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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셀다 론도
작가 : 녹차양
작품등록일 : 2017.6.19

셀다 론도의 여왕은 왜 죽어야만 했는가.
천 년의 여왕과 지상 최후의 용 이야기.

 
3. 꽃이 지는 곳 (2)
작성일 : 17-06-19 10:44     조회 : 281     추천 : 0     분량 : 36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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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이리 비루먹은 개처럼 안절부절 못하나 했더니, 그 몸도 이제 한계인가보군 그래."

 

 까마귀는 침묵했다. 샤를롯테가 지상에 머물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자신의 몸뚱이도 버틸 수 있는 데에 한계가 온다. 이 육신 속의 탈리스를 죽여 자신이 온전히 지배를 하던지, 자신이 이 육신을 벗어나 카타콤으로 돌아가던지. 선택은 둘 뿐이었다. 하지만 탈리스의 몸을 가지기엔 탈리스라는 작자가 지상에서 가지는 사회적 지위는 무시하기 힘들었고 고작 광대출신이었던 까마귀로서는 감당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다면 남은 선택지는 샤를롯테를 하루빨리 카타콤으로 보내 자신도 이 육신에서 빠져나가는 일. 이런 중차대한 고민들을 하우드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당연하게도.

 

 

 "안드라페는… 두고 오셨습니까? 보이지 않네요."

 

 

 결국 화제를 돌리기 위해 말을 꺼냈지만 역시나 하우드의 심기만 불편하게 만들 뿐 본전도 찾지 못했다. 주제가 완전히 나빴음을 알아챘을 때는 이미 늦었다. 하우드의 붉은 눈과 시선이 마주치자 머리가 깨어질 듯 아파왔다. 자주 겪어왔던 것이지만 적응할 수 없는 고통이었다. 정신을 헤집는 것은 용의 특기였다. 인간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이 낳은 습관이기도 했다. 그것은 샤를롯테의 충실한 신하였던 잭 오즈에게도 예외일 수 없었다.

 

 

 "어딘가에 처박혀 있겠지."

 

 까마귀에게서 별다른 역심을 찾지 못한 하우드는 무미건조하게 답했다. 그러다 점점 반투명해지는 자신의 손을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가야할 때가 왔다.

 

 

 "날이 밝으면 샤를롯테를 다시 이샤로 데려가라. 때가 되면 뱀을 보낼 테니 연동진을 발동시키고."

 

 하우드는 까마귀에게 마지막 언질을 주고는 바람 한 줌만 남기고 자취를 감추었다. 그가 앉았던 빈자리엔 잔뜩 주름진 이불이 온기와 흔적을 간직한 채였다.

 

 

 

 

 샤를롯테가 정신을 차린 것은 한밤중이었다. 옆 의자에 기대 꾸벅꾸벅 졸던 까마귀는 이불 바스락거리는 소리에 깜짝 깨었다. 멍한 표정으로 기운 없어 보이는 샤를롯테에 그도 마음이 착잡해졌다. 늘 그랬듯 오두방정을 떨며 기분을 풀게 하고 싶었지만 그 역시 심신이 피로한 상태였다. 정신이 헤집어진 후유증은 한동안 이어질 예정이었고 짓밟힌 왼손은 두 손가락의 뼈가 부러진 상태여서 퉁퉁 부었다.

 

 

 "샤를롯테님, 상태를 보아하니 거기서 무언가 찾으신 것 같은데… 내일 바로 크라우스트성으로 출발하죠. 좀 쉬셔야 할 것 같아 보여요."

 

 샤를롯테는 걱정 어린 표정으로 가까이 다가앉는 까마귀를 보며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머릿속이 엉망진창이다. 카타콤으로 가는 방법, 혹은 자신이 죽어야 하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파사딜조차 모르던 것을 어디에서 찾는단 말인가.

 

 샤를롯테는 자신이 알고 있는 여러 죽는 방법에 대해 한참을 고민하다 머리를 가로저었다. 인간이 죽는 방법이 자신에게 통할 리가 없었다. 바보 같은 생각이었다며 자책하던 샤를롯테는 문득 용과의 대화를 되짚어보았다. '알려줄 수 있는 것은 그뿐'. 그렇게 말했었지. 그 당시엔 하우드를 영영 만나지 못할 수 있다는 두려움에 생각지도 못했는데, 혹시 방법이 있지만 말할 수 없었던 무언가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 세계의 힘이 닿지 않는, 아주 먼 땅속으로 추방당한다는 것이다. 」

 

 

 "아주 먼 땅속."

 

 세계의 힘이 닿지 않는 곳, 아주 먼 땅속에 있는 곳이라고, 분명 파사딜이 그랬었다. 영원히 죽는 자들이 가는 곳… 영원히 죽는? 샤를롯테는 묘한 어감에 멈칫했다.

 

 

 "무슨 고민 있으세요?"

 

 무언가 골똘히 고민하는 모습에 까마귀가 한쪽 턱을 괴며 관심을 보였다.

 

 "말해도, 넌 절대 대답해주지 않을 거잖니?"

 

 샤를롯테가 미심쩍은 표정으로 쳐다보았으나 까마귀는 태연하게 '혹시 모르죠.'라며 어깨를 으쓱였다. 그 말에 샤를롯테는 다시 한 번 믿는 셈치고 운을 뗐다.

 

 

 "…그럼 혹시 영원히 죽는다는 것이 무슨 뜻인 줄 아느냐?"

 

 "다시는 살아갈 수 없는 상태를, 그렇게 말하기도 한다고 들었습니다."

 

 의외로 까마귀는 흔쾌히 말했다. 샤를롯테는 더 미궁에 빠지는 말장난에 다시 까마귀를 재촉했다.

 

 "다시는 살아갈 수 없다니? 무슨 말이 그렇더냐? 좀 자세히 말해보렴."

 

 안달 내는 샤를롯테의 모습이 신기해서 좀 더 장난을 치려던 까마귀는 이내 마음을 접고 진중하게 말했다. 어딘가 용이 눈을 심어놨을지 모를 일이었다. 예를 들면 뱀이라던가.

 

 

 "인간은 육신과 영혼이 분리된 자들이죠. 그래서 육신은 죽어 없어져도 영혼은 다시 새 육신을 얻어 세상에 나오게 됩니다. 하지만 간혹 가다 이상한 자들이 있죠. 가령-"

 

 문득, 알렝지아 부인이 말해주었던 환생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그때는 단지 민간신앙 혹은 속설로 치부했었는데 아주 틀린 것은 아닌가 싶었다.

 

 

 "가령?"

 

 "영혼마저 죽어있는 상태인 것들이요. 더는 회생 불가능한 그 영혼은 땅 끝으로 폐기 처분됩니다. 그 상태를 '영원히 죽는다'라고 말하더군요."

 

 샤를롯테는 불안한 마음에 저도 모르게 입술을 짓씹었다. 설마 하우드도 영혼이 죽은 상태인 것은 아니겠지. 죽은 영혼이 정확히 어떤 것을 말하는지는 모르겠으나 유쾌한 상태가 아닌 것만은 분명했다.

 

 

 "땅 끝이라면, 어디를 말하는 거니?"

 

 오랜만에 꼬박꼬박 대답해주는 까마귀를 너그럽게 달래어 보는데 역시나 그는 이 질문에 또 입을 다물었다. 애절한 샤를롯테의 눈망울을 마주할 자신이 없던 까마귀는 시선을 회피했다.

 

 "대체 왜 그 입을 다무는지 모르겠구나!"

 

 결국 답답한 마음에 샤를롯테의 언성이 높아진 그 때, 똑똑 노크 소리가 들렸다. 한밤중에 누가 침실을 드나드는 것인가 싶어 샤를롯테가 까마귀에게 눈짓을 했다. 까마귀는 서둘러 캐노피의 천을 내려 샤를롯테의 모습을 가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까마귀가 문을 열자 로이트가 면구스럽다는 얼굴로 은쟁반을 들고 있었다. 등 뒤로 복도의 시꺼먼 어둠이 서물서물 다가오고 있었다.

 

 "아실만한 분께서 야심한 시각에 레이디의 방문을 두드리십니까."

 

 "사실 린다를 통해 보내드리려 했습니다만, 일찍 잠에 들었는지 도통 대답이 없어서요. 무례라는 것을 알지만 영애께서 아프시다는데 가만히 있을 수도 없지 않습니까. 가능하면 의사라도 불러야 도리에 맞겠지만… 이런 변방의 영지까지 와주는 의사가 없어서요."

 

 린다의 얘기가 나오자 까마귀는 코웃음 쳤다. 일찍 잠들기는. 샤를롯테를 보기 싫어하던 모습을 떠올리니 핑계 대는 것도 가지가지구나 싶었다. 로이트가 들고 있던 쟁반과 물수건을 받아든 까마귀는 휘휘 손짓으로 축객령을 내렸다. 은근한 불만의 표시였다. 로이트가 재차 죄송하다며 짧게 목례하고 뒤돌아서자 까마귀는 서둘러 다시 붙잡았다.

 

 "잠깐."

 

 "예?"

 

 "샤, 아니 류드밀라님께서 내일 바로 떠나실 것이니 그리 알고 계십시오."

 

 오늘 막 온 영애가 날이 밝자마자 떠난다는 말에 로이트가 이해할 수 없어 되물었지만 까마귀는 방문을 닫았다. '아프신 분께서 떠나신다니요?' 방문 너머로 로이트의 외침이 들려왔지만 문이 다시 열리는 일은 없었다.

 

 까마귀는 물수건을 앞뒤로 살펴보고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을 알자 차곡차곡 접어 샤를롯테의 이마를 훔쳐주었다. 화가 난 듯 샤를롯테가 신경질적으로 수건을 낚아채 얼굴을 대강 훔치고는 그대로 까마귀의 얼굴에 집어 던졌다. 샤를롯테의 말없는 분노에 까마귀는 조용히 방을 나섰다.

 

 그녀가 얼마나 원망하고 있는지 모를 리 없다. 처음부터 자신이 용의 안위가 무사함을 알리고 어디에 있는 지 알려줬다면, 샤를롯테는 이렇게 수고스러울 필요가 없었다. 까마귀는 뱀과 달리 완전한 샤를롯테의 사람이었기에 가능하다면 그녀의 고민을 해결해주고 싶었다. -이름이, 영혼이 묶여있지만 않았다면. 용의 추악한 속내까지 다 말해주었을 텐데.

 

 금세 식은 물수건을 우악스레 쥔 손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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