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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셀다 론도
작가 : 녹차양
작품등록일 : 2017.6.19

셀다 론도의 여왕은 왜 죽어야만 했는가.
천 년의 여왕과 지상 최후의 용 이야기.

 
4. 당신을 위한 아리아 (4)
작성일 : 17-06-29 14:04     조회 : 275     추천 : 0     분량 : 4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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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몬테 왕국의 북쪽 변방, 비에른.

 

 

 "단장님! 더는 물러설 곳이 없습니다! 퇴각 명령을!"

 

 기사가 크게 검을 휘두르며 절박하게 소리쳤다. 빌어먹을 괴물들! 한달 전까지만 해도 저 까만 괴생물체는 자신의 허리춤 높이밖에 되지 않았는데 민가를 습격해 인간들을 닥치는대로 잡아먹더니 집채만큼이나 커졌다.

 

 등골에 흐르는 식은땀, 검을 쥔 손에 다시 한 번 힘이 들어갔다. 괴물은 검으로 베어도 베어지지 않고 불화살을 쏘아도 타격을 입지 않는다. 어디가 약점인지 알 수 없으니 기사와 병사들이 총동원되어 철그물로 감싸 더는 괴물이 움직이지 못하게 막는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자신의 종자가 발을 헛디뎌 괴물의 사정거리에 굴러 떨어졌고, 그가 순식간에 집어삼켜지는 모습은 모든 병사들에게 패닉을 야기했다. 팽팽했던 경계는 허물어졌고 도망가는 병사와 잡아먹는 괴물들 사이의 난전이 다시 시작되었다.

 

 

 "단장님!"

 

 기사는 자신에게 스물스물 다가오는 검은 물체를 옆으로 쳐내며 다시 소리를 높였다. 상황은 절망적이다. 어찌 몬테에 이런 재앙이 내렸단 말인가! 기사는 신경질적으로 단장을 향해 뒤를 돌아보았다.

 

 헉-

 

 

 그 순간만큼은 마치 시간이 정지된 것처럼 느껴졌다. 고막이 터지도록 들려왔던 비명소리도, 병사들의 울부짖는 소리도, 짙은 피냄새도 느껴지지 않았다.

 

 "아, 아아…"

 

 단장은 어느새 목뼈가 완전히 돌아가 이쪽을 응시하고 있었다. 텅 빈- 죽어버린 눈동자로.

 

 이살롯과 숱한 전투를 치르며 동고동락해왔던 그가 아니었나. 그의 높은 기상은 기사들 사이에서도 명성이 자자했다. 그의 용맹함과 뛰어난 무도는 자신의 동경이었다.

 

 그런 단장의 몸 절반은 이미 괴물에게 삼켜지고 있었다.

 

 "으-으아아아악!"

 

 그가 무슨 정신으로 괴물에게 달려드는 것인지, 스스로조차 알 수 없었다. 그저 더는 가망이 없다고 여겼던 것일 지도 몰랐다. 물러서도 죽고 나서도 죽는다.

 

 사랑하는 레이디의 얼굴이 떠올랐고 불안에 떨며 방 한 켠에서 기도를 올리고 있을 노모도 떠올랐다. -그런데 왜 자신은 괴물을 향해 검을 내지르는 것인가. 정말 알 수 없었다.

 

 

 기사의 얼굴이 참혹하게 일그러졌다. 괴물을 아무리 찌르고 베어도 그것은 단장을 놓지 않고 점점 더 삼키고 있었다. 구역질이 날 것 같다.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가 귓가에 쟁쟁히 울렸다. 검을 버리고 단장의 상체를 끌어당기던 그가 멈칫했다. 불안감에 손이 바들바들 떨려왔다. 다음은 내 차례라고, 지금이라도 도망가야 한다고 직감했다.

 

 하지만,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 괴물에게서 흘러나오던 투명한 점액질이 무거운 갑주에 들러 붙은 것이었다.

 

 

 그 때였다. 흐물거리며 다가오던 괴물이 딱딱하게 굳은 것은. 괴물은 마치 다 타버린 숯처럼 몸체에 금이 가더니 우수수 재로 변해 바닥에 떨어져 버렸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가. 생경하고 떨떠름한 기분에 긴장이 확 풀렸다.

 

 하지만 기사는 안심할 수 없었다. 수북하게 쌓인 괴물의 흔적 뒤에 온통 까만 사내의, 붉은 눈동자가 훨씬 공포스러웠다.

 

 "이게 그 괴물이란 말이지…"

 

 

 살려주시오, 살려, 주시오! 넋이 나간 기사의 중얼거림은 더 이어지지 않았다.

 

 용은 목격자를 살려 둘 이유가 없었다.

 

 

 

 

 

 

 

 

 샤를롯테는 이마에 송글송글 맺히는 땀을 대충 훔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한동안 고생한 결실이 바로 눈앞에 있었다. 주변의 풍경이 일그러지고 생긴 작은 틈은 마치 검은 구렁텅이처럼 보였다. 그 틈은 주변의 빛이며 소리까지 삼켜버릴 기세로 일렁거렸다.

 

 샤를롯테도 두어 걸음 뒤로 물러섰다. 생각과는 달랐지만 그래도 성과가 있었다. 시간의 틈을 벌리는 것은 자신의 힘으로 역부족이었지만 여러 시도 끝에 그래도 다른 세계로의 문을 여는 열쇠를 발견했다.

 

 피를 내느라 억지로 베어진 손바닥의 상처도 조금씩 아물어가고 있었다. 몇번 주먹을 쥐었다 편 샤를롯테는 작게 심호흡을 하고 안드라페를 꺼냈다. 저 틈에 안드라페를 넣어야 해. 안드라페도 자신의 불운을 감지한 것인지 빛을 마구 뿜어댔다.

 

 마른 침을 삼켰다. 막상 일을 벌려 놓으니 온갖 잡생각이 들었다. 이것을, 없앨 수 없다고 다른 세계에 무책임하게 넘겨도 되는 걸까. 하지만 더는 안드라페의 농간에 놀아나고 싶지 않았다. 하우드와 조용히 지내고 싶었다.

 

 

 그렇지만… 자신이 겪었던 불행을 누군가 또 겪을 수 있다고 상상하니 죄책감이 밀려들었다. 심장이 두근두근 거린다. 눈 앞의 검은 틈새는 점점 좁아지고 있었다. 빨리 결정해야-

 

 

 

 툭

 

 갈팡질팡하던 샤를롯테의 등을 누군가가 거칠게 떠밀었다. 생각지도 못한 충격에 샤를롯테의 몸이 틈으로 기울어졌다. 어? 무슨 상황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 표정으로 동그랗게 떠진 눈이 뒤를 향했다.

 

 뱀?

 

 

 샐쭉하게 웃는 뱀이 천천히 입모양을 그렸다.

 

 '잘 가 요.'

 

 무의식적으로 뻗은 손이 그를 향했지만, 더 생각할 겨를도 없이 샤를롯테는 틈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일어나렴.]

 

 

 샤를롯테는 자신을 감싸는 아늑한 기운에 금방 정신을 차렸다. 하지만 눈을 뜰 수 없었다. 온통 빛으로 꽉 찬 공간에 눈이 멀 것만 같았다.

 

 

 자신은 분명 아리엘이 해냈던 것처럼, 다른 차원의 문을 여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안드라페만 보낼 생각이었는데… 뱀의 얄궂던 표정이 떠올라 치를 떨었다. 평소에도 자신을 탐탁지 않아 하더니 결국 이렇게 자신을 물 먹이나 싶었다. 대체 왜? 샤를롯테는 입술을 사려물었다.

 

 

 돌아가야 해. 샤를롯테는 천천히 눈을 떴으나 이내 찌를 듯 내리비치는 강렬한 빛에 다시 눈을 감았다.

 

 

 [오랜만이구나.]

 

 온화한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아니, 들렸다기보다는- 저절로 그렇게 이해되었다. 머릿속에서 그렇게 울렸다.

 

 "당신은, 누구시죠? 오랜만이라니… 절 아시나요? 그보다 여기가 어딘지 아세요?"

 

 불안한 마음에 떠듬떠듬 물었으나 그 목소리는 재밌다는 듯 잘게 웃었다.

 

 

 [걱정하지 마라. 여긴 너희들이 속칭 '카타콤(Catacomb)'이라 부르는 곳이지. 네가 자칫 공간의 틈에 빠질 뻔한 것을 건져왔단다.]

 

 

 상냥한 말이었지만 오히려 샤를롯테는 더 불안해졌다. 공간의 틈에 빠질 뻔했다니, 역시 자신의 술식이 실패한 것인가 회의감이 들었다.

 

 

 "구해주신 것에 감사의 말씀 올립니다. 하지만… 카타콤에 이런 곳이 있다는 건 처음 들어요. 카타콤은 빛 한 점 없이 우중충한 곳이에요. 회생할 수 없는 영혼들의 세계라고들 하던걸요."

 

 

 [이런, 안타깝게도 무척 떨고 있구나. 불안해 할 필요 없단다. 네가 원한다면 다시 하우드의 곁에 보내주마. -하지만 난 다시 널 만나 얘기하고 싶었어. 기꺼이 시간을 내주겠니?]

 

 

 샤를롯테, 너의 이름을 불러보는 것은 아주 오랜만이구나. 나는 예전부터 널 알고 있었고 미래의 너 역시 잘 알고 있지. 무슨 소리냐고? 글쎄… 이렇게 말하면 네가 이해할까? 이곳은 '요람(Berceau)'.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 모든 시간을 자아내는 거대한 물레의 장소요, 동시에 어느 시간에도 속하지 않은 태초의 땅이란다.

 

 

 

 요람! 익히 들어본 바 있는 그 단어에 샤를롯테가 헛숨을 들이켰다.

 

 "요람이라니, 용이 태어나고 다시 돌아간다는 그곳 말씀이신가요? 하지만, 그것이 카타콤에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이곳은 죽음의 땅이 아니었나요?"

 

 

 [죽음의 땅이라니… 세간에서는 그렇게 부르나 보구나. 아쉽게도 너희가 '카타콤'이라 부르는 곳은 죽음이니 영혼이니 하는 그런 땅이 아니란다. 네게 알려 줄 것이 많아 보이는구나. 이리 가까이 오렴.]

 

 

 

 샤를롯테는 홀린 듯이 발걸음을 떼었다. 볼 수는 없어도 무언가 친숙한 기운이 그녀를 이끌었다.

 

 

 [-그곳은 '아델론의 세계'. 한때 모든 생명들을 품었던 땅이지. 지금은 황량해 보일 지 몰라도 한때는 신과 정령들의 환희와 광채가 있었단다. 모든 선한 것과 악한 것들이 살아 숨쉬고 용기있는 것과 겁 많은 것들이 공존하던 세계였지.]

 

 

 아델론의 세계. 샤를롯테의 사고가 일순 정지했다. 론도인 자신이 모를 리가 없다. 자신이 태어난 곳, 그리운 고향. 그윽한 향기와 정취가 가득했던 낙원.

 

 

 [네가 알고 있는 '나'의 이름은, 아델론(Adelon). 이 세계를 자아낸 시간과 역사의 직조, 생명과 죽음을 엮는 직공이란다.]

 

 어째서 창조주 아델론이 이 세계에 있던가.

 

 

 

 [하지만 이 곳은 이제 더없이 메마르고 황량하지. 하지만 너는 그 땅에 또 생명의 씨앗을 뿌리겠지. 사랑하는 하우드를 위해 가장 아름다운 정원을 만들거야. 네 고향 '요람'은 그렇게 너의 손에서 태어난 것이란다.

 

 네가 가장 처음 심었던 그 작은 씨앗은 오랜 세월이 지나 너를 잉태할 세계수 '므두셀라(Methuselah)'가 되고 시간은 마치 물레방아 돌 듯 돌아갈 것이다…]

 

 시간의 굴레에 끊임없이 반복하고 변주하는 유랑의 영혼, 론도(Rondo)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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