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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신화를 쓰자 - 세계수편
작가 : 연도단
작품등록일 : 2017.7.6

외딴 섬에 위치한 신국고등학교.
폐쇄적인 고등학교에 생긴 이변.
학생들의 몸에 깃든 신화적 존재들.
이변으로 인해 외부와 완전히 고립된 학교에서 지배하려는 세력과 지배에 저항하는 세력이 충돌한다.

 
1장: 잘린 머리 레지스탕스. - 4
작성일 : 17-07-08 20:34     조회 : 251     추천 : 0     분량 : 9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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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결투를 결의한 그 순간부터, 현석의 분위기는 일변했다. 그는 이전의 약한 모습이 모두 연기였을 지도 모른다고 착각하게 할 만큼, 다른 사람이 되어있었다.

  “하! 드디어 싸울 마음이 생긴 모양이군!”

  영민은 현석의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투기를 느끼며 전투태세를 취한다.

  “어차피 이기는 건 나겠지만!”

  영민이 저렇게 강조하지 않아도 현석은 알고 있었다. 자신이 영민을 한 번도 이긴 적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자신이 당사자였으니 당연하겠지만...

  “뭐... 끝까지 제대로 싸운 적도 없잖아!”

  현석의 변명에 가까운 궁색한 항변은 어떤 의미에서는 사실이었다. 단지,

  “그거야 네놈이 매번 도망쳐서 그런 거잖아!”

  사실이 더 창피할 뿐.

  “크윽!! 자, 잔말 말고 덤벼!”

  현석은 창피함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한, 허세에 가까운 기합을 내질러 본다. 하지만 현석의 마음을 알 길 없는 영민은 가차 없이 주먹을 말아 쥔다. 그리고 현석을 향해,

  “그렇게 원한다면...”

  돌진한다.

  “죽여주마!!”

  영민의 저돌적인 돌진은 파괴적이고 빨랐다. 돌진하는 그의 몸을 그림자가 한 발 뒤처져 겨우 따라붙어 있다고 느껴질 만큼의 속도다. 그리고 물 흐르듯 이어지는, 속도를 그대로 살려 주먹에 실은 파괴적인 일격은,

  - 파앙!

  공기가 파열하여 소닉붐을 일으킬 정도의 강렬했다.

  “그 정도로는 날..!!”

  현석은 사람 하나 정도는 가뿐히 날려버릴 정도의 폭풍을 동반한 파괴적인 일격을 가볍게 막아낸다.

  “죽일 수 있을 것 같냐!!”

  현석은 영민의 주먹이 뻗어온 방향으로 일격을 내지른다.

  - 파아앙!!

  최초의 일격 이상의 굉음과 소닉붐을 일으키며 둘의 일격은 교차한다.

  “화, 확실히... 힘 하나는 무식하군!”

  현석의 일격을 받아낸 영민의 몸은 2미터 이상 밀려나 있었다.

  영민은 볼을 타고 흘러내리는 식은땀을 닦아낼 여유조차 없이 다음 공격에 대비한다. 현석역시 영민의 방어가 견고해지기를 기다리지 않고, 빠르게 공격을 이어나간다.

  “흐아아아!!”

  둘의 주먹이 다시 교차하고, 인간을 한참 초월한 둘의 일격이 또다시 충돌한다.

  - 쿠궁!!

  둘의 충돌에 학교건물 전체가 진동했다.

  여운은 자신의 몸을 휘청거리게 하는 강렬한 힘과 힘의 충돌을 평온한 얼굴로 바라본다.

  “겁먹고 내빼려고 한 것치고는 제법 한다고요? 후후..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여운은 의외로 선전하고 있는 현석을 바라보며 미소 짓는다. 그는 자신의 태블릿PC 만지작거리면서, 육안으로 보기 힘들 정도의 스피드로 격돌하는 둘의 대결을 눈으로 쫓는다. 동시에 누군가와 대화하듯 혼잣말을 이어간다.

  “네.. 보고 있습니다. 물론 제힘으로 보는 건 아니지만요.”

  대결의 양상은 현석의 자신감 없는 태도와는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크흣!!”

  현석의 일격을 제대로 흘리지 못한 영민이 비틀비틀 뒷걸음질 친다. 이 기회를 놓칠세라 현석은 빠르게 영민의 품 안으로 파고든다. 자신의 아래에서 솟아오른 현석을 보고 기겁한 영민은 크게 낭패 한 얼굴로 몸을 굴려 공격을 피한다.

  “빌어먹을!!”

  먼지투성이가 되어 일어나는 영민의 얼굴은 치욕으로 일그러졌다. 하지만 치욕으로 물든 영민의 얼굴도, 압도적인 우위도, 현석의 얼굴을 밝게 하지 못한다. 오히려 그의 마음을 더 조급하게 할 뿐이다.

  “빨리 끝내야...!”

  현석은 숨을 깊게 들이마신다. 그리고 단전 아래서부터 모든 기운을 끌어올려 기합을 내지른다.

  “흐아아압!!”

  - 우우우웅!!

  현석이 내면 깊숙한 곳에서 끌어올린 힘은 그의 전신으로 뿜어져 나와 사방을 휩쓴다. 현석의 기합과 함께 뿜어져 나온 에너지는 여운의 몸을 휘청거리게 할 정도로 강렬했다. 하지만 초월적인 힘을 보이는 현석의 기세는 여운의 얼굴을 어둡게 할 뿐이다.

  “자신 안의 ‘유니버스(universe)’를 너무 낭비하고 있군요.”

  현석은 자신의 힘을 사방으로 발산하며 영민에게로 쇄도한다. 둘은 또다시 충돌했고,

  “크흣!!”

  현석의 강렬한 일격을 정면으로 받아낸 영민은 비틀거리며 뒷걸음질 친다.

  “오직 현상만이 전부인, 존재하는 것이 전부인 ‘원시우주’이기 때문이겠죠.”

  압도적으로 밀어붙이고 있었지만, 현석은 더욱 더 서두른다. 현석의 조급함은 공격의 날카로움을 무디게 하고, 정교함을 떨어트렸다.

  “그렇기에 제가 여기 있는 거겠죠. 텅 빈 우주에 신화(神話)를 써넣어...”

  조급함에 힘이 잔뜩 들어간 현석의 일격은 크게 허공을 갈랐고, 영민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파고든다. 그리고 영민의 일격은 무주공산인 현석의 가슴을,

  “창세(創世)로 이어지는 길을 열기 위해서.”

  직격한다.

  “끄아아아..!!”

  가슴을 직격당한 현석은 그대로 날아가 옥상의 강철 난간에 처박혔다. 꽤나 두꺼운 강철 봉재였음에도, 현석의 몸을 직격한 힘과 현석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처참하게 휘고 우그러졌다. 끊어질 듯 간신히 매달려있는 강철 폐기물에 의지하고 있는 현석은 거친 기침과 함께 피를 한 움큼 토해낸다.

  “우욱..! 쿨럭..! 쿨럭..!”

  현석은 입가에 묻은 피를 닦아내며 몸을 일으킨다.

  “후우..! 위험했군.”

  무방비 상태로 직격당한 것치고는 데미지는 덜한 모양인지, 가벼운 손놀림으로 뒤집어쓴 먼지를 털어낸다.

  “과연! 튼튼하고 힘센 것이 전부인 ‘요툰(Jotunn)’답게 터프하군.”

  “흥! 조금 전까지 그 ‘요툰’에게 실컷 당하고 있지 않았었나?”

  여전히 기세등등한 현석은 영민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다. 영민은 불쾌한 듯 눈썹을 살짝 일그러트린다.

  “분명, 의외의 강함에 당황하긴 했지. 하지만!”

  영민은 양팔을 벌려 날개처럼 펼친다. 영민의 펼쳐진 양팔에서 희미한 빛이 일기 시작한다.

  “네놈에게 더 이상의 기회는 없어. 넌 조금 전에 끝내야 했어. 내가 당황해서 아무것도 하지 못한 때에.”

  교복 소매가 가리고 있었지만, 빛은 점점 강해져 옷이 가리지 못할 정도가 된다.

  “슬슬 끝을 내지.”

  강해진 빛은 영민의 팔을 타고 내려와 그의 손으로 모여든다. 영민의 손에 모여든 빛을 바라보는 현석의 눈동자가 암담하게 일렁인다.

  “넌 이길 수 없어!”

  영민은 자신의 손에 모여든 빛을 응시하며 외친다.

  “신중의 신! 만물의 창조자! 오딘님의 ‘룬 스펠(Runic spell)’이 나에게 있는 이상!!”

  영민은 빛을 쥔 손으로 허공을 그어 교차시킨다. 그의 손이 지나간 자리에는 빛의 잔영이 남았고, 빛의 잔영은 살아있는 것처럼 움직여 형태를 이루기 시작했다.

  빛의 잔영이 모여 이룬 형태는 글자였다.

  “받아라!! 룬 스펠(Runic spell)!!”

  - 속수무동(束手無動)!!

  룬 스펠 ‘속수무동’은 허공을 떠다니며 살아있는 생물처럼 꿈틀거린다.

  “크... 당하면 위험하다. 그렇다면...!”

  현석은 지체 없이 몸을 돌려 여운 쪽으로 달려가려 했다. 그때,

  - 즈우우웅!!

  허공을 둥둥 떠다니던 속수무동(束手無動)은 현석의 움직임에 반응하여 격하게 진동하기 시작한다. 그 진동은 점점 커지더니, 글자 자체가 분해되기 시작한다. 속수무동(束手無動)이라는 글자는 얽혀있던 실타래가 풀리듯, 한 가닥 하 가닥 풀어져 해체된다. 그리고 풀어져 분해된 한 가닥 한 가닥의, 글자의 실낱들은 현석에게로 빠르게 날아간다.

  “크흣!! 피해야...!!”

  현석은 여운을 데리고 도망 치려했다. 하지만 조금 전에 입은 타격이 겉으로 보이는 것 이상으로 상당했던 모양인지, 몸놀림이 둔했다. 실낱들은 둔한 현석을 순식간에 따라잡았고, 펼쳐진 실낱들은 얽혀 그물의 형태로 변한다. 그렇게 그물이 된 실낱들은 사방으로 펼쳐져 현석을 완전히 포위했다.

  “제길!!”

  위도, 뒤도, 앞도, 심지어 아래까지... 아무리 둘러봐도 빠져나갈 구멍은 보이지 않는다.

  “도망치기는 틀렸나...!”

  지금 현석이 할 수 있는 것은 이를 악물고 각오를 다지는 일 뿐이었다.

  “하하하!! 끝내자고!!”

  영민이 가볍게 손짓하자, 그물은 급격히 수축하여 현석을 압박한다.

  “큭!! 이딴 것쯤은..!!”

  현석은 자신 안의 유니버스(universe)를 최대한 개방했다. 그리고 온몸으로 에너지를 방출하여 자신을 압박해 오는 그물을 밀어내려 했다.

  “흐아아앗!!”

  현석의 저항은 효과를 보이며, 그를 압박해가던 그물은 멈칫한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서사(敍事) 없는 ‘유니버스(universe)’가 ‘의미’를 이길 수는 없습니다.”

  여운의 예측대로 힘의 균형은 얼마 가지 못했다.

  그물의 압박을 이기지 못한 현석의 힘은 사방으로 흩어졌고, 그물은 현석을 다시금 압박해 들어간다.

  “크으!!”

  현석은 온몸으로 격하게 저항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저항하면 할수록 그물은 현석의 몸을 더욱더 휘감을 뿐이었다.

  “끄... 이.. 제.. 흐읍!!”

  현석의 몸을 휘감은 그물은 그의 몸을 완전히 뒤덮었다.

  영민은 현석이 그물에 완전히 휘감긴 것이 확인하고는 희미한 빛이 어른거리는 양손을 현석을 향해 뻗는다. 영민의 손에 어른거리던 빛이 깜빡이자 그에 공명한 그물이 더욱더 현석의 몸을 조여 압박한다.

  “하하하!! 끝이다!!”

  현석의 몸을 완전히 휘감은 그물은 그의 몸을 더욱더 조인다. 더 꽉 조이고 조아서 현석의 피부에 완전히 밀착하여 그대로 그의 피부로 흡수된다. 마치, 문신이 피부에 새겨지듯이 그렇게 그의 피부에 완전히 들러붙었다.

  “크으!! 이게!!”

  현석은 몸의 근육이 굳는 것을 느끼며, 어떻게든 피부에 스며든 것을 떼어내려 했다. 하지만 떨어지기는커녕 살아있는 생물처럼 꿈틀거리며 그의 피부를 타고 움직이기 시작한다. 뱀처럼 그의 피부를 타고 기어가던 그물은 한 올 한 올 풀어지고, 합쳐지기를 반복한다. 그렇게 분해와 결합을 반복하던 ‘그것’은 다시금 자신의 본래 형태를 찾는다.

  - 속수무동(束手無動)

  합쳐져 완전한 형태가 된 룬 스펠 속수무동은 구렁이처럼 늘어나고 또 늘어나, 현석의 몸을 완전히 휘감을 정도로 늘어나 그의 피부를 뒤덮었다. 그렇게 현석을 완전히 휘감은 글자는 그의 몸을 옥죄어 마비시킨다.

  “크흐..! 크으..!!”

  현석은 속수무동이라는 문자의 의미에 묶여 움직이지 못하게 되었다.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눈알을 굴리거나 숨 쉬는 것이 다였다.

  룬 스펠은 문자의 종류와 상관없이 문자에 부여된 의미를 현상으로 일으키는 기술이다. 문자의 형태가 꼭 의미와 같을 필요는 없지만, 문자에 담은 의미에 가까울수록 그 능력은 더 강력하게 발휘된다. 그렇기에 룬 문자 설계자는 의미의 형태대로 혹은 형태로 회귀하도록 설계한다. 그렇기에 저 속수무동도 자신의 기능이 최대로 발휘될 수 있는 의미대로의 형태, 즉, 굳이 회귀의 과정을 거쳐서 자신이 설계된 본래 형태로 돌아간 것이다.

  속수무동이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자신에게 부여된 의미 이상의 기능을 하지 않을 것이기에 룬 스펠에 의해 현석이 죽거나 할 일을 없을 터였다.

  룬 스펠과는 별개로, 영민이 눈앞에 차려진 먹잇감을 그대로 둘 것인 가 말 것인가는,

  “하하하!! 그물에 걸린 물고기 꼴이구만!!”

  전혀 차원의 다른 문제였지만...

  영민은 몸이 마비되어 꼼짝달싹하지 못하는 현석을 즐거움 폭발 직전인 눈으로 응시한다.

  “움직이지 못하겠지? 답답하지? 응? 아하핫!!”

  영민의 조롱과 비웃음에도 현석은 분노는커녕 이조차 악물지 못한다.

  “이것 때문이었군요. 그래서 자신을 얕보고 있을 때 끝내려고 한 것이었고요.”

  어느새 자신의 옆으로 다가와 있는 여운의 기척.

  “룬 스펠 때문이었어요. 그랬었군요.”

  여운은 한 손에 태블릿을 들고 불안으로 흔들리는 현석의 눈을 조용히 응시한다.

  “단지 이것 때문이었다면..”

  여운은 현석의 몸을 휘감고 있는 룬 스펠을 찬찬히 훑는다.

  “저에게 말씀하셨으면 됐을 것을...”

  여운은 한 손으로 태블릿을 든 채, 주머니에 넣고 있던 손을 빼어든다.

  “그랬다면, 제가...”

  여운은 손을 뻗는다. 그리고 그 손으로..

  “도움을 드렸을 겁니다.”

  현석의 몸을 휘감고 있는 룬 스펠을 움켜쥔다.

  “흥! 무슨 수작을 부리려는지 모르겠지만! 너희들이 어떤 수작을 부리든 오딘님의 절대완벽(絶對完璧)의 룬 스펠에게는 소용없어!”

  영민의 입에서 뱉어진 절대완벽(絶對完璧)이 여운의 고막을 때리는 순간, 여운의 입꼬리가 휘어진다. 휘어진 여운의 입꼬리는 회심의 각도로 말려 올라간다.

  “후후! 과연 어떨까요?”

  그때였다. 현석의 몸을 휘감고 있던 룬 스펠 속수무동(束手無動)이 크게 꿈틀 한 것은.

  크게 몸을 한번 꿈틀 한 룬 스펠 속수무동은 떨리기 시작한다. 여운이 움켜쥔 부분에서부터 떨림이 커지기 시작해 전체로 퍼져나가 하나의 움직임이 된다.

  - 즈우웅

  다시 한 번 몸을 한번 크게 뒤튼 룬 스펠 속수무동은 뱀처럼 현석의 몸을 타고 돌아 자신에게 닿아있는 여운의 팔을 향한다. 그리고 그대로 여운의 팔을 휘감고 구렁이 담 넘듯 타고 오른다.

  룬 스펠이 여운의 팔을 타고 그의 몸으로 옮겨가는 광경을 목격하는 영민의 얼굴은 경악으로 물든다.

  “무, 무슨..!!”

  영민의 얼굴에 존재하는 구멍이라는 구멍은 죄다 최대치수로 확장되었다. 지금 영민의 얼굴은 구독하기를 클릭하게 만드는 매우 흥미로운 구경거리였지만, 아쉽게도 유일한 관객인 현석의 동공 역시 경악으로 확장된 채 여운을 향해 있었다.

  “너... 도대체 어떻게..?”

  여운은 자신의 팔을 타고 올라오는 마비 증세를 감지하고는, 그로서는 보기 드물게 목소리를 높인다.

  “지금입니다!! 어서 치세요!!”

  “음? 어, 어어..?”

  현석은 여운의 호통을 듣고서야 자신의 몸이 자유로워졌다는 것을 느꼈다. 또한 인지했다. 눈앞의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패닉에 빠져있는 있는 영민을.

  “어서요!!”

  “알아! 간다고!!”

  현석은 온몸의 힘을 쥐어짜내어 다리와 자신의 오른 주먹에 집중시킨다. 그는 굳어있는 영민을 노려보며 몸을 날린다.

  “끝을 보자고!!”

  현석의 쇄도는 이전만큼 빠르지는 않았다. 하지만 제정신이 아닌 영민이 대응하기에는 무리일 정도로 충분히 위력적이다.

  영민은 현석의 몸과 공기가 마찰하면서 일으키는 공기의 진동을 느낄 수 있을 정도의 거리까지 가까워져서야, 현석의 존재를 감지한다.

  “뭣?!”

  놀라 방어태세를 갖추려 했지만,

  “이미 늦었어!!”

  현석은 이미 영민의 턱 아래까지 도달한 상태. 현석은 그대로 영민에게로 파고들어 디딤 발을 강하게 굴렸다.

  - 쿵!

  바닥이 크게 들썩할 정도의 발 굴림은 현석의 상채까지 힘을 밀어 올렸고, 그의 주먹이 뻗어나갈 수 있는 추진력과 안정감을 준다. 그렇게 완벽한 힘과 안정감을 갖춘 현석의 몸은 손실 없는 이상적인 힘을 그의 주먹에 실어주었다. 그리고 온전한 힘을 실은 그의 주먹은 이상적인 궤도를 그리며 치솟아 올라 영민의 턱을 강타한다.

  - 콰 - 직

  “으끅..!!”

  단단한 무언가가 뒤틀리는 소리와 함께 영민의 턱은 돌아갔고, 현석의 주먹에 실린 힘은 영민의 턱을 치고 뇌를 관통해서 정수리를 때리고 치솟아 올라, 그의 몸까지 허공으로 띄워 날려버린다.

  “나의...”

  거의 3m 이상 솟아올랐던 영민의 몸이 떨어지는 것을 기다릴 필요조차 없다는 듯, 자신의 승리를 확신하며 현석은 몸을 돌린다. 현석은 바닥에 추락하는 영민을 등지고 주먹을 불끈 쥔다. 그리고 주먹 쥔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짧게 외친다.

  “승리다!!”

  - 덜썩.

  의식을 잃은 영민의 몸이 힘없이 추락했지만, 현석은 그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고 그대로 여운에게 달려간다.

  “괜찮은 거야?!”

  룬 스펠 속수무동(束手無動)은 영민의 몸을 휘감고 목까지 도달해 있는 상태였다.

  “괘, 괜찮습니다. 아, 아직... 까지는...”

  항상 여유로운 미소를 머금고 있던 여운의 입술은 뒤틀려 있었고, 땀범벅이 된 그의 미간은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여운의 몰골만 봐도 전혀 괜찮아 보이지 않는다.

  “내, 내가 도울 수 있는 건 없는 거야?!”

  걱정이 금방이라도 뚝뚝 흘러내릴 것 같은 현석의 눈을 마주하는 여운의 입가에 힘없는 미소가 걸린다.

  “괘, 괜찮... 습니다.”

  “전혀 괜찮아 보이지 않는다고!!”

  현석의 죄책감과 걱정이 뒤섞인 외침은 여운의 몸을 때린다. 그러자,

  - 즈우우웅!

  현석의 외침에 반응하듯 룬 스펠이 진동한다. 그렇게 진동을 거듭하던 속수무동은 무언가에 저항하듯 몸을 비틀어대더니, 끌려가듯 서서히 여운의 태블릿PC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한다.

  “후우...”

  여운의 긴 한숨을 끝으로, 속수무동은 완전히 태블릿으로 빨려 들어갔다. 속박에서 풀려난 여운의 몸은 힘없이 비틀대다 그대로 무너진다.

  “으.. 으윽..!”

  현석은 바닥에 충돌하려던 여운의 몸을 아슬아슬하게 받아낸다.

  “괘, 괜찮은 거야? 괜찮은 거냐고!?”

  여운은 현석의 팔에 의지해서 몸을 일으키며 특유의 미소를 짓는다.

  “저는 괜찮습니다.”

  “그, 그래? 하하!!”

  여운이 보인 여유에 현석은 비로소 안심하고 활짝 웃는다.

  현석의 어깨에 의지한 여운이 완전히 몸을 일으켰을 때였다.

  “으..으윽..!”

  바닥에 널브러져 있던 영민의 몸이 크게 꿈틀한다. 영민은 밟힌 도마뱀처럼 꿈틀거리며 일어서려고 안간힘을 쓴다.

  “저 녀석이 아직도..!”

  당장이라도 영민에게 달려들 기세인 현석을 여운이 말린다.

  “만약 저쪽이 죽자고 달려들면, 더 이상의 여력이 없는 현석님이, 저 같은 짐 덩어리까지 끼고 이기기는 힘들지도 모릅니다.”

  “하, 하긴...”

  현석은 여운의 말에 납득하고 전투태세를 푼다.

  힘을 회복한 여운은 현석의 부축을 정중히 거절하고 스스로의 다리로 걸어 영민에게로 다가간다. 그리고 일어서려고 안간힘을 다하고 있는 영민에게 손을 내민다.

  “어이!! 뭐, 뭐 하는 짓이야!! 위험할지도 모른다고!”

  놀란 현석의 경고에도 여운은 손을 거둬들이지 않는다.

  여운의 손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영민은 망설인다. 그렇게 수분을 망설이던 영민은 체념한 듯 눈을 지그시 감으며 여운의 손을 맞잡았다.

  “으윽..!”

  여운의 힘을 빌려 겨우 몸을 일으킨 영민은 여운의 몸으로 쓰려졌다. 여운은 힘없이 늘어진 영민의 몸을 받아낸다. 여운은 자신의 품에 안겨있는 영민의 뒷머리에 손을 살포시 얹고, 그의 귓가에 입술을 가져다 댄다.

  그리고 여운은 비릿하게 일그러진 입술로 속삭인다.

  “제가 풀어낼 수 있는 수준의 단순하기 그지없는 구식 룬 스펠을 사용하시는 걸 보니, 조직 내에서 당신의 위치를 알만 하군요.”

  “무슨..?”

  영문을 모르겠다는 영민의 의문에, 여운은 환한 미소로 화답한다.

  “후후.. 당신은 조직 내에서 말단 중의 말단이네요...라고 말씀드린 겁니다.”

  여운의 조롱에 분노한 영민의 몸이 크게 움찔했지만, 더 이상의 저항을 없었다. 아니, 할 수 없었다.

  여운은 자신에게 기대고 있는 영민의 몸을 살짝 밀어냈고, 밀려난 영민은 비틀거리며 홀로 선다. 그렇게 홀로 선 영민은,

  “......”

  말없이 몸을 돌려 둘에게서 멀어진다.

  작아져가는 영민의 등이 완전히 시야에서 사라지자, 현석은 여운에게 묻는다.

  “방금 전에 저 녀석 귀에 대고 뭐라고 한 거야?”

  여운은 빙긋 웃으며 대답한다.

  “별말 안 했습니다.”

  “흐음... 한 것 같은데...”

  여운은 미심쩍은 눈으로 자신을 응시하는 현석의 어깨를 툭툭 치고는 앞서간다.

  “리더에게 가는 거 아니었나요? 서두르죠.”

  “아.. 어어.”

  분위기에 휩쓸려 얼떨결에 동조한 현석은, 뭔가를 덜 닦은 듯한 떨떠름한 얼굴로 저만치 앞서나가는 여운의 뒤를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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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2장: 신화(神話)를 쓰다. - 1 2017 / 7 / 14 268 0 3405   
9 1장: 잘린 머리 레지스탕스. - 9 2017 / 7 / 13 258 0 5296   
8 1장: 잘린 머리 레지스탕스. - 8 2017 / 7 / 12 258 0 8670   
7 1장: 잘린 머리 레지스탕스. - 7 2017 / 7 / 11 254 0 4893   
6 1장: 잘린 머리 레지스탕스. - 6 2017 / 7 / 10 252 0 7962   
5 1장: 잘린 머리 레지스탕스. - 5 2017 / 7 / 9 265 0 9672   
4 1장: 잘린 머리 레지스탕스. - 4 2017 / 7 / 8 252 0 9437   
3 1장: 잘린 머리 레지스탕스. - 3 2017 / 7 / 7 273 0 5190   
2 1장: 잘린 머리 레지스탕스. - 2 2017 / 7 / 6 296 0 6764   
1 1장. 잘린 머리 레지스탕스 - 1 2017 / 7 / 6 640 0 7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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