”

  그 때 동재의 눈이 뜨이며 뇌리를 스쳐가는 잔상이 떠올랐다.

 

  “셋”

 

  “잠깐만”

 

  셋을 외치는 소리와 동시에 동재는 다급한 신호를 외쳤다.

 

  바깥의 누군가가 그 말에 잠잠해졌다.

 

  “너 은아. 은아 맞지? 너 지금 뭔가 억울한 모양인데 내가 네 장례는 후하게 치러줄게. 부조금도 지갑 통째로 넣어줄게. 뭣하면 내가 상주까지 서줄 의향이 있으니까 너는 아무 걱정 말고 성불해”

 

  동재는 두려움에 떨면서도 자기 할 말을 속사포로 쏟아냈다.

 

  “필요 없어”

 

  동재의 진심에도 상대는 차갑게 호의를 무시했다.

 

  “그럼 뭐 때문에 나한테 나타난 건데 내가 서툴러서 그래? 그건 너도 알다시피 내가 일을 시작한지 얼마 안돼서 그렇기도 하고 그래도 나 네가 시키는 건 모두 다 했잖아 어제도 네가 커피 사오라고 했을 때 가까운 체인점 커피 사오려고 했는데 네가 쿠폰 쌓아야 한데서 내가 저 멀리 있는 지점까지 가서 사다 바쳤잖아 나 그래도 커피에 침 뱉거나 하지는 않았어. 상상까지는 했지만... 어쨌든 나는 네가 원한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는 말이야. 나는 여태껏 너 뒤치다꺼리는 다 했는데 네가 나한테 이러면 안 돼지. 저주하려면 차라리 대표님한테 가보는 게 어때? 그 양반도 웃긴 게 자기 소속 가수한테 사고가 났는데 네 걱정은 하나도 안하고 오직 회사 생각뿐 이더라... 그러니까 그런 천벌 받은 인간한테 네 마음 풀릴 때까지 해코지하고 선량하고 가엾은 나는 그냥 모른 척 해주길 바랄게”

 

  동재는 장황하게 아무 말이나 주절대었다.

 

  “싫어”

 

  단호한 거절이었다.

 

  “야 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데 내가 뭘 잘못했다고... 혹시 내가 네 매니저이지만 다연이를 더 좋아해서 그러는 거야? 너는 몰랐겠지만 나는 입사를 결심한 것도 오로지 다연이 때문이었어. 다연이는 얼굴 몸매 성격도 착하고... 물론 인기는 네가 더 많아 미안해 속이려던 건 아니었어...”

 

  “알아”

 

  돌아온 대답은 한층더 차가워진 말투였다.

 

  “아... 알고 있었구나... 괜히 나 혼자 끙끙댔네... 그럼 네가 뭐 때문에 나한테 이러는 걸까나?”

 

  동재는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식은땀을 닦아냈다.

 

  “내가 나를 죽여?”

 

  “그 그게 문제였구나... 네가 차를 몰고 다리 아래로 뛰어들었으니까 투신자살을 한 거고 자살이란 말이 자기가 자기를 죽인 느낌이 강하니까... 그게 기분이 나쁘다면 덧없는 인생에 회의감을 느끼고 스스로 인생을 마감했다는 식으로 공표해줄게. 그러니까 더 이상 망자가 생자에게 관여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너 때문에 나 역시 이대로 죽으면 원귀가 될 판이니까”

 

  “내가 왜 나를 죽여?”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나는 약쟁이의 생각을 알고 있지도 알고 싶지도 않아. 너 생전에 네가 무슨 의도를 갖고 심부름 보내는지도 몰라서 욕먹었는데 죽고 나서는 알겠냐? 나는 네가 왜 죽었는지 전혀 아는 바가 없으니까 그에 대해서라면 다른 사람을 찾아보길... 그럼 안녕”

 

  동재는 불쾌한 진상에게 작별을 고했지만 상대는 그대로 순순히 물러나지 않았다.

 

  “그럼 난 뭐야?”

 

  “지가 죽었는지도 모르고 염치없이 돌아다니는 민폐악령이지... 너 잘 생각해. 단순히 네 원한을 갚기 위해서 남한테 민폐를 끼치다가는 좋은 곳으로 갈 수 없어. 물론 생전의 네 악행과 팬들에 대한 기만은 심판을 받겠지만...”

 

  “얘 뭐래니 자꾸. 이제 그만하자 참는데도 한계가 있어”

 

  “그 말 그대로 돌려줄게. 네가 이런 식으로만 나오면 나도 가만히 안 있을거야”

 

  “당장 안 나와!”

 

  동재는 잠금 쇠를 열고 문틈사이로 조심스레 바깥을 살펴보았다.

 

  그 자리에는 여전히 온 몸이 피투성이인 여인이 죽일듯한 원한을 품은 눈초리로 매섭게 노려보고 있었다.

 

  동재는 눈을 질끈 감으며 목에건 싸구려 십자 목걸이를 들이밀며 나왔다.

 

  “위해하신 하늘의 아버지이시여 이 가련하고 우매한 망자를 부디 가엾게 여기옵서서 아무런 근심 걱정이 없도록 편안한 안식을 누릴 수 있게 저희를 인도해 주실 것을 믿어 의심치 아니하겠습니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뭐하냐?”

 

  “이건 다 네가 자초한 일이야. 나는 최선을 다해 너의 말을 들어주었고 최후의 방법으로 퇴마를 선택한 거야”

 

  “그래서 그 믿음에 아직도 신봉이가?”

 

  “물렀거라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명하니 썩 내게서 물렀거라”

 

  깊은 한숨소리와 함께 여인은 동재의 손을 잡아 자신의 얼굴에 갖다 댔다.

 

  동재는 움찔 놀라 손을 떼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상대의 악력 역시 놓아주지 않으려는 의지를 보여주며 호락하지 않았다.

 

  동재의 손가에는 차갑게 굳은 액체와 그 위를 뜨겁게 되 덮는 액체가 동시에 느껴졌다.

 

  동재는 살며시 눈을 떠 바라보았다.

 

  온 몸이 피투성이 이긴 했지만 은아가 확실했고 또한 만져 짐으로서 확신이 들었다.

 

  “뭘 그렇게 빤히 봐. 눈깔아”

 

  동재는 재빨리 눈을 내리깔았다.

 

  잠시 동안 침묵이 이어졌고 동재의 머릿속은 복잡해졌다.

 

  “내가 죽길 바랐다면 그건 안됐네. 나는 살아있고 앞으로도 계속 살아 널 괴롭혀줄 거야.”

 

  그녀의 진심어린 협박에 동재의 어지럽던 머릿속의 미로에 네비게이션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래? 그 그거 참 다행이네... 하 하 그런데 너는 여기에 어떻게...”

 

  동재는 멋쩍게 웃으며 상황을 무마하려고 했다.

 

  “나도 몰라 차가 떨어지기 전에 난 거기서 나왔고 보이는 거랑 달리 몸도 꽤 괜찮고... 힐은 부러졌지만... 이거 꽤 아끼던 건데”

 

  “아직 약 덜 깼지?”

 

  “아직 몽롱하긴 한데 네 헛소리 들으니까 확 깨는 것 같아. 그러고 보니 날 아주 약쟁이라고 부르더라? 미쳤냐? 입조심 하랬지”

 

  은아는 그대로 동재의 정강이를 걷어찼다.

 

  동재는 다리를 감싸 쥐며 다급히 변명했다.

 

  “아니야. 나는 아무에게도 말 안했어 대표님도 이 사실은 모르실거고 만약 대표님 귀에 이 사실이 들어가기라도 하면 내가 잘릴 텐데 내가 그럴 리가 없지. 내가 더 조심할게.”

 

  “그래 그건 알아서하고 일단 나가자”

 

  “어딜?”

 

  “어디긴 어디야 집으로 가야지! 옷도 엉망이고 샤워도 하고 싶고 무엇보다 피곤해서 자야겠어.”

 

  “그 그래 너의 말엔 전적으로 동의해... 그럼 먼저 차에 가있을래? 내가 금방 대표님에게 말하고 올게”

 

  “아니 말하지 마!”

 

  “응? 아니 왜?”

 

  “나 마음에 들었거든”

 

  “뭐가?”

 

  “내가 나를 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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