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셀다 론도
작가 : 녹차양
작품등록일 : 2017.6.19

셀다 론도의 여왕은 왜 죽어야만 했는가.
천 년의 여왕과 지상 최후의 용 이야기.

 
4. 당신을 위한 아리아 (3)
작성일 : 17-06-25 19:13     조회 : 293     추천 : 0     분량 : 4719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샤를롯테는 하우드의 어깨를 강하게 끌어 안았다. 결연히 웃는 모습은 그 어떤 고민도 번뇌도 없이 순연하게 빛났다. 푸른 눈동자가 아름답게 반짝였다.

 

 

 "하우드, 널 믿어. 나를 걱정하는 네 마음을 믿고 내가 짊어야 할 짐을 대신 안으려 한 너의 마음을 믿어. 그러니 이제 걱정할 필요 없어. 이 안드라페는 론도인 내가 마무리해야 할 일이야. 안드라페가 어떤 목적을 가졌는 지 알았으니, 막연한 두려움에 떨 필요가 없어 오히려 후련할 정도야."

 

 

 고마워. 난 언제나 네게 도움만 받는구나. 하지만 이제 자신의 차례였다. 하우드는 자신에게 더는 희생하는 삶을 살지 말라했지만, 샤를롯테의 생각은 달랐다. 희생하며 살아온 것은 오히려 그였다. 자신이 무어라고 그의 삶마저 포기하게 할까. 그가 샤를롯테의 생을 되찾아준 것처럼, 이제 자신이 그의 삶을 만들어줄 것이다.

 

 드디어 찾았다. 나를 위한 삶은 따로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바로 내 곁에 있었던 것을 너무 오래, 멀리 돌아 왔다.

 

 

 "이걸, 어떻게 할 생각이지? 혹시라도 무리 할 생각이면."

 

 불안한 듯 조급하게 샤를롯테의 어깨를 잡아채는 손길이 살짝 떨려왔다. 하우드는 단호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안돼. 내가 지상에 인간의 손이 닿지 않는 곳을 찾고 있으니, 차라리 내게 맡겨라."

 

 "하우드."

 

 "자칫해 또 너를 잃으라고? 널 기다리며 다시 죽음과도 같은 삶을 살라고? 그럴 순 없어. 그 때 내 인고의 시간은 끝났다!"

 

 

 괜찮아. 괜찮아… 하우드의 얼굴을 쓰다듬는 샤를롯테의 손길이 나긋했다.

 

 

 이젠 네가 건네주는 꽃을 받을 순 없겠지. 같이 가자던 얼음의 땅, 불이 솟는 산, 꽃의 나라는 영원히 못 볼 지도 몰라. 그래도 괜찮아. 난 포기하지 않을 거야. 그 손에 쥐어진 모든 것이 시들어진대도 난 네게 꽃을 줄거야. 너를 위해 아름다운 정원을 만들어 줄 거야. 비록 작은 세계에서 살아갈 수 밖에 없지만 네가 있다면 그보다 큰 세계는 없어. 영롱이는 별빛이 없어도 나는 웃을 것이고 흐드러지는 햇살이 없어도 난 행복할거야. 오직 하우드, 너의 곁에서. 그것이 나를 위한 삶이야. 네가 바랐던 나의 삶.

 

 

 

 -그걸 위해서라면 나도 무슨 짓이라도 할 거야.

 

 

 

 

 그날부터 샤를롯테의 일상은 달라졌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들쑤시다가 아델론의 세계에서 기억나는 모든 술식을 바닥에 그려보기도 했다. 시간의 비틀림을 잘못 사용하면 영혼이 통째로 날아갈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었다. 그걸 역이용하면 어쩜 안드라페를 없앨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러다 실패의 횟수가 하나씩 늘어날때면 울적한 마음에 땅을 일구고 손에 흙을 묻혔다.

 

 이젠 카타콤에도 조금의 풀밭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것이 샤를롯테에게 조금의 위안이 되었다. 하우드는 여전히 지상을 오갔고, 간혹 피냄새를 묻히고 돌아왔지만 혹여 자신의 발길에 풀 하나라도 시들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은 귀엽기 그지 없었다. 그럴 때면 샤를롯테도 꽃 하나를 쥐고 하우드에게 내밀었다. 꽃은 금방 시들어버렸지만 하우드의 미소는 사라지지 않았다.

 

 

 "샤를롯테님."

 

 샤를롯테가 한창 모래바닥에 수식을 써내려가고 있을 때, 까마귀가 조심히 불렀다. 집중한 모양인지 깜짝 놀라 어깨를 움츠러든 모습에 까마귀가 소리내어 웃었다.

 

 "너, 너…! 인기척이라도 낼 것이지 갑자기 그렇게 부르면 어떡하느냐."

 

 샤를롯테가 오소소 소름 돋은 팔을 문지르며 타박했다.

 

 "제가 언제요? 전 저-어기 멀리서부터 소리 내면서 왔는데 그걸 못 들은 샤를롯테님 잘못이죠!"

 

 "말은 잘 하는구나! 그래, 무슨 일이니?"

 

 

 까마귀는 얼마 전 하우드와 함께 지상에 갔다 혼자 내려왔다. 혹여 하우드에게 무슨 일이 생겼나 싶어 샤를롯테는 덜컥 겁을 집어 먹었다.

 

 "아, 별 건 아니구요. 질트의 알렝지아 부인이 무사히 크라우스트성에 당도했답니다. 오셀롯 전하께서도 허락하셨으니 아마 사제들과 마찰이 있지는 않을 것입니다."

 

 

 오랜만에 듣는 지상의 소식에 샤를롯테도 생각에 잠겼다. 알렝지아 부인이 생각보다 늦었다. 하기사 커다란 상회를 정리하고 영지민들의 눈치를 살피며 도주하듯 와야 했으니 시간이 걸리긴 했겠다만…

 

 

 "오셀롯은 잘 지낸다더냐? 늘 바빠 보이던데 건강은 잘 챙기려는 지 모르겠구나."

 

 생각해보니 얼떨결에 오게 된 카타콤이기에 오셀롯에게 인사 한 마디 전하고 오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렸다. 그가 생각외로 세심한 성격인 것을 알기에 걱정이 되었다.

 

 

 "몬테의 왕이신데요! 전하 걱정하는 분은 이 세상에서 샤를롯테님밖에 없을걸요? 지독한 일벌레에, 깐깐하기로는 몬테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분이죠! 어휴- 생각만 해도…"

 

 "잭!"

 

 까마귀는 정말 끔찍하다는 듯 몸서리를 쳤지만 샤를롯테도 그 모습에 웃음이 나왔지만 짐짓 근엄하게 나무랐다. 아니나 다를까 까마귀도 푸흐흐 웃으며 성 안으로 도망을 갔다.

 

 

 

 

 

 

 

 "어린 몬테, 이렇게 보는 건 참 오랜만이군. 안 그래?"

 

 새로 바뀐 조세법에 골머리를 앓던 오셀롯은 뒤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이를 악물고 옆에 놓아둔 검을 빼어 들었다. 햇빛에 반사된 검날이 하우드의 목을 정확히 노렸다.

 

 "용…!"

 

 샤를롯테의 손짓 하나에 부끄럼 타던 오셀롯은 없었다. 붉게 핏발 선 눈동자가 불타오르며 하우드를 노려보았다.

 

 "이거, 무서워서 어쩌나. 이렇게 무서운 건 치우지 그래?"

 

 명백한 조롱의 말에 오셀롯의 손이 바들바들 떨렸다. 언제나처럼 용의 시선이 비스듬히 오셀롯을 내리깔았다. 하지만 시선이 마주치면 안 된다. 용은 정신이 헤집어진 인간이 얼마나 고통스러워 하는 지 안중에 없었기에 부지불식간에 또 기억을 빼앗길 지 몰랐다.

 

 

 "샤를롯테님을, 그렇게 데려가셨으면서…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 제게 남은 볼일이라도 있으신 건 아니겠지요."

 

 

 하우드는 조용히 입꼬리를 올렸다.

 

 

 "…이제 샤를롯테도 깨어났으니, 더는 몬테가 필요 없다."

 

 엘드리치의 후손이라니, 생각만해도 끔찍하지. 하우드의 손끝이 오셀롯의 검을 툭 치자 그대로 바닥에 덩그렁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용의 목소리에 오금이 저리고 압도적인 공포감에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게다가 엘드리치를 닮은 얼굴이라니… 샤를롯테가 널 보며 엘드리치를 떠올렸을 걸 생각하니 불쾌하기 짝이 없군."

 

 "-고작 그것 때문에 오셨습니까? 이리 손수 절 처리하지 않으셔도 몬테는 충분히 위협받고 있습니다!"

 

 

 악에 받쳐 내뱉은 소리는 하우드의 기세에 억눌려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오셀롯은 덜덜 떨리는 다리를 굽혀 다시 검을 주워 들었다. 이렇게 허무하게 갈 수는 없었다.

 

 "위협?"

 

 오셀롯은 용이 당장에라도 자신을 죽일 것이라 여겼지만 하우드는 의외로 그에게 되묻고 있었다.

 

 "…몬테의 변방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들이 출현하고 있습니다. 전, 당연히 당신의 소행으로 알고 있었습니다만. 이제 샤를롯테님도 얻으셨겠다, 이살롯 다음은 당연히 몬테 아니겠습니까?"

 

 그동안 몬테의 백성이 입은 피해만 생각해도 헤아리기 어려웠다. 매일같이 신하들과 언쟁하며 방도를 찾아내려 했지만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그것 참… 흥미로운 이야기로군."

 

 느른하게 휘어진 붉은 눈이 정확히 오셀롯을 직시하자 그는 검을 다시 고쳐 잡았다.

 

 하지만 하우드는 소리도 없이, 흔적도 없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처음 그렇게 등장했던 것처럼. 오셀롯의 검이 데구르르 바닥을 굴렀다. 한순간에 풀려버린 긴장에 오셀롯은 숨을 거칠게 내뱉었다. 아직도 손이 떨려온다. 주먹을 꾹 움켜쥐었지만 뼛속까지 깊이 새겨진 공포감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마치 죽음 앞에 놓인 사람처럼.

 

 

 

 

 "전하!"

 

 귀족들의 알현소식을 알리러 온 시종이 오셀롯을 보고 사색이 되어 달려왔다.

 

 "안색이 좋지 않습니다! 어의를 부르겠습니다."

 

 "아니, 아니다."

 

 시종의 부축을 받고 몸을 일으킨 오셀롯은 검을 내동댕이쳤다. 무력한 자신이 끔찍이도 싫다. 샤를롯테를 데려올 수 없는 자신이 싫었다. 그렇게 용에게 전부 내주어야만 하는 자신이 싫었다.

 

 

 "재상께서 잠시 뵙자고 하셨는데, 어찌하올까요?"

 

 "상태가 좋지 않으니 짐은 잠시 쉬어야 겠다. 키프론에게도 그리 전하라."

 

 정말 괜찮은지 자꾸 오셀롯의 기색을 살피던 시종은 그의 서슬퍼런 눈을 보고 성급히 복도로 내달렸다.

 

 

 

 타박 타박

 

 침실로 향하는 발걸음이 무겁다. 긴 복도에 늘어져 있는 선대 왕들의 초상이 무섭게 바라보고 있었다. 너의 선택이 몬테에 해가 되어서는 안 된다. 넌 몬테의 사람이야. 몬테를 위해 살아야 한다. 지겹도록 어깨를 누르는 '몬테'의 그림자에 오셀롯은 머리를 짚었다.

 

 

 시작은 순수한 마음에서였다.

 

 

 「 선택해라. 」

 

 검은 용은 차가운 손끝을 오셀롯의 이마에 대고 읊조렸다. 어렸던 자신은 그 선택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 가늠할 겨를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 너도 선대의 몬테처럼 몬테로서의 의무를 져버릴 것인가? 지금의 너는 선택할 수 있다. 평온한 왕좌를 지킬 것인지, 셀다의 역사를 깨울 것인지. 난 자비롭게 너의 선택을 존중할 것이고… 만일 네가 선택하지 않는다면 그 후대, 또 그 후손에게 물을 것이다. 」

 

 

 어차피 이루어질 리 없는 감정이었다. 잘 알고 있었다. 그저 자신의 사랑이 헛것이 아님을 확인받고 싶었기에 선택했다. 그 안타깝고 안쓰러운 사연의 여인을 만나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녀의 행복을 빌어주고 싶었다. - 그 어디에도 '나'는 없었다.

 

 

 왜 자신은 그 날, 유모의 손을 뿌리치고 왕실 창고에 숨어들었을까. 문틈으로 새어나오는 빛줄기에 그 환한 금발이 더욱 빛나 보였다. 아름다운 웃음이 어린 가슴을 뛰게 만들었다. 손을 뻗으면 금방이라도 사라질 것만 같았다.

 

 

 그 초상화는 지금 오셀롯의 침실 한 켠에 자리하고 있다. 참을 수 없이 괴로운 날이면 그 앞에 서 하염없이 푸른 눈을 응시한다.

 

 내가 사랑했던 여인은 어디에 있는가. 눈을 감으면 당신은 내게 달려와 안기지만 현실은 자꾸 눈을 뜨라 외친다.

 

 아, 샤를롯테. 당신은 마치 팔랑이는 나비의 날갯짓처럼 나는 알지 못하는 곳- 저 멀리 가버렸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43 Epilogue 2017 / 7 / 7 274 0 2288   
42 4. 당신을 위한 아리아 (6) 2017 / 7 / 5 275 0 2744   
41 4. 당신을 위한 아리아 (5) 2017 / 7 / 3 276 0 6114   
40 4. 당신을 위한 아리아 (4) 2017 / 6 / 29 275 0 4150   
39 4. 당신을 위한 아리아 (3) 2017 / 6 / 25 294 0 4719   
38 4. 당신을 위한 아리아 (2) 2017 / 6 / 24 272 0 4460   
37 4. 당신을 위한 아리아 2017 / 6 / 20 280 0 3156   
36 3. 꽃이 지는 곳 (15) 2017 / 6 / 19 282 0 2623   
35 3. 꽃이 지는 곳 (14) 2017 / 6 / 19 271 0 7609   
34 3. 꽃이 지는 곳 (13) 2017 / 6 / 19 274 0 4570   
33 3. 꽃이 지는 곳 (12) 2017 / 6 / 19 305 0 4788   
32 3. 꽃이 지는 곳 (11) 2017 / 6 / 19 277 0 4081   
31 3. 꽃이 지는 곳 (10) 2017 / 6 / 19 281 0 4151   
30 3. 꽃이 지는 곳 (9) 2017 / 6 / 19 275 0 4564   
29 3. 꽃이 지는 곳 (8) 2017 / 6 / 19 269 0 4123   
28 3. 꽃이 지는 곳 (7) 2017 / 6 / 19 265 0 4154   
27 3. 꽃이 지는 곳 (6) 2017 / 6 / 19 281 0 4324   
26 3. 꽃이 지는 곳 (5) 2017 / 6 / 19 291 0 3643   
25 3. 꽃이 지는 곳 (4) 2017 / 6 / 19 268 0 3257   
24 3. 꽃이 지는 곳 (3) 2017 / 6 / 19 271 0 4262   
23 3. 꽃이 지는 곳 (2) 2017 / 6 / 19 281 0 3685   
22 3. 꽃이 지는 곳 2017 / 6 / 19 254 0 4615   
21 2. 죽음과 용의 세계 (13) 2017 / 6 / 19 269 0 3524   
20 2. 죽음과 용의 세계 (12) 2017 / 6 / 19 270 0 3975   
19 2. 죽음과 용의 세계 (11) 2017 / 6 / 19 275 0 3725   
18 2. 죽음과 용의 세계 (10) 2017 / 6 / 19 270 0 4464   
17 2. 죽음과 용의 세계 (9) 2017 / 6 / 19 273 0 4129   
16 2. 죽음과 용의 세계 (8) 2017 / 6 / 19 253 0 4551   
15 2. 죽음과 용의 세계 (7) 2017 / 6 / 19 274 0 4558   
14 2. 죽음과 용의 세계 (6) 2017 / 6 / 19 246 0 3417   
 1  2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