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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보통이 아닌 연애
작가 : 꿀크리스마스
작품등록일 : 2017.6.16

준에게 새로운 애인이 생겼다.
그것도 6살이나 어린, 갓 대학을 졸업한, 아주 예쁜, 우리 회사 신입사원과.

개자식, 3년 간 사랑이 이거야?

소임은 이를 바득 갈았다.
이별을 고했던 건 소임이었지만,
헤어진 지 이제 한 달 남짓 지난 시기에 새로운 애인을 사귀는 건
임준답지 않았으니까.

“오해하고 있잖아. 어떻게 나를 그렇게 몰라.”
왠지 모를 슬픈 눈으로 자꾸만 소임의 주위를 맴도는 준과

“저한테 고백한 거 아니예요? 나는 우리가 오늘부터 1일인 줄 알았는데요.”
어느 날 갑자기 난데없이 들이대는 카페 알바생 진기까지.

소임과 준, 그리고 진기가 그려내는
보통인 듯 보통이 아닌 연애 이야기.

 
19 그런 출장, 그런 여행 (2)
작성일 : 17-07-08 00:03     조회 : 344     추천 : 0     분량 : 8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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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 그런 출장, 그런 여행 (2)

 

 

  준은 차의 시동을 건 상태로 내려 조수석 문 앞에 섰다. 그리고 태블릿 PC를 꺼내 김부장이 알려준 목적지의 정확한 위치를 한 번 더 점검했다. 도착시간 대략 11시 30분쯤. 일단 점심을 먹고 움직여야 할 것이었다. 강릉에 맛집이 어디더라, 생각하던 준은 불현 듯 현실을 깨달았다.

  “아, 지금 여행이 아니라 출장을 가는 거지.”

  준은 태블릿 PC의 화면을 넘겨 김부장에게 건네받은 지시사항을 찬찬히 읽어 내려갔다. 거래처에 납품할 회사의 제품들 목록과, 어느 정도를 양보하고 어느 정도는 양보하면 안 되는지에 대한 사항과, 거래처에 대한 정보, 홍보 마케팅 전략들이 빼곡히 정리되어 있었다.

  지시사항을 읽는 것에 정신을 놓고 있던 준은 문득 꽤 오랜 시간이 지난 것이 아닌가, 자각했다. 손목을 들어 시간을 확인했다. 어느덧 30분 가량이 흐른 시간이었다.

  “곧 있으면 차 막힐 시간인데.”

  준은 괜한 초조함에 발을 동동 구르며 빌라 입구를 바라보았다. 그러니까, 무조건. 무조건 오늘 안에 돌아와야만 한다. 준은 그렇게 다짐했다. 하룻밤을 함께 보내는 건 이래나 저래나 굉장히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어떤 위험이든 간에 말이다.

  그때 익숙한 빌라의 입구가 열리고 준이 애타게 기다리던 소임이 걸어 나왔다. 소임은 평소와는 조금 다른 옷차림이었다. 평소에는 검정 슬랙스에 단화, 티셔츠 하나에 쟈켓, 혹은 흰색 남방에 가디건. 무채색의 깔끔하고 포인트라고는 없는 무난한 옷을 입던 소임은 정장 차림이었다.

  “이렇게 꾸미느라 오래 걸렸구만.”

  “아니거든. 갑자기 물이 단수가 돼서 늦은 거거든.”

  그러고 보니 오늘 아침, 빌라 전체적으로 물탱크 청소를 위해 잠시 단수를 할 것이라는 고지가 있었다. 준은 전날 밤, 며칠 째 붙어있던 그 고지를 생각하면서 오늘 아침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일어나 준비를 했다. 아마, 소임은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던 모양이었다.

  “오늘,”

  “……?”

  “멋있네.”

  준은 조금 뜸을 들이다 그렇게 내뱉었다. 그리고 그 말은 진심이었다. 흰색 블라우스에 남색 정장 스커트, 세트로 맞춘 남색 쟈켓까지. 평소와는 다르게 머리도 밑으로 단정하게 묶고, 앞머리는 옆으로 넘겨 살짝 내렸다. 팔목에는 얇은 시계와 정장에 어울리는 클래식한 가방, 검정 구두까지. 준이 소임과 연애를 하는 동안에도 몇 번 본 적 없는 소임의 옷차림이었다.

  난데없는 준의 칭찬에 부끄러워진 소임은 대답을 회피했다. 준도 더 이상 말을 걸지 않았고, 가만히 조수석의 문을 열었다. 얼마나 익숙한 장면이고, 몇 번이나 오르내렸던 준의 차의 조수석인가. 하지만 분명 낯선 느낌이 있었다. 그것은 아마 현재 소임과 준의 관계 때문일 것이다.

  “얼른 타. 안 그래도 늦었어. 오늘 안에 돌아와야지? 나랑 같이 밤새고 싶은 마음, 없을 것 아니야?”

  “당연한 거 아니야? 쓸데없는 소리하지 말고 바로 출발이나 해.”

  소임과 준은 서로 왜 그다지도 퉁명스럽고 차갑고 냉정하게 말을 내뱉는지, 이제는 그 이유조차 알 수 없었다. 그냥,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달라진 소임과 준의 관계에, 달라진 말투를 사용하는 것. 물론 그 안에는 더 세세한 이유가 있을 테지만, 표면적으로는 그렇게 포장하는 것이 마음이 편했다.

  그래서인지, 차를 타고 이동하는 내내 소임과 준은 서로 말을 하지 않았다. 어색한 침묵이 괴로웠던 소임은 자연스럽게 준의 차의 라디오를 조정하여, 틀었다. 준 역시 그런 소임의 자연스러운 행동에 달리 저지를 하거나, 혹은 반발심을 느끼지 않았다. 워낙, 자연스러운 일이었으니까, 지난 3년동안.

  준은 앞만 보며 운전을 했고, 조수석의 소임은 태블릿 PC를 사용하여 김부장에게 전달받은 사항들을 살펴보았다. 왜 굳이 소임과 준이어야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대리 두 명을 보내야 하는 이유는 충분히 있을 것 같은 세세하고 중요한 사항들이었다.

  “오늘 안에 못 돌아올 수도 있을 것 같은데.”

  한참 태블릿 PC를 살펴보던 소임은 준에게 말했다.

  “거기 캐비닛 보면 내 태블릿 PC 있거든. 그거 봐 바. 내가 정리를 좀 해놨는데, 그 계획대로만 진행 된다면 오늘 저녁, 서울에서 먹을 수도 있어.”

  “오, 그런 건 언제 한 거야? 할 시간이 있었어?”

  “아마, 네가 어젯밤 이른 잠에 들었을 때 나는 그걸 하고 있었던 게 아닐까?”

  괜히 비꼬면서 조롱하듯 이야기하는 준 때문에 기분이 나빠진 소임은 준의 말을 무시하고 손을 뻗어 조수석의 캐비닛을 열었다. 캐비닛에는 준의 말대로 태블릿 PC가 놓여 있었다. 소임은 회사에서 업무 때문에 받은, 그러니까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과 똑같은 모양의 태블릿 PC를 꺼내 들었다. 그때, 태블릿 PC와 함께 무언가가 같이 딸려 나왔고 툭, 소임의 발 밑으로 떨어졌다.

  “아, 뭐야……”

  소임은 잘 보이지 않는 그 물건에 손을 뻗어 가까스로 주워들고 확인했다. 준은 차가 많은 교차로를 지나는 중이라, 그런 소임의 행동을 자각하지 못했다. 소임은 뭐가 떨어진 건지 살펴보기로 했다. 혹시 유희와 나눈 사랑의 징표라던가, 유희가 준 아기자기한 선물이라던가, 유희에게서 받은 소중한 물건이면 어떡하지, 라고 생각하던 소임은 물건의 출처를 확인하고는 깜짝 놀라버리고 말았다.

  ‘이건,’

  그러니까 그건, 소임이 주었던 선물이었다. 귀여운 돼지 모양의 작은 인형이었다. 2년 전, 길을 지나던 소임은 복을 모아다 주는 부적 인형이라며 이 작은 돼지 인형을 언제나 지니고 있으면 복이 따라온다는 말에 장난삼아 구입한 것이었다. 그리고 소임은 그것을 준에게 선물했었다. 내가 언제나 너의 곁에 있어주지 못하니까, 그것을 이 돼지 인형이 대신해 줄 것이라고. 그렇게 말하며 건넸던 선물이었다.

  ‘그때, 어디다 두었는지 절대 알려주지 않았었는데, 여기 있었네.’

  소임은 준에게 그 돼지 인형을 어디에 두었는지 물었는데, 준은 비밀이라며 말해주지 않았다. 나한테 복을 주는 부적인데, 그렇게 함부로 발설하고 그러면 복이 달아난다고. 그리고 너와는 도플갱어 수준의 인형이라 네가 그 인형을 다시 한 번 보게 된다면 네가 죽을지도 모르니까 알려줄 수 없다고, 했던 기억이 났다. 그렇게 준의 집과 차를 샅샅이 뒤져도 찾을 수 없었던 돼지 인형인데, 그게 여기 있었다니.

  ‘그리고 이걸, 아직 버리지 않았다니.’

  소임은 슬쩍 준을 곁눈질했다. 준은 여전히 소임이 뭘 하고 있는지 자각하지 못한 채 운전에 집중해 있었다. 소임은 서둘러 돼지 인형을 캐비닛 깊은 곳에 넣은 후 문을 닫았다.

  ‘그냥, 까먹은 거겠지.’

  소임은 괜한 생각을 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러고보면 참 추억이라는 게……’

  하지만 맘처럼 쉽지는 않았다.

  준과의 추억이 담긴 물건을 발견하고 나니, 소임은 차를 탈 때부터 생각이 들었지만 머리 속에서 부정하고 있던 생각이 저절로 떠올랐다. 너무나 익숙하고 익숙한 준의 차, 그리고 그런 준의 차의 냄새.

  차 내부는 변한 것이 없었다. 앞좌석에 붙여 놓았던 소임과 함께 찍은 사진들이 없어진 것 외에는. 그리고 준의 차 냄새 또한 그대로였다. 그러니까, 그 방향제 냄새. 비누향이 나는 방향제였는데, 소임이 향이 좋다며 추천해서 선물해 준 것이었다. 가격이 꽤 있는 편이었는데, 준은 그 이후로도 소임이 향이 좋다고 했던 말을 기억하고, 늘 같은 방향제를 차 안에 두었다. 그리고 그 방향제 냄새는 지금도, 여전했다.

  그리고 그런 느낌은 준 역시 마찬가지였다.

  소임이 조수석에 오르고 운전석에 오른 준은, 소임의 존재만으로 차 안의 분위기가 달라지는 것을 느꼈다. 준이 매일 맡는 차의 냄새는 비누향이 나는 방향제 냄새였는데, 소임이 차에 타자마자 소임의 냄새가 차 안을 가득 채웠다. 그리고 그런 익숙하고도 기분 좋은 소임의 냄새에 준은 잠시 할 말을 잃었다. 그러니까, 너무도 그리웠던 냄새여서. 그리고 그것을 더 이상 그리워하면 안 된다는 것 또한 알고 있어서, 말이다.

  소임의 냄새에, 정신을 다 잡으려던 준에게 소임이 다급한 듯이 말을 걸었다.

  “저…… 그, 이, 임대리.”

  “응?”

  “하아, 아, 그게……”

  “응? 왜 그래? 어디 아파?”

  “혹시, 주변에, 휴게소 없어?”

  “휴게소? 지금 이 주변에는 없는데. 좀 더 가야해.”

  “아…… 그, 그래.”

  “왜? 아, 너, 지금이야?”

  “……응.”

  “하, 휴게소까지는 좀 걸리는데. 조금만 참아, 내가 해결 해줄게.”

  “윽, 흐윽.”

  소임이 부연설명을 하지 않아도, 준은 현재 소임의 상태를 알고 있었다. 그리고 휴게소까지는 앞으로도 10km는 더 가야하는데, 아마도 소임에게는 그런 여유조차 없을 것이다. 슬금슬금 전조를 느끼는 것이 아닌, 확실한 반응이 왔다라는 것은 소임에게 곧 한계가 부딪칠 것이라는 것쯤은 준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준은 빠르게 차선을 1차선으로 바꾸었다. 그리고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소임에게 안전 밸트를 더 꽉 동여매고 손잡이도 꽉 잡고 있으라고 일러주었다. 120, 130, 140, 150…… 준은 앞에 방해하는 차가 있으면 차선을 바꿔가며 최고 속도까지 밀어붙였다. 소임은 옆에서 식은땀을 흘리며 죽어가는 중이었다.

  “도착했어! 화장실은 오른쪽!”

  눈을 찔끔 감고 고통을 참고 있던 소임은 준의 다그침에 비로소 눈을 뜰 수 있었고, 대답할 겨를도 없이 차에서 뛰쳐나가 곧장, 화장실로 향했다. 조수석의 문을 열고 뛰쳐나갔으나, 차마 그 문을 닫을 여유조차 없었던 소임을 대신하여 운전석에서 내린 준이 돌아와 조수석의 문을 닫았다.

  “오늘, 날씨, 좋네.”

  준은 기지개를 펴고 스트레칭을 하면서 혼잣말을 했다. 밀폐된 공간인 차 안에서 운전만 하다가 밖에 나와 보니, 오늘 날씨가 제법 좋았다. 여름의 문턱에서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듯 선선하게 불어오는 바람, 오늘따라 웬일인지 미세먼지 하나 없는 깨끗한 공기, 맑은 하늘, 적당한 온도까지.

  날씨를 느끼며, 차에서 빠져나와 소임을 기다리면서, 그러니까 휴게소 화장실에 들어간 소임을 기다리면서 준은, 그 날에 대한 회상이 저절로 떠올랐다.

  “우리 첫 여행도 강릉이었는데 말이지.”

  그랬다. 준과 소임이 연애를 시작하고 처음으로 여행을 떠났던 곳, 강릉이었다. 그때는 여름이 지나기 시작하는, 가을이 오기 전인, 낮에는 물에 들어가 놀 수 있을 만큼 적당히 덥지만 해가 지기 시작하면 오슬오슬 몸이 떨리게 되는, 그런 계절이었다.

  준과 소임은 그 해 여름, 휴가를 즐기지 못했다. 너무 더웠던 여름 날, 준과 소임은 사무실에서, 사내 식당에서, 점심 시간에, 데이트를 하는 게 고작이었다. 새로운 프로젝트가 진행 중에 있었는데, 일이 많아도 너무 많았다. 다른 직원들 역시 휴가를 모두 반납하면서 회사에 나왔다. 그런 프로젝트는 여름이 끝나면서 끝이 났고, 준과 소임은 여름 막바지에나 휴가를 떠날 수 있었던 것이다.

  “여전하네, 차소임. 풋.”

  그리고 그 때도 역시 소임은 다급하게 준에게 물었었다. 저, 휴, 휴게소가…… 소임은 벌게진 얼굴로 식은 땀을 흘리며 물었고, 그 때만 해도 서로 화장실 문제는 트지 않았던 사이여서 준은 그런 소임의 모습이 귀여웠다. 장난을 좀 쳐주고 싶은 마음에 휴게소가 없다고 둘러댔고, 소임은 그 말을 듣고 급속도로 얼굴이 파래졌다.

  준은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고 급히 차를 몰아 휴게소에 들어갔고, 오늘처럼 소임은 조수석의 문을 닫지도 못한 채 화장실로 튀어갔다. 그리고 돌아온 소임의 얼굴은 아주 잘 익은 딸기처럼 붉었다. 그리고 고백했다.

  [제, 제가, 과, 과민성 대장 증후군, 흐, 흐윽, 저 보지 마세요!]

  소임은 그렇게 말하면서, 거짓말 같지만 정말로 울어버렸다. 또 그런 소임의 모습이 너무나 귀여웠던 준은 소임을 안고 토닥토닥 해주었다. 과민성 대장 증후군은, 흠이 아니예요, 소임씨. 였나. 아무튼 그 말을 듣고 소임의 얼굴을 더욱 더 붉어질 대로 붉어졌던 기억이었다.

  “가자.”

  화장실에 돌아온 소임은 전후 사정에 대한 말 한마디 없이 그냥 가자, 했다. 과거의 소임의 모습을 회상하고 있던 준은 과거의 소임과 현재의 소임의 그 큰 괴리감에 잠시 당황했다. 이제는 얼굴을 붉히며 부끄러워하지도, 민망함에 말을 더듬지도, 그러다 울지도 않는다. 하지만 준은 알 수 있었다. 현재 소임이, 아주 부끄러워하고, 민망하고, 울고 싶은 마음이라는 것을. 왜냐하면 그런 상황에서 현재의 소임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까지, 준은 모두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출발도 늦고, 지체도 하다 보니, 시간도 늦었는데. 여기서 밥 먹고 출발하자.”

  준은 손목시계의 시간을 확인하다 그렇게 소임에게 물었다.

  “휴게소……에서?”

  “응, 어때?”

  “뭐, 좋아.”

  그리고, 거절할 리가 없는 소임이었다. 왜냐하면 소임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있었으니 첫째는 뷔페요, 둘째는 휴게소, 첨부로 길거리 음식이었다.

  그 이유는 이러했다. 입은 짧지만 먹는 것을 좋아했던 소임에게 뷔페나 휴게소는 그야말로 천국 같은 곳이었다. 많은 음식이 있고, 그 많은 종류의 음식들을 소량씩 조금씩 맛을 볼 수 있고, 그리고 맛도 있다는 것.

  소임은 보통 휴게소에 오면 식당에서 한 가지 음식을 시켜 먹기 보다는 핫도그, 감자튀김, 타코야끼, 만두, 소세지, 떡볶이, 어묵 등 간식류의 음식들이 제발 나를 잡아 먹어주쇼, 하고 좌르르르 진열되어 있는 곳으로 곧장 직진을 하는 편이었다.

  물론, 준은 그것 또한 알고 있었다.

  준은 앞장서서 걸으면서 발걸음을 식당이 아닌 간식류가 진열되어 있는 곳으로 가 뒷짐을 지고는 산책을 하듯이 음식들을 하나 둘씩 구경을 했다. 먹고 싶은 거 있으면 골라 먹어, 라고 소임에게 말하는 듯 했다.

  “이거, 마약핫도그. 하나 주세요. 아, 임대리님도 드실래요?”

  준 생각은 하지 않고 음식을 보자 눈이 돌아가 버린 소임은 자기 것만 시키려다가 정신을 차리고 준에게 물었다.

  “하나 시키세요. 전, 다른 것 먹을게요.”

  “그럼…… 여기 카드도 되죠?”

  직원이 그렇다고 하자 준은 소임에게 다가가 법인카드를 내밀었다. 그렇게 계산을 하고 마약핫도그를 건네받은 소임은 곧장 입으로 집어넣어 행복한 포만감을 즐겼다.

  마약핫도그 옆 자리에는 소세지 구이가 있었다. 입맛을 다시던 소임은 준을 향해 물었다.

  “임대리님, 소세지, 드실래요?”

  “네, 그럼 하나 시키죠.”

  역시 법인카드로 계산을 하고 곧 소세지 구이를 건네받은 준은, 소임과 다르게 곧장 입으로 집어넣지 않고 준이 들고 있는 소세지를 하염없이 바라보는 소임을 향해 건네며 물었다.

  “한 입, 드실래요?”

  “아, 그래도 된다면……”

  그렇게 핫도그, 소세지, 떡볶이, 만두, 감자튀김, 타코야끼 등을 한 개씩만, 하지만 서로 한 입씩 나누어 먹으면서 소임과 준은 식사를 마쳤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카페에도 들려 음료까지 주문 완료.

  언제 들고 나왔던 건지, 준은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아 음료를 기다리며 태블릿 PC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카운터 옆에서 음료를 기다리며 휴게소에서 섭취한 음식들을 다시 떠올리며 좋은 기분을 느끼고 있던 소임은 퍼뜩, 과거의 일이 떠올랐다.

  그러니까, 준과 처음 강릉으로 여행을 가던 그 날.

  그날 역시 과민성 대장 증후군 때문에 급하게 휴게소를 찾았고, 장을 모두 비워낸 소임은 배가 고팠다. 소임이 밥을 먹자고 하자 준은 소임을 데리고 휴게소 식당으로 갔다. 볶음밥과 찌개를 시킨 준과 소임. 하지만 소임은 눈 앞의 음식을 잘 넘기지 않았다. 배가 고프다더니, 아직 장이 활동 중이라 속이 거북스러운가 싶어 급히 식사를 마무리 하고 차에 타려고 했다.

  식당을 빠져 나오던 소임은 준에게 잠시, 이쪽으로, 하더니 간식류가 진열된 곳으로 준을 데려갔다. 그러더니 거기에 있는 모든 간식들을 먹을 생각으로 주문을 해대는 것이 아닌가. 소임은 그 때도 예의상 핫도그를 시키는 데, 하나 드실래요? 했고 준은 배가 불렀지만 소임의 제안에 그러겠다고 했다.

  그런데 소임이 주문하는 간식류를 보니, 저걸 다 먹었다가는 배가 터져 죽을 것만 같았다.

  “이걸, 다, 먹을 수 있어요?”

  “아, 그, 뭐…… 그럼, 하나씩만 사서 나눠 먹으면 되지, 않을까요?”

  준은 그제야 소임의 의도를 파악하고, 하나씩 사서 나눠먹기 시작했다.

  “소임씨, 잘 드시네요.”

  “아, 실은 제가 먹는 것도 좋아하고 잘 먹는데, 입이 좀 짧아요. 그래서 이렇게 하나씩, 사서 조금씩 맛 보면서, 대신 많이 먹는 걸 좋아해서…… 하하, 좀 까다롭죠?”

  “아니요, 귀여운데요.”

  준은 그때 분명 그렇게 말했다. 귀엽다고. 그리고 그 말에 소임은 설렘에 급체를 할 것만 같았는데.

  그때의 추억을 회상하고 있던 소임에게 종업원은 주문한 음료를 내밀었다.

  “이젠, 뭐. 다 지나간 일이지.”

  소임은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그렇게 혼잣말을 했다. 그런 회상을 하고, 그리움에 젖으면 뭐하나, 어차피 지나간 일을, 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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