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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hopeness
작가 : 아웃
작품등록일 : 2017.7.1

느닷없이 찾아온 죽음. 멀어져가는 의식 속에 아득해져가는 꿈을 이루지 못한 채 죽게 된 이자룡, 그가 다시 눈을 떴다.
처음 보는 사람들. 처음 보는 환경. 처음 보는 세계. 모든 것을 이세계에서부터 새롭게 시작한 그는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한 번 새로운 삶을 살게, 되야 하는데...
“하인이면 하인답게 처신하라고. 알겠어?”
“예…. 명심하겠습니다.”
“됐고, 이름은?”
“이자룡입니다.”
“뭐가 그리 어려워? 바꿔.”
“부모님이 주신 이름인데 함부로 바꾸는 건 좀 그렇습니다.”
“뭐래? 내가 이름을 바꾸래? 호칭을 바꾸라고.”
“….”
시작부터 영 순탄치 않았다.
하지만, 그에게는 새로워진 자신과 반드시 지켜야할 것들이 있다. 이제 그는 남은 것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다시 발걸음을 내딛는다.

 
3-8 아이덴티티
작성일 : 17-07-10 23:07     조회 : 250     추천 : 0     분량 : 4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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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이크?”

 번뜩 떠오른 해답에 손가락을 튕기는데 뒤에서 안젤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직 안 자고 있던 건가?

 “안젤라님? 안 주무셨어요?”

 “어…, 아직 할 게 있어서 연구실에 있었는데 위쪽이 시끄러워서 올라와 봤어.”

 조금 피곤해 보이는 기색은 있었지만, 내가 염려하던 것처럼 많이 다치거나하진 않은 것 같았다.

 “아, 죄송해요. 너무 시끄러웠나요?”

 자세 잡는답시고 고작 두꺼운 판자 몇 장을 사이에 두고 소파 위에서 이리저리 부산하게 움직였으니 그 밑에선 판자가 삐걱거리는 소리가 얼마나 크게 들렸을까? 괜스레 안젤라에게 미안해졌다.

 “아냐! 괜찮아, 괜찮아! 뭘 그런 걸 가지고!”

 안젤라는 내 사과에 당황스러워하며 세차게 손을 내저었다. 어색하게 웃는 표정이 왠지 잘못을 저지른 것 같은 아이의 얼굴을 보는 것 같았다.

 “밤이니까 커피는 좀 그렇고, 코코아라도 한 잔 끓여다 드릴까요?”

 “그, 그럼 내가 끓일게! 넌 그냥….”

 “한 손으로도 충분히 끓일 수 있어요. 안젤라님은 소파에 앉아계세요. 필요하면 그때 부를게요. 불 킬까요?”

 “아냐 그럴 필요 없어! 그리고, 필요하면 꼭 불러.”

 안젤라가 소파에 앉는 걸 확인한 난 물을 넣은 주전자를 불 위에 올렸다.

 물이 끓는 잠깐의 시간동안 슬쩍 안젤라의 동태를 살폈다. 평소 같았으면 얼른얼른 하라고 성화인 그녀가 유독 조용했다.

 “뭐, 뭐라도 도와줄까?”

 …어째서인지, 고개를 돌리자마자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나랑 눈이 마주치자마자 무안해하는 게 눈에 선하게 드러났다.

 “아뇨. 오늘따라 조용하셔서요.”

 “에…, 그야 밤이기도 하고, 킨도 쉬고 있으니까 조용히 해야 할 것 같아서.”

 “뭐, 그렇겠네요.”

 “헤헤…. 그렇지?”

 안젤라가 맥없이 웃었다. 그녀가 저렇게 웃고 있는 걸 보고 있자니, 오히려 내가 맥이 빠질 것 같다.

 강아지가 그려진 머그컵에 담은 코코아를 쟁반에 올렸다. 멋들어지게 양손에 내 잔이랑 안젤라의 잔을 들고 가기엔 내 오른손이 성치 않았다.

 “드세요. 뜨거우니까 혀 조심하시고.”

 쟁반을 탁자에 내려놓고 코코아가루를 더 넣어 평소보다 조금 더 진한 코코아를 안젤라 앞에 내려놨다.

 잔을 받아든 안젤라가 잔을 입에 댔다. 어? 잔을 너무 기울이는….

 “아 뜨뜨!”

 “괜찮으세요? 뜨거우니까 조심하시라고 했잖아요.”

 그 뜨거운 코코아를 식히지도 않고 입 안에 들이부으려 했으니. 혀끝이 꽤나 아릴 것이다.

 “괜찮아! 괜찮아! 신경 쓰지 마!”

 차마 혀를 부여잡진 못한 안젤라는 손으로 입을 부여잡으며 손을 내저었다. 그냥 두면 안 될 것 같은데.

 “혀 데인 것 같은데. 찬물이라도 가져다드릴까요?”

 “글쎄 괜찮다니까 그러네! 괜찮으니까 멀뚱멀뚱 서있지 말고 너도 앉아.”

 안젤라가 앉은 자리에서 옆으로 비켜줬다.나는 그녀가 비켜준 자리에 앉아 잔을 기울였다.

 흠, 역시 꽤 뜨겁네. 이걸 입에 그냥 들이부었으니.

 “쓰으으…, 그나저나 진짜 뜨겁네. 왜 이렇게 칠칠치 못한 건지….”

 “뭐, 그럴 수도 있죠. 저도 가끔씩 혀도 데이고 그래요.”

 “그럴 수 있겠지…. 코코아에 혀를 데이는 것 정도는…, 누구나…. 하지만….”

 내가 한 짓은 아니겠지. 아마 이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고개는 죄를 지은 사람처럼 푹 숙인 채, 손은 가만히 두지 못하고 안젤라는 그저 머그컵만 만지작거렸다.

 달빛에 비춰진 안젤라의 모습은, 너무나, 가련했다. 침전된 분위기가 어깨를 타고 흘렀다. 안젤라의 모습과 가라앉은 분위기가 머리를 지끈거리게 했다.

 뭔가 나서서해야하긴 할 것 같은데 대체 뭘 어떻게 먼저 시작해야할지 앞길이 깜깜했다. 이런 일을 해본 적이 있어야 대처법이라도 알 텐데, 아는 여자라곤 죄다 절망이나 슬픔은 개나 줘버린 괄괄한 여자밖에 없어 여성의 예민함이나 감수성에 어떻게 다뤄야할지 감이 안 잡혔다.

 끙, 내 주변의 여자가 얼마나 여성성이라곤 없는지 새삼 깨달았다.

 “휴. 뭘 그렇게 꽁꽁 싸매고 있으세요? 그냥 속 시원하게 말씀하세요.”

 “….”

 여전히 입을 굳게 닫았다. 휴, 이런 면에선 전혀 솔직하지 못하니….

 “씁, 그럼 제 말이나 좀 들어주세요. 대답은 안 들을 테니까 듣기만 하세요. 에, 오늘 일어난 일이 좀 심각했던 건 알아요. 킨이 다치고, 전 손모가지 날아갔죠. 이렇게요.”

 안젤라가 힐끗 내 팔을 보더니 입술을 지그시 깨물며 죄인마냥 고개를 더욱 푹 숙였다.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그 영혼이 저랑 융합될 때, 아마 그때 제가 변한 것 같아요. 기억은 전혀 나지 않지만. 아마 전 통제되지도 않는 힘으로, 안젤라님을 죽이려 들었고, 킨을 반 정도 사지로 몰아넣었죠.”

 “…그랬지.”

 안젤라가 힘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 목소리에서 그녀의 죄책감이 느껴졌다.

 “게다가 전 하마터면 그 영혼한테 몸까지 뺏길 뻔했죠. 손이 반쯤 날아가긴 했지만.”

 “….”

 “아마 그 영혼이 킨을 쓰러뜨렸다면, 곧바로 안젤라님을 죽였겠죠. 하마터면 다 죽을 뻔했죠?”

 “…할 말은 그게 다야?”

 무릎 위에 얹어진 그녀의 주먹이 미세하게 떨렸다. 그녀의 울분이 담긴 그 미동. 그녀의 입술은 울분을 못 참고 억세게 물어 파르르 떨렸다.

 진작 터졌어야 할 그녀의 울분은 죄책감과 섞여 희석돼 그녀의 마음속에 고였다. 그녀의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는 죄책감과 죄악감이 있는 한, 그녀가 터뜨려야할 울분을 억지로 틀어막을 것이다.

 “아뇨. 아직 더 있어요.”

 “그럼 빨리 해…. 어차피 흥분해서 실수나 해된 내가 무슨 변명거리가 있겠어.”

 ……….

 “…그런데 말이죠, 그런 거 가지고 너무 너무 죄인처럼 굴지 마세요. 그런 건 안 어울려요, 안젤라님한텐.”

 “…뭐라고?”

 안젤라가 내 말에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봤다. 그녀의 얼굴을 본 난, 카디건 안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그녀에게 건네주며 얼른 고개를 돌렸다. 결국 새어나온 듯했다.

 “안 어울린다고요. 그런 거.”

 “…그럼 나보고 평소처럼 버럭 소리라도 지르라는 거야?”

 “와, 안젤라님도 자기 성격이 어떤지 알고 계시네요?”

 “하던 말이나 계속해. 말 돌리지 말고.”

 “알겠어요. 보채시긴. 본론만 말하자면 모두가 살아있다는 거에 의의를 두자는 거죠. 저하고 킨이야 언데드니까 젤로 수복공사 좀 하면 되잖아요? 하는 김에 튼튼하게 말이죠.”

 “그건 단순히 자기위안밖에 안 돼! 너는 아무것도 몰라!”

 안젤라의 언성이 높아졌다. 감정이 북받친 듯했다.

 “아무리 너희가 언데드라지만, 아무리 너희들이라도 죽을 수 있단 말이야. 그런데, 나보고 너희는 언데드니까 내가 다시 고쳐줄게 하면서 얼렁뚱땅 넘어가라고? 함부로 말하지 마. 아무리 내가 입이 좀 험하고 흥분하면 막무가내지만 양심이 없는 건 아니야. 난 너희를 가족처럼 생각한단 말이야. 그런데…, 그런데….”

 흐느끼는 소리가 다시금 들려와, 커져갔다. 다시 시작된 그녀의 눈물에 뒤통수를 긁적였다. 말하는 센스가 구려서 위로해주는 것조차 수월하지 못했다.

 어떻게 해야 할까 고심하다 끝끝내 한 가지 묘안을 떠올렸다. 묘안이라기엔 조금 거창하지만, 딱히 생각나는 것도 없으니.

 “흑…. 나도 미안했단 말이야. 흐흑…,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던 건 고작 도망치는 것뿐이었는데. 불을 지펴놓은 사람은 나였는데. 흐흑…, 나도 안다고…. 내가 얼마나 한심했는지….”

 “…쉬잇. 더 이상 말하실 필요 없어요. 안젤라님이 얼마나 미안해하셨는지 잘 알아요.”

 안젤라를 살포시 품에 안았다.

 “그리고 그건 한심한 게 아니에요. 현명하신 거죠. 만약 안젤라님이 크게 다치셨으면 킨이 얼마나 슬퍼하겠어요? 그거 알아요? 킨은 제가 방을 나가기 전까지도 안젤라님 걱정뿐이었다는 거? 부상자가 바로 앞에 있는데도 말이죠.”

 안젤라의 소리 없는 울음이 가슴을 적셨다. 그녀의 가녀린 손이 옷자락을 쥐었다. 나는 그런 그녀의 등을 가볍게 토닥여줬다.

 “그러니까 지금 안젤라님이 죄책감이랑 죄악감에 고개 숙이시지 말고 평소 저희한테 해주시던 대로 해주셨으면 해요. 킨이랑 저는 괜찮은데 안젤라님이 괴로워하시면 저희도 덩달아서 괴로워져요. 그냥 훌훌 털어버리고 일어나세요.”

 나는 내가 해줄 수 있는 것들을 전부 해줬다. 빈정거리긴 했지만 진심으로 위로해줬고, 미숙했지만 그녀의 등을 토닥이며 달래줬다. 여자를 위로해본 적이 없어 이게 맞는 행동인진 모르겠지만, 이걸로 그녀가 괜찮아진다면 나쁘지 않은 성과였다.

 난 한참이나 그렇게 안젤라의 등을 토닥여줬고, 그녀는 그런 내 품에서 속에 쌓아뒀던 슬픔으로 내 옷을 물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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