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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셀다 론도
작가 : 녹차양
작품등록일 : 2017.6.19

셀다 론도의 여왕은 왜 죽어야만 했는가.
천 년의 여왕과 지상 최후의 용 이야기.

 
3. 꽃이 지는 곳 (8)
작성일 : 17-06-19 10:49     조회 : 268     추천 : 0     분량 : 4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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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나 떨어졌는 지 모른다. 처음 떨어지는 느낌에 무서워했던 샤를롯테가 여유롭게 다른 생각을 할 정도로 계속 떨어지고 있었다. 손 안에 쥐어진 작은 구슬을 만지작 거렸다. 이 조그만 것이 엄청 중요하다고 했지. 하지만 배운 바가 없으니 와 닿지가 않는다. 그냥 아무도 모르게 보관을 했다가 다시 세계수에 돌려놓으면 되는걸까? 어디에 숨겨놓지? 구슬을 소매에 넣어도 보았다가 금방이라도 흘릴 것 같아 결국 늘 지니고 다니던 씨앗 주머니에 넣었다.

 

 어느 순간 밑에서 더운 바람이 불어오는 것이 느껴졌다. 샤를롯테가 힘겹게 몸을 뒤집어 밑을 바라보니 틈이 벌어진 곳 너머로 다른 세계가 보였다. 호기심에 막 발을 딛는 순간, 잠시 정신을 잃었다.

 

 

 

 살갗이 타들어갈 것처럼 아프다. 숨을 들이킬 때마다 더운 열기에 머리가 어지러웠다. 샤를롯테가 정신을 차렸을 때 눈에 보이는 것은 끝도 없이 펼쳐진 모래의 땅이었다. 생명력이라고는 느껴지지 않는 곳, 마치 죽음의 땅이 있다면 이런 모습이 아닐까 생각했다. 처음 보는 모래의 감촉에 호기심에 모래를 한움쿰 쥐어 보았으나 너무 뜨거워 손을 데였다. 붉게 달아오른 피부가 회복되고 다시 달아올랐다 회복되기를 반복했다.

 

 론도는 생명의 원천인 세계수와 함께 자랐기에 이곳- 이샤사막은 너무도 가혹했다. 샤를롯테는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씨앗 주머니를 열었다. 가장 흔한 잔디의 씨부터 어렵게 구한 카르밀라꽃의 씨까지 다양했다.

 

 몇 개 없는 씨앗을 여기에 뿌려야하나 망설이며 씨앗을 쥔 손을 피지 못했다. 그러나 그 고민은 금세 해소되었다. 모래를 털고 일어난 샤를롯테의 자리에서 처음보는 싹이 고개를 삐쭉 내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설마하는 마음에 샤를롯테는 손에 힘을 모아 살짝 터뜨려보았다. 빛이 퍼진 곳곳마다 식물들이 자라기 시작했다. 이상할 정도로의 감응력이었다.

 

 

 작은 새싹들은 모래바람에 금방 줄기가 파묻혔지만 샤를롯테의 손길이 닿으면 섯배는 더 커졌다. 순식간에 꽃망울을 맺은 것도 있었다. 샤를롯테는 신이 나 이곳저곳에 힘을 퍼뜨렸다. 이 곳이 어디인 줄도 모르고 겁도 없이 팔랑팔랑 뛰어다녔다.

 

 

 그러다 소란이 느껴져 언덕 위를 올려다보니 처음 보는 존재가 자신을 가리키며 열심히 뭐라고 소리치고 있었다. 그것은 거세기도, 부드럽기도 한 발음들이었지만 샤를롯테는 조금도 이해할 수 없었다. 낯선 언어, 낯선 존재. 그것들이 샤를롯테를 다시 현실로 잡아 끌었다.

 

 

 구릿빛 피부의 여자가 다가와 샤를롯테에게 말을 걸었다. 겁을 집어먹고 몸을 뒤로 뺐지만 여자는 해칠 의사는 없는 지 계속 말을 하며 웃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조금 더 있으니 더 많은 수의 무리가 다가와 샤를롯테를 포위했다. 여차하면 도망갈 준비를 하던 샤를롯테에게 장신의 남자가 다가왔다. 그는 대뜸 무릎을 꿇고 샤를롯테의 발에 입을 맞추었다.

 

 이상한 날이었다.

 

 

 

 "안-녕, 시-아라? 시아-라?"

 

 "제 이름은 '사라'입니다, 샤. 사.라!"

 

 샤를롯테는 구릿빛 피부의 여자, 사라의 곁에서 이살롯어를 배웠다. 사라는 가장 먼저 자신의 이름을 가르쳐주었고 샤를롯테의 이름을 물어 보았다. 대답할 수 없었지만 사라는 샤를롯테를 '샤-'라고 불렀다. 이살롯어로 '높으신 분'이란 뜻이라 했다.

 

 

 글자를 어느 정도 읽을 수 있게 되자 깐깐하게 생긴 중년의 여인이 샤를롯테를 가르쳤다. 볼티르 부인. 떠듬떠듬 반말을 구사할 수 있게 된 샤를롯테를 숱하게 야단쳤던 여자였다. 그녀는 언제나 샤를롯테가 갓 태어난 망아지보다도 날뛴다며 예절과 우아한 귀족의 말투를 가르쳤다. 교재는 나뭇가지와 모래판뿐이었다.

 

 "좀 더 사뿐히 걸어보세요! 어허, 어찌 어깨가 이렇게 들썩인단 말입니까! 다시!"

 

 "힘… 든데…"

 

 "아니, 어제 제가 가르쳐드린 말씨는 다 어디가고 또 어린애같은 말씀을 하십니까! 따라하세요! 그럴 땐 '힘들구나'라고 하셔야 합니다."

 

 "힘들-고다?"

 

 가끔 볼티르 부인은 혈압이 올라 잔뜩 붉은 얼굴로 씩씩 대며 나갔는데 그럴때면 샤를롯테의 정신도 너덜너덜해져 하루종일 괴로웠다. 인간의 예절은 너무 복잡했고 왜 그것을 지켜야 하는 지도 이해할 수 없었다. 손짓 하나, 말투 하나, 발걸음 하나까지 전부 규칙이 정해져 있는 것은 마치 거짓된 옷 하나를 더 입는 기분이었다.

 

 

 

 아침, 점심동안 계속된 교육시간이 끝나 지면이 조금 식을 때면 샤를롯테는 정원을 가꾸는 데 시간을 보냈다. 정원이라 하기엔 규모가 조금 컸지만. 샤를롯테가 머리를 질끈 묵고 나서면 옆에서 대기하던 엘드리치도 따라 일어났다. 아직 말이 통하진 않았지만 샤를롯테는 그가 자신을 많이 배려하고 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

 

 "아녕,에디-치?"

 

 "'안녕'이라는 인삿말은 보통 저녁에 쓰지 않습니다. 제 이름은 '엘드리치'구요."

 

 "저쪽, 저기."

 

 "오늘은 서쪽으로 가신단 말씀이군요. 잠시, 해가 지면 추울 수 있으니 망토를 챙기셔야 할 것 같습니다."

 

 

 엘드리치는 고지식하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전형적인 기사였고 샤를롯테를 주군으로 삼았지만 가끔 그녀가 잘 모르겠다는 얼굴로 갸웃하거나 헤실헤실 웃을 때면 알 수 없는 묘한 감정에 휩싸일 때가 있었다. 주군을 앞에 두고 무슨 무례인가 싶어 마음을 다잡았지만…

 

 

 

 "이것 봐. 요번 사과는 저번보다 두배는 더 큰 것 같아. 그치?"

 

 "또 경망스러운 말투를 쓰시면 볼티르 부인이 화를 낼 겁니다."

 

 "네가 모른 척 해주면 될 일인데…"

 

 

 티없이 웃는 모습은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았다. 해가 지날 수록 마음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샤를롯테는 몬테의 일족에게 큰 위안이 되었지만 그들은 샤를롯테에게 위안이 되지 못 했다. 샤를롯테는 낯선 타향살이에 점점 지쳐갔다. 생명력으로 충만했던 아델론의 세계가 그리웠다. 돌아가고 싶다. 이곳의 생활은 너무 고되다. …가끔은, 인간들이 날 종 부리듯 부려먹는 것 같기도 했고.

 

 

 무엇보다 자신이 사랑했던 녹티스의 꽃, 아야멜라의 푸른 줄기, 스티스의 향긋한 과실은 다시는 보지도 만지지도 맛보지도 못 하리라.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샤를롯테는 향수에 빠졌고 모두가 잠든 밤이면 소리없이 눈물을 훔쳤다. 씨앗 주머니에 숨겨둔 안드라페를 몰래 꺼내어 본다.

 

 아리엘은 여기에 손을 대고 차원을 열었는데, 자신은 아무리 만지고 깨물어도 반응이 없다. 이름이 없어서 그런가. 지금 아델론은 어떻게 되었을까. 타르달타가 지금쯤 돌아갔겠지? -고민은 끝없이 이어진다.

 

 

 

 매일같이 시름에 빠지고 눈에 띄게 수척해지자 엘드리치는 어린 광대를 불렀다. 광대는 샤를롯테를 위해 재주를 넘고 불놀이를 했으나 조금도 소용이 없었다. 급기야 모든 것이 귀찮고 피곤한 샤를롯테는 막사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결국 샤를롯테의 수발을 들던 사라가 몬테의 재미난 이야기들을 들려주기 시작했다. 오래전부터 구전되어 오던 전래동화, 이살롯에서 있었던 신기한 일들, 몬테의 집안에서의 치정싸움… 가만히 들어주던 샤를롯테가 몸을 일으켰다.

 

 

 "-용?"

 

 "오, 샤께서도 신기하시죠? 지고한 용의 존재는 무릇 인간들 사이에서 자주 회자되곤 하죠. 용에 대해 더 듣고 싶으세요?"

 

 샤를롯테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용이 언제부터 있었는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엄청 강하다고 해요. 신기한 힘을 쓰는데 이루지 못하는 것이 없을 정도라고 하더군요. 제가 이살롯에서 지냈을 때는 푸른 용 파사딜에 대해 자주 들었지요. 이샤사막도 검은 용 하우드가 다스리는 권역 중 하나라고 하던데… 그 용은 아무도 찾지 않는다고 해요. 엄청 무섭다고 하던데-"

 

 

 신기한 힘. 이루지 못하는 것이 없다. 샤를롯테는 다음날 당장 짐을 꾸렸다. 난 아델론의 세계로 돌아가야해. 돌아가고 싶어. 사람들은 절대 보낼 수 없다며 항의하고 쫓아왔지만 엘드리치와 사라만이 다녀오라며 웃으며 배웅했다. 사실 엘드리치는 위험하다며 같이 동행하기를 원했지만 사람들은 결코 엘드리치를 놔주지 않았기에 어쩔 수 없었다.

 

 

 생각보다 먼 길이었다. 사막은 넓었고 모래바람은 따가웠으며 한낮의 더위는 살인적이었다. 엄청난 높이의 모래 언덕을 세 개나 넘어야 했고 폭풍이 불 때면 몸을 잔뜩 웅크린 채 바위 뒤에 숨었다. 밤이 되면 금방이라도 쏟아질 듯한 수많은 별을 보았고 오아시스의 시원한 물을 달게 마셔보기도 했다. 모래 사막을 지나니 딱딱하게 갈라진 흙길이 펼쳐졌다. 발치에 굴러다니는 돌맹이는 작은 발길질에도 파스스 부서졌다.

 

 

 커다란 바위가 듬성듬성 있었고 죽은 선인장이 몸을 반쯤 굽히고 있었다. 그렇게 높이 고원에 올라서자, 마른 나무 아래 온통 검은 색을 두른 용이 있었다.

 

 

 시선이 마주쳤다.

 

 

 "네가 오는 것을 아주 전부터 기다리고 있었어."

 

 첫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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