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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금요일에 만나요
작가 : 시더우드
작품등록일 : 2017.6.6

감정의 무게를 재어본 적이 있으신가요?
노래 가사처럼 사랑과 우정 중 무엇이 더 무거울까요.
죄책감과 질투 중 어느 것이 더 가벼울까요.
감정의 경중에 따라 우리는 선택을 하기도 하고 또는 선택을 포기하기도 합니다.

여기 한 명의 남자와 두 명의 여자가 있습니다.
이름을 붙이기 어려운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 그들은 자신의 선택을 고민합니다.
선택이 어떠하든 누군가는 상처를 받을지도 모르지요.
어쩌면 모두가 행복할 수도 있겠지요.
서로의 선택이 바꿔 가는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여덟번째 금요일 : daybreak
작성일 : 17-06-23 00:06     조회 : 278     추천 : 0     분량 : 4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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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얼떨떨하게 수현의 연애 이야기를 한창 듣고 있는데 건이가 도착했다. 웃으면서 인사는 했지만 건이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수현은 아무런 거리낌없이 건이에게도 자신의 연애사를 그대로 전했다. 건이는 별다른 표정 변화 없이 수현의 이야기를 들었다. 나는 조마조마 건이의 얼굴을 바라보며 반응을 기다렸다. 슬퍼할까? 아니면 그냥 흔한 친구처럼 놀려 댈까? 결과적으로 건이의 반응은 나의 예상을 완전히 빗나갔다. 건이는 이야기를 다 듣고 잘 됐네, 하고 끊임없이 이어지던 수현의 이야기를 종결 시켜버렸다. 그렇다고 기분이 나빠졌거나 슬퍼진 것 같은 기색은 전혀 아니었다. 곧바로 가방에서 전공책을 꺼내더니 시험에 대해 내게 물었다. 나는 여전히 어리둥절한 기분으로 건이의 질문에 대답했다. 수현 역시 자연스럽게 책을 꺼내 공부를 시작했다. 내가 이들 사이에서 느꼈던 미묘한 감정들이 다 나의 착각인 것처럼 느껴져 나는 홀로 멍하게 책을 펼쳤다.

 

 새벽 세시 반. 수다도 떨고 공부도 하고 하다보니 시간이 훌쩍 지났다. 원래도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생활을 하는 수현은 나와 건이에 비해 졸음에 겨워하는 것이 눈에 보였다. 항상 정갈한 태도를 고수하는 수현이 내 앞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으니 귀여우면서도 기분이 이상했다. 결국 책에 코를 박고 조는 수현을 깨웠다. 수현은 어차피 12시 시험이라 시간이 있으니 집에 가서 자는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어 건이와 카페 밖에서 택시를 잡아 집에 보냈다. 더 할 수 있는데, 하면서도 눈은 반쯤 잠긴 수현을 보니 웃음이 나왔다. 수현과 함께 집에 갈 줄 알았는데 건이는 의외로 나와 남았다. 이미 건이가 가겠다고 하면 혼자서도 할 수 있다고 말할 마음의 준비를 마쳤는데 수현을 태운 택시를 보내고 건이가 들어가자며 나를 이끌자 놀란 기색을 감추느라 힘들었다.

 

 "수현이 가니까 너가 조냐, 김건."

 "와, 너는 어떻게 멀쩡해. 너무 졸려…"

 새벽 다섯시가 가까워지자 이번에는 건이가 졸기 시작했다. 24시간 카페이긴 하지만 재료 준비를 하고 있어 커피도 주문할 수가 없었다. 원래 늦게 자는 나는 끄떡 없었지만 건이를 위해 잠깐 산책을 하고 오기로 했다. 이대로 두면 9시 수업까지 공부는 커녕 졸다 시간을 보낼 것 같았다. 건이가 졸음에 겨워 산만한 몸을 주체하지 못하고 휘청거리며 카페 계단을 내려갔다. 카페 밖을 나오니 4월의 선선한 공기가 단숨에 뺨을 차갑게 식혔다. 새벽 특유의 상쾌한 내음이 진동했다. 아침이면 사람으로 북적대는 대학가 앞 거리가 텅 비어 있으니 기분이 묘했다. 그리고 내 옆에 건이가 있다는 사실도 마음을 조금 들뜨게 했다. 건이도 찬 바람을 맞자 정신이 좀 드는 모양이었다. 학교 쪽을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수현이가 연애한다고 해서 너가 놀랄 줄 알았어."

 "응? 내가 왜?"

 "맨날 같이 있잖아. 단짝 친구가 연애한다 그러면 다들 놀라지 않아? 나는 고등학교 때 그랬거든. 제일 친한 친구가 학원에서 갑자기 남자친구를 사귀어서 와 가지고."

 "음…이번에 수현이가 좀 솔로 기간이 길긴 했지. 그런데 수현이는 중학교 이후로 거의 항상 남자친구가 있었어. 그래서 별로 안 놀란 거야. 나는 하도 안 사귀길래 오히려 무슨 일이 난 줄 알았어."

 "그렇구나. 나는 수현이가 예쁜데 남자친구는 잘 안 사귀는 스타일인 줄 알았지."

 "수현이가 얼마나 연애 고수인데. 들으면 놀랄걸?"

 수현이와 연애 고수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아 웃음을 지었다. 건이도 이제 완전히 잠에서 깼는지 방긋 웃음을 지었다. 새벽공기는 차갑고 어두운 캠퍼스는 놀라울 만큼 고요했다. 평소라면 잘 물어보지 못했을텐데 함께 있기 낯선 시간대라서 그런지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다. 건이도 어딘가 홀가분해 보였다. 한참 말없이 걷는데 건이가 물었다.

 "너도 혹시 연애 고수인 건 아니지?"

 "나? 그렇게 보이면 감사하겠다! 내가 말했잖아, 나 여중여고 나왔다고. 모쏠이란 말 진짜 안 좋아하는데 내가 그래. 다른 애들한테 말하지마."

 "걱정마, 나도 그래."

 "뭐? 거짓말!"

 건이가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지금도 여자애들한테 인기 많은 건이가 여자친구를 사귀지 않았다는게 믿기지 않았다.

 "왜? 아, 이런 거 물어보면 안 되는데."

 "아냐, 괜찮아. 그냥 중고등학교 때는 아무 생각이 없었어. 뭔가 잘 안되기도 했고. 대학 오니까 연애가 다들 주 관심사잖아. 그래서 이런 분위기가 적응이 안돼."

 "맞아! 나도 그래. 다들 참 관심이 많은 게 신기해. 나는 아직 그런 게 낯설어. 내가 누군가랑 연애를 한다면 잘 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 매일 매일 연락하고 그 사람을 궁금해하고 걱정하고 그리고 또 설레여하면서. 잘 못할 것 같아."

 솔직하게 말이 술술 나왔다. 여자친구들하고도 잘 안 하는 이야기인데 건이 앞에서는 부끄럽지 않았다. 건이라면 내 말을 이해할 것 같았다. 우리는 우연한 계기로 친구가 되었지만 비슷한 점이 많았다. 동기들과 함께 있을 때 종종 분위기를 맞추기 어렵다고 생각이 들면 꼭 건이와 눈이 마주쳤다. 그럴 때면 서로 공감의 눈빛을 교환했다. 그래서 아무리 불편한 자리여도 건이와 함께 있으면 마음이 편안했다. 건이는 이번에도 고개를 끄덕끄덕하더니 혼자 잠깐 생각에 잠겼다.

 "그래도,"

 잠깐 해 뜨는 것을 보기위해 벤치에 앉아 쉬고 있는데 건이가 입을 열었다. 평소의 웃는 얼굴과 달리 진중한 얼굴이었다.

 "네가 좋은 사람을 만났으면 좋겠어."

 건이와 눈이 마주쳤다. 잠깐이지만 진심이 느껴졌다. 나를 위하는 건이의 마음이 어떤 뜻인지 알 것 같았다.

 "고마워, 너도 그랬으면 좋겠다. 연애할 생각 없다고 했지만."

 그렇게 말하고 서로 마주보며 미소 지었다. 그래, 함께 있으면 이렇게 마음이 편한데 지난 번 두근거림은 잠깐 지나가는 감정이었을거야. 내가 건이를 좋아할 리가 없어.

 

 마법 같은 새벽 산책이 끝나고 우리는 시험이라는 차가운 현실로 복귀했다. 9시부터 시험을 보고, 한숨 쉬고, 다시 공부를 시작하는 순환을 3번 정도 반복하자 대학교 첫 중간고사가 끝이 났고 저녁이 가까웠다. 밤까지 새고 공부하느라 말할 기운도 없이 지친 우리는 시험이 끝났다는 달콤한 기분을 느낄 새도 없이 헤어져 집에서 곯아 떨어졌다. 다음주 금요일에 제대로 만나 불금을 즐기자고 약속했다.

 

 그리고 그 다음주 금요일까지 시간은 물 흐르듯 지나갔다. 중간고사가 끝나자 다들 어떻게 참았는지 언제 어디서든 축제가 벌어지는 것 같았다. 수업도 안 나가고 잔디밭에서 막걸리를 마시자는 이야기가 동기 카톡방에 매일같이 올라왔다. 그러나 나는 완전히 지쳐 노는 것보다는 휴식에 집중했다. 성희와는 시험이 끝나고 코인 노래방에서 시험 독을 풀었다. 성희의 아이돌 댄스 메들리를 함께 부르며 스트레스를 날렸다. 수현은 시험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그 선배와 연애를 시작한 모양이었다. 페이스북에 '연애 중' 이라는 문구가 떴고 그림 같은 성희와 선배의 모습에 좋아요 수가 엄청나게 올라갔다. 건이는 나처럼 휴식을 즐기는 중인지 잠잠했다. 나는 그저 이 혼돈스러운 축제가 끝나고 주말이 되어 쉬기 만을 바랄 뿐이었다.

 

 금요일 수업에서 만난 건이는 나름 통통했던 볼살이 쏙 빠져 있었다. 내가 깜짝 놀라 안 본 사이 다이어트라도 시작했냐고 물어보자 저녁마다 수현의 이야기를 들어주느라 저녁을 제대로 못 먹어서 그렇다고 대답했다. 연애 중엔 원래 그래. 건이는 그렇게 말하고 심상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건이가 안쓰러워 다른 즐거운 일로 화제를 돌렸다.

 "이따가 뭐하고 놀래? 클럽 가는거야?"

 "안돼…오늘 너무 못생겼어."

 "그럼 뭐하고 놀아. 클럽도 안가면 그게 불금이야?"

 나와 건이는 늘 이런 식으로 대화를 돌렸다. 둘 다 시끄럽고 사람 많은 곳은 질색하면서 클럽에 가자고 허세를 떨었다. 결론적으로 저녁을 먹고 나면 결국 노는 곳의 종착지는 카페이거나 산책이 전부였다. 그래도 오늘은 좀 특별한 곳에 가고 싶었다. 내가 찾아 놓은 맛집을 말해주려는데 건이가 먼저 말을 이었다.

 "아, 그런데 수현이는 못 온대."

 "헐, 왜? 진짜?"

 "자기도 몰랐는데 과행사가 크게 있나 봐. 진짜 미안하다고 자기가 다음에 밥 한 번 산대."

 셋이서 먹기 딱 좋은 맛집과 경로를 알아 놨던 터라 나는 시무룩해졌다. 내가 아쉬워하자 건이는 자신이 잘못한 것도 아닌데 당황해 했다.

 "원래 어디 가려고 했는데? 둘이 가면 안되는 데야?"

 "둘이 못 갈 데는 아니지. 서울숲 가서 산책도 하고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고 하려고 했지."

 "클럽이랑은 거리가 머네?"

 "씨, 클럽 같은 소리 하고 있어!"

 내가 어깨를 치자 건이가 눈이 반달이 되도록 웃었다. 단둘이 서울숲이라니, 너무 데이트인 거 아냐. 혼자 괜히 그런 생각이 들어 얼굴이 화끈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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