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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이벤트 호라이즌
작가 : 서린
작품등록일 : 2017.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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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 곳곳이 쓰레기장처럼 보였다.
길거리는 너무나 고요했다.
이동하는 동안 들리는 거라곤 연규의 발걸음 소리뿐이었고, 보이는 건 무너진 건물과 크레이터로 인해 중간중간 끊겨있는 도로뿐이었다.
하늘은 여전히 붉은색이다. 모든 게 어색했다.
바로 어제까지만 해도 이곳을 오갔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변해버렸다.
이 모든 게 하룻밤 사이에 일어난 일들이었다.


- 본문 중 발췌

 
2. 생존 (4)
작성일 : 17-07-08 00:10     조회 : 73     추천 : 1     분량 : 54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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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생존 (4)

 

 무의식적으로 연상되는 단어가 입 밖으로 흘러나왔다. 연규는 뒤늦게 흡 소리를 내며 입을 틀어막았다. 다행히도 녀석이 목소리를 듣진 못한 것 같다.

 보통 캥거루를 보면 이처럼 긴장하지 않는다. 연규가 본 캥거루는 일반적이라는 단어와 거리가 멀었다. 일단, 특유의 역삼각형 얼굴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짧은 앞다리와 주머니 역시 일반적인 캥거루와 다를 바가 없다.

 하지만, 녀석의 뒷다리와 전체적으로 돌덩이처럼 자리 잡은 근육은 캥거루가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먼 거리에서 아주 잠깐 봤을 뿐이지만, 녀석의 근육은 각자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라도 되는 것처럼 꿈틀거렸다. 겨우 이것뿐이라면 놀라지 않는다. 근육 캥거루는 호주를 돌아다니다 보면 근근이 보이는 종이니까.

 문제는 뒷다리다. 뒷다리는 녀석의 몸통보다 더 거대했다. 상당히 균형이 틀어진 모습이다. 거기에 붙어있는 근육은 말할 것도 없다. 호주에서 2년 동안 공부를 하며 많은 캥거루를 봤지만, 저런 캥거루는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었다.

 조금 순화해서 표현하자면 녀석은 깡충깡충 뛰어다니고 있었다. 얼굴을 내밀고 들썩이는 걸 보니 무슨 냄새를 맡는 거 같다. 녀석이 뛰어온다. 깡충깡충.

 가볍게 뛰어다닌다. 그런데 착지 지점에 나타나는 현상은 전혀 가벼워 보이지 않는다. 건물 잔해가 산산조각나는 광경. 얼 빼놓기 충분하다. 신중하게 코를 벌렁거리지만, 진행 방향은 정확하게 자신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런 무식한 깡충거림으로 점점 다가온다.

 그 모습에 연규가 기겁하며 몸을 숨긴다. 어떻게든 해야 한다. 이대로 숨어있다가 저 무식한 뒷다리에 밟혀 죽겠다는 생각이 든다. 일정한 간격으로 들리는 쿵쿵 소리는 심장을 쫄깃하게 만든다. 무심코 녀석의 위치를 확인해 보려고 고개를 내밀었다. 조금 전에 본 상황과 다른 그림이 그려진다.

 뭐지?

 갈색 돌덩이가 눈앞에 있다. 분명 무너진 담벼락까지는 그대로 보인다. 무언가 끼어들었다는 건데…. 연규가 고개를 들었다. 온순해 보이는 역삼각형 얼굴이 눈에 들어온다. 녀석이 콧구멍을 벌렁거린다. 그윽한 향기라도 들이마시는지 기분이 좋아 보인다.

 녀석이 여전히 콧구멍을 벌렁거리며 연규를 바라본다. 눈이 마주친 연규가 난처한 웃음을 지어낸다. 녀석이 고개를 갸우뚱 꺾고는 온순한 얼굴을 순식간에 일그러트린다.

 "이런 씨발!"

 연규가 녀석을 멀뚱히 쳐다보고 있던 자신을 욕하고 더플백을 내던지며 뒤돌아 달렸다. 녀석은 절대 캥거루가 아니다. 녀석의 표정과 눈빛은 캥거루에게서 나올 수 없는 그것이었다. 어느 누가 초식동물의 눈에서 저런 살기가 나온다고 할 수 있을까?

 여태껏 여러 번 마주한 캥거루였지만, 단언컨대 먹잇감을 내려보듯 한 눈빛으로 사람을 보는 캥거루는 단 한 번도 본 적 없다. 육식 캥거루?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초식동물의 대표주자인 캥거루가 육식이라니! 사람을 먹잇감으로 바라본다니!

 연규가 한겨울에도 발에 땀이 나도록 달렸다. 하지만 몇 초 달리지도 못하고 등 뒤에 인기척이 느껴진다. 건물 잔해가 산산이 부서지는 소리는 듣지 않으려야 않을 수가 없다.

 불쾌감을 일으키는 찐득찐득한 기분. 계속 달리며 뒤를 슬쩍 돌아봤다. 녀석이 괴물 같은 뒷다리로 지면을 박차는 모습이 보인다. 강철같이 단단하고 우람한 근육이 넘실거린다. 피부에서 파도가 친다.

 벌어진 거리를 순식간에 좁혀 온 녀석이 뒷다리를 내지른다. 연규가 얼떨결에 몸을 돌려 쇠파이프를 휘둘렀다.

 -깡!

 쇠와 쇠가 부딪치는 소리가 난다. 어처구니없는 광경에 연규의 입이 절로 벌어진다. 녀석의 뒷다리와 부딪친 쇠파이프가 기억자로 휘었다. 단 한 번의 격돌로 손아귀가 찢어져 피가 흐른다. 쇠파이프가 진동을 멈추지 않는다.

 연규가 휘어진 쇠파이프에서 시선을 옮겨 녀석을 봤다. 녀석이 거센 콧바람을 내뿜으며 고개를 치켜든다. 마치 '그딴 걸로 가당키나 하냐?' 하고 묻는 것 같다.

 잔뜩 휘어진 쇠파이프와 함께 자존감이 곤두박질친다. 그렇지만 하나뿐인 무기를 버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녀석이 꼬리로 지면을 지탱한 체 무식하게 발달한 뒷다리를 번쩍 들어 올린다.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멍하니 있던 연규가 깜짝 놀라 왼팔을 들어 막는다.

 -퍽.

 숨이 턱 막힌다. 몸은 붕 떠 날아간다. 막혔던 숨을 몰아쉬자 기침이 나온다.

 "컥… 콜록. 콜록. 으아악! 콜록…"

 팔이 부러졌는지 너덜너덜하다.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그런 왼팔의 희생에도 폐 쪽 충격이 상당하다. 거친 기침이 연신 터져 나왔다. 연규는 무작정 눈앞에 보이는 건물로 기어들어 갔다.

 "으아아… 팔이. 으… 내 팔… 콜록. 콜록."

 이해가 안 된다. 저 괴물은 왜 자신을 죽이려는 걸까? 억울하다. 어제부터 왜 이런 일이 자신에게 일어나는지. 사무치는 감정에 눈물이 나온다.

 -쾅!

 벽이 폭발했다. 웅크린 연규 위로 콘크리트 조각이 떨어진다. 깜짝 놀란 연규가 엉금엉금 건물 안으로 기어갔다.

 녀석이 귀찮은 건물을 산산조각내며 연규를 쫓았다. 공포스러운 소리가 등 뒤로 울린다. 연규가 억울한 맘에 소리쳤다.

 "왜!! 콜록. 나한테 왜 그러는 거야!!! 콜록. 콜록."

 연규의 울분에 쌓인 괴성을 울려 퍼졌다. 잠시 조용해지나 싶더니 건물 벽이 터져나가는 속도가 더 빨라진다. 세상 어느 포식자가 먹잇감이 운다고 잡아먹지 않겠는가.

 건물이 터져나가는 소리에 놀란 연규가 지레 겁먹고 달리기 시작했다. 호흡하기조차 힘들지만, 어디든 좋았다. 저 괴물에게 벗어날 수만 있다면.

 당황하니 생각이 짧아졌다. 무작정 도망가야 한다는 생각에 건물을 벗어나 달린 게 문제가 됐다. 채 몇 걸음 옮기지도 못하고 묵직한 충격이 느껴진다. 옆구리를 얻어맞아 잔해더미에 처박혔다.

 생각도 못 한 통증에 비명조차 나오지 않았다. 잔해더미에 파묻혀 붉은 하늘을 본다. 자신을 머저리라 한탄한다. 커다란 덩치가 주는 존재감이 느껴진다. 녀석이다. 녀석은 이미 다 잡은 먹잇감이라 생각하는지 천천히 다가왔다.

 아… 28세 서연규 인생 이걸로 마지막인가?

 녀석이 잔뜩 움츠러든다. 자신의 상체보다 거대한 뒷다리가 터질 듯 부풀어 오른다.

 허탈하다.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하지만, 아직 못해 본 것들이 많고 하고 싶은 것들도 많다. 이렇게 일찍 생을 마감하게 될 줄은 누가 알았을까? 이제 시험도 끝났겠다. 졸업식만 기다리면 한국으로 돌아가서, 가족들도 만나고, 스카우트 받은 회사에서 좋은 조건에 일할 수 있었다. 그렇게 평범하게 인생을 즐길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는데, 공부만 하다 인생 종 치게 되다니. 억울하다.

 높게 뛰어오른 녀석이 보인다. 정점에 다다르자 자유낙하를 시작한다. 삶에 대한 미련 때문인가 자신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녀석을 눈에서 뗄 수가 없다. 녀석이 천천히 떨어진다. 아주 천천히. 연규가 그 모습을 보고 피식 웃는다.

 이게 주마등이라는 건가?

 세상이 아주 천천히 흘러간다. 흩날리는 먼지의 움직임까지 알아볼 수 있을 만큼. 아주 천천히….

 주마등을 겪는다면 기억의 단편이 파노라마처럼 흘러간다는데 그런 건 없다. 아, 너무 평범한 인생을 살아와서 그런 걸까?

 연규가 그런 생각을 하거나 말거나 녀석을 아주 천천히 내려올 뿐이다. 중력의 법칙을 무시한 듯한 모습이 신선하다.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든다. 연규가 녀석의 공격을 피하려고 몸에 힘을 주었다.

 분명 힘은 들어가고 있는데 몸이 움직여지지 않는다. 아니, 움직이기는 했다. 아주 천천히 어깨가 들려지고 있었으니까.

 녀석이 떨어지는 게 먼저일까, 아니면 연규의 몸이 뒤집히는 게 먼저일까? 둘의 속도는 비슷하리만큼 천천히 움직였다. 낯선 상황에 당혹감이 몰려온다. 그렇지만 살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살고 싶다. 개똥밭을 굴러도 이승이 좋다는 말이 있지 않던가.

 연규가 몸에 힘을 주며 발악하자 근육이 비명을 질러댄다. 녀석의 공격으로 다친 몸이 생각처럼 움직여 주질 않는다. 악을 쓰며 힘을 줬다. 입이 벌어지는 것조차 늦다. 음성은 밖으로 표출되지 않는다.

 연규가 몸을 비틀어 내자마자 녀석이 스쳐 내려온다.

 -쾅!!!

 아주 천천히 내려앉은 녀석이 만든 소리는 컸다. 고막이 터져나갈 지경이다. 그리고 날아드는 무형의 기운. 충격파가 몸을 쓸어낸다.

 비디오를 느리게 재생하다 정상속도로 되돌린 듯 빠르게 튕겨 나갔다. 한참을 데굴데굴 굴러 건물 잔해에 부딪치고야 멈춰섰다.

 울컥. 입안에서 피가 역류한다. 비릿한 향이 입가에 맴돈다. 흐릿한 시야로 녀석의 얼빠진 모습이 보인다. 발밑을 보며 먹잇감을 찾으려는 것 같은데 자신의 워낙 거대한 뒷다리 때문에 보이지 않는지 한참을 둘러본다.

 살아서 다행이라는 생각보다 당장 상처의 고통이 느껴진다. 어떻게 된 일인가? 당황스럽다. 표적을 잃은 녀석만큼이나 연규도 얼빠진 사람처럼 넋 놓고 있다.

 한참 몸을 뱅뱅 돌려 바닥을 살피던 녀석이 연규를 발견했다. 녀석은 일격을 피한 연규가 놀라운지 빤히 쳐다본다. 그러곤 침을 흘리며 입맛을 다셨다.

 젠장, 저건 분명 먹잇감을 놓쳐 아쉬워하는 거다.

 입맛 다시는 녀석을 보고 있으니 정신이 번쩍 든다. 하지만 먼저 움직인 건 녀석이었다. 녀석이 가볍게(?) 깡충깡충 다가와 짧은 앞다리를 내지른다. 단순하기 그지없는 동작이 갑자기 느려진다.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모르겠지만, 이 개 같은 세상 아직 살아남으라는 계시 아닐까? 연규가 고개를 비틀어 낸다. 아니, 비틀어 내려고 노력한다. 자신조차 한없이 천천히 움직이니 답답하다.

 비록 온 세상이 느리게 흘러가지만, 느려진 시간 속에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보고 판단할 시간이 생겼다.

 녀석의 앞다리가 볼을 스치고 지나간다. 제멋대로 돌아오는 속도에 목이 꺾인다.

 "컥."

 피할 거 다 피해놓고 혼자 목을 꺾어 죽을 뻔했다. 그리고 확신했다. 자신의 뜻대로 시간이 느려진다는 것을.

 -캬아아악!!

 녀석이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연규에 화가 난 듯 포효했다. 저것이 정녕 캥거루가 낼 수 있는 소리가 맞는지 의심 든다. 녀석이 깡충 뛰어올라 뒷다리를 뻗는다. 다시금 느려지는 시간.

 연규가 몸을 굴려 피했다. 기억자로 꺾인 쇠파이프가 보인다. 다시 빨라지는 속도에 도움받아 쇠파이프를 향해 튕겨 나간다.

 땅에 떨어진 쇠파이프를 집어 들려는 순간. 이미 너덜너덜한 왼팔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이 느껴진다.

 -푸욱.

 녀석이 꼬리를 꼬챙이 쓰듯 왼팔을 찔러 들어 올렸다.

 "크아아악!!"

 찔린 통증보다 다친 팔로 매달린 통증은 머리를 새하얗게 만든다. 녀석은 그대로 꼬리를 빙글 돌려 땅바닥에 내리꽂았다. 온몸이 부서지는 듯한 충격이 느껴진다. 아직 죽지 않았다는 게 이상할 지경이다.

 어떻게 보면 너무나 쉽게 죽어 나가고 어떻게 보면 바퀴벌레보다 질긴 게 사람 목숨 아니겠는가. 흐릿한 시야로 눈을 뜨니 허공을 떠오르는 녀석이 보인다. 기시감이 든다. 정점에 다다른 녀석이 천천히 떨어지기 시작한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연규가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는 몸으로 안간힘을 쓴다. 떨어트린 쇠파이프를 잡고 몸을 일으켰다. 녀석이 반쯤 내려왔다. 두 걸음 물러나며 녀석의 착지 지점을 향해 있는 힘껏 휘두른다.

 오른손만으로 휘두른 쇠파이프가 얼마나 타격을 줄 수 있는지 알 수 없다. 어찌 됐든 마지막 발악이라도 해봐야지 않겠나. 연규도, 녀석도 천천히 움직인다. 망할 놈의 오른손은 주인의 생각과 다르게 너무나 천천히 움직여준다.

 "크아아악!!"

 연규가 악 지르며 조금씩 움직이는 팔에 온 힘을 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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