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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셀다 론도
작가 : 녹차양
작품등록일 : 2017.6.19

셀다 론도의 여왕은 왜 죽어야만 했는가.
천 년의 여왕과 지상 최후의 용 이야기.

 
Epilogue
작성일 : 17-07-07 17:46     조회 : 274     추천 : 0     분량 : 2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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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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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박 자박 걸어가는 오솔길에 활엽수들의 시원한 향이 폐부 깊숙이 채웠다. 바람이 불때마다 나뭇잎이 파스스 흔들렸고 춤을 추는 잎새의 사이로 햇빛이 좌우로 오갔다.

 

 샤를롯테는 차양이 넓은 보닛의 끈을 더 단단히 묶었다.

 

 

 길가에 소복이 피어있는 푸른 수국에 샤를롯테가 멈추어 섰다. 작은 꽃잎들이 모여 탐스럽게 피어 있었다. 콧노래를 흥얼거리던 샤를롯테는 바쁘게 날아다니는 벌들을 피해 한 송이 꺾어 쥐고는 다시 조심조심 걸음을 옮겼다.

 

 

 길을 따라 걸으면 우거진 숲 속에 작은 오두막이 보인다. 왼편으로는 땔감용 장작을 가득 쌓아두었고 그 뒷편엔 졸졸졸 맑은 소리를 내며 고여있는 작은 냇물이 흘렀다. 굴뚝 위로 연기가 모락모락 빠져나가는 것을 보아하니 까마귀가 또 과자굽기에 도전하는 게 분명했다.

 

 

 가끔 멀리서 이 풍경을 바라볼 때면, 묘한 기분이 들었다. 세상은 격동의 시기를 겪고 있는데 오직 이곳만이 평화로웠다. 조용히 눈을 감고 숨을 들이켜본다. 지저귀는 새소리와 나비를 쫓아 깡충거리는 여우의 발짓. 그리고 -

 

 

 

 

 

 "정말 이렇게 가시렵니까."

 

 아쉬움이 그득 묻어나오는 오셀롯의 말에 샤를롯테가 빙긋 웃었다. 샤를롯테가 무사히 돌아오면서 하우드 역시 지상과 요람의 경계에 얽매이지 않고 살 수 있게 되었다. 그의 자유를 다시 찾아준 것이 기뻤지만 막상 하우드는 좀처럼 샤를롯테의 곁에서 떨어지려고 하지 않았다. 조금만 보이지 않아도 지나치게 불안해했고 요람에서 정처없이 떠도는 영혼을 거두어 므두셀라에 넣으려 성을 나오는 날이면 헐레벌떡 다가와 그녀의 허리를 낚아챘다.

 

 하지만 샤를롯테는 그저 가만히 마주 안아주었다. 불안에 다소 거칠어질 때면 가볍게 입을 맞추어 주었다.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에 볼을 쿡쿡 찌르면 비식 웃었고 그럼 한바탕 술래잡기가 이어졌다.

 

 

 하우드의 손을 잡고 지상으로 나온 것은 그 후의 이야기였다. 세상 이곳저곳 누비며 같이 많은 것을 하고 싶다는 샤를롯테의 바람을 하우드가 거절할 리 없었다.

 

 

 "하우드가 마지막으로 할 일이 있다니… 그것만 끝내고 돌아오면 떠날거란다. 긴 여행이 되겠지. 네 생전에 널 다시 볼 수 있으련지도 잘 모르겠구나."

 

 "-셀더교 말씀이십니까."

 

 "그래."

 

 

 하우드는 인간을 위해 감정을 소비하는 것이 더는 의미없다고 판단한 듯 싶었다. 아니면 조용히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샤를롯테의 바람을 위한 것일 지도 몰랐다. 어느 쪽이든 하우드는 '셀다 론도'에 대한 흔적을 지우고, 샤를롯테를 찾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는 셀더교를 정리하러 떠났다. 몬테 왕립 수도원의 비밀 서고에 남아있다던 엘가의 회고록이며 남은 저서들까지 모두 처분할 모양이었다.

 

 

 오셀롯이 가만히 샤를롯테의 얼굴을 보았다. 다시는 못 볼 지도 모르는 얼굴이었다.

 

 "…샤를롯테님."

 

 다시는 부를 수 없을 이름이었다.

 

 

 샤를롯테가 우아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하지만 그의 가슴은 더욱 먹먹해졌다.

 

 감히 당신을 마음에 품은 것은 제가 몬테였기 때문입니다. 감히 당신을 탐할 수 없는 것도 제가 몬테이기 때문이지요. 저의 인생은 당신을 스쳐지나가는 바람에 불과하고 당신이 그것을 신경쓸 이유는 없습니다.

 

 저는 당신을 위해 제 의무를 저버릴 수 없고, 당신을 위해 제 삶을 포기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당신을 붙잡기 위해 당신에게 족쇄를 채울 수도 없으며 당신의 자유를 제가 빼앗을 수도 없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단 한가지, 그것 뿐입니다.

 

 

 "당신의 행복을 바랍니다."

 

 신화의 시대는 끝났고 몬테는 스스로의 힘으로 역사에 남을 것입니다.

 

 

 

 

 

 "혼자 무엇을 그리 골똘히 생각해."

 

 목에 차가운 손이 닿자 깜짝 놀란 샤를롯테가 눈을 반짝 떴다. 짓궂게 웃는 하우드가 시야에 가득찼다.

 

 

 "으응… 겨울이 오면 플로랑스의 포도밭을 지나 남쪽으로 가자. 가르티안의 명물 화과자도 먹어보고 싶고 동방의 디저트도 맛보고 싶어. 까마귀가 늘 케이크를 구워준다고 저렇게 야단을 떨지만… 맛이 없는 걸 어떡해."

 

 혹여 까마귀가 들을까 먼 거리에서도 속닥이는 샤를롯테에 하우드도 따라 웃었다.

 

 

 "그래. 까마귀의 솜씨가 좀처럼 늘지 않으니 나도 걱정이야. 이리 와봐, 샤샤. 네가 타고 싶다던 그네를 저쪽에 묶어두었다. 내가 밀어줄테니 잘 만들었는 지 봐다오."

 

 

 내밀어진 손을 잡는다. 차갑고 온기라고는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지만 샤를롯테에겐 가장 따뜻하게 느껴졌다.

 

 "하우드, 여기 오늘의 꽃이야."

 

 그의 귓가에 수국을 비스듬히 꽂아준다. 순식간에 시들어버렸지만 그 모습을 놓치지 않고 보게 된 까마귀가 배를 부여잡고 큭큭댔다. 덕분에 갓 구워진 쿠키들이 절반이나 바닥에 쏟아졌지만 샤를롯테는 신경쓸 수 없었다.

 

 금방이라도 까마귀를 때릴 것만 같은 하우드의 표정에 얼른 그를 끌고 갔다.

 

 

 

 정원을 가득 채운 허브가 그들의 웃음소리를 따라 흔들린다.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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