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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셀다 론도
작가 : 녹차양
작품등록일 : 2017.6.19

셀다 론도의 여왕은 왜 죽어야만 했는가.
천 년의 여왕과 지상 최후의 용 이야기.

 
3. 꽃이 지는 곳 (10)
작성일 : 17-06-19 10:50     조회 : 280     추천 : 0     분량 : 4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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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샤를롯테님, 일어나셨군요!"

 

 상태를 보러 온 사라가 이불 안에서 꼬물대는 샤를롯테에게 냉큼 다가왔다. 하우드는 심기가 불편하다는 듯 이글이글 타는 눈으로 사라를 노려보다 쌩하니 나가버렸다. 용이 나가던 말던 크게 관심이 없던 사라는 이불을 들추고 온통 발그스름한 샤를롯테를 보고 작게 비명을 질렀다.

 

 혹시나 열이라도 있나 싶어 이마에 손을 대보았지만 열이 나는 것은 아니었다. 사라의 고개가 모로 기울어졌다.

 

 "혹시 용과 무슨 일이 있었나요?"

 

 사라는 샤를롯테가 몇 번이나 하우드를 찾아갔고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익히 들어 용과의 관계가 나쁘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다. 샤를롯테가 주먹을 쥐고 용은 사실 나쁘지 않고 조금도 흉악하지 않다는 의견을 피력하려고 했을 때 사라가 얼마나 배꼽을 잡고 웃었던가. 샤를롯테가 혼절하는 동안 계속 자리를 지킨 용이었고 이 성도 용의 보금자리였다는 것을 알게된 지금, 설마 용과 싸우지는 않았겠지 싶었다. 용도 샤를롯테를 애틋하게 여기는 듯 보였는데.

 

 "사라."

 

 "네."

 

 샤를롯테의 부름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사라는 한 가지 가정을 더 추가해야만 했다.

 

 

 "일어나자마자 하우드를 보니 엄청 떨려서… 인사도 못했는데, 화 났을까?"

 

 

 자신의 주인은 사랑할 수 밖에 없었고.

 

 용도 분명 그랬으리라.

 

 

 "-사랑은 아무리 이성적인 사람도 비이성적으로 만드는 무시무시한 것이죠."

 

 사랑? 그게 무엇이냐고 되묻는 샤를롯테에게 사라는 더 말하지 않았다. 그 알 수 없고 변덕스럽기 짝이 없는 감정은 감히 인간의 말로 정의내릴 수 없고 어떤 수식어로도 부족하죠. 마냥 아름답지고 않고 마냥 지독하지도 않은 것이 가끔은 병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그것이 무엇인지 캐내어 볼 생각을 하지 마세요. 차마 의심하지도 마세요. 당신이 느끼는 그 오롯한 감정들을 그저 아껴주세요. 그것이 사랑의 전부랍니다.

 

 

 "용께서는… 샤를롯테님이 아프시다고 하시니 계속 자리를 지켜주셨어요. 떠나시기 전에 이야기라도 나누어 보시는 게 어떠세요?"

 

 "그래, 그래야겠구나."

 

 이제야 깨달았다는 듯 서둘러 이불을 박차고 나가는 모습이, 볼티르 부인이 본다면 노발대발하겠지만 사라는 너무 귀여워 조용히 웃으며 침실 정리를 시작했다.

 

 

 

 침실 밖을 나서자 엘드리치가 가볍게 목례를 했다.

 

 "일어나셨습니까."

 

 "하우… 에디, 어디 아파? 안색이 좋지 않구나."

 

 하우드가 어디로 갔는 지 물어보려던 샤를롯테는 낯빛이 엉망인 엘드리치를 보며 깜짝 놀랐다. 언제나 고수하던 단정한 차림도 후줄근하기 짝이 없었다.

 

 

 "…송구합니다. 그 동안 밀린 일이 많아 그렇습니다. 샤를롯테님께서 신경쓰실 일은 아니니 괘념치 마십시오. 용께선 아마 성 밖에 계실 겁니다."

 

 "-그래? 그럼 잠시 다녀오마. 너도 오늘은 좀 쉬렴."

 

 

 평소에 건강하던 엘드리치의 상태가 마음에 걸렸지만 애써 뒤로하고 계단을 내려가던 샤를롯테는 평소와 다른 기분에 휩싸였다.

 

 홀로 이어지는 회랑을 거닐자 성을 부술 기세로 쏟아지는 비가 샤를롯테의 몸에 튀었다. 우르릉, 처음 듣는 천둥 소리에 어깨를 움츠렸다.

 

 

 "하우드?"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회랑의 끝에 벽에 기댄 채 서 있는 인영이 하우드처럼 보였다. 그야 하우드처럼 커다란 키를 가진 사람은 이 곳에 없었으니까.

 

 샤를롯테의 중얼거림은 아주 작았지만 용의 붉은 눈동자가 바로 그녀를 직시했다.

 

 "하우드!"

 

 반갑게 부르며 달려가자 그는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이내 마주 웃었다. 회랑의 벽은 차가웠지만 하우드의 손은 따뜻했다. 비 내리는 정원의 풍경도 색달랐고 낯선 두근거림도 나쁘지 않았다.

 

 아름다운 크라우스트 성, 네가 찾아 오는 곳. 무서운 천둥소리도 아무렇지 않게 느껴지는 곳. 외롭지 않은 곳.

 

 

 

 그 날, 폭우가 멎었다. 그때의 비가 엄청난 양이었고 그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많다는 소식을 들은 건 이튿날이었다. 언제나처럼 이샤사막에 숲 만들기 프로젝트를 시행하기 위해 앞치마를 두르고 하얀 모자를 쓰고 성을 나섰다. 엘드리치는 며칠 쉬는 것이 좋겠다고 말렸지만 샤를롯테의 고집불통은 이미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었다.

 

 탁.

 

 작은 돌멩이가 날아와 샤를롯테의 뺨에 스쳤다. 아프진 않았지만 어리둥절한 마음에 옆을 쳐다보았다. 엘드리치가 손을 뻗어 샤를롯테의 시선을 차단했지만, 아주 잠깐의 찰나 증오에 찬 표정으로 돌멩이 대여섯개를 손에 쥐고 있는 소년을 보았다. 주변의 사람들이 소년의 팔을 붙잡고 말렸지만 그들의 표정도 썩 좋지는 않았다.

 

 

 "별 일 아닙니다. 가시지요."

 

 기어이 엘드리치가 다른 곳으로 방향을 돌리자 악에 받힌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너 때문에! 너 때문이야! 네가 용의 분노를 산 바람에 우리 어머니가 죽었다고!"

 

 "그게 무슨-"

 

 의아해하며 뒤를 돌려는 샤를롯테를 엘드리치가 막아섰다. 죄송하다고 낮게 읊조리듯 말하며 그녀의 손을 끌고 어디론가 향했다. 뒤에선 소년의 울부짖음이 계속 되고 있었다.

 

 

 

 

 엘드리치는 샤를롯테가 잠든 사이의 일을 전부 이야기해주었다. 당신이 쓰러진 직후 용이 찾아 온 사실, 사람들은 검은 용의 악명을 알기에 모두 두려워 한다는 사실, 용은 당신이 쓰러지게 된 일의 원흉인 인간들에 분노하여 비를 불렀다는 것, 처음엔 비에 쾌재를 부르던 사람들도 반나절이 지나고 이틀이 지나자 두려워하기 시작했다는 것, 지반이 모래였던 몇몇 집은 물 먹은 모래로 인해 무너져 그로 인해 사상자가 생겼다는 것, 당신이 애써 키운 과실나무들은 열매가 모두 떨어졌고 뿌리가 썩어 전부 시들었다는 것, 먹을 것이 없어진 사람들이 당신을 찾았던 것……

 

 

 그는 자신의 입으로 말하면서도 사람들의 이기적인 행태에 욕지기가 치밀었다. 살려만 달라고 애원하던 시절이 엊그제같은데 그 고생을 벌써 잊었는가 싶었다. 역겹다. 자신조차 이럴진데 샤를롯테는 어떠하겠는가.

 

 

 

 샤를롯테는 내리쬐는 강한 햇빛에 벌써 바짝 마른 모래를 훑었다. 내 잘못인가. 내 책임인가. 인간과의 관계는 너무 어렵고 난해하다. 무엇을 더 해야하고 무엇을 더 짊어져야 하는 지 알 수가 없다.

 

 늘 혼자 지내서 많은 사람들과 어울리는 법을 모르는 자신이 또 모르는 사이에 실수를 저질렀나 싶었다. 하우드는 잘못이 없다. 비가 내리지 않았어도 인간들은 자신을 탓했을 것이 불 보듯 뻔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고된 삶에 대해 화풀이할 대상이 필요했을 뿐이었다.

 

 

 툭, 투둑.

 

 

 울보 샤를롯테. 운다고 해결될 일이 아닌데 왜 자꾸 눈물이 나오는 지 알 수 없었다. 그냥 어깨가 너무 무겁게 느껴졌다. 평소처럼 별 일 아니라며 털고 일어나고 싶지만 이젠 그럴 기운도 없다. 도망가고 싶다. 악의 어린 시선이 두렵다. -하지만.

 

 자신이 떠나버리면 사라와 엘드리치는 또다시 어려운 상황에 놓이겠지. 자신의 책임이 전부 그들에게 가버릴까 걱정이다.

 

 이런 저런 갈등 속에서 샤를롯테는 섧게 울었다.

 

 

 

 

 엘드리치를 물리고 샤를롯테는 사막을 정처없이 걸었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샤를롯테는 멀리서 보이는 검은 물체에 미간을 모았다. 지난번에 왔을 때는 보지 못했던 것이었다. 혹시 위험한 짐승은 아닐까 유심히 살피던 샤를롯테는 검은 물체가 이쪽을 향해 기어오고 있다는 사실에 화들짝 놀라 뛰어갔다.

 

 사람.

 

 "아가, 괜찮니?"

 

 하반신이 모래에 반쯤 파묻힌 채로 정신을 잃은 아이였다. 샤를롯테는 아이가 아직 살아있다는 걸 깨닫고는 서둘러 힘을 불어 넣었다. 흰 빛이 잠시 아이의 몸을 감싸다 스며들자 헐떡대던 숨결이 한층 느려졌다.

 

 샤를롯테는 아이를 들춰 업고 뛰었다. 마을은 복구작업에 한창이라 샤를롯테를 흘긋 쳐다보고는 더는 관심을 주지 않았다. 생각보다 늘어진 아이의 무게가 무거워 중간에 몇 번 아이를 추슬렀지만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다.

 

 아이의 이름은 잭 오즈. 어디에서 왔는지, 어쩌다 이샤사막까지 오게 되었는 지 온통 수수께끼에 둘러싸였지만 소년은 셀다에 잘 적응했고 누구보다도 샤를롯테를 따르는 사람이 되었다.

 

 

 차마 어린 아이에게 일을 맡기기 어려웠던 사라는 샤를롯테의 곁에서 말동무나 하라며 성 안의 숙소를 내주었다. 쾌활한 소년은 샤를롯테의 눈과 발이 되어 주었다. 가끔 찾아오는 용의 눈초리는 따가웠지만 잭은 싹싹하게 비위를 맞추며 지냈다. 샤를롯테가 잭을 아끼자 하우드도 별 달리 손을 쓰지는 않았다.

 

 

 남들보다 유난히 발이 빨랐던 잭은 언제나 크라우스트 성에서 지내는 샤를롯테를 위해 마을의 주요 이슈나 외지의 소식을 전해주었다. 가끔은 썰렁하기 그지 없는 재담이나 농담을 건네기도 했고 마을 사람에게 배운 재주 넘는 법 등을 배워와 샤를롯테를 웃기게 하려 노력했다.

 

 

 그렇게 잭 오즈가 청년이 되고 샤를롯테가 정식으로 여왕이 된 것은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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