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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셀다 론도
작가 : 녹차양
작품등록일 : 2017.6.19

셀다 론도의 여왕은 왜 죽어야만 했는가.
천 년의 여왕과 지상 최후의 용 이야기.

 
3. 꽃이 지는 곳
작성일 : 17-06-19 10:43     조회 : 253     추천 : 0     분량 : 4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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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그곳에 찾아가리. 내 순결한 사랑과 추억이 있는 그곳에 가리.

 이사야의 눈물이 흐르고 몬트리올의 왕관이 드높은 곳.

 부드러운 모래바람이 날리면 자작나무 숲에서 새가 날아오르네.

 지금은 없는 곳, 그곳, 꽃이 지는 곳.

 

  - 몬테 고대 민요 <셀디아의 노래> 中

 

 

 

 3. 꽃이 지는 곳

 

 

 

 눈을 떠 보니 해수면이었다. 그새 시간이 꽤 흐른 것인지 주홍빛 노을이 금가루처럼 바다에 부서지듯 쏟아졌고 거세진 바람에 파도가 더욱 일렁였다. 샤를롯테는 물 먹은 솜처럼 늘어진 몸을 주체하지 못하고 그대로 누워 있었다. 또다시 비죽 눈물이 새어나온다. 한번 두 번 눈물을 닦아내도 멈추지 않았다. 결국 샤를롯테는 울컥하며 터지는 감정에 그대로 소리 내 울었다. 자꾸만 되풀이되는 그 때의 기억이 샤를롯테를 괴롭혔다.

 

 

 하우드는 무언가에 얽매이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었다. 오로지 자신의 의지로 행동하는 것을 즐겨, 샤를롯테는 그 자유분방한 성격에 차마 늘 곁에 있어달라고 말할 수 없었다. 그래도 하우드는 그런 샤를롯테의 마음을 아는 것인지 자주 찾아와 성에 며칠씩 묵어가고는 했다. 나중에야 알았지만, 하우드는 인간을 정말로 싫어해서 성에 발을 들이는 것도 꺼려했다. 하우드에게 미움 사고 싶지 않았던 나는, 아무것도 요구할 수 없었다. 늘 바라보던 것은 자신이었다.

 

 

 이살롯의 기습으로 모든 셀다인이 무장을 하게 되었다. 지리에 밝은 셀다인도 자칫하면 길을 잃기 쉬운 우거진 이샤숲을 끼고 적군을 맞이하였다. 엘드리치의 선봉대가 정면에서 이살롯군과 대치하였고 부관 로엔은 조이군(釣餌軍;미끼 역할을 하는 부대)으로 후방 보급로를 교란하기로 작전을 짰다. 숱하게 피를 뿌려도 서로가 서로를 죽이는 일은 끝나지 않았다. 로엔이 치명상을 입어 더는 임무를 수행할 수 없게 되자, 하염없이 울며 그 상처를 치료하던 내게 하우드가 다가왔다.

 

 「 내가 이 인간들을 돕는다면, 네 마음이 좀 놓일까? 」

 

 손 하나도 절실하던 때였기에 다른 생각할 틈도 없이 하우드를 붙잡았다. 도와줘, 지금 이 시간에도 셀다의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어. 병사는 턱없이 부족하고 셀다의 땅덩이는 이살롯에 비할 바 없이 좁으니 전선이 무너지면 바로 크라우스트성으로 밀려들 거야. 네가 필요해…… 하우드의 고뇌는 조금도 생각할 수 없었다. 그때는 이미 모든 것이 공포와 두려움에 잠식되어 있었기에.

 

 

 「 난 오롯하게 너를 위해 움직인다는 걸 잊지 마, 샤샤. 」

 

 그 말의 의미도 모른 채 고개를 끄덕였다. 하우드는 그길로 곧장 로엔이 이끌던 정예부대를 맡아 전장에 나섰다. 인간들이 무시하던 용이었지만 그 힘의 우위는 확실했고, 불리하게 돌아가던 전황도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했다. -이살롯의 붉은 머리 장군이 하우드의 부하들을 잡아 산채로 불태우지만 않았더라면. 그렇게도 인간을 싫어하던 하우드가 처음으로 정을 주게 된 인간들이었다. 생사고락을 함께 하던 전우이니 정이 안 들 리가 없었다. 그 날, 붉은 머리 장군의 머리를 자르고 귀환한 하우드는 푸른 안광이 서늘했고 조용히 흐르는 눈물이 더없이 안타까웠다. 갑주에 온통 피칠갑을 하고 온 하우드를 본 백성들이 기겁을 하고 물러섰으며 신하들은 하우드가 내던진 머리를 보며 도망쳤다.

 

 우는 하우드의 곁엔 자신밖에 없었다. 그리고 해줄 수 있는 것이라곤 같이 슬퍼하며 위로하는 것밖에 없었다. 자신을 위해 모든 것을 해주었던 그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는 사실이 스스로를 자괴감과 한탄에 빠지게 했다.

 

 그 날, 하우드는 내 앞에 무릎을 꿇었다. 별이 쏟아질 듯 반짝였는데 저 멀리서 비명소리가 들리는 듯 했던, 괴이한 날이었다. 손에 쥐어진 검이 불안하게 흔들렸다.

 

 

 「 위대한 용, 하우드. 당신은 내 영혼의 한 줌을 가져가니 그 대가로 영원히 기사로 남을 것이오, 이 검 끝이 언제나 정의롭게 내 이름을 드높일 것을 약속하세요. 」

 

 하우드의 어깨에 댄 검은 덜덜 떨렸지만 하우드의 붉은 눈동자는 더없이 기쁘다는 듯이 휘어져 웃고 있었다.

 

 

 「 나의 혼과 영체를 아울러 맹세한다. 샤를롯테, 그대의 기사가 되겠다. 」

 

 

 조촐하게 이루어졌던 기사 서임식의 형식적인 말은 가벼웠지만 그것을 약속하는 용의 맹약은 무거웠다. 그 말의 무게를 어렷품이 짐작하게 된 것은 마지막으로 눈을 감기 전, 내 손등에 키스를 하며 결연한 의지로 자리를 지켰던 하우드를 보면서였다.

 

 「 샤샤, 네가 오랜 잠을 자는 동안 아무도 널 건드릴 수 없게 이 자리에서 널 지킬 것이다. 넌 내가 복수에 불타 사람들을 학살할까 두려워하지만, 이미 이살롯은 대가를 치렀으니 더는 이살롯에 분노하지 않을 것이다. 걱정하지마… 네가 눈을 떴을 때, 지금처럼 내가 옆에 있어줄게. 」

 

 걱정하지마…… 아득한 의식 너머로 낮은 목소리가 맴돌았다.

 

 

 

 

 

 까마귀는 파도에 밀려 점점 가까워지는 샤를롯테의 인영에 기겁을 했다. 샤를롯테는 혼절한 것인지 축 늘어져 있어 까마귀는 무슨 변고가 있었던 것은 아닌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서둘러 샤를롯테를 안아 성으로 향했다. 바람도 점점 거세지고 파도의 소리가 심상치 않았다.

 

 

 "체통도 없이 그리 쏘다니더니, 병에 걸린 건 아니겠죠?"

 

 까마귀는 문가에 서서 비아냥거리는 린다를 흘긋 돌아보았다. 처음부터 그리 호의적인 모습은 아니었지만 샤를롯테가 맥을 못 춘다고 신분도 잊고 방종하게 구는 꼴이 우스웠다.

 

 "라후아의 열악한 사정을 보시고 충격이 크신가 봅니다. 몬테는 이렇지 않거든요."

 

 모든 책임을 라후아에 돌리자 린다는 신경질적으로 부채를 펴 입가를 가렸다.

 

 "이곳 사정이 나쁜 것을 알면서도 희희낙락대며 놀러 오는 쪽이 이상한 게 아닌가요? 저희는 할 도리를 다 하였으니 책임이나 묻지 마시지요."

 

 무시로 일관하는 까마귀에 토라지듯 나가는 린다의 얼굴은 열등감에 잔뜩 뒤틀려 있었다. 누구는 병에 걸릴까 전전긍긍하며 지내는데 그 값비싼 옷감의 드레스며 장신구며 잔뜩 치장하고 온 후작가의 영애가 마음에 들 리 없었다. 잔뜩 낡아 보풀이 일어난 치마를 움켜쥐었다. 수치스러웠다.

 

 

 까마귀는 한적해진 샤를롯테의 침실에서 연신 한숨만 푹푹 내쉬었다. 샤를롯테는 악몽을 꾸는 것인지 의식이 없는 와중에도 자꾸 눈물을 흘렸고 베개가 벌써 흥건해졌다. 라후아의 성은 사람이 없는 것인지 하녀나 하인이 코빼기도 비추지 않아 까마귀는 베개를 뒤집어주며 마른세수를 했다. 그 때였다. 차갑게 식은 촛대와 벽난로에 불꽃이 튀더니 화르르 불이 붙었다. 순식간에 밝아진 방 안에 까마귀가 식은땀을 흘렸다. 이 기운은 분명,

 

 "샤를롯테를 잘 모시는 것이 네 임무였을 텐데?"

 

 붉은 눈이 까마귀를 내려다보았다. 하우드였다. 까마귀는 그 보이지 않는 노여움에 엎드려 잘못을 빌었다.

 

 

 "송구합니다. 전부 제 불찰입니다."

 

 차가운 돌바닥의 한기가 올라와 손을 움찔거리자 하우드는 자비 없이 그 손을 짓밟았다. 인간의 육신인지라 손은 금세 까져 피가 맺혔다.

 

 

 "알면서도 그랬군."

 

 메마른 웃음이 낮게 울리자 까마귀는 섬뜩한 기분에 눈을 질끈 감았다.

 

 

 "가여운 샤샤… 늘 볼 때마다 우는구나."

 

 까마귀는 슬며시 게슴츠레 눈을 떴다. 평소 같았으면 목이 졸리거나 거꾸로 매달렸을 텐데 아무런 체벌이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하우드는 샤를롯테가 누운 침대에 걸터앉아 조용히 뺨을 쓰다듬고 있었다. 그 무자비한 용은 더없이 사랑스럽다는 얼굴로 웃고 있었다. 타닥타닥, 조용히 타오르는 벽난로의 아늑함이 오묘하게 어울리고 있었다.

 

 

 "하우드님을 찾는다고 무리하고 계시는데… 이렇게 모른 척 하고 있는 것도 이제 한계 아닐까요? 샤를롯테님이 아시면-"

 

 까마귀는 뼈가 부러져 퉁퉁 부운 손을 부여잡고 용의 눈치를 살폈다. 하우드는 식은땀에 엉겨 붙은 샤를롯테의 잔머리카락을 하나씩 정리해주며 무시로 일관했다. 까마귀따위에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실로 오랜만에 잡아보는 손이 아닌가. 꿈을 통해서만 보던 얼굴이 아니던가. 천 년의 세월을 넘어 아주 오래 기다려 왔었다. 넘쳐 오르는 감정에 하우드는 어쩔 줄 몰랐다.

 

 창백한 얼굴은 조금 야위었지만 변한 것이 없었고 앙증맞은 입술은 붉었다. 이 금빛 속눈썹 안엔 바다보다도 푸른 눈동자가 숨어 있겠지. 향기로운 목소리로 그를 불러준다면 더없이 좋으련만. 하우드는 환희처럼 번져오는 해후의 여운에 잠겨 있었다. 샤를롯테를 다정하게 바라보는 붉은 눈동자에는 검은 집념이 도사리고 있었다.

 

 

 "결계는, 아직도 멀었습니까?"

 

 "잭 오즈-"

 

 눈치 없이 재차 입을 여는 까마귀에 하우드가 시끄럽다는 듯 낮게 일갈했다. 단 한마디였지만 까마귀는 옴짝달싹할 수 없었다. 한동안 용의 곁을 떠나 있었더니 그새 용의 난폭함을 잊은 것 같았다. 스스로의 멍청함에 까마귀는 고개를 떨구었다.

 

 

 "점점 주제 넘는군. 네가 할 일은 참견이 아니지 않나?"

 

 "…맞습니다."

 

 

 늘 야단스레 촐싹대던 까마귀가 잔뜩 기가 죽은 모습은 샤를롯테가 알면 놀랄 법도 했지만 안타깝게도 그녀는 일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까마귀는 빨리 이 시간이 지나가길 간절히 빌고 있었다. 용의 저 기세를 받아내기란 보통 일이 아니었기에.

 

 하우드 역시 샤를롯테를 고생시킬 마음은 없었다. 꿈에서 그렇게나 찾을 필요가 없다고 을렀는데 이 깜찍한 아가씨는 정말 그것을 꿈으로 여긴 것이 문제였다. 그렇게 자신을 걱정하고 자신에게 원망 받을까 겁에 질려하는 모습이 점점 사랑스러웠고 기어이 찾아 나서겠다며 파사딜의 권역까지 발을 디뎠을 때는 알 수 없는 만족감과 충족감에 그녀를 말릴 생각조차 잊었다. 사랑스럽지 않을 리가 없었다. 원래의 그녀라면- 이렇게까지 자신에게 매달리지 않았을 테니까. 원래의, 그녀라면!

 

 갈 곳 없는 분노가 공연히 까마귀를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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