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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소녀 류하 시리즈
작가 : 루날
작품등록일 : 2017.7.9

비정한 청부업자들과 범죄조직들이 판치는 부산을 배경으로, 오갈 데 없는 한 소녀가 방황한다. 무기력하고 무감정한 소녀가 거친 세계 속에서 살아남으며 성장하는 하드보일드하고 피카레스크한 이야기, 지금 여기서 개막.

 
15 – 소녀와 홍차는 어울리지 않는다
작성일 : 17-07-10 20:33     조회 : 16     추천 : 0     분량 : 30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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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15.

 술은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었다. 아무 생각 없이 편의점에 들어갔더니 새벽 아르바이트생이 퇴근 할 때가 다 되어가서 귀찮은지, 주민등록증을 확인도 안 하고 그냥 술을 나에게 팔아버린 것이다. 왠지 횡재했다 싶었다.

 면도날은 구할 수 없었다. 상관없었다. 비슷한 거라면 어디서든 구할 수 있을 것이다. 정 안되면 편의점에서 커터칼이라도 사면된다.

 인적이 드문 골목에 들어가서 소주병을 까서 들이켰다. 이틀간 술이 들어가지 않았던 내장에 갑자기 술이 들어가자 확 하고 구역질이 솟아올랐다. 제기랄. 술이 몸에 해롭다는 건 알아. 근데 몸에 좀 해로운 걸 먹을 수도 있지. 적어도 나 혼자 술 좀 마시는 게 남에게 해가 되는 건 아니잖아? 그래, 술 좀 처먹을 수도 있지.

 전부 하룻밤의 꿈. 고작 행복해질 수 있을 거라는 가능성만 붙잡고는 대롱대롱 매달려서 허우적거린 꼴이 고작 이거라니. 웃음이 절로 나왔다. 멍청했다. 멍청이였던 것이다. 고작 빛을 보여줬다고 이렇게 지랄발작을 하니 남들 보기에는 우스워보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어쩌라고. 술이 달았다. 죽어, 죽어버려. 몸이 스르르 무너져 내리는 게 느껴졌다. 겹친 피로와 술기운 때문이었다. 더 이상은 몸을 가눌 힘도 없었다. 방금 마셨던 술을 게워내고 또다시 배를 술로 채웠다. 병이 비자 나는 소주병을 깼다. 소주병의 파편은 날카로웠다. 그 중 제일 날카로워 보이는 걸 죽었다.

 이걸 손목에 꽂으면 죽을 수 있다. 차마 손목을 긋지는 못하고 파편으로 손등을 긁었다. 가려움과 함께 따끔함이 느껴졌다.

 여기까지 와서도 살고 싶은 거냐? 지금 이 꼴이 되어서도?

 이제 그만 죽어. 죽으면 편해져.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도저히 혼자서는 할 수 없었다. 당장 죽으려면 권총을 꺼내서 입에 꺼내 당기면 될 텐데도. 주저앉았다. 몸에서 힘이 다 빠져나갔다. 졸음이 스르르 몰려왔다.

 

 잠에서 깬 건 해가 중천에 떴을 때 쯤이었다. 맑고 화창한 날씨. 싫어. 나는 맑고 화창한 날씨가 늘 싫었다. 그런 날씨보다는 우중충하고 구름꼈으면서 비는 안 오는, 그런 애매한 회색 날씨가 좋았다. 비오는 날은 우산 들고 다녀야 해서 귀찮고, 쨍쨍한 날은 꼭 스포트라이트가 내려쬐어서 주변을 밝히는 기분이었다. 마치 짓지도 않은 죄를 허공에 다 까발려지는 그런 기분이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날씨 탓을 하고 앉았을 수도 없었다. 나는 일어섰다. 어디로 가야하지? 한현의 사무소에 다시 돌아갈 수는 없었다. 나는 주머니에 무심코 손을 넣었다 구겨진 종이가 잡히는 걸 느꼈다. 전에 소담이 헤어지기 전에 남긴 주소였다.

 그래, 여기를 찾아가서 소담에게 죽여달라고 하는 거야! 너무나도 완벽한 계획이었다. 스스로 못하는 일이라면 남에게 부탁하면 된다. 그 생각을 왜 못하고 복수니 일상이니 지루한 고민을 계속한 걸까. 실없이 웃음이 나왔다. 이렇게 간단한 일을, 간단한 일을 가지고. 그렇게 고민을 해 왔다고.

 나는 소담의 집 주소를 쳐다보았다. 나는 소담의 주소를 본 순간 웃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소담의 집 주소가 바로 내가 전에 살던 원룸 바로 위층이었기 때문이었다.

 

 알던 곳이니까 찾아가는 건 쉬웠다. 엉망진창인 몸을 이끌고 부산역까지 다가갔다. 주변 사람들이 나를 경계하는 게 느껴졌다. 하긴, 어제는 하루종일 밖에서 구르기만 했으니 몸에서 이상한 냄새가 날 법 했다.

 익숙한 층계참을 오르는 내내 살기가 가득했다. 전에 여기에 살 때는 느껴보지 못했던 감각이었다. 바로 윗층에 킬러, 그것도 우리 오빠를 죽인 킬러가 있었다니 믿지도 못할 일이다. 정말로 눈치조차 못 챘는데, 하긴 눈치를 어떻게 챘겠냐마는.

 소담의 방 문 앞에 다다라서 나는 노크를 했다. 안에선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좀 더 세게 두드려보았지만,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참다못한 나는 방문을 열고 들어갔다. 내가 기대한 건 창가에 선 소담이 맞이해주는 모습이었다. 적어도 이건 아니었다.

 이건 아니었다. 전혀.

 

 나는 왜 한현을 죽이지 못한 걸까. 총알만 낭비했잖은가.

 이제 와서 후회해본들 소용없는 일이었다. 뭔지는 몰라도 그가 이번에도 모든 걸 망쳐버린 게 분명했다.

 나를 맞이한 건 바닥에 피를 흘린 채 널브러진 소담과 한현의 모습이었다.

 “여어, 왔냐? 그런데 지금 꼴이 이래서.”

 소담이 입가에서 피를 흘리며 말했다.

 “거 봐, 내가 이 녀석 여기 올 줄 알았다니까.”

 한현이 맞장구를 쳤다. 나는 그의 뻔뻔한 낮짝에 화가 났다.

 “뭐가 어떻게 된 일이죠?”

 

 별 일 아니었다. 그저 단순히, 내가 한현을 죽이지 않음으로서 모든 일이 꼬이게 된 것 뿐이었다.

 차마 죽일 수가 없어서 내 손으로 죽이지 못했던 한현은, 반성이라도 했는지 내가 소담을 찾아갈 거라는 데 생각이 미쳤다. 혹은 자신을 이런 궁지로 몰아넣은 소담에게 개인적인 원한이 생겨서인지도 몰랐다.

 그리고 한현은 소담을 찾아갔다. 한현도 꽤나 실력 있는 싸움꾼이었다. 소담보다는 못할지 몰라도, 선제권이 있다면 한현도 소담에게 치명타를 가할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소담도 호락호락한 사람은 절대 아니었다는 점이다.

 문이 열리자 마자 한현은 기습적으로 소담의 배에 회칼을 꽂았다. 한현이 회칼을 비틀어 상처를 벌리는 사이 소담은 한현의 머리를 찍으려 들었지만, 자세가 비틀어지는 바람에 어깨를 찍어버리는 데 그치고 말았다. 그렇게 둘은 치명상을 입은 채, 아무것도 못하고 서로를 마주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네가 오기를 기다렸지.”

 소담이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네가 오면 이 웃긴 상황을 끝낼 수 있으니까. 너 총 있잖아? 그걸도 둘 다 쏴죽이고 집에 가는 거야. 어때?”

 “전 집이 없는데요. 그리고 총알은 한발뿐이에요.”

 “잘 됐네. 네게 선택권이 있어.”

 한현이 더러운 낯짝으로 아가리를 씨부렸다.

 “자, 누굴 죽일래? 최고의 킬러이자 네 오빠를 죽인 소담이냐, 아니면 널 속이고 네 오빠를 팔아넘긴 나야? 네가 선택해.”

 나는 권총을 꺼내 둘을 번갈아 겨누었다. 선택권은 내게 있었다. 누굴 죽이든, 복수는 갚는 셈이었다. 죽으러 와서는 사람을 죽이는 선택권을 가지게 되다니. 이 무슨 상황인가.

 결정할 시간이었다. 누굴 죽일 것인가. 나는 멍하니 둘을 쳐다보았다.

 답은 간단했다. 나는 누군가를 죽이지도 못하는 인간이다. 나는 내 머리에 총을 겨누었다. 이제는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잘 있어요.”

 나는 웃으며 방아쇠를 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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