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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다시 태어난다 해도 그대
작가 : 장윤봉
작품등록일 : 2017.7.6

여자는 죽어서라도 남자를 다시 만나고 싶지 않았다.

남자는 여자의 다음 생 끝까지라도 따라가고 싶었다.

그래서 두 사람은 죽는 그 순간 간절히 빌었다.

그 사람을 다시 만나지 않게/만나게 해달라고.

그리고 하늘은 두 사람의 소원을 들어주었다.

www_yppah@naver.com

 
화살은 태자의 가슴에 박힌다 (2)
작성일 : 17-07-06 18:26     조회 : 293     추천 : 5     분량 : 43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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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까지 멍청하게 입만 벌리고 계실 겁니까?"

 

  멍청하다니. 멍청하다니! 감히 일국의 태자에게!

 

  그는 태어나 19년 인생을 여태껏 자신을 우러러보는 궁인들과 함께 보냈다. 총명하시옵니다, 멋지시옵니다, 잘하셨사옵니다 등이 태자가 항상 들어온 말이었다. 그런데 방금 처음 만난 어린 계집이(태자도 어렸다.) 감히!

 

  그러나 그들은 다리가 아팠고, 배도 고팠고, 해는 지고 있고, 머물 곳이 필요했다. 그 사실이 태자를 참게 만들었다.

 

  그녀는 태자 일행을 아래위로 쓱 훑어보더니 흔쾌히 마을로 안내하겠다 했고 다친 태자의 다리를 발견하곤 혀를 한번 차더니(이 대목에서 태자는 한 번 더 가슴 속에 참을 인(忍)을 새겨야 했다.) 말에 오를 것을 권했다.

 

  태자는 당장에라도 다친 다리를 끊어내고 싶을 정도로 아팠지만(사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그렇게 큰 부상은 아니었다.) 자신을 조롱한 계집의 허리춤을 붙들고 가고 싶진 않았다.

 

 "혹시 계집 뒤에 타지 않겠다는 구시대적인 발상을 하고 계신 건 아니겠지요?"

 

  하지만 이 괴팍한 계집의 도발에 또다시 발끈하고만 자신은 냉큼 그녀의 뒤에 올라타고 만 것이다. 이 천둥벌거숭이 같은 계집에게 두 번이나 부끄러운 꼴을 당했다는 것이 분한 그였다.

 

  자신이 사는 마을이 멀지 않다던 그녀의 말대로 종일 헤맨 것이 어이없게도 얼마 가지 않아 밥 짓는 연기가 보이기 시작했다.

 

  마을은 8척은 돼 보이는 목책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출입구 앞에는 죽창을 든 사내 둘이 지키고 서 있는 것이 작은 성채를 보는 것 같았다. 그들은 간단하게 자초지종을 듣고 나서야 낯선 이들을 들여보내 주었다.

 

  태어난 후로 개경에서 벗어난 적이 없는 태자는 이것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없었지만, 염과 의원은 그 광경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녀는 이 마을 지주의 딸이라도 되는지 마주치는 사람마다 족족 아씨라 부르며 인사를 건넸다.

 

 "아씨! 저희 밭에 수확한 것 좀 들고가세요."

 

  그중 한 아낙네가 그들을 보고 뛰쳐나와 음식이 든 광주리를 건넸다.

 

 "장군님이랑 같이 드세요."

 

 "아주머니, 저나 아버지나 안 굶고 산다니까요."

 

  그녀가 한사코 거절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낙은 결국 그녀의 손에 광주리를 버리듯이 쥐여주곤 집으로 쏙 들어가버렸다.

 

 아씨? 장군? 뉘 집 자식이 이리도 방자한가 했더니, 귀족이었나.

 

 "아버님이 장군이십니까?"

 

  태자가 속으로 생각하는 사이 같은 무관이라는 반가움에 염이 그녀에게 물었다.

 

 "아닙니다. 오랑캐들에 맞서 지금의 마을을 만든 게 제 아버지십니다. 그때부터 마을 사람들이 존경하는 의미로 장군님이라 부릅니다."

 

  아버지 얘기가 나오자 단번에 그녀의 얼굴에 미소가 지어졌다. 또 그 목소리에 자부심이 잔뜩 배어있었다.

 

  북계는 고려의 가장 북쪽에 있는 땅이라 예로부터 오랑캐의 침입이 잦은 곳이었다. 그러나 썩을 대로 썩은 국경지대 병사들은 창을 드는 법조차 잊었고, 결국 백성들이 직접 나서서 스스로를 지키기로 한 것이다.

 

  그 일을 가장 잘해내고 있는 사람이 그녀의 아버지였다.

 

  자신의 집에 도착한 그녀는 말에서 훌쩍 뛰어내리곤 멀뚱멀뚱 앉아있는 태자에게 안 내리느냐는 듯한 눈빛을 보냈다. 그사이 냉큼 달려온 염이 말 옆에 넙죽 엎드렸고, 태자는 당연하다는 듯이 그의 등을 밟고 땅에 내려섰다.

 

  그녀는 그 모습을 보며 기가 막힌 듯 헛웃음을 뱉었다.

 

 "허! 갑 중의 갑이 꼴값이라더니 그 귀한 분이 여기 계셨군요."

 

 "아까부터 무엄하구나! 이 분은 고려의 태.."

 

  허리를 펴고 일어난 염은 저 계집이 저러다 경을 칠까 싶어 언성을 높이려는 찰나 태자에게 가로막혔다.

 

 "태의감 의원이니라."

 

  기가 막히게 둘러댄 태자는 자신의 호위무사를 한껏 노려보았다.

 

 `자객에게 당한 지 얼마나 되었다고 섣불리 신분을 누설하려 해?`

 

  그 눈빛에 뜨끔한 염이 먼 산을 바라보며 괜히 휘파람을 불었다.

 

 "의원이라면... 혹 역병 때문에 오신 겁니까?! 아버지!! 나와보십시오! 나라에서 의원님을 보내셨습니다!"

 

  말릴 새도 없이 그녀의 외침에 초가의 문이 벌컥 열리며 웬 사내가 튀어나왔다.

 

 "의원이라고?!!"

 

  짚신도 신지 않은 채 맨발로 싸리나무 문 밖까지 뛰쳐나온 남자는 놀라 뒷걸음질 치는 태자의 손을 대뜸 움켜잡았다. 덥수룩한 머리털에 지저분한 수염까지 그의 몰골에 한 번 놀라고, 코앞까지 다가온 행태에 두 번 놀란 염은 자칫 칼을 뽑을 뻔했다.

 

 "의원님, 역병을 치료하러 오신 겝니까?"

 

  상투를 틀지 않아 처녀 귀신의 그것처럼 얼굴을 덮은 머리카락 사이로 형형하게 빛나는 그의 눈을 차마 피할 수 없었던 태자가 목각인형처럼 뻣뻣하게 고개를 주억거렸다.

 

 "아이고, 이런 누추한 곳까지 의원님이 와주시다니요. 아니지, 아니지, 내 이럴 게 아니라 아랫목에 불이라도 때야겠다. 소명아, 손님들 드시게 사랑방 좀 치우거라."

 

  쏜살같이 등장한 남자는 등장할 때처럼 쏜살같이 초가의 뒤편으로 사라졌다.

 

 "하하... 놀라셨지요. 아버지가 원래 멀끔한 분이신데 가끔 바쁘실 땐 저러고 돌아다니십니다..."

 

  소명이라 불린 그녀는 멋쩍게 웃으며 어안이 벙벙해진 그들에게 대신 변명했다.

 

  가산이 풍족해 보이진 않았지만, 태자 일행에 대한 대접은 융숭했다. 장군이라는 덥수룩한 사내가 동네에 나가 무슨 소릴 하고 다닌 건지 온 마을 사람이 다 찾아와 먹을 것이며 마실 것이며 한아름 갖다 주며 그들의 얼굴을 한 번씩 들여다보고 갔다.

 

 "어머 어머, 저거 면상 반지르르한 것 좀 봐."

 "저 치는 몸이 아주 다부져 보이네!"

 "아휴, 허여멀건 한 것이 사내가 어여쁘게도 생겼다."

 

  특히 아낙들이 싸리나무 문 밖을 서성이며 해가 질 때까지 저들끼리 수군거렸다.

 

 "허허허, 척박한 마을에 오랜만에 손님이라 다들 궁금한가 봅니다."

 

  길고 길었던 저녁 식사를 끝내고 찾아오는 마을 사람들도 뜸해져 드디어 한숨 돌리려던 일행의 곁에 한 남자가 다가와 앉았다. 친근하게 말을 걸어왔지만 처음 보는 사내였다.

 

 "누구신지..."

 

 "아, 아하하하하, 상투를 틀어 못 알아보시나 봅니다."

 

  그는 조금 전까지 긴 머리를 찰랑대며 사람들의 눈을 어지럽히던 `장군님`이었다. 환골탈태(換骨奪胎)한 수준으로 멀끔해진 장군의 모습은 이전과 비교했을 때 탈을 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다른 사람 같았다.

 

 "손님도 오셨는데 예의가 아닌 것 같아 단장을 좀 해보았습니다. 그나저나 의원님들은 어떻게 여기까지 오셨습니까?"

 

 "저희는 폐하의 명으로 서경에 가던 길이었습니다."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의원이 그의 물음에 대답했다. 사실 지친 몸으로 종일 걷다가 안락함을 누리다 보니 서경으로 가야 한다는 사실마저 잊어버린 태자와 염이었다.

 

 "이런, 서경이라면 이미 지나쳐 오셨습니다."

 

  장군은 편안함에 취해 본래 목적을 망각하고 있던 그들에게 청천벽력과도 같은 말을 던졌다. 어쩐지 걸어도 걸어도 사람 흔적도 안 보인다 했더니 완전히 잘못된 길로 와버린 것이다.

 

 "그러게 왼쪽으로 가야 된다지 않았느냐!"

 

 "그래서 왼쪽으로 왔습죠."

 

 "큼흠..."

 

  장군과 두어 마디 더 나눈 뒤 방으로 들어온 태자는 괜히 염을 탓하다가 머쓱해지기만 했다. 사실 길을 가던 중 만났던 갈림길에서 태자는 힘차게 왼쪽! 염은 오른쪽을 외쳤고, 태자가 권력의 힘을 남용한 탓에 이들이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이었다.

 

  그나저나 나흘 뒤에 서경에서 나머지 일행과 합류해야 하는데, 이미 지나쳐 왔다니. 이들의 앞날, 과연 괜찮은 것일까.

 

 

 

  어둠이 곳곳에 깔리기 무섭게 의원은 이미 잠들었고, 자지 않고 주위를 경계하겠다던 염 또한 모로 누워 코를 골고 있었다.

 

  하루라도 빨리 개경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황성을 벗어난 틈을 타 자신을 제거하기 위해 적들이 칼을 갈며 기다리고 있을 거라 생각하니 도저히 잠들 수 없었던 태자는 조용히 밖으로 나왔다.

 

  신을 신고 달빛을 불 삼아 걷다 보니 멀지 않은 곳에서 말소리가 들려왔다.

 

 "...사내는 그녀를 꽉 껴안고 있던 손을 놓고 돌아섰지!"

 

 

 "어머, 어머, 어머!!"

 

  마을로 들어오면서 보았던 넓은 공터 우물가 옆, 작은 모닥불을 피우고 둘러앉은 가운데 서 있는 이가 한마디 하면 듣고 있던 사람들이 감탄사를 내뱉기를 반복했다.

 

 "차마 님을 떠나보낼 수 없었던 여인은 뒤돌아 사내에게 간절히 청했어."

 

  태자를 등지고 있던 그녀는 자신이 말한 여인을 흉내 내듯이 휙 뒤를 돌아보았다. 그 여인의 눈길이 닿은 끝에는 그가 있었다. 그녀는 그를 보고 있었지만 그를 보는 것이 아니었다.

 

  불빛 위로 드러난 얼굴은 태자가 익히 알지만 낯선 것이었다. 여느 평범한 계집처럼 머리를 가지런히 풀어 내리고 저고리에 치마를 입은 모습이었지만 화장기 하나 없는 그 얼굴이 태자가 여태껏 봐온 어느 궁인의 얼굴보다 해사하게 그의 눈에 들어왔다.

 

  태자의 시간은 그 순간 구름을 걷어내는 바람도 한 올 한 올 느낄 수 있을 만큼 천천히 흘렀고, 그만큼 소명의 입술도 천천히 움직였다. 소명은 마치 자신이 연기하는 그 여인이 된 것처럼 눈앞의 사내를 진정 자신의 님인 양 애닳게 바라보며 말했다.

 

  그녀의 입술이 열리고,

 

 "전하, 연모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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