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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셀다 론도
작가 : 녹차양
작품등록일 : 2017.6.19

셀다 론도의 여왕은 왜 죽어야만 했는가.
천 년의 여왕과 지상 최후의 용 이야기.

 
3. 꽃이 지는 곳 (9)
작성일 : 17-06-19 10:50     조회 : 274     추천 : 0     분량 : 45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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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샤를롯테를 웃으며 맞이해주는 용은 흉포하고 악랄하다는 소문과는 거리가 멀었다. 고슴도치처럼 세운 얇은 경계는 금방 허물어졌다. 조금 더 가까이 가본다. 용은 이미 샤를롯테를 향해 몸은 완전히 돌린 상태였다.

 

 "날 알아?"

 

 어색한 인간의 말로 몇 번 더듬대다 말하자 용이 소리내어 웃었다.

 

 "굳이 인간의 말을 할 필요 없어. 네가 어떤 언어로 말을 해도 난 들을 것이다. -널 아냐고? 그래. 난 네가 이샤사막에 떨어졌을 때부터 지켜보고 있었어. "

 

 용은 샤를롯테와의 거리감에 눈살을 찌푸리고는 일어나 그녀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 샤를롯테의 바로 눈 앞에 검은 머리카락이 파스스 흩어졌다. 루비처럼 붉은 눈동자와 마주친다. 마치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몽롱해졌다.

 

 "이상하지. 네게서 아주 친숙하고 향긋한 소리가 들려. 다른 인간들처럼 기억을 꺼내볼 수도 없고, 생각을 읽어볼 수도 없구나. 그런데도 조금도 불쾌하지 않아."

 

 용이 물었다.

 

 "너도 다른 인간들처럼 내게 부탁을 하러 온 것이겠지? 인간은 싫지만 네 부탁이라면 들어주마."

 

 

 용의 말에 샤를롯테는 미안한 마음에 고개를 숙였다. 용은 익숙하다는 듯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이었지만 샤를롯테는 그 이면을 알 것만 같았다. 자신이 오랜 시간 그래왔듯, 너도-

 

 

 "맞아. 난 너무 외롭고 이곳엔 사람이 많지만 내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존재는 없어. 네가 내 친구가 되어주지 않을래?"

 

 

 "네 진짜 부탁은 그게 아닌 것 같은데. 말해두지만 네 부탁이라도 난 단 한 번만 들어줄거다. 다시 말해."

 

 

 그의 앞에서 왜 마음이 약해지는 지 알 수 없었지만, 차마 아델론의 세계에 보내달라 말을 꺼낼 수 없었다. '다른 인간들처럼-'이란 말에 함축된 것이 너무도 많았다. 그가 보낸 오랜 세월들을 엿보는 기분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용을 찾아왔겠지. 내게 몬테인들이 매달렸듯, 네게도 지혜를 나누어달라며 힘을 달라며 매달렸을 것이다. 많은 이들의 사랑과 관심인것처럼 기쁜 때도 있었지만… 그들이 필요한 것은 내 힘뿐이고, 그곳에 '나'는 없었을 때. 그 지독한 소외감. 고독.

 

 

 "내 친구가 되어줘. 나 역시 네 친구가 되고 싶어."

 

 둘은 완벽한 이해 상대였다.

 

 

 

 

 샤를롯테는 틈틈히 하우드를 보러 갔다. 그때마다 인간들이 자신들을 내팽개치고 떠난다며 아우성이었지만 엘드리치와 사라가 그 불경한 말이 샤를롯테의 귀에 들어가지 않도록 사력을 다했다. 하지만 그 불퉁한 태도와 벼락같은 억양은 샤를롯테가 모른 체 하려고 해도 모른 체 할 수 없었다. 한 번 완전한 고립을 겪었던 인간들은 샤를롯테를 놔주려 하지 않았다.

 

 그래도 그녀는 포기하지 않았다. 밤이 되면 몰래 막사를 빠져나와 사라가 준비해 놓은 보따리를 들고 엘드리치가 작은 모닥불로 표시해둔 방향으로 뛰었다. 세 밤을 쪽잠을 자고 일어나 새벽녘이 되면 용이 보였다.

 

 

 "넌 아직까지도 내게 이름을 알려주지 않는구나."

 

 어느날 하우드는 서운한 표정으로 말했다. 하지만 샤를롯테는 쉽게 말을 뗄 수 없었다. 모든 인간들도 갖고 있는 이름을, 작은 풀, 작은 미물까지 갖고 있는 이름을 저만 없다고 스스로 말할 자신이 없었다.

 

 "-사람들은 나를 '샤(Schia)'라고 불러."

 

 그는 눈치가 빨랐다.

 

 "너와는 별로 어울리지 않는 이름이다. 맞지 않는 신발을 신는 것 같아. 혹여 네가 싫어하지 않는다면 네게 어울릴 법한 이름은…"

 

 잠시 고민하던 용이 덧붙여 말했다.

 

 

 "샤를롯테(Charlotte). 가장 아름다운 영혼을 위한 것이다."

 

 

 

 처음으로 가슴 속에 이름을 새긴 날, 언제나 보던 모래조차 알알이 황금으로 빛나 보였고 건조한 바람이 시원하게 느껴졌다. 하우드의 맑게 웃는 모습이 더없이 근사했다. 심장이 제멋대로 뛰고 손끝이 긴장으로 떨렸으며 - 샤를롯테는 그렇게 사랑에 빠졌다.

 

 

 

 

 하우드는 엘드리치만큼이나 말이 없었지만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했다. 언제나 같은 하늘만 보며 시간을 보내는 하우드를 위해 늘 떠드는 것은 샤를롯테의 몫이었다. 자신이 살았던 세계의 이야기, 엘드리치의 융통성 없는 성격, 새로 심은 나무에 대해서…

 

 

 그러다 문득, 하우드가 황량한 사막 외의 다른 풍경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사랑하는 푸른 초목과 색색이 빛깔이 고운 꽃들, 달콤한 산딸기를 그도 알았으면 했다. 때때로 보이는 하우드의 무미건조한 표정은 주변이 전부 아무것도 없는 사막이라 그렇다고 여겼다.

 

 

 샤를롯테는 하우드에게 가는 길목에 자신이 아껴왔던 씨앗을 뿌렸다. 사막엔 금세 푸른 길이 생겼다. 사람들은 용의 노여움을 자처한다며 샤를롯테를 말렸지만 그녀는 이미 결심을 굳힌 뒤였다.

 

 

 보름이 지나자 아름다운 길이 완성되었다. 눈에 띄게 기뻐하던 하우드는 고맙다며 자신이 무엇을 해주면 좋겠느냐고 말했다. 대가를 바라고 한 일이 아니었으니 샤를롯테는 괜찮다며 사양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보금자리를 내주었다.

 

 "이 언덕은 내가 태어난 뒤 처음으로 땅의 정령과 계약한 곳이다. 여기를 네게 주마."

 

 그리고 땅을 짚고 무어라 중얼거리니 엄청난 굉음과 함께 거대한 성이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이 성은 언약에 따라 너를 주인으로 삼고 너의 안식처가 되어줄 것이다."

 

 크라우스트 성을 처음 보게 된 날이었다.

 

 

 

 난데없이 으리으리한 성이 나타나자 사람들은 천막촌을 버리고 성 주변으로 몰려들어 새로 집을 짓기 시작했다. 샤를롯테가 공들여 키운 나무들이 사정없이 베어지고 이파리들은 구석에 버려졌다. 속이 쓰렸지만 저들도 어쩔 수 없겠거니 이해를 했다. 초원이 엉망이 될수록 마을은 그럴 듯한 모습으로 변했다. 다만 우물은 아무리 깊게 파도 금방 말라버려 사람들은 다시 샤를롯테에게 달려왔다.

 

 

 물을 다루는 것은 샤를롯테도 몇 번 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애절하게 매달려오는 인간들을 어쩌지 못해 과도하게 힘을 사용했다. 땅 밑의 지하수를 찾고 억지로 끌어올렸다. 이 땅의 것들이 자신의 힘에 비정상적으로 감응력이 좋았다지만 생각보다 많은 힘이 필요했고 금세 지쳤다. 하지만 피로한 기색의 샤를롯테를 두고도 인간들은 저마다 자신의 집에도 물이 필요하다며 달려들었다.

 

 

 뒤늦게 소식을 들은 엘드리치가 순찰대를 이끌고 급히 돌아왔다. 사람들은 엘드리치의 말에 순종하여 아쉬운 눈빛으로 자리를 떠났지만 그들은 이미 원하는 것을 모두 얻은 후 였다.

 

 "저들이 지난 몇달간 끔찍한 식수부족으로 고통받은 적이 있어 두려웠나봅니다."

 

 엘드리치는 덤덤한 말투였지만 금방이라도 자신의 목을 내어 놓을 듯한 자세여서 샤를롯테는 추궁할 수 없었다.

 

 

 그 날, 샤를롯테를 찾아온 용에 사람들이 혼비백산하여 집 안으로 숨었다. 검은 용의 날갯짓에 엄청난 바람이 일었고 그르렁거리는 울음소리에 땅이 진동했다. 인간들은 샤를롯테가 용의 분노를 사 용이 앙갚음하러 온 것이라 착각했다.

 

 곧 인간의 모습으로 현신한 하우드가 크라우스트 성 앞에 내려왔다. 언제나처럼 샤를롯테가 반겨줄 것이라 생각했지만 샤를롯테는 반쯤 정신을 잃고 침실에 누워 있었다.

 

 

 "샤를롯테의 상태가 왜 이렇지?"

 

 평소였다면 절대 인간에게 말을 걸지 않았을 하우드였지만 상황이 생각보다 좋지 않았다. 목례하던 엘드리치가 황망하게 대답했다.

 

 "사람들이 무리하게 도움을 구했습니다. 한동안 비가 오지 않아 식수가 급했나 봅니다. 제가 도착했을 땐 이미 녹초가 되셔서-"

 

 엘드리치는 자신의 혀를 씹어버리고 싶었다. 이렇게 몬테의 사람들을 두둔해야하는 자신이 끔찍했다. 마음같아서는 사람들에게 경을 치고 단단히 을렀을텐데, 자신의 가문으로 인해 추방당한 사람들이다보니 그 죄책감이 빚으로 남아 물러졌다. 몬테의 수장인 자신이 스스로 샤를롯테를 주인으로 삼으면서 그는 언제나 선택의 기로에 섰다.

 

 몬테의 사람들이냐, 샤를롯테이냐. 하지만 언제나 선택은 전자였다. 자신이 몬테의 사람들을 통솔하는 책임자였기에. 자신이 몬테의 후계이기에. 그 길엔 사사로운 감정이 언제나 배제되어 왔었다.

 

 

 엘드리치의 자책과 후회는 소용이 없었다. 하우드는 당장 엘드리치의 목을 쥐었다. 죽여버리고 싶다는 기색이 역력했지만 샤를롯테가 의지하는 인간이라는 것을 알기에 필사적으로 살기를 억눌렀다.

 

 

 "인간들의 사정은 알 바가 아니야. 왜 그것이 샤를롯테를 괴롭게 하는 이유가 되어야 하지? 하, 그 하찮은 목숨들이 그렇게도 살고자 하던가? 응? 고작 물때문에!"

 

 그렇다면 죽을 때까지 배 터지게 물이나 마시도록 해라! 분노한 용의 손짓에 파랗던 하늘에 먹구름이 몰려오고 잠시후 엄청난 기세의 폭우가 쏟아졌다. 그 비는 샤를롯테가 깨어날 때까지 삼일을 쉬지 않고 내렸다.

 

 샤를롯테의 씨앗주머니에 감추어져 있던 구슬이 반짝, 빛을 냈다.

 

 

 

 샤를롯테는 자신의 뺨을 쓰다듬는 따뜻한 손길에 천천히 눈을 떴다. 붉은 눈. 하우드가 괜찮냐며 샤를롯테의 몸을 부축해 일으켜주었다. 몽롱하게 하우드의 얼굴을 하염없이 바라보던 샤를롯테는 퍼뜩 몸을 경련하며 고개를 홱 돌렸다.

 

 

 

 언제부터였을까. 하우드의 옆에 있을 때면 편안했던 마음이 불안하게 두근거렸다. 그가 손을 대면 얼굴이 붉게 달아 올랐고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하우드가 곁에 있으면 숨이 막혀 죽을 것 같고, 그가 보이지 않으면 하루종일 그리움에 기운이 나지 않았다.

 금방이라도 하우드의 얼굴을 잊을까 걱정이 될만큼 무섭기도 했다. 지금도 그래. 모처럼 하우드를 만났지만 평소처럼 말하기가 무서워. 이상해. 내가 이상해.

 

 샤를롯테는 부끄러움에 이불 속에 고개를 푹 파묻었지만 그녀를 지켜보던 하우드의 입매가 순식간에 단단히 굳었다.

 

 

 거센 빗소리가 시끄러운 마음을 대신하듯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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