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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셀다 론도
작가 : 녹차양
작품등록일 : 2017.6.19

셀다 론도의 여왕은 왜 죽어야만 했는가.
천 년의 여왕과 지상 최후의 용 이야기.

 
4. 당신을 위한 아리아 (2)
작성일 : 17-06-24 13:36     조회 : 271     추천 : 0     분량 : 44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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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것은 아주 작은 구슬에 불과했지만 그 안에서 느껴지는 불길한 기운들은 아주 강렬했다. 조금 흥미롭긴 했어도 그뿐이었다. 그 구슬이 안드라페라는 것은 조금 더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었다. 이 불길하기 그지없는 물건을 왜 샤를롯테가 지켜야하는지 알 수 없었으나, 용은 정말 별 것 아니라고 여겼다. 적어도 그 때는.

 

 

 

 샤를롯테가 깊이 잠이 든 이후 수 백 년이 지났다. 용의 손에는 언제나 피가 마를 날이 없었고 이젠 으레 사람을 죽이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엘가가 남긴 저서들을 읽고 이샤숲을 파헤치려는 것들은 줄줄이 끝도 없었다. 무엇이 인류를 위한 일이란 말인가. 그것들은 순수한 지적 욕구가 아닌 탐욕이었다. 피곤했다.

 

 

 그 날도 어김없이 용은 이샤숲 한 구석에서 열심히 삽질을 하고 있는 대여섯의 인간 무리를 죽였다. 이상할 정도로 우중충한 날이었다.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듯 먹구름이 으르렁대고 있었고 스산한 바람이 모래를 멀리까지 날려 보냈다. 나뭇잎이 부서지듯 흔들리고 습기가 코끝을 간질였다.

 

 

 손끝을 타고 흘러내리는 뜨끈한 핏방울이 땅을 흥건히 적셨다. 용의 붉은 눈이 어느 한 곳을 응시했다. 샤를롯테, 네가 모든 것을 짊어지고 잠들어도 인간의 욕심은 끝나지 않아. 보아라! 세대를 거듭하고 또 다른 시대가 와도 변하는 것은 없다. 가끔은 널 이해해보려고도 했어. 그 끔찍한 비극을 되풀이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도 잘 안다.

 

 하지만 왜, 왜 네가 희생되어야 한단 말이냐.

 

 

 순간, 가만히 땅 속 깊이 느껴지는 샤를롯테의 맥박을 느끼던 용은 등골이 서늘해지는 감각에 뻣뻣하게 굳었다. 샤를롯테의 숨이 확연히 잦아들고 있었다.

 

 

 무슨 정신으로 결계를 찢고 들어갔는 지 몰랐다. 몬테의 피가 없어 결계는 짓뭉개지고 갈기갈기 찢겨졌으나 용은 그것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작은 방 한 켠에 가득 찬 투명한 수정, 그 안에 고이 잠들어 있는 샤를롯테. 그리고-

 

 샤를롯테를 잡아먹을 것처럼 비대해진 어떤 영체가 하나.

 

 

 그 불길한 기운은 두말할 것도 없이 안드라페였다. 용은 울부짖으며 수정을 두드렸다. 안돼, 샤샤! 그럴 리 없지? 그대가 전부 괜찮을 거라 하지 않았나. 그런데 어째서! 안타까운 외침과 함께 희미하게 이어지던 샤를롯테의 숨은 이내 멎었다.

 

 거짓말. 거짓말이다.

 

 그녀는 론도였고 그 세계의 신이라는 작자가 아니면 결코 죽음이 허락되지 않는 존재였다. 샤를롯테가 죽을 리가 없었다. -그럴 리, 없었, 다.

 

 안드라페가 까르르 웃으며 용의 주변을 맴돌았다. 용의 붉은 눈이 희번덕 돌아갔다.

 

 

 

 "내가, 죽었었다고? 하지만, 나는…"

 

 주체할 수 없이 떨리는 눈동자에 하우드가 씁쓸히 웃었다.

 

 "그래. 넌 아주 오래 잠을 잤다고 여기겠지만, 넌 이미 한 번 죽음을 맞이했다. 네 기억의 일부가 누락이 된 것도 그 당시에 네 영혼이 크게 상했기 때문이지."

 

 하우드가 은은히 빛나는 안드라페를 손아귀에 굴렸다.

 

 "안드라페는 단순한 지식의 서고같은 것이 아니다. 네가 살다 온 세계에 대해 아는 것은 없지만- 이것은 아델론의 파편이라 하더군."

 

 

 

 

 

 용의 분노가 안드라페를 들이덮쳤다. 하지만 용을 멈추게 한 것도 안드라페였다.

 

 "날 없애면 넌 영원히 샤를롯테를 보지 못하게 될 거야!"

 

 "수작 부리지 마라!"

 

 "정, 정말이라니까! 난 모든 금기를 알고 있어! 네가 도와주면 샤를롯테를 살려줄게!"

 

 

 어이없는 협상이었지만 용은 절박했다.

 

 "나와- 계약을 하자! 난 너의 그 강대한 힘이 필요해. 난 실체화하려면 많은 힘을 소모해야하는데, 샤를롯테의 힘으론 고작 이 정도 뿐이란 말이야! 용, 하우드. 네 힘을 빌려주면 샤를롯테의 생명력을 그녀에게 다시 돌려줄게."

 

 

 안드라페는 자신의 기구한 사연을 줄줄이 늘어놓기 시작했다.

 

 

 아델론은 스스로가 불완전한 존재로 남는 것이 싫었다고 한다. 완전한 이상향을 위해서는 자신 역시 이성과 합리의 존재가 되어야 한다고 믿었던 것 같다. 하지만 아델론은 혼돈 속, 시간과 공간의 틈새에서 태어났기에 자신의 내면에 있는 부정한 것들을 인정해야만 했다.

 

 그러나 고심 끝에 아델론은 세심하게 자신의 내면을 분리했고 충동, 비이성, 비합리 등의 잡다하고 불순한 감정들을 모두 걸러내 작은 구슬 안에 봉인하였다. 그것을 '아주 위험한 것'이라 속여 론도에게 맡긴 것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론도들은 자신들의 창조주가 직접 내린 것을 '보물'이라 여기며 세계수의 가장 깊은 곳에 보관했다. 안드라페의 정체는 여러 론도들 사이에서 전해지고 와전되며 '진귀한 것'이 되었지만 아델론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즉 안드라페의 존재는 단순한 신의 감정배설에 불과했다. 그러나 오갈 곳 없는 본능적 욕구들이 비좁은 공간에 갇혀 많은 시간을 보내며 새로운 '자아'를 갖게 되었다. 안드라페는 그렇게, 새로 태어났다.

 

 

 나는 왜 영원히 갇혀 지내야 하는 운명인가? 나 역시 태초의 시간에 태어난 존재이나 저 가증스러운 아델론과는 전혀 다른 처지라니!

 

 

 

 "아마, 안드라페의 욕심은 거기서 시작된 것 같다. 그는 아델론이 걸은 봉인을 풀기 위해 계약자의 힘을 몰래 빼다 썼고 번번이 실패했다고 하더군. 론도보다 더 강한 힘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조용히 때를 노리던 안드라페는 그 날, 용의 존재를 깨닫게 된다.

 

 아무렇지도 않게 하늘을 부려 비를 쏟아내면서도 조금도 지치지 않는 그 강인한 힘.

 

 

 

 안드라페는 계약을 주저하는 용에게 사정했다.

 

 샤를롯테는 분명 다른 론도에 비해 강했지만 그 멍청하고 융통성 없는 성격에 절대 자신을 놓아줄 것 같지 않다. 하지만 용은 다르니 자신과 계약을 하자고. 자신을 이 봉인에서 꺼내 달라고.

 

 

 

 "하지만 그 때, 내 마음은 이미 안드라페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 지에 기울어져 있었지. 계약이니 뭐니 하는 건 처음부터 중요하지 않았어. 안드라페가 가진 금기의 지식같은 건 관심조차 없었다. 단지… 안드라페는 수상쩍은 부분이 많았고 네가 오롯하게 살아가려면 이 부정한 것은 없애는 것이 맞다고 여겼다."

 

 

 

 용 역시 급작스러웠던 이살롯과의 전쟁에 많은 의문점이 있었던 터였다. 헤일 이살롯과 엘가는 어떻게 안드라페의 존재를 알았을까.

 

 그리고 샤를롯테가 행한 봉인은 마치, 안드라페가 샤를롯테를 숙주로 삼아 그 힘에 기생하는 듯한 기묘한 술식이었다.

 

 

 샤를롯테는 잠시 오셀롯이 했었던 말을 떠올렸다.

 

 

 「 용은 두려워 했습니다. 그 봉인은 오롯하게 당신의 힘으로만 작동되는 것이라고요. ……… 천 년간 쭉 잠들어 있다는 것이 용의 눈엔 죽음과 다를 바 없어 보였나 봅니다. 용은 샤를롯테님이 단지 봉인을 위한 매개가 된 것이 참을 수 없다고 했습니다.」

 

 

 샤를롯테 자신을 봉인한 것이 아니라, 안드라페를 봉인하고 그 봉인을 유지하기 위해 동력원으로써 샤를롯테가 잠들어 있는 것. 이 얼마나 끔찍한 모습인가.

 

 

 "-난 필연적으로 안드라페가 이살롯과의 전쟁에 개입했을 것이라 생각했다. 왜냐하면 안드라페는 너와의 계약을 파기하고 나와 계약하기 위해 때를 기다린 것처럼 행동했으니까."

 

 

 그리고, 용은 많은 것을 읽어냈다.

 

 바얄로와 왕비의 일기에서 단서를 찾았다는 까마귀의 말에 그녀의 수하를 찾아내 기억을 읽었다. 샤를롯테의 뒤를 몰래 밟다 크라우스트 성의 지하 창고에 이른 그는 결계를 비집고 나온 아주 작은 영체-안드라페-에 지배 당하게 된다. 그리고 그는 '론도'라는 신비로운 이름에 관심이 지대했던 엘가에게 그 사실을 털어놓게 되고, 그 달콤한 진실이 헤일 이살롯의 귀에 들어가기까지는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샤를롯테가 마녀라는 소문을 낸 것도, 셀다의 시민들 사이에 분란을 조장한 것도, 헤일 이살롯의 눈을 멀게 한 것도-

 

 

 "전부 이 안드라페의 짓이었던 것이지."

 

 

 손아귀의 안드라페를 으스러뜨릴 것처럼 쥔 하우드는 조용히 분노하고 있었다. 샤를롯테는 그가 마치 울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붉은 눈동자 안에 켜켜이 쌓인 앙금같은 원한과 울분, 그리고 외로움까지.

 

 

 

 "그 사실을 알게 된 후, 난 어떻게든 너와 안드라페를 갈라 놓아야 했다. 이것이 존재하는 한, 안드라페는 자신이 실체화 되는 데 방해가 되는 널 해치려 들 것이 뻔하니까!"

 

 

 

 하우드는 자조하듯 웃었다.

 

 

 마침 잘 된 일이었지. 난 섭리를 거역해 카타콤으로 떨어졌지만, 동시에 이곳은 안드라페를 가두기에 아주 적절한 장소였던 거야.

 

 안드라페가 실체를 가지게 되면 가장 무엇부터 할까? 그렇게 열등감을 가졌던 신- 아델론처럼 군림하려는 것이 뻔하지. 하지만 카타콤은 망가진 영혼들만 가득하니, 어찌 안성맞춤이 아닐까.

 

 하지만 그것으로는 불안해. 난 아예 안드라페를 없애야 겠다고 생각했다.

 

 탈피의 과정을 거치며 스스로 '죽음'이 되기를 선택했다. 영원한 죽음이 그것을 삼킨다면 제아무리 간악하고 영악한 안드라페라 한들 빠져나갈 구석이 있겠는가.

 

 

 

 "…그럼 왜 안드라페를 그냥 놔두고 있었던 거야?"

 

 샤를롯테는 하우드의 어깨를 끌어 안았다. 조곤조곤한 목소리에 하우드는 지긋이 눈을 감았다.

 

 "내 욕심이- 널 다시 보고 싶다는 욕심이 그랬다. 카타콤에 속하지 않은 영혼을 데려오는 일은 온전히 내 힘으로 할 수 없었어. 그래서 안드라페와 계약을 한 것이다."

 

 

 하우드의 손 끝이 장미 꽃잎에 살짝 닿았다. 순식간에 시들어 파스스 부서진 자리, 마지막 향기가 맴돌고 자취를 감추었다.

 

 

 "하지만 안드라페도 알게 된 것이지. 내가- 자신을 죽일 것이라는 걸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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