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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이벤트 호라이즌
작가 : 서린
작품등록일 : 2017.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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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 곳곳이 쓰레기장처럼 보였다.
길거리는 너무나 고요했다.
이동하는 동안 들리는 거라곤 연규의 발걸음 소리뿐이었고, 보이는 건 무너진 건물과 크레이터로 인해 중간중간 끊겨있는 도로뿐이었다.
하늘은 여전히 붉은색이다. 모든 게 어색했다.
바로 어제까지만 해도 이곳을 오갔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변해버렸다.
이 모든 게 하룻밤 사이에 일어난 일들이었다.


- 본문 중 발췌

 
2. 생존 (6)
작성일 : 17-07-09 19:42     조회 : 67     추천 : 1     분량 : 5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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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생존 (6)

 

 움직일 힘이 없다. 그래도 발걸음을 옮긴다. 이렇게 움직이는 것도 며칠 전 냇가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냇가를 발견하지 못했다면 지금쯤 시체조차 녹아 없어졌겠지. 여긴 어디쯤일까?

 굳게 믿었던 능력도 사용되지 않으니 기운이 떨어진다. 발에 무거운 납덩어리를 달고 있는 것 같다. 발이 들리지 않는다.

 -철퍽.

 울퉁불퉁한 산길. 지금은 하늘의 폭격에 의해 민둥산이나 다름없지만 잡초가 무성하다. 다리를 들어 올리는 높이가 낮아지니 넘어지는 건 당연한 일이다. 무방비 상태로 쓰러졌지만, 아프지는 않다. 그대로 눈앞에 보이는 잡초를 물어뜯는다. 맛도 없을뿐더러 허기도 가시지 않았다.

 웅크려 주린 배를 움켜쥐었다. 집밥이 그립다. 집에서 나오면 개고생이라더니 옛말 틀린 게 하나 없다. 사람 한 명 없는 산속에서 굶어 죽을 생각에 눈물이 흐른다. 이대로 죽으면 시체가 녹아내리겠지. 적어도 가족에게 내가 어디서 죽었다는 소식만이라도 남기고 싶다.

 연규는 어느 순간부터 가족 생각을 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렇지만 사람 마음이란 게 무엇인가를 지우려 노력하면 할수록 더욱 생각나는 법이다. 대학, 군대, 유학 총 8년을 집 나와 살던 연규였다. 그런데도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이렇게 크지는 않았다. 객지 생활을 하며 지내도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되돌아갈 수 있다는 생각이 깔려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다르다.

 가족을 만날 수 있다는 확신이 안 든다. 얼굴도 가물가물하다. 가족사진이 든 지갑과 휴대폰이 생각난다. 그게 이제 와서 무슨 소용인가. 이미 크레이터가 먹어치워 버린 뒤인데.

 거지는 따로 있는 게 아니다. 지금 연규는 거지다. 한없이 춥고, 졸리고, 배고프다.

 

 

 날이 밝자 붉은 햇살이 얼굴을 비추었다. 연규는 진작에 일어났지만, 몸 하나 까닥할 힘이 없다. 웅크린 자세로 눈꺼풀만 들어 올린다. 무릎 높이까지 올라온 잡초가 시선을 방해한다.

 눈앞에 아른거리는 잡초 사이로 여태 보지 못했던 것이 보인다. 그것은 불탄 거목 밑동에 있었다. 뭉게뭉게 구름 모양으로 뭉쳐져 있다. 갈색의 뿌리로 시작해서 폭이 넓어질수록 하얗다. 버섯이었다.

 분명 어제까지는 보지 못한 버섯이다. 그렇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연규는 몹시 배고프다. 먹을 것을 발견하니 없던 힘도 솟아올랐다. 재빨리 다가가 양손 가득 움켜쥐고 입으로 넣는다. 이 버섯이 식용버섯인지, 독버섯인지 알 방법이 없다. 일 년에 한두 번 산에 오를까 말까 하는 연규가 그런 걸 어떻게 알겠는가.

 무작정 집어먹는다. 야생 버섯을 함부로 섭취하는 짓은 상당히 위험한 행동이다. 하지만, 지금 연규에겐 아주 사소한 문제였다.

 몇 차례 씹지도 않고 죄다 삼켜 먹는다. 어느 정도 배가 차오르자 맛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 버섯, 참 맛이 없다. 막말로 흙을 먹어도 지금 먹고 있는 버섯보다 맛있으리라. 하지만, 조금이나마 해소되는 허기가 맛없는 버섯을 입안에 꾸역꾸역 집어넣게 만든다.

 몇 송이 집어 먹지 않았는데 배가 부르다. 워낙 공복에 음식을 섭취해서 그런 탓일까? 그대로 바닥에 드러눕는다. 이제 와서 걱정이 된다.

 "무슨 문제 생기는 건 아니겠지?"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 위로한다. 굶어 죽든, 독에 중독돼 죽든. 결과가 나쁘면 죽는다는 건 매한가지니까. 부풀어 오른 배를 한동안 쓰다듬다가 일어섰다. 그리고 인근을 돌아다니며 버섯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홀쭉했던 더플백이 다시 빵빵하게 부풀어 오르고 나서야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더플백을 가득 채운 버섯이 동나기 전에 길을 찾기 위해.

 

 

 진회색 콘크리트 건물을 마주한 건 버섯을 찾은 뒤로 일주일이 지났을 때다. 이전 도시를 빠져나온 뒤로 사람은커녕 괴물 한 마리도 만나질 못했다. 그런 연규였기에 마음이 들뜨는 건 당연했다. 어쩌면, 이곳에서 정상적인(?) 생존자가 있을 수도 있다는 바람.

 입에 물고 있던 맛없는 버섯을 뱉어내고 달리기 시작했다. 회색빛 건물에 접근할수록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다른 곳도 일반적인 도시는 없었지만, 이곳은 심했다. 말려 올라간 지반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그 위에 산처럼 쌓여있는 콘크리트 더미를 보자 기가 질렸다. 연규는 서둘러 콘크리트 산을 올랐다.

 과연 이곳에 생존자가 있을까?

 가장 먼저 든 의구심이다. 이것은 보통의 크레이터와는 차원이 달랐다. 시인 거리 끝까지 펼쳐진 크레이터. 중앙엔 싱크홀마냥 깊숙한 구멍이 있다. 얼마나 거대한 운석이 떨어진 걸까? 이곳에 있던 사람들은 충격에 의한 열에너지에 폭사 되었으리라.

 순간 불바다가 된 도시를 상상해 버리고 부르르 떨었다.

 그래도 붙잡고 있는 한 가지 희망이 있다면, 자신같이 충돌에 살아남은 사람이 있을까 하는 기대였다. 연규가 크레이터 주변으로 밀려난 건물을 둘러봤다. 크레이터와 가까이 있을수록 건물이라기보단 파편 덩어리일 뿐이었다.

 연규가 땅 꺼질 듯 한숨을 내쉰다.

 크레이터 외각을 따라 이동했다. 크레이터의 크기가 워낙 크다 보니 둘러보는데 너무 많은 시간이 든다. 마음이 조급해진다. 2시간가량 움직여 반대편에 도착했다. 밀려난 지반 뒤로 의외로 멀쩡한 건물이 보인다. 여전히 크레이터와 가까운 곳은 건물이라고 말할 수 없는 수준이다.

 1시간 정도 도시로 들어갔다. 그제야 거대한 크레이터에 피해를 보지 않은 도시에 들어섰다. 연규가 도로명 간판을 확인한다. 펜리스(Penrith).

 "뭐야?"

 당황한 연규가 눈을 비비고 다시 쳐다본다. 암만 눈을 씻고 본들 같은 글자가 쓰여 있을 뿐이다. 뒤돌아 크레이터가 있는 방향을 본다.

 "그럼 저기가 블루마운틴이라는 거야?"

 어처구니가 없어 화가 났다. 도대체 어떻게 길을 잃어버리면 캐슬 힐(Castle Hill)에서 블루마운틴을 지나 펜리스에 도착한단 말인가. 자신의 방향감각이 의심된다.

 한편으로 그동안 사람을 못 만난 건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호주는 지형 특징상 전체 인구의 95%가 외곽에 살고 있다. 넓은 중심지에 고작 5%의 인원이 분포되어 있다 보니 사람을 만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혀를 내두르고 도시를 거닐기 시작했다. 이곳도 드문드문 크레이터가 보인다. 다른 곳에서 보던 만큼 많은 크레이터가 있는 건 아니다.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품는다.

 연규가 가까운 단독주택으로 다가가 초인종을 눌렀다.

 별다른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전기식인가? 시계조차 돌아가지 않던 하숙집이 떠오른다. 행여나 괴물 캥거루 같은 녀석이 튀어나올까 조심스럽게 노크를 했다.

 -똑. 똑. 똑.

 반응이 없다. 잠시 기다렸다가 조금 더 크게 문을 두드린다.

 -똑. 똑. 똑.

 침묵만이 연규를 환영한다. 현관을 벗어나 창문으로 집안을 둘러본다. 조용하다. 팔꿈치 날을 세워 창문을 깼다. 깨진 유리가 두툼한 항공 점퍼에 막혀 떨어진다. 유리가 떨어지는 소리에도 집안은 고요하다.

 깨진 창문에 손을 넣어 잠금장치를 풀었다. 창문을 열고 깨진 유리를 조심히 넘어 집 안으로 들어갔다. 집안은 먼지가 가득하다. 사람은 없는 건가? 옷가지나 빨랫감이 있는 거로 봐서 외출 준비를 하고 나간 것 같진 않았다. 생활의 흔적은 있는데 사람만 없는 집이다.

 냉장고를 열어 식량을 찾는다. 퀴퀴한 썩은 내가 진동한다. 연규가 눈살을 찌푸리고 다른 집으로 움직인다.

 두 번째 집도, 세 번째 집도 상황은 처음 들어간 집과 같았다. 생활의 흔적은 있는데 사람만 없는 집. 이 지역 사람들은 안내방송 같은 거라도 듣고 황급히 집을 버렸을까? 갑자기 내리 꽃인 돌덩이에 전기가 먹통인데 안내방송을 들었을 리가 없다.

 연규는 의심 어린 눈초리로 저편에 보이는 크레이터를 봤다. 충격파가 이곳까지 영향을 준걸까?

 한동안 집을 돌아다니며 일일이 확인해도 사람은 없었다. 급기야 괴물의 존재를 신경 쓰지 않고 빈집에서 구한 쇳덩이를 부딪쳐가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다녔다. 그래도 사람은 나오지 않았다.

 그래도 연규는 포기하지 않았다. 펜리스는 큰 도시니까. 적어도 사람 한 명쯤은 어딘가 살아있을 법했다. 거대한 크레이터를 등지고 움직였다. 만약에 충격파로 이곳 사람들이 죽은 거라면 크레이터에서 멀어질수록 사람을 만날 확률이 올라갈 테니.

 늘어선 주택가를 요란스레 지나쳐가자 어느새 번화가가 나왔다. 이곳에도 크고 작은 크레이터가 즐비했다. 이제는 너무 익숙한 모습이다. 부서진 건물과 도로를 채운 크레이터가 전혀 이상하게 느껴지질 않는다.

 번화가에 들어서자 나름 멀쩡한 형태를 유지한 7층 건물이 눈에 띄었다. 넓은 폭을 가진 빌딩이다. 입구 전면이 유리로 되어있었는지 깨진 유리 조각이 바닥에 한가득하다.

 빌딩은 쇼핑몰인지 1층엔 각종 잡화가 널브러져 있다. 이런 대형 쇼핑몰은 심각한 재해에 사람들이 범죄를 일으킬 순위가 꽤 높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하지만, 역시나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멈춰버린 에스컬레이터를 올라갔다. 옷 가게가 보인다. 지나쳐 올라가려던 연규의 발걸음이 멈췄다. 그리고 자신이 입은 옷을 봤다. 몇 치수는 큰 옷. 여기저기 찢어지고, 구멍이 났다. 신발은 완전이 해져서 물웅덩이라도 밟으면 금세 축축해진다.

 연규가 옷 가게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미쳐버린 세상이지만 쇼핑은 즐겁다.

 너덜너덜한 옷을 벗어 던지고 사이즈에 맞는 옷을 찾았다. 날씨도 약간 포근해져 봄을 알리고 있다 보니, 가벼운 옷에 눈이 가기도 했다. 그렇지만 환절기이기도 하고 실용성을 위해 적어도 1년 내내 입을 수 있는 옷을 골라야 한다. 그러면서 민무늬 스웨트셔츠를 골라 입는다. 질겨 보이는 검은색 청바지를 찾아 입고 튼튼한 워커를 신었다.

 내친김에 가방까지 찾아보려 했으나 이미 가진 더플백은 튼튼하다. 무엇보다 용량이 좋아서 굳이 다른 가방으로 바꿀 필요는 없었다. 벗어놨던 옷을 가지런히 개어 놓으려는데 눈앞에 아른거리는 물체가 보인다. 옅은 회색빛의 캐시미어 코트. 연규의 눈가가 초롱초롱 빛이 난다.

 마네킹이 입고 있는 캐시미어 코트를 벗기고 연규가 걸친다. 먼지가 가득한 대형 전신 거울을 널브러진 옷가지로 쓱 닦아내고 모든 옷을 걸친 자신을 바라본다.

 한동안 제대로 먹은게 없어서 마른 모습이다. 그런데 그 모습을 하고 걸친 새 옷 때문인지. 얼굴에 빛이 나는 것 같다. 연규는 몸을 이리저리 돌려보며 자신의 모습에 만족했다. 그러곤 캐시미어 코트를 벗어 곱게 마네킹에 걸쳐둔다.

 캐시미어 코트는 따듯하다. 그리고 변형이 쉬운 옷감이다. 지금같이 척박한 환경에서 오래 입을 만한 재질이 아니다. 차라리 가죽 코트가 입고 다니는데 훨씬 효율적일 것이다. 효율을 위해서 멋을 어느 정도 포기한 연규는 질긴 야상점퍼를 골라 입었다.

 3, 4층도 사람의 흔적은 없었다. 2층과 마찬가지로 의류가 있다. 중간에 보이는 란제리코너에서 한참을 서성이긴 했지만, 자신의 여벌 속옷만 챙길 뿐 이내 마음을 가다듬고 올라간다.

 5층에 들어서자 넓은 광장이 보인다. 먼지만 쌓여 있을 뿐 깔끔한 공간이다. 중간중간 음료나 팝콘 같은 먹거리가 바닥에 널브러져 있지만, 이 정도는 길가에 콘크리트 파편과 비교하면 양호한 편이다.

 난동의 흔적도 없는 걸 보아하니, 이곳 사람들은 한순간에 없어졌다고 생각됐다. 생존자는 어디 있는 걸까?

 이곳은 영화관 로비와 음식점으로 보인다. 연규가 밝은 미소를 머금고 음식점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더는 맛없는 버섯에서 해방될 수 있겠다는 생각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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