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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셀다 론도
작가 : 녹차양
작품등록일 : 2017.6.19

셀다 론도의 여왕은 왜 죽어야만 했는가.
천 년의 여왕과 지상 최후의 용 이야기.

 
3. 꽃이 지는 곳 (3)
작성일 : 17-06-19 10:44     조회 : 270     추천 : 0     분량 : 4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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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샤숲으로 돌아가는 와중에도 샤를롯테는 단한마디 하지 않았다. 마음으로는 그도 무슨 사정이 있겠거니 이해해보려고 애를 써 봤지만 동시에 치밀어 오르는 원망에 혼란스러웠다. 입을 열면 또 날 선 소리를 할 것 같아 샤를롯테는 가만히 있는 쪽을 선택했다.

 

 

 라후아를 떠나는 일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아무렴 귀족이 용건이 있어 들렸는데 하룻밤만에 마음이 바뀌어 돌아가겠다는 얘기는 자신이 생각해도 몰이해적인 것이었다. 게다가 간밤에 아프다며 누워있던 사람이 그러겠다면 더더욱. 따라서 며칠 묵고 갈 것으로 예상한 영주 브레멘은 급작스레 떠나게 된 샤를롯테를 배웅해줄 수 없었고 로이트는 서둘러 짐을 싸는 버번과 에릭슨을 보며 의심쩍게 생각했다. 까마귀는 의사조차 부르지 못하는 곳에 더 있을 수 없다며 둘러댄 것 같았으나 로이트는 수긍하는 듯하면서도 의미모를 눈으로 훑어보았다. 당장 수색하고 싶다는 얼굴이었지만 어림도 없는 얘기였다.

 

 

 샤를롯테는 그런 그들의 시선까지 의식할 여유가 없었다. 얻을 것은 얻었으니 땅 끝이 정확히 어디를 가리키는 지 찾아봐야 했고 혹여라도 카타콤에 가는 길을 찾지 못했을 때를 대비해 극약을 준비하기로 마음먹었다. 독을 마신다고 죽지는 않겠지만 몸을 무리하면 무리할수록 회복력도 더뎌지니 그때 아주 잠시라도 심장이 멎으면 되지 않을까 싶었다. 까마귀나 오셀롯이 들으면 기함할 무리수였지만 샤를롯테는 간절했다.

 

 하우드가 제게 어떤 존재란 말인가. 적어도 '샤를롯테'라는 이름으로 살고 있는 이상 그를 떠나 있을 일은, 외면할 일은 절대 없었다. 그 날, 그의 곁에서 맞이하는 생의 끝을 생각했다.

 

 

 돌아가는 길은 너무도 멀게 느껴졌다.

 

 

 

 

 버번은 약해진 불씨에 장작을 새로 넣으며 샤를롯테를 돌아보았다. 요 며칠간 강행군이 이어졌는데도 조금도 지쳐 보이지 않는 모습이 경탄스러웠다. 신녀가 하루빨리 몬테로 돌아가겠다 말하고서 삼일 내리 달려왔다. 더는 말이 버티지 못할 것 같아 간만에 야영을 준비하는데 오래 마부석에 있었더니 허리며 어깨며 결리지 않은 곳이 없었다. 하지만 샤를롯테는 아무렇지도 않게 무릎을 끌어안고 조용히 화톳불을 응시하고 있었다. 보통의 레이디라면 진작에 땡깡을 피웠을 일이었는데 조금의 불평도 없었다.

 

 

 지난밤, 버번은 새벽 동이 틀 무렵 전서구를 받았다. 비둘기는 사뿐하게 마부석에 내려앉아 부리로 콕콕 에릭슨의 허벅지를 찔러댔다. 피곤에 절어 귀찮다는 듯 손을 휘휘 내저었지만 이내 비둘기 다리에 묶인 붉은 천을 보고 정신을 차렸다. 크라우스트성에서 긴급히 보내온 것이었는데 역시나 좋은 소식은 아니었다. 버번은 가뜩이나 무기력해보이는 신녀에게 이 소식을 알려도 될 지 간밤에 수십 번이나 고민을 했다.

 

 에밀 거트랑이 죽었다. 사실 면식도 없는 촌부의 죽음에 슬퍼할 이유는 없었고 그 소식은 버번에게 어떤 감흥도 주지 못했다. 그러나 그 여자는 신녀가 직접 데려와 치료도 하며 보살피던 사람이었기에 마음이 여린 신녀는 분명 슬퍼하리라.

 

 

 "무슨 할 말이라도 있느냐."

 

 이쪽을 흘끔흘끔 살피던 버번의 티나는 행동을 눈치 채지 못할 샤를롯테가 아니었다. 버번은 급작스러운 부름에 펄쩍 뛰며 손사래를 쳤다. 샤를롯테는 더 캐물을까하다 말았다. 다시 무릎에 파묻힌 샤를롯테의 얼굴을 보며 버번은 스스로 머리를 쥐어박고 자책했다. 완강하게 부정하려던 것은 아니었는데, 오히려 신녀가 먼저 물어봤다면 더없이 좋은 기회였는데… 바보 같았다.

 

 

 "어이, 무슨 일이야?"

 

 에릭슨이 새벽동안 쓸 땔감을 옆에 우르르 쏟아내며 물었다. 버번은 바로 옆에 신녀가 있기에 차마 입 밖으로 말할 순 없고 입모양으로만 웅얼거리며 온갖 울상을 지어보였다. 못 볼 꼴을 봤다는 듯 인상을 찌푸리던 에릭슨이 앗,하며 눈짓했다. 혹시 그거 얘기했어? 아니, 네가 말씀드려봐. 개소리하네. 말없이 투닥거리는 둘 가운데 까마귀가 슬쩍 나타나 버번의 허리춤 주머니를 낚아챘다.

 

 "엇! 탈리스경!"

 

 버번과 에릭슨이 급히 까마귀의 손에 들린 편지를 잡으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요란을 떠는 소리에 고개를 든 샤를롯테가 까마귀의 손에서 팔락이는 편지를 본 것이었다.

 

 "그게 뭐니?"

 

 "잠시만요. 음… 크라우스트성에서 온 거네요. 어디보자~"

 

 

 손바닥만한 종이쪼가리에 까마귀가 미간을 모으며 유심히 살폈다. 간만에 보는 고대어였다.

 

 

 "에밀, 거트랑이 자살을 했다는데요."

 

 "뭐?"

 

 느닷없는 소식에 샤를롯테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 편지를 빼앗아 읽어 내려갔다.

 

 〔 별관 에밀 거트랑 자살, 북쪽 첨탑에서 추락사. 〕

 

 

 

 

 가느다란 빗줄기를 뚫고 마차는 전속력으로 달렸다. 덜컹이는 마차 안에서 샤를롯테는 눈을 감았다. 마차 바퀴가 힘차게 굴러가는 소리, 진흙물이 말발굽에 진탕이 되는 소리, 날카로운 채찍질 소리가 선명하게 귀에 박혔다.

 

 

 처음으로 죽음을 알게 된 날도 이랬다. 부슬부슬 소리 없이 내리는 빗방울이 어깨를 적셨다. 이샤 사막에 비가 오던 날이었다. 몬테 일가의 손에 이끌려 내려온 천막촌에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었고 샤를롯테는 그들을 도와 나무를 키우고 싹을 틔우며 이슬을 받았다. 여느 때와 다름없었다. 그 날은 이 땅에 내려와 처음으로 비를 보았다.

 

 

 빗물을 받아야 한다며 기쁘게 소리 지르며 분주히 움직이는 사람들 가운데 작은 소녀가 조심히 무리를 빠져나가 홀로 어디론가 뛰어갔다. 그 아이를 뒤따라 간 것은 충동적인 일이었다. 신발에 들러붙는 젖은 모래를 대충 털고 넘은 언덕 아래엔- 수백여구의 시체가 즐비하게 늘어져 있었다. 그때는 그것이 무엇인 지도 모른 채 사람들이 전부 누워있는 모습이 이상하여 가까이 다가갔다. 아이는 몇 번이나 왔었다는 듯 능숙하게 한 시체를 찾아내 울고 있었다. 아픈 사람들을 모아놓은 곳인가 싶어 괜찮냐며 어눌하게 물어보았으나 대답이 없었다. 역겨운 냄새가 무엇을 뜻하는 지도 모르고 뼈만 남은 어깨를 흔들어보자- 눈이 텅 빈 해골이 그녀 쪽으로 고개를 툭 떨어뜨렸다. 놀라 말을 잃은 그녀의 옆에서, 작은 소녀는 어머니로 추정되는 시체를 끌어안으며 비가 온다고, 많이 마시라며 시체의 입가를 벌리고 있었다.

 

 

 엄청난 양의 시체의 산에 샤를롯테가 할 수 있는 일은 무덤을 만들어 달래주는 것뿐이었다. 무덤가엔 영혼을 달래기 위한 자작나무 묘목을 심어주고 화관을 만들어 걸어주었다. 그렇게 이샤숲은 자작나무로 가득차게 되었다.

 

 그 소녀는 고맙다며 고사리 같은 손에 움켜쥐고 있었던 산딸기 세 개를 샤를롯테에게 주었다. 그 달짝지근하고 새콤한 맛을 기억한다. 그리고 그 소녀는 한 달 뒤 어미의 무덤 옆에서 웅크린 모습으로 발견되었다. 반쯤 썩은 그 아이의 손엔 말라비틀어진 화관의 줄기 몇 가닥만 남아있었다. 노비출신의 아이에게 신경 써 준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아이는 무리에게 치이고 소외되다 결국 따스했던 품으로 돌아간 것이다.

 

 

 샤를롯테는 직감했다. 더는 이 아이를 만날 수 없겠구나. 이름을 불러도 그 주인은 없으며, 이름에 맺힌 향기는 시간이 지날수록 옅어져 결국 흔적조차 남지 않겠지. 같은 하늘 아래 같은 시간을 보낼 수도 없고, 추억을 만들 수도 없고, 한가한 농담조차 나눌 수 없는. 그렇게 시간이 흘러 결국 아무것도 아니게 되는 것, 그런 것이구나.

 

 

 에밀, 그 이름도 그렇게 잊혀지는 것일까?

 

 *

 

 

 "신녀님!"

 

 육중한 크라우스트 성문이 열리자 안쪽으로 일렬로 줄지어 마중 나온 사제와 기사들이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그들을 가로지르며 대강 인사를 받던 샤를롯테는 가장 마지막 빈자리를 보았다.

 

 "오셀롯은 콕스하펜에서 아직이냐."

 

 "예, 급하신 사안이라 좀 더 걸리실 것 같습니다."

 

 옆에 있던 기사가 한쪽 무릎을 꿇으면 대답했다. 샤를롯테는 알았다며 집무실로 향했다. 까마귀에게 호명된 사제 엘러트와 샤런이 그 뒤를 따랐다.

 

 

 집무실은 마치 방금까지 사람이 있었던 것처럼 말끔하게 관리되어 있었다. 창틀에 내려앉은 먼지도 없었고 벽난로에는 새로운 장작에 불이 타오르고 있었다. 책상 위의 잉크도 새것으로 갈아치워진 상태였다. 슬쩍 보아도 소홀함이 없어 사제들이 저 없는 동안 직무를 유기한 것은 아닌 것 같았다.

 

 망토를 끄르며 뒤를 돌아보니 샤런의 안색이 지나치게 창백하여 덜덜 떨고 있었다.

 

 "에밀이 죽었다고 들었다."

 

 나직하게 떨어지는 샤를롯테의 말에 엘러트도 푹 고개를 숙였다.

 

 "면목이 없습니다."

 

 관록이 있어 보이는 수석 사제의 얼굴을 못 본 사이에 주름이 더 는 것 같았다. 샤를롯테는 사제들을 탓할 마음이 없었다. 다만 혹여라도 그들의 불찰로 일이 벌어진 것이라면 직접 말할 기회를 주려던 것이었다. 하지만 정말 송구하다는 표정들을 보니 에밀의 죽음은 정말 사고인 것 같았다.

 

 "에밀은 어디에 있지?"

 

 "별관에 있습니다. 아무래도 묻는 것은 신녀님께서 확인하신 후에 해도 늦지 않을 것 같다 여겨서요."

 

 샤를롯테는 곧바로 별관으로 향했다. 평소라면 한 번씩 멈추었을 법한 정원에 눈길하나 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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