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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셀다 론도
작가 : 녹차양
작품등록일 : 2017.6.19

셀다 론도의 여왕은 왜 죽어야만 했는가.
천 년의 여왕과 지상 최후의 용 이야기.

 
3. 꽃이 지는 곳 (6)
작성일 : 17-06-19 10:48     조회 : 280     추천 : 0     분량 : 4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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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샤를롯테는 멍하니 창 밖을 바라보았다. 아직도 꿈인지 현실인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이 곳은 온통 무채색의 세상이어서 그녀는 순간 자신의 시력에 문제가 생긴 것인지 의심하기까지 했다. 모든 감각이 이질적으로 붕 떠 있었다.

 

 

 카타콤의 성은 모래와 폐허 속에서 우뚝 솟아 있었다. 마치 황폐해진 이샤숲처럼 그 어떤 생기도 찾아볼 수 없었다. 분명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잘 생각나지 않았다.

 

 

 혼란스러워하는 샤를롯테를 위해 하우드는 주변을 모두 물렸다. 조용히 서로 마주하는 눈빛 속에서 샤를롯테는 하우드의 붉은 눈동자를 홀릴 것만 같았다.

 

 "정말 여기가 카타콤이란 말이야?"

 

 "그래."

 

 흔쾌한 대답에 샤를롯테는 온갖 감정이 스쳐지나갔지만 애써 웃어보였다.

 

 네가 보고 싶었어. 그립지 않던 밤이 없었지. 내가 널 찾아다닌 것은 단지 우리만이 과거의 사람이었기 때문이 아니라, 단지 우리의 처지가 같았기 때문이 아니라, 내게 진실로 너의 품이 필요했기 때문이야. 난 그때나 지금이나 나약하기 그지 없어서 얕은 외로움에도 잠겨 죽을 것 같아. 인간은 사랑스러운 생명체이지만 너무 짧은 생을 살고 정을 주어도 금방 땅 속으로 묻혀버리지. 결국 내가 돌아갈 곳은 네 곁 뿐이었어. 나로인해 모든 것이 망가진 너이지만, 나는 또 널 찾게 된거야. 내가 영악하고 교활하고, 이기적이기 때문에.

 

 입 밖으로 차마 떨어지지 않는 말이었다.

 

 

 "내가 널 데리러 간다고 했었잖아."

 

 "…?"

 

 무슨 소리인가 싶었지만 하우드는 더 말하지 않고 가만히 웃었다. 그리곤 샤를롯테의 무릎 안쪽과 등에 손을 넣어 안아 올렸다. 순식간에 높아진 시야에 샤를롯테가 바둥거렸지만 그는 들은 척도 안하고 그대로 바깥으로 나갔다.

 

 

 

 건조한 바람에 흩날리는 모래가 뺨을 거칠게 스쳤다. 하우드는 손짓 한 번으로 주변에 결계를 쳐 모래바람을 막았지만 샤를롯테는 다른 놀라움에 말을 잊었다. 부옇게 일어난 연기같은 것이 처음엔 바람에 일어난 모래인 줄로만 알았는데 그 형체는 한둘이 아니었고 크기도 제각각 달랐다.

 

 "이 곳엔 아무것도 없어. 네가 좋아하는 꽃도, 나무도, 시냇물도, 햇빛도. 오갈 곳 없는 영혼들이 버려지는 쓰레기장같은 곳이지."

 

 신랄하게 내뱉는 말에 샤를롯테의 마음도 아파왔다. 하우드는 어두워지는 샤를롯테의 표정에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네 죄책감이야말로 가장 쓸 데가 없어. 원망받아야 한다면 그건 내가 될 거다. 난 용의 섭리에 대해 알고 있었고 그걸 말하면 네가 날 곁에 얽어둘 리 없다는 걸 알고 있었어."

 

 "하지만-"

 

 "샤샤, 네 급박했던 사정을 이용했던 것도 나였고 난 그 대가가 무엇인지 알면서도 널 선택한거야. 카타콤은 네게 가혹해보이지만, 역겨운 인간들이 판을 치는 지상보다 훨씬 낫지 않아?"

 

 

 은근히 흘러나오는 살기가 그의 진심을 내비추고 있었다. 샤를롯테는 하우드에 대한 전제가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닌가 싶었다. 설마, 아니겠지. 하우드는 줄곧 카타콤에 있었고 지상과는 차원 자체가 다른 곳이니- 지상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리 없었다. 이살롯인들의 전염병은 분명 십여년 전부터 시작된 것이었고 하우드가 카타콤으로 떨어진 것은 그 이전이라고. 분명.

 

 

 "하우드. 이살롯인들이 걸린 전염병… 네가 한 일이니?"

 

 하우드는 말없이 웃는 것으로 대답했다. 왜 아는 걸 물어보냐는 표정이었다. 샤를롯테는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이었다. 그런 그녀에게 하우드는 쐐기를 박았다.

 

 "네가 아꼈던 이샤숲이 그렇게 된 것도, 내가 한 짓이지."

 

 

 샤를롯테가 바라보는 시선엔 그녀가 알고 있던 하우드가 없었다. 자신이 아는 검은 용은, 인간을 꺼려했지만 결국 인간을 위해 분노할 줄 알고, 거짓말엔 서툴어 금방 티가 났고 가장 세상을 등진 것처럼 보였으나 가장 순수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았었다.

 

 

 "-왜? 어째서? 더는 이살롯에 분노할 일은 없을 거라고, 그랬잖아!"

 

 용의 분노는 그 때 끝났어야 했다. 이제 우리들의 시간은 현재를 살아야 한다. 과거의 원한은 헤일 이살롯의 대에서 끝나야 한다. 신화의 시대는 끝났다. 지금을 천 년 전의 논리로 살아서는 안 되었다. 그것이야말로 하우드가 두려워 했었던 '멈추어 있는 것' 즉 죽어있는 상태가 아닌가!

 

 샤를롯테가 옹골지게 말아 쥔 주먹으로 하우드의 가슴팍을 내리쳤다. 하우드는 화를 내는 샤를롯테를 그저 귀엽다는 듯 보고는 그녀를 안은 손에 더욱 힘을 주었다.

 

 "그래… 넌 절대 날 용서하지마라. "

 

 -하지만 더는 널 놓아주는 일도 없을 거야. 만족감에 젖은 용의 입꼬리가 호선을 그렸다.

 

 

 

 

 그 날부터 샤를롯테의 끈질긴 설득이 시작되었다. 하우드가 가는 길을 졸졸 따라다니며 무엇이 불만이냐며, 저주를 풀어주어야 한다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이야기했다. 그래, 그래 알았다며 대충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녀가 좋아하는 디저트를 입에 넣어주는 아기자기한 다툼이 계속 되었다. 샤를롯테는 정말로 지쳐했지만.

 

 

 오늘도 자신의 말을 전혀 들어주지 않는 하우드에 골이난 샤를롯테는 밖으로 뛰쳐 나왔다. 이젠 스스로에게 자신이 없었다. 굳건하게 버티는 하우드를 보니 자신의 생각이 잘못된 것인가 싶기도 했다.

 

 샤를롯테는 모래바닥에 쭈구려 앉아 모래를 쥐었다 놔버렸다를 반복했다. 의미없다. 하우드와 얘기할수록 그가 이 모래보다도 황량하고 거친 감정의 소유자라는 것을 체감하게 되었다. 무엇이 그를 그렇게 만들었을까? 헤일 이살롯은 아주 오래 전에 죽었다. 천 년 전의 일이었다. 하우드가 증오를 한다면 마땅히 그것은 헤일 이살롯이어야 했다.

 

 하우드는 왜 모든 인간을 끔찍하게 여기게 된 것일까. 대상 없는 복수는 영혼을 상하게 만든다. 복수심은 모든 감정을 불살라 버리기에 그곳엔 동정심도 자비도 존재하지 안는다. 스스로의 안식까지 태워버리는 감정이 결코 좋을 리 없었다. 샤를롯테가 염려하는 것은 오직 그뿐이었다.

 

 

 한참을 생각하고 있는 샤를롯테의 앞에 고양이 한 마리가 사뿐사뿐 다가왔다.

 

 "여기에 웬 고양이가…"

 

 이곳엔 어떤 생명도 살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고양이는 아주 잘 관리된 것처럼 뽀얀 털을 가지고 있었다. 신기한 마음에 고양이를 쓰다듬으려 가까이 갔다.

 

 

 "지금 이런 모습을 하고 있더라도, 네가 날 못 알아볼리 없다고 생각했는데. 영혼이 많이 상하긴 했나보네?"

 

 샤를롯테는 손을 멈칫했다. 고양이는 노란 눈을 번뜩이며 사람의 말을 하고 있었다. 샤를롯테를 아주 잘 아는 것처럼.

 

 "날, 알고 있어?"

 

 "그뿐이야? 너와 난 오랜 파트너였지! -지금은 아니지만."

 

 고양이는 점점 알 수 없는 말을 늘어놓았다.

 

 "내 이름이나 기억하고 있니? 안드라페, 창조주 아델론이 붙여준 이름이지."

 

 

 숨을 들이켰다. 아델론, 이 세계에서 그 이름을 아는 자가 있을 리 없으니 사칭하여 자신을 기만하려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무려 아델론에게 이름을 받았다니. 아델론의 세계에서 이름이 어떤 가치를 가지는 지 모른다면 함부로 꺼내지 못할 말이었다.

 

 게다가 그 이름이 안드라페라면. 자신이 한때 잃어버린 기억의 조각을 찾기 위해 애타게 찾았었던 그 이름이라면. 샤를롯테는 마치 사고가 정지하는 것 같았다.

 

 

 "나와 다시 계약하자. 난 원래 론도의 일족이 지켜야만 하잖아? 이 세계에 론도는 너뿐이란 말이야. 나와 계약하면 너는 내가 알고 있는 네 기억을 되찾게 될거야. 어때?"

 

 안드라페는 유연한 몸짓으로 샤를롯테의 어깨에 폴짝 뛰어 앉았다. 날카로운 발톱이 샤를롯테의 피부에 상처를 남겼지만 그녀는 복잡한 심경에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다.

 

 "네가, 원래 론도가 지켜야 하는 거란 말이야?"

 

 어리숙하게 묻는 샤를롯테에 안드라페의 입가가 찢어지게 올라갔다.

 

 "그것조차 모르다니! 네 숙명을 말이야! 당장 나와 계약을 하자. 그럼 너도 혼란스러울 필요 없이 모든 걸 되찾을 거야!"

 

 "원래 론도가 지켜야 하는 것이라면 왜 나와의 계약이 끊어진거지? 옛 파트너라니… 그럼 너는 지금 누구와 계약하고 있는거야?"

 

 

 흥분한 안드라페와는 달리 조곤조곤 캐묻는 샤를롯테에 안드라페는 혀를 내둘렀다. 순진하게 생겨서 조금만 꼬시면 바로 일이 해결될 줄 알았는데.

 

 "-하우드. 그 자식이 네가 봉인으로 잠에 빠졌을 때 너에게서 날 훔쳐갔다고! 용의 힘이 얼마나 강대한 지 알지? 난 어쩔 수 없이 강제로 계약하게 됐단 말이야. 근데 이젠 걸핏하면 나를 죽이려고 하니, 어쩌겠어?"

 

 아니, 하우드가 그럴 리 없었다. 안드라페가 무엇인지, 왜 지켜야 하는 지는 모르나 하우드는 사사로운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그는 지나치다 싶을만큼 물건에 대한 애착이 없었다. 그것이 값어치있는 것이라면 더더욱 묶여있는 것을 싫어해 차라리 버릴 위인이었다. 하우드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 해도 함께했던 시간만큼은 거짓이 없었다. 안드라페는 거짓을 말하고 있다. -하지만, 샤를롯테는 유혹에 빠질 수 밖에 없었다. 잃어버린 기억. 그것을 찾을 수만 있다면.

 

 그 날, 무슨 일이 있었는 지. 오셀롯이 왜 아무것도 기억하지 않는 편이 좋겠다고 한 것인지. 하우드가 왜 저렇게 변했는지. -모두 알 수 있으리라.

 

 

 "좋아. 나와 계약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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