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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셀다 론도
작가 : 녹차양
작품등록일 : 2017.6.19

셀다 론도의 여왕은 왜 죽어야만 했는가.
천 년의 여왕과 지상 최후의 용 이야기.

 
3. 꽃이 지는 곳 (7)
작성일 : 17-06-19 10:48     조회 : 265     추천 : 0     분량 : 4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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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그녀는 작게 웅크리고 있었다. 아무도 부르지 않고, 아무도 찾지 않는 까마득한 심연 아래에 가만히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녀는 아직 이름을 얻지 못했고 이름이 없는 자는 육신조차 가질 수 없었다. 자신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어렴풋이 떠오르는 지식은 쓸모가 없다. 이곳은 너무 춥고 답답해. 얼른 나가고 싶다. 억압된 마음에 몸부림치면 주변의 다른 영혼들도 크게 동요했다. 깊은 우물 아래의 개구리처럼, 샤를롯테는 먼 빛을 갈구하고 있었다.

 

 

 오랜 시간이 흘렀다. 그녀는 아직도 그곳에 남겨져 있었다. 주변의 다른 영혼들이 하나둘 건져져 세상 밖으로 보내졌지만 오직 그녀만은 그럴 수 없었다. 의문조차 가질 수 없는 그런 섭리였다. 영혼에 걸맞는 이름을, 이름에 걸맞는 육신을. 탓해야 할 것은 자신의 영혼의 자질이었다.

 

 

 어느 날. 따뜻한 손이 그녀의 영혼을 포근히 감싸 건져 올렸다. 그녀는 그제서야 눈을 뜰 수 있었다. 당신이 나를 만든 아델론인가요? 처음으로 뗀 말이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하지만 따뜻한 웃음소리가 그녀를 가득 채웠다. 이루 말할 수 없는 행복감과 충족감, 아늑한 빛에 감싸여 그녀는 그렇게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하늘을 떠받치는 거대한 세계수, 창조주 아델론이 모든 생명의 원천을 담아두었다는 아름다운 그릇. 그리고 그를 지키기 위해 태어난 목적적 존재, 론도 (Rondo). 평화롭게 살던 세계수의 론도들은 이름도 없이 그곳에 잉태된 작은 영혼에 경악을 금치 못하게 된다.

 

 

 샤를롯테가 태어난 곳은 세계수의 두번째 줄기에서 다섯번째 갈래의 첫번째 잎이었다. 그 잎이 너무도 작아 어떤 론도들도 신경쓰지 않았지만, 샤를롯테가 잉태되면서 그 잎과 가지가 모조리 시들어버렸다. 마치 모든 영양분을 그녀가 흡수한 것처럼. 불길했지만 어떤 론도도 부정적인 말을 입에 담지 않았다.

 

 

 처음으로 세계에 발을 내딛고 눈을 뜬 샤를롯테의 앞에 손을 내밀어준 론도가 있었다. 아름다운 아리엘(Ariel)! 모든 론도들을 통솔하고 세계수의 결계를 담당하는 론도였다. 그녀는 아름다운 푸른 눈동자를 반짝이며 물었다.

 

 "안녕, 아이야. 네 이름이 무엇이니?"

 

 하지만 샤를롯테는 아리엘이 세 번이나 재촉해도 대답하지 않았다. 아니, 대답할 수 없었다. 없는 것을 있다고 말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말없이 고개를 떨어뜨린 샤를롯테에게 아리엘의 상냥함이 바로 돌변했다.

 

 "세계수-어머니의 가지를 시들어버리게 하고서, 아무런 이름도 없다니! 넌 론도라고 할 수 없다!"

 

 무미건조한 불호령에 삼삼오오 모여있던 론도들이 모두 흩어졌다. 호기심, 반가움 등의 감정들이 순식간에 거두어졌다. 그래도 샤를롯테는 그들을 잡을 수 없었다. 왜 나는 이름이 없는걸까. 아델론이 날 버린 게 아닐까. 그럼 난 왜 이곳에 났지? 난 잘못된 돌연변이인가…

 

 

 마치 원망과 분노가 거세된 것처럼 화낼 수도 없었고 증오할 수도 없었다. 샤를롯테는 그 후로 매일같이 울었다. 아무것도 없는 어둠이 차갑고 외로워 하루라도 빨리 세상에 나오고 싶었었다. 하지만 이 곳이라 해서 달라진 것이 없다. 그녀는 여전히 혼자였고 론도들의 시선은 차가웠으며 조롱과 멸시가 이어졌다.

 

 그녀의 눈물이 닿는 곳엔 아름다운 꽃이 피었다. 이름도 없는 그 꽃은 마치 샤를롯테 자신과 닮아 보였다. 가만히 앉아 울기만 했던 샤를롯테는 그때부터 아델론의 세계 곳곳을 누비며 꽃을 피우고 나무를 키웠다. 가장 쓸데없는 일이라며 비웃음이 쏟아졌지만 샤를롯테는 외로웠다. 자신의 곁에 말없이 흔들리는 꽃 한송이에 살아갔다.

 

 

 그 모습을 잠자코 지켜보던 아리엘은 샤를롯테가 어느 론도보다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으나 이름도, 임무도 받지 못한 그녀를 어떻게 다루어야 할 지 알 수 없었다. 우습게도, 안타까움의 마음은 단 한점도 없었다. 아리엘의 머릿속은 온통 세계수에 관한 것 뿐이었기에.

 

 

 론도는 오직 세계수를 위해 살아간다. 그렇게 태어났기 때문이었지만 막상 거대한 나무 아래에 서면 무한히 끓어오르는 경외심과 사랑은 자연스럽게 복종으로 이어졌다. 아리엘은 가끔 세계수의 가장 윗가지에 내려와 쉬는 아델론을 만났다. 전지전능하며 삼라만상을 주관하는 고귀한 존재는 언제나 지친 기색이었다.

 

 

 그녀는 물었다. 신이시여, 어찌하여 이름 없는 존재를 내리셨습니까.

 

 그러자 신이 답했다. 그 아이는 이름이 없는 것이 아니라 이름을 지을 주인이 따로 있기 때문이다.

 

 의미심장한 말에 그녀가 다시 물었다. 신이시여, 어찌 론도를 빚은 당신이 그 론도의 이름을 지을 수 없단 말입니까.

 

 아델론은 말없이 웃었다. 위대한 론도의 수장이여, 곧 타르달타가 안드라페를 삼키러 올 것이다. 긴박한 순간이 온다면 이름 없는 그 아이에게 안드라페를 맡기도록 하여라.

 

 아리엘은 여전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신의 예언은 적중했고 신의 잔흔-안드라페를 삼키기 위해 타르달타의 무리가 침범했다. 신의 어두운 감정을 모아놓은 혼돈의 덩어리에서 태어난 것들은 언제나 세계수를 갖기 위해 불나방처럼 달려들었다. 론도들은 늘 그랬듯 강한 결계와 봉인으로 세계수를 감쌌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다른 때보다 더욱 굳건히 만든 결계였을 텐데 단번에 찢겨졌다. 충격에 빠진 론도들은 혼란에 우왕좌왕했다.

 

 타르달타의 손이 닿은 론도는 그대로 타락하여 타르달타가 되었다. 한 번 때를 탄 순결은 돌아오지 않는다. 도망가는 자와 쫓는 자, 먹는 자와 먹히는 자의 틈바구니에서 아리엘은 간신히 도망쳐 나왔다. 그녀는 지켜야만 하는 것이 있었다.

 

 

 세계수의 가장 밑 뿌리에 수천년간 봉인되어 있는 - 지혜의 서고, 안드라페.

 

 세상의 모든 지식과 진리, 그리고 금기된 힘까지 모두 기록되어 있는 구슬이었다.

 

 

 타르달타의 최종 목적 역시 이것이었다. 아리엘은 모든 론도가 사라진다 해도 이것만큼은 지켜내야 했다. 허겁지겁 구슬을 챙기려던 아리엘은 문득, 오래전의 아델론의 말을 떠올렸다. 긴박한 순간, 이름 없는 아이에게 이 안드라페를.

 

 

 샤를롯테는 무심히 자신을 스치는 타르달타에 지레 겁을 먹어 뒤로 물러섰다. 이름 없는 론도는 론도가 아니라더니 악귀마저 자신을 없는 존재로 취급하는가 싶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알 수 없었으나 또다시 눈물이 나왔다. 타르달타를 피해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다 세계수의 앞까지 이르렀다.

 

 

 "너,"

 

 뒤를 돌아보니 무서운 얼굴로 아리엘이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다. 또 세계수에 얼쩡거리냐고 호통을 맞을까 싶어 잔뜩 어깨를 움츠렸다. 하지만 더는 갈 곳이 없었다. 사방은 온통 타락한 론도와 타르달타가 남은 론도를 없애기 위해 어슬렁대고 있었고 믿을 구석이라곤 세계수의 마지막 결계 뿐이었다.

 

 

 아리엘은 말없이 샤를롯테의 손을 끌고 지하로 내려갔다. 손목이 무척 아파왔지만 처음 가보는 세계수의 뿌리부분에 여기저기 둘러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마치 새로운 세계처럼 느껴졌다.

 

 

 "우리 론도들은 어머니의 가지를, 그리고 그 안에 있는 이것- 안드라페를 지키기 위해 태어났다."

 

 뜬금없는 말에 샤를롯테가 눈을 휘둥그레 떴으나 아리엘은 비장하게 말을 다시 이었다.

 

 

 "안드라페는 우리들의 신, 아델론이 세계의 모든 것들을 담아놓은 신물(Sacred gift). 타르달타의 손에 넘어가면 어떻게 악용될 지 모른다. 우린 이걸 지켜야만해!"

 

 "하지만, 저는-"

 

 "나와 안드라페의 힘을 빌어 잠깐 시공간을 비틀어볼 것이다. 네가 이것을 맡아 다른 곳으로 도망가야 한다!"

 

 

 무슨 말씀이세요? 샤를롯테가 아리엘의 손을 잡고 늘어졌지만 단호하게 뿌리쳐졌다. 계단쪽에서 다른 론도가 소리친다.

 

 

 "아리엘님! 이젠 더는 못 버텨요! 곧, 결계가 깨질 것 같아요!"

 

 잔뜩 금이 가 힘이 새고 있는 결계는 아리엘도 여실히 느끼고 있었다. 시간이 없었다.

 어려운 술식이지만 실패해서는 안된다. 두번의 기회는 없다!

 

 

 "알겠지? 반드시, 네가, 네가 지켜야만 한다! 론도인 네 손에 있어야해!"

 

 

 손에 쥐어진 작은 구슬이 아리엘의 손끝이 닿자 눈부신 빛이 터지듯 쏟아져 나왔다. 샤를롯테는 눈이 부셔 앞을 볼 수 없었지만 아리엘이 그녀를 어딘가에 밀쳐 넣었다. 발바닥에 닿는 이물감에 샤를롯테가 놀라 소리쳤지만, 아리엘은 끊임없이 당부의 말을 거듭 했다.

 

 쨍- 마지막 결계가 산산히 부서졌다. 이지없이 움직이는 검은 타르달타들이 들이닥쳤다.

 

 

 "이름도 없는 네가 마지막 론도가 되겠지. 그렇다면 네가 이것을 영원히 수호해야 할 것이다.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 알겠느냐?"

 

 

 차마 대답하기도 전에 틈새가 점점 닫히기 시작했고, 아리엘의 허망한 목소리가 귓가에 남았다.

 

 

 "이렇게 끝인가…"

 

 슬쩍 눈을 뜬 샤를롯테가, 시간과 공간의 틈사이로 마지막으로 본 것.

 

 

 타르달타에게 통채로 삼켜진. 아리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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