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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셀다 론도
작가 : 녹차양
작품등록일 : 2017.6.19

셀다 론도의 여왕은 왜 죽어야만 했는가.
천 년의 여왕과 지상 최후의 용 이야기.

 
3. 꽃이 지는 곳 (12)
작성일 : 17-06-19 10:53     조회 : 304     추천 : 0     분량 : 47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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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신에 무슨 내용이 있었는 지 잭이 알 방도는 없었지만 잠시 휴전에 들어간 것처럼 보였다. 이살롯의 왕은 사신으로 온 잭에게 거하게 대접을 해주었고 차마 뿌리칠 수 없었던 잭은 저녁 만찬이 끝나자마자 하우드와 엘드리치에게 달려갔다.

 

 셀다에 남은 모든 사람들이 모인 것은 한밤 중이었다.

 

 

 

 "이살롯 왕과 교섭에 성공했다."

 

 샤를롯테의 서두에 모두가 술렁였다.

 

 

 "하지만 탐욕스러운 그가 언제까지 참아줄 지 모른다. 허니 예정대로 너희들은 다른 곳으로 이주해야할 것이다. 엘드리치!"

 

 "예, 하명하십시오."

 

 "남은 병력을 이끌고 시민들을 안전히 도피시키도록 해라. 이 시간 이후로 그대는 몬테의 왕이며 그대의 약혼녀 바얄로와 왕비가 그대를 보필하여 잘 이끌어줄 것이다."

 

 "폐하! 어찌,"

 

 

 엘드리치가 무슨 소리냐며 항명했으나 샤를롯테는 엘드리치의 잘린 한쪽 팔을 잠시 보더니 다시 군중을 바라보며 외쳤다. 엘드리치는 자신의 외팔이 더는 샤를롯테를 전처럼 지킬 수 없다는 사실에 고개를 떨구었다.

 

 

 "너희들이 무사히 수도를 빠져나가도록 하는 것이 내가 여왕으로서 할 수 있는 마지막이다. 혹시 모를 이살롯의 기습이 있을 수 있으니 하우드경이 끝까지 비호해줄 것이다."

 

 "샤샤!"

 

 "하우드경. 경은 아직 본궁의 기사가 맞는가?"

 

 

 엄하게 내리깐 샤를롯테의 시선에 하우드도 멈칫하더니 낮게 한숨을 쉬었다. 그가 언제나 샤를롯테에게 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을, 그녀가 더 잘 알고 있는 듯 했다.

 

 

 "대신, 내가 돌아왔을 때 무엇을 교섭했는 지 빠짐없이 말해줘야 할거다."

 

 조용히 으름장을 놓은 하우드는 우왕좌왕하는 사람들을 이끌고 성을 나갔다.

 

 어느새 텅 빈 홀에서 우두커니 서 있는 샤를롯테는 위엄 넘치던 가면을 벗고 수척한 여인으로 돌아갔다.

 

 

 "샤를롯테님."

 

 

 

 그 외로운 등 뒤로 사라가 다가왔다.

 

 "너도 어서 떠나야 하지 않겠느냐. 여기서 무얼 하고 있어."

 

 조용히 꾸짖는 샤를롯테는 금방이라도 사라질 것만 같은 얼굴이었다. 사라는 내심 무서워졌다.

 

 "전 샤-의 하나뿐인 시종이 아닙니까. 언제나 곁에 있기로 했잖아요."

 

 저도 이제 늙어서 일행에 끼어도 짐만 될 것입니다. 빙긋 웃으며 사라는 샤를롯테의 손을 마주 잡았다.

 

 

 "샤를롯테님이 염려하신대로 잭이 안 가겠다고 버팅기길래 때가 되면 다시 부를테니 지금은 조용히 가라고 단단히 일러두었습니다. 혹시 몰라 수면제를 섞은 빵을 먹였으니 깨어날 때쯤이면 안전한 곳에 당도한 후겠죠."

 

 "크라우스트성은 곧 위험해져. 지금이라도 다시 생각해보렴."

 

 

 타이르는 목소리에 힘이 없었다. 사라는 울고 싶었지만 억지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녀도 알고 있다. 샤를롯테가 어떤 선택을 할 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니까. 그녀는 스스로를 제물로 바쳐 전쟁을 끝낼 생각이다. 날이 밝아오면 이살롯의 군대가 이 성을 짓밟고 들이닥칠 것이다. 자신은, 샤를롯테를 그냥 보내줄 수 없었다.

 

 

 "전에 말씀 드렸잖아요. 폐하를 위해서라면, 이 목숨이 다 해도- 전 기쁠 것이라구요."

 

 

 

 날이 밝자 예정대로 이살롯의 군대가 성을 포위하고 샤를롯테를 생포했다. 사라가 악을 쓰며 샤를롯테를 감쌌지만 부대의 수장으로 보이는 사람이 귀찮게 한다며 사라의 뒷목을 내리치고는 샤를롯테를 끌고 갔다.

 

 "귀-하신 여왕폐하의 부탁이라면 도망가는 것 빼고는 들어갈라는 왕의 분부가 계셨소."

 

 샤를롯테는 가능하다면 시종 사라는 아무 관련이 없으니 살려달라 간청했고 그는 흔쾌히 수락했다.

 

 

 

 론도는 죽지 않는다. 샤를롯테의 영혼을 건진 아델론이 이곳에 없으니 죽을 수 없다. 샤를롯테는 그 사실 하나에 모든 것을 걸고 이살롯 왕의 앞에 섰다. 불로불사를 원한다면 그것을 들어주마하며 협상을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크나큰 실책이었다.

 

 

 

 "영명하시오, 셀다의 여왕이여. 하지만 짐은 그대가 무엇을 숨기고 있는 지 알고 있지. 그것이 불로불사의 비밀이라는 것도 말이야!"

 

 "무슨 소리냐."

 

 설마 헤일 이살롯이 안드라페에 대해 알 리가 없었다. 그것은 기사의 맹약을 한 엘드리치와 하우드에게만 알려준 극비였다.

 

 "여왕이 기이한 사술을 쓴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소. 크라우스트 성을 수색할 때 혹시 모를 방해가 있을 테니 모셔온 것이오. 이살롯의 위대한 학자 엘가의 청도 있었지만!"

 

 

 엘가. 오랜만에 들어보는 이름이었다. 먼 타국에서 왔다 셀다에 정착한 사람이었는데 그녀에게 제왕학 등을 가르쳐준 학자였다. 샤를롯테가 가진 론도의 힘에 집요할 정도로의 관심을 보였던. 괴짜 엘가라면 셀다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이살롯의 회유에 귀족이 되었다더니, 소문이 사실이었나.

 

 

 "영원의 땅, 이살롯에 온 것을 환영하오."

 

 

 그날부터 샤를롯테의 몸은 만신창이가 되어갔다.

 

 

 엘가의 흰 수염에 붉인 핏방울이 맺혔다. 엘가는 이제 막 예순의 나이가 되었다고 했지만 그 힘은 보통이 아니었다. 그는 예전부터 샤를롯테가 가진 회복력이 불로불사와 관련이 있을 거라 믿어왔고 지금, 그 생체실험을 자행했다.

 

 

 처음엔 살짝 칼로 베었다. 전쟁으로 인해 쉬지 못했던 샤를롯테의 회복력은 예전같지 않았지만 스물스물 상처가 아물어가는 모습은 경이 그 자체였다. 샤를롯테가 어떤 상처든 회복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엘가의 실험은 점점 강도가 거세졌다.

 

 뼈를 바르고 신경을 잘랐다. 인두로 지져지는 고통에 샤를롯테의 목이 쉬지 않고 비명을 질렀다. 잔뜩 화상을 입어 진물이 흐르는 다리에 쇠공을 달아 물에 빠뜨리기도 했다. 혼절을 하면 여지없이 차가운 소금물이 퍼부어졌다. 희미한 정신 너머로 엘가의 옆모습이 보였다. 신이 난 듯한 얼굴로 무언가를 열심히 써내려 가던.

 

 -그는 내가 알던 엘가가 맞는가?

 

 

 

 고작 일주일이었지만 끔찍한 날들이었다.

 

 

 크라우스트 성에 아무것도 없다는 보고를 받은 헤일 이살롯이 분기탱천하여 직접 샤를롯테를 고문하기 시작했다. 샤를롯테의 온몸에 난 상처는 이제 거의 회복되지 않고 있었다.

 

 "안드라페를 어디에 빼돌렸느냐! 가증스러운 년!"

 

 

 늘어져있는 샤를롯테에 매질이 쏟아졌다. 고통에 경련하던 샤를롯테는 '안드라페'라는 한 마디에 정신을 차렸다. 인간의 손에 넘어가서는 안돼. 타르달타에 삼켜지던 아리엘의 절규가 아직도 생생했다.

 

 「 알겠지? 반드시, 네가, 네가 지켜야만 한다! 론도인 네 손에 있어야해! 」

 

 

 도망가야 해. 이 곳을 빠져나가 안드라페를 숨겨야해. 하지만 어떻게? 이 몸으로 가능할까? 말없이 버티던 샤를롯테에게 바늘고문이 이어졌다. 새된 비명이 찢어질 듯 감옥을 울렸다.

 

 

 

 

 까무룩 정신을 잃은 샤를롯테를 누가 흔들었다. 다급하게 흔드는 모양새에 멀미할 것 같아 샤를롯테가 힘겹게 눈을 떴다. 화상을 입은 눈에 앞이 부옇게 보였다.

 

 "흑, 샤를롯테님!"

 

 도통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모습에 사라가 울음을 터뜨렸다.

 

 

 "…사라? 네가 어떻게 여길-"

 

 "제 걱정은 마시고, 어서 도망쳐요. 시간이 없어요."

 

 거칠게 쉰 목소리에 사라가 쉴 새 없이 눈물을 쏟으며 샤를롯테를 부축하여 일으켰다. 퉁퉁 부은 다리가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지만 절뚝거리며 감옥문을 벗어났다. 지상으로 가는 계단을 올라갈 수록 피비린내가 진동했다. 이상한 기운이 감돌았다. 무서우리만치 조용했고-

 

 

 "용께서 이 곳의 간수들을 모두 처리하셨어요. 시간을 벌었으니 얼른 나가야 해요."

 

 

 시원한 바깥 공기가 느껴졌다. 허약해진 몸은 실바람에도 고통스러웠다. 몸을 움직였더니 옆구리의 상처가 터진 것 같다. 샤를롯테의 이마에 식은땀이 송글송글 맺히기 시작했다. 사라는 주변을 두리번 거리더니 작게 휘파람을 불었다.

 

 근처의 수풀에서 부스럭 소리가 나더니 누군가 뛰어와 샤를롯테를 받아들었다. 그 작은 충격과 동시에 샤를롯테가 또다시 정신을 잃었다. 샤를롯테의 펄펄 끓는 이마를 만지던 사라가 욕을 내뱉었다.

 

 

 "잭, 네가 반드시 안전하게 크라우스트 성까지 샤를롯테님을 모셔야 한다!"

 

 "시녀님도 조심하시고… 꼭 성에서 만납시다!"

 

 

 잭이 샤를롯테를 업고 말을 매어둔 쪽으로 달리자 저편에서 병사들이 몰려오는 소리가 들었다. 사라는 허벅지에 매어둔 단도를 꺼냈다. 검집을 빼자 시퍼렇게 날이 선 칼날이 사라의 까무잡잡하고 주름진 얼굴을 비추었다.

 

 

 "미안, 잭. 죄송해요, 샤를롯테님. 제 역할은 여기까지인 것 같아요…"

 

 

 단도는 정확히 사라의 목 깊숙히 박혀 들어갔다. 조금의 망설임없이.

 

 

 

 엘드리치 오빠가 알면 슬퍼하겠죠. 왜 이런 선택을 했냐고… 하지만 저는 선택할 수 없었어요. 이살롯의 명성 높던 몬테가의 장녀라는 이름을 빼면 아무것도 없었던 저는. 바얄로와처럼 조신하지 못하고 아름답지도 않고… 사내처럼 드센 성격의 '사라 몬테'는 아무도 원하지 않았으니까요. 새벽녘 아침 햇살에 쫓기는 별처럼 이살롯을 도망쳐 나왔던 그날, 전 더는 몬테의 영애가 아니게 되었어요. 몬테만이 제 자랑이었지만- 그것조차 죄인의 낙인이 된 순간부터 저는 저의 어떤 부분을 내세워야 할 지 알 수 없었죠. 전 아무리 노력해도 제 자신을 사랑할 수 없었어요.

 

 

 쓸모도 없는 내가- 그래도 살아야 하는가?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가. 숱하게 그 대답을 얻기 위해 노력했고… 그 날, 샤를롯테님을 만나게 된 건 우연이 아니었을 거예요. 그분만이 절 몬테가 아닌 '사라' 그 자체로 봐주었어요. 저를 믿어주고 언제나 꽃같다며 화관을 씌워주셨죠. 그분처럼 순수한 존재는 없어요. 그분이 아름다운 것은 그 마음씨로부터 우러나오는 영혼의 향기겠죠.

 

 

 샤를롯테님. 제게 삶의 목적을, 생의 이유를 찾을 필요 없다고 하셨죠. 당신 말이 맞아요. 이렇게 화창한 날, 저는 제가 원하는 바를 이루었고 당신은 제 이름을 기억해주시겠죠. 그거면 된 거예요. 살아가는 데 이유가 필요한가요. -바보같은 전 그걸 너무 늦게 알았어요.

 

 

 샤를롯테님. 용과 도망가세요. 이 땅의 사람들은 언제나 당신을 이용할 생각으로만 가득하니 부디 멀리 도망가서, 사랑하는 분과 ………

 

 

 

 이살롯의 병사들은 침입자를 포위했으나 바로 겨눈 창을 거두었다. 숨을 쉬지 않는다. 근위병의 지시에 따라 중년 여자의 시체는 들판에 버려졌다.

 

 까악- 까악- 검은 까마귀 무리가 그곳을 배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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