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셀다 론도
작가 : 녹차양
작품등록일 : 2017.6.19

셀다 론도의 여왕은 왜 죽어야만 했는가.
천 년의 여왕과 지상 최후의 용 이야기.

 
3. 꽃이 지는 곳 (15)
작성일 : 17-06-19 10:56     조회 : 281     추천 : 0     분량 : 2623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안드라페는 바위 위에 가지런히 놓인 만다린(Mandarin)의 씨를 으적으적 깨물더니 딱딱한 껍질 속의 쓴맛에 털을 바짝 세우고 퉤퉤 뱉어버렸다.

 

 "굳이 귀찮게 일을 만드는 이유가 뭐야? 이런 거 해도 어차피 볼 인간도 없는데?"

 

 

 안드라페의 비아냥에 샤를롯테가 굽혔던 허리를 피며 손에 묻은 모래를 털어냈다. 도와줄 것도 아니면서 오히려 훼방을 놓는 안드라페가 못마땅한 그녀는 조금 흘겨보다 한숨만 내쉬었다.

 

 넓직한 바위에 종류별로 놓인 몇 안되는 씨앗들은 폐창고로 보이던 반쯤 무너진 건물 속에서 발견한 것이었다. 영혼뿐인 세계라 해서 아무것도 없을 줄 알았더니, 의외의 수확이었다. 샤를롯테는 몇몇 건물들의 형태며 이런 씨앗들로 미루어 보아 예전에 누가 살았음을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었다.

 

 카타콤의 황폐함은 마치 이샤숲을 연상시켰다. 하지만 이샤숲과는 달리 하루종일 음침한 곳이었고 더구나 이렇게 메마른 곳이라면 누구든 감성도 메말라버릴 것 같았다. 샤를롯테는 여전히 하우드가 왜 인간에게 복수하려고 하는 지 이해하지 못했지만 종종 자리를 비우는 그를 위해 무언가 하나는 해주고 싶었다. -그리고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언제나 하나뿐이었다.

 

 

 손 안에 굴러다니는 까만 씨앗을 살살 굴려보았다. 얼마나 오래 묵은 것인지 아무리 자신이어도 싹을 틔울 자신은 없었지만 해보지 않고서는 모를 일이다.

 

 대충 고른 땅에 씨를 뿌리고 가볍게 모래를 덮는다. 손에 힘을 모으고 손가락을 따라 조금씩 맺히는 물을 흩뿌린다. 지상처럼 작은 힘으로도 쭉쭉 자라는 일은 없지만 샤를롯테는 땅 속의 생명체가 작게 움트려는 낌새를 느꼈다.

 

 

 하나가 성공하자 샤를롯테는 조금 들뜬 기분으로 주변에, 또 그 주변에 이어 씨를 뿌렸다.

 

 

 "이런 건 저희를 시키시면 될텐데 왜 혼자 하고 계세요?"

 

 마지막 남은 씨앗 봉투를 가로챈 이가 누구인가 했는데 의외로 얼굴이었다.

 

 

 "-까마귀?"

 

 "샤를롯테님, 오랜만에 뵙네요."

 

 까마귀는 지상에서 탈리스의 모습과는 달리 마치 하우드처럼 온통 까만 옷차림에 등에도 까만 날개가 돋아 있었다. 딱 보아도 '나는 까마귀'라고 외치는 모습이 아니라면 알아보지 못할 뻔 했다.

 

 "카타콤에 온 이후로 안 보이길래… 더는 못 보는 줄 알았어."

 

 반은 반갑고 반은 섭섭한 얼굴로 투정부리듯 핀잔하자 까마귀가 머쓱하니 하하 웃었다.

 

 

 "하우드님이 시키신 일이 좀 있어서요. 근데-"

 

 "대체 지상에서 무슨 일을 꾸미는 건지 물어봐도, 대답 안 해줄거지?"

 

 

 샤를롯테의 물음에 씨익 웃던 까마귀가 야옹,하는 작은 소리에 곧장 시선을 돌렸다. 샤를롯테의 뒤에서 혀를 날름거리는 안드라페가 뭘 보냐며 다시 한 번 울었다.

 

 "안드라페가 하우드님을 따라가지 않았다는 얘기는…"

 

 "나와 다시 계약을 맺었어. 기억이, 없어서… 많이 혼란스러웠거든."

 

 

 그것 말고 다른 얘기를 하자, 잭.

 

 까마귀의 손을 끌고 성으로 향하는 샤를롯테에 차마 뿌리치지 못하고 시선이 점차 뒤로 향했다. 안드라페가 꼬리를 살랑이며 사뿐사뿐 따라오고 있었다.

 

 "-하지만, 용의 심보만큼이나 알 수 없는게 저건데…"

 

 "응?"

 

 까마귀의 낮게 중얼거리는 말에 샤를롯테가 되물었지만 까마귀는 아니라며 마주 웃을 뿐이었다.

 

 

 

 

 샤를롯테가 자주 오는 회랑엔 다과용 테이블과 벽을 따라 조르르 놓인 몇 개의 화분이 전부였다. 대접할 차는 없지만 오늘 낮에 막 심은 장미목 씨앗은 벌써 싹을 틔우고

 줄기도 제법 단단해져 있었다. 온통 무채색의 세계에 푸른 생명 하나가 작지만 분명하게 존재감을 자랑하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호기심으로 쳐다보는 까마귀에 샤를롯테가 신이 나 화분을 들이 밀었다. 작은 초록잎이 흔들흔들 손을 내미는 것 같았다.

 

 "이따가 하우드가 올 때 쯤이면 아마 첫 꽃을 틔우지 않을까?"

 

 하우드에게 카타콤에서 처음 피운 장미를 선물로 주고 싶다며 행복한 얼굴을 하는 샤를롯테에 까마귀는 더 할 말을 찾지 못했다.

 

 

 "드리지 않는 편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어째서? 하우드는 예전부터 꽃잎이 안으로 모인 피아노 장미를 좋아했는데…"

 

 

 약간 실망한 얼굴로 샤를롯테가 바라본다.

 

 

 "저, 샤를롯테님께 말하지 않으셨나본데, 하우드님은…"

 

 

 자꾸 뜸을 들이는 까마귀의 옆에 어느 틈에 뱀이 다가왔다.

 

 "이미 죽음(Der Tod) 그 자체입니다. 더는 용이라 할 수 없죠."

 

 

 노란 눈을 번뜩이며 뱀은 마치 비밀 이야기를 나누듯 속살거린다.

 

 

 최후의 용, 그는 성룡이 되기 위한 오랜 진통과 탈피를 겪었죠. 하지만 탈피를 마친 카타콤에는 더는 용이라 할 수 없는 '괴물'만이 있었어요. 어이쿠, 화내지 마시고. 왜 괴물이냐고요? 그것만큼 어울릴 만한 단어도 없는데… 아아, 그래요.

 

 

 그가 지나가는 모든 자리엔 죽음밖에 남지 않아요. 당신이 이 장미를 주어도 용의 손이 닿으면 바스라질 것입니다. 용의 발걸음이 닿은 자리엔 역병이 퍼지고 그의 손이 닿은 생명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구요. 죽음이 없는 존재는 과연 무엇이 될까 궁금했는데- 죽음 그 자체가 될 줄이야 아무도 몰랐죠. 안그래요?

 

 

 자신이 인간에게 치명적인 존재라는 걸 알면서도, 용은 자꾸 지상에 나가죠. 왜인 줄 아세요? 이 카타콤엔 용의 마음에 드는 생명이 없으니까요! 인간의 생명을 취해 죽음을 먹으며 살아야 하는데, 여기엔 구제불능 쓰레기 영혼 뿐이니 어쩌겠습니까!

 

 

 이살롯에 대한 복수심? 하하, 그런 가증스러운 거짓말이 어딨어요? 벌써 천 년이나 지난 오래된 일을… 안 그래요?

 

 

 섭리를 거역한 용의 최후란- 이런 것이죠. 불쌍한 인간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43 Epilogue 2017 / 7 / 7 274 0 2288   
42 4. 당신을 위한 아리아 (6) 2017 / 7 / 5 274 0 2744   
41 4. 당신을 위한 아리아 (5) 2017 / 7 / 3 276 0 6114   
40 4. 당신을 위한 아리아 (4) 2017 / 6 / 29 275 0 4150   
39 4. 당신을 위한 아리아 (3) 2017 / 6 / 25 293 0 4719   
38 4. 당신을 위한 아리아 (2) 2017 / 6 / 24 272 0 4460   
37 4. 당신을 위한 아리아 2017 / 6 / 20 279 0 3156   
36 3. 꽃이 지는 곳 (15) 2017 / 6 / 19 282 0 2623   
35 3. 꽃이 지는 곳 (14) 2017 / 6 / 19 270 0 7609   
34 3. 꽃이 지는 곳 (13) 2017 / 6 / 19 274 0 4570   
33 3. 꽃이 지는 곳 (12) 2017 / 6 / 19 304 0 4788   
32 3. 꽃이 지는 곳 (11) 2017 / 6 / 19 276 0 4081   
31 3. 꽃이 지는 곳 (10) 2017 / 6 / 19 280 0 4151   
30 3. 꽃이 지는 곳 (9) 2017 / 6 / 19 274 0 4564   
29 3. 꽃이 지는 곳 (8) 2017 / 6 / 19 268 0 4123   
28 3. 꽃이 지는 곳 (7) 2017 / 6 / 19 265 0 4154   
27 3. 꽃이 지는 곳 (6) 2017 / 6 / 19 280 0 4324   
26 3. 꽃이 지는 곳 (5) 2017 / 6 / 19 290 0 3643   
25 3. 꽃이 지는 곳 (4) 2017 / 6 / 19 268 0 3257   
24 3. 꽃이 지는 곳 (3) 2017 / 6 / 19 270 0 4262   
23 3. 꽃이 지는 곳 (2) 2017 / 6 / 19 281 0 3685   
22 3. 꽃이 지는 곳 2017 / 6 / 19 253 0 4615   
21 2. 죽음과 용의 세계 (13) 2017 / 6 / 19 268 0 3524   
20 2. 죽음과 용의 세계 (12) 2017 / 6 / 19 270 0 3975   
19 2. 죽음과 용의 세계 (11) 2017 / 6 / 19 275 0 3725   
18 2. 죽음과 용의 세계 (10) 2017 / 6 / 19 269 0 4464   
17 2. 죽음과 용의 세계 (9) 2017 / 6 / 19 273 0 4129   
16 2. 죽음과 용의 세계 (8) 2017 / 6 / 19 253 0 4551   
15 2. 죽음과 용의 세계 (7) 2017 / 6 / 19 274 0 4558   
14 2. 죽음과 용의 세계 (6) 2017 / 6 / 19 246 0 3417   
 1  2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