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항상 너에게 말하고 싶은 것이 많았다. 내가 너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하는 유치한 나의 감정들부터 앞으로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나의 간절한 소망까지. 할 수만 있었다면 네 옆에서 하루 종일이고 떠들고 싶었다. 하고 싶은 말이 끝에 다다를 때면, 사랑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었다. 너의 크고 따뜻한 손을 꼭 잡고 말하고 싶었다. 가끔 네 미소를 볼 때면 그 말이 턱 끝까지 차오르곤 했다. 그 마음을 억누르던 순간조차 행복했다고 말한다면 너는 믿을까.
우리는 그 때 각자 괴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나는 네 곁을 떠나지 못해 괴로워하고, 너는 떠나지 못하는 나 때문에 괴로워했다. 나만 떠나면 모두 끝나는 일을 끝내 하지 못해 여전히 너에게 미안하다. 하지만 나에게 남은 후회는 없다. 비록 네 곁에 머물 수 없더라도, 너는 새롭게 출발할 수 있었으니까.
후회나 미련과는 별개로, 나는 아직도 매일 아침 너에게 마음으로 편지를 쓴다. 하얀 종이와 검은 잉크를 준비하고 꾹꾹 눌러 단어들을 써내려 간다. 편지를 우체통에 넣는 상상을 하면, 이 마음이 혹시 너에게 날아가지는 않을까, 조금은 전해지지 않을까 하는 헛된 기대를 한다. 나의 마음이 이렇게 우습다. 아직도 좋고 아름다운 것들을 보면 언제나 네가 생각나는 내가 너무 우스워 길을 가다 허탈한 웃음을 짓곤 한다.
그리고 언젠가 시간이 흐르면 너도 내 마음 속에서 지워질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너를 잊는다면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막연한 느낌이 들다 가도 너를 지워내는 것조차 지금의 나에게는 할 수 없는 일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1초, 1분, 1시간, 하루, 한 달. 네가 없는데도 시간은 이렇게 빨리 흘러간다. 내게 남은 이 긴 시간동안 너의 부재를 느낄 바에, 차라리 내 안에 있는 너를 기록하기로 마음 먹었다. 너에 대한 책을 다 쓰고 내 마음 속 서재 한 켠에 먼지가 쌓일 때까지 내버려두면 나도 너를 잊을 수 있지 않을까. 헛된 기대일지라도 나는 펜을 든다. 매일 아침 너에게 편지를 썼던 것처럼, 너에 대한 이야기를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써내려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