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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셀다 론도
작가 : 녹차양
작품등록일 : 2017.6.19

셀다 론도의 여왕은 왜 죽어야만 했는가.
천 년의 여왕과 지상 최후의 용 이야기.

 
3. 꽃이 지는 곳 (11)
작성일 : 17-06-19 10:52     조회 : 276     추천 : 0     분량 : 40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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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짧지 않은 그 시간동안 샤를롯테는 몇 번이고 하우드에게 자신의 감정을 말하고자 했다. 그의 앞에서 우물쭈물하면 무슨 일이냐며 품에 안아주는 것이 좋아서 번번히 기회를 놓칠 때도 있었다. 그래도 언젠간 이 마음을 알리고 싶다고 생각했다. 나는 널 사랑해. 너의 다정함이 날 이곳에 서게 했고 너의 배려가 날 앞으로 이끌거야. 내가 너를 사랑한다는 것은 너도 더는 혼자가 아니라는 것. 널 사랑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 그렇다면 네 외로움도 조금 달래지지 않을까?

 

 

 그러나 그 결심은 곧 산산조각이 났다. 개국 10주년을 맞이한 축제, 연설을 위해 나서야 했지만 오래전 사람들이 보여주었던 악의에 트라우마가 남아 자꾸 주저했다. 밖에서 들리는 환호소리와 북소리가 떠들썩했지만 샤를롯테는 긴장으로 애꿎은 드레스만 구기고 있었다.

 

 샤를롯테를 에스코트하기 위해 온 엘드리치가 정중히 무릎을 굽혔다. 흰 장갑을 낀 손이 내밀어졌지만 잡을 수가 없었다. 저 많은 사람들 앞에 나서야 하는 것이 무섭다. 그들이 또 언제 돌변해 돌을 던질지 알 수 없었다. 엘드리치는 쓴 웃음을 지으며 샤를롯테를 일으켜 주었다.

 

 

 인간. 샤를롯테는 엘드리치의 얼굴을 보았다. 이제 곧 마흔이 되어가는구나. 인간은 건강하고 별 탈이 없어도 일찍 죽는다고 했지. 그래, 내게는 곧 스쳐지나갈 인연들인데 있을 때 잘해주어야지. 다시 결심하는 샤를롯테에게 엘드리치가 말했다.

 

 

 "들리십니까? 모두 당신을 기리기위해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이제 폐하를 해칠 이는 없습니다. 저들은 폐하의 위업을 믿어 의심치 않고 스스로 순종하기 위해 온 것입니다."

 

 안심하라며 건넨 말이었지만. 폐하를 사랑하지 않는 이가 없다고, 말하는 엘드리치의 입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사랑이라는 건 아름답기만 한 감정이 아니었던걸까. 날 붙잡고 가두어 놓는 인간들의 욕망이 사랑이었다고? 원치 않는 상대에게 받는 사랑이라는 것은 이렇게 끔찍한 기분인가? 숨이 턱 막혀왔다.

 

 

 

 "여왕폐하, 만수무강하소서! (Long Live The Queen!)"

 

 

 

 축제는 무사히 끝났지만 샤를롯테는 하루가 갈수록 자신이 없어졌다. 하우드에게 고백을 해도 되는 걸까. 내 감정을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는 것일텐데 이기적인 것은 아닐까. 하우드가 질색하면 어쩌지. 내가 이 땅에 묶이게 된 것처럼 내게 억지로 남게 된다면 그것만큼 끔찍한 일은 없을 것이다.

 

 그래. 지금처럼 지내자. 하우드를 사랑한다면 그가 싫어하는 일은 하지 말자. 자유 속에서 태어났다던 용이니 자신의 욕심이 그를 가두어선 안된다. 그러면 된다. -스스로를 세뇌하듯 곱씹었다.

 

 타이밍 좋게도 농번기에 업무량도 늘어나 하루종일 집무실에서 살아야 했던 샤를롯테는 하우드를 응대할 시간조차 없었다. 새벽이 되면 하우드가 창문을 넘어 좀 쉬라고 격려해주던 달콤한 시간이 전부였다.

 

 

 

 그러던 어느날.

 

 "기습입니다! 이샤숲 서쪽에서 이살롯의 군대가 쳐들어왔습니다!"

 

 순찰병이 허겁지겁 달려와 보고했다. 이살롯의 급습. 전쟁의 시작이었다.

 

 

 셀다 론도는 작은 도시 국가였다. 병사의 수도 많지 않았고 전쟁이라는 것을 생각해본 적도 없기에 훈련된 정규군도 몇 없었다. 그에 비해 이살롯은 강대국이라 불려도 손색이 없을만큼 컸고 주변의 작은 소국들을 차례로 정벌했었다. 이번엔 우리 차례인 것인가.

 

 

 전쟁을 책으로만 보고 이야기로만 들었던 샤를롯테는 어떤 전략에도 도움이 되지 못했다. 그래서 엘드리치와 부관 로엔에게 군에 대한 전권을 넘기고 그녀는 의무실에서 병사와 다친 민간인을 치료하는 데 힘썼다. 애석하게도 병사의 경우는 상처가 나으면 다시 전장에 복귀해야했다.

 

 

 

 샤를롯테는 성의 가장 지하에 숨겨둔 안드라페를 생각해냈다. 온갖 지혜를 기록해 둔 구슬이라 했었지. 다섯 겹의 결계를 풀고 숨겨진 문을 열자 은은한 빛이 나오는 안드라페가 보였다. 숨을 가다듬었다. 아리엘이 이것을 사용했듯이, 자신도 집중하면 뭔가 일어날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론도의 힘을 써 보아도 안드라페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전세가 나쁘게 돌아가자 모든 남성은 칼과 창을 들었다. 여성과 노인들은 하루종일 군량을 조달하고 군수품을 만들었고, 누구도 편히 쉴 수 없었다.

 

 

 부관 로엔이 부상을 입고 용이 샤를롯테의 기사가 되면서 불리하던 수세가 다시 바뀌는 듯 했다. 하지만 전쟁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환자는 더 늘어났고 끊임없이 론도의 생명력을 퍼주던 샤를롯테의 몸은 점점 회복이 더뎌졌다. 용의 피로 버티는 데에도 한계가 보였다. 샤를롯테는 전쟁의 패배를 직감했다.

 

 

 샤를롯테는 급히 남은 셀다의 시민들을 모아 다른 곳으로 이주해야 한다고 설파했다. 그들도 가망 없는 전쟁인 것을 체감하고 있었는지 바로 수긍하며 짐을 꾸리기 시작했다. 몇몇, 묘한 눈빛으로 샤를롯테를 보던 사람들을 빼고는.

 

 

 다음날, 간밤에 많은 셀다의 시민들이 이살롯에 귀화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

 

 "헛소문입니다!"

 

 사라가 흥분하여 새로 빨아온 붕대들을 내동댕이쳤다. 성의 홀에서 치료를 받던 병자 몇몇이 수군대며 몸을 사렸다. 어느새 다가온 샤를롯테를 보고 입을 꾹 다물었지만 이미 그녀는 모든 광경을 지켜보았다. 사라가 이유없이 화를 낼 사람도 아니었고. 헛소문이라니.

 

 "헛소문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냐. 자세히 말해보라."

 

 아픈 병사를 꾸짖고 추궁하기엔 샤를롯테도 많이 지친 상태였다. 반쯤 체념하여 물어보자 사라의 안색이 파랗게 변해 거세게 도리질쳤다.

 

 

 "그런 불경한 소리를, 제 입으로, 고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엄한 표정의 볼티르 부인이 사라의 앞에 나섰다.

 

 "셀다인이 이살롯으로 귀화한 원인이 바로 그 소문때문입니다. 이번 일로 폐하께서 얼마나 심려가 크신지 모르고 숨기려는 겁니까? 폐하는 아셔야 합니다. 전부!"

 

 볼티르 부인의 이어지는 고발은 가히 충격적인 것이었다.

 

 이 전쟁은 이살롯의 왕이 불로불사의 방법을 찾던 중 늙지 않는 셀다 론도의 여왕이 그 비밀을 감추고 있기에 그것을 탐하여 시작된 것이다. 여왕이 젊음을 유지하는 이유는 피를 마시기 때문이다. 혹은 용으로부터 젊음을 하사받았기 때문이라든지. 이 모든 것은 여왕이 사실 마녀여서 일어난 일이라는 둥. 마녀가 용을 부려 인간을 잡아와 사람의 피를 마시며 산다는 얘기도 있었다. 그간 여왕이 보여왔던 신비로운 힘들도 마녀였기에 가능했다며 소문은 점점 부풀려진 상태였다.

 

 

 "마녀를 위해 더는 싸울 수 없다며 이살롯이 내민 조건을 받아들였답니다. …죽음이냐 부를 보장받느냐를 따지면 어느 인간이 후자를 거절하겠습니까만은- 폐하의 은덕을 쉽게 잊는 사람은 더 이상 셀다인이라 할 수 없습니다!"

 

 

 볼티르 부인이 어설프게나마 위로를 하려 했지만 샤를롯테는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홀에 남아 이곳을 쳐다보고 있는 환자들을 둘러보았다. 정말인지 훑어보는 사람, 믿을 수 없다며 눈을 치뜨는 사람… 불신. 불신의 눈초리에 샤를롯테는 더 이상 그곳에 있을 수 없었다.

 

 

 "…특히, 폐하께서 총애하셨던 괴짜 연금술사 엘가는- 이살롯의 귀족이 되었답니다."

 

 "볼티르 부인! 그 말씀은…"

 

 

 이상한 일이지. 예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던 것 같다. 난 언제나 진심이었는데 저들은 자신을 믿어주지 않는다. 십여 년 전, 그 때처럼. 여태까지 해왔던 일들에 회의감이 든다. 허망하기까지 했다. 난 무엇을 위해 여기에 있었던 걸까. 왜 사람들은 날 의심하지? 내가 같은 인간이 아니라서?

 

 

 "짐은… 난… 마녀가, 아니다…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도망치듯 그 자리를 빠져나온 샤를롯테는 한참을 울었다.

 

 

 

 다음날, 거짓말처럼 볼티르 부인이 죽었다. 샤를롯테를 위해 준비한 차의 색이 이상하다며 기미를 하던 그녀가 피를 토하며 쓰러진 것이었다. 이살롯측에서 보낸 암살이라는 의견이 분분했지만 쉽게 속단할 수 없었다. 좋지 않은 상황에 암살의 배후를 밝힐 인력도 없다는 것이 분했다.

 

 볼티르 부인은 이샤숲에 묻혔다.

 

 

 

 샤를롯테는 한동안 방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많은 용기가 필요했고 결심해야 했다.

 

 "잭."

 

 "예, 폐하."

 

 자신을 믿고 있다는 티없는 눈동자에 샤를롯테가 희미하게 웃었다. 그래도 아직은 내 사람이 있어 다행이었다. 오히려 고맙기까지 했다.

 

 

 "전쟁을 끝내야겠구나."

 

 "어찌하실 겁니까?"

 

 "이 서신을 헤일 이살롯에게 가져다 주거라. 전해주고 나면 즉시 하우드경과 엘드리치경을 성으로 오라고 전하고. 넌 발이 빠르고 나를 의심하지 않으니 네게 맡겨야 마음이 편할 것 같다."

 

 잭은 밀랍으로 봉인된 서신 한 장을 품에 넣고 흰 깃발을 꽂은 말을 내달렸다. 전쟁이 시작된 지 2년이 지난 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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