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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셀다 론도
작가 : 녹차양
작품등록일 : 2017.6.19

셀다 론도의 여왕은 왜 죽어야만 했는가.
천 년의 여왕과 지상 최후의 용 이야기.

 
2. 죽음과 용의 세계 (12)
작성일 : 17-06-19 10:40     조회 : 269     추천 : 0     분량 : 39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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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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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주 먼 옛날, 강대한 이살롯은 주변의 소국을 정벌하고 집어 삼키며 지금의 광활한 영토를 만들었다. 라후아 역시 조용히 역사 속에 스러졌던 망국의 잔흔이었다.

 

 언제나 물이 부족하고 파도마저 잔잔한 바다에선 물고기조차 충분하지 않으니 라후아의 사람들은 물이 별로 필요하지 않은 나무를 길러 과수원을 하였다. 그렇게 해풍을 맞아 자란 붉은 과실, 베루는 그 향기가 남다르고 과육이 부드러워 이살롯의 귀족들이라면 누구나 좋아하게 되었고 라후아 사람들의 살림도 나아지나 싶었다. 바다신의 변덕이 있기 전에는.

 

 

 "질트로부터 서신을 받았습니다. 누추하지만 라후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영애. 저는 라후아의 영주, 브레멘 루터 라훌입니다. 애들아, 영애께 인사 올리거라. "

 

 덥수룩한 수염이 인상적인 영주가 성 밖까지 마중 나와 반갑게 인사를 했다. 그의 뒤로는 장성한 청년과 아직 앳된 소녀가 고개를 숙였다.

 

 "장남 로이트 루터 라훌입니다. 류드밀라 영애에 대해 많은 이야기 전해 들었습니다.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 기쁘군요."

 

 "전 장녀 린다 루터 라훌이라 합니다."

 

 샤를롯테와 시선이 마주친 세 사람은 서로 엇갈린 반응이었는데 브레멘은 아닌 척 헛기침하며 수염을 쓰다듬었고 로이트는 쑥스러움에 시선을 피했으며 린다는 표독스럽게 쳐다보았다. 샤를롯테는 그들 역시 저주에 걸린 상태임을 알아차렸으나 별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머무실 곳이며 라후아의 안내는 로이트와 린다가 해줄 것입니다. 지금 영지의 상황이 좋지 않아서… 직접 안내해드려야 하는데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성의 가장 큰 홀에 들어서자 관리되지 않아 먼지가 쌓이고 거미줄이 앉은 내부가 눈에 들어왔다. 재해가 계속 되었다니 성을 관리할 틈도 없이 바빴나 싶어 샤를롯테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해합니다. 저도 볼 일이 따로 있으니 크게 염려하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그럼 전 이만, 린다! 영애를 부족함 없이 모셔야 한다!"

 

 브레멘은 호위 기사 하나 없이 급히 말에 올랐다. 성에 하녀나 하인이 없는 것인지 로이트가 직접 샤를롯테의 짐을 옮기고 있었다. 샤를롯테는 그 황망함에 자신의 옷가방을 들어 올렸다. 린다는 부친이 사라지자 아예 체면은 필요 없다는 듯 휙 고개를 돌려 어디론가 가버렸다.

 

 

 "영애가 머무실 곳은 이쪽입니다."

 

 머쓱한 표정으로 안내하는 로이트를 따라 2층으로 올라가니 바로 침실이 나왔다. 내부는 소박하기 그지없었으나 샤를롯테는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찾을 것만 찾으면 바로 돌아갈 것이고 자신보다는 기사들이 편하다면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로이트는 손님에게 내어 줄 방이 이것뿐이라는 데 수치를 느끼고 있었다.

 

 

 

 창문을 활짝 여니 바다가 한 눈에 들어왔다. 샤를롯테는 저도 모르게 들떠 눈을 반짝였다. 물로 가득 찬 땅이라더니 거짓이 아니었다. 파도 소리가 귀를 씻어주는 듯 했고 처음 보는 새들이 끼룩거리는 것도 마냥 신기했다.

 

 "보시다시피 계속되는 해수의 침범으로 저쪽 민가는 아예 수장이 되었습니다."

 

 로이트는 샤를롯테가 관심을 보이자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손가락 끝에는 파도가 철썩이는 해안가였다.

 

 "원래 해안선은 저쪽, 보이십니까? 저기였습니다. 그런데 점점 바다가 넘쳐오더니 라후아가 자랑하던 자갈해변도 집어삼키고 3구역까지 밀고 들어오더군요. 간혹 파도가 크게 이는 날에는 바로 성 밑까지 물이 차기도 합니다."

 

 샤를롯테는 그제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실감했다. 질트에서 보았던 노인이 왜 도망쳐 왔는지 알 것 같았다. 라후아는 영지가 작은 편에 속했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살 수 있었던 것은 베루라는 비싼 과일을 재배하기 때문이었는데, 영지의 절반가량이 바닷물에 잠긴 상태였다. 만약 이 성도 해안절벽 위에 세워진 것이 아니었다면 진작에 물에 잠겼으리라.

 

 

 "이런 곳에 어찌 오셨는지 모르겠으나… 가능하면 빨리 돌아가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전염병도 들끓고 있고, 아무래도 영애께서 오래 머물기에 좋은 곳은 아니니까요."

 

 

 동감하는 바였다. 자신이 이곳에 오래 있을수록 신경이 안 쓰일 수 없겠지. 재정상황도 좋아 보이지 않는데 군식구가 늘어난 것과 다름없으니까. 느긋하게 바다 구경이나 할 시간은 없어 보였다.

 

 

 

 

 

 샤를롯테는 까마귀만을 대동하고서 민가로 내려갔다. 마차에서 스쳐지나가듯 보았던 것과는 매우 다른 광경이었다. 이미 저주가 깊어진 것으로 보이는 사람은 실성하여 진흙을 퍼 먹고 있었다. 그 옆에도 허공을 보며 중얼거리는 사람이 있었고 다른 한 명은 무너진 집의 잔해를 치우려는 듯 연신 삽질을 했다.

 

 

 "파도가 여기까지 온 적이 있나봐요. 저쪽까지 집이 거의 부서졌네."

 

 

 시종일관 묘한 표정이던 까마귀가 의미 모를 감탄사를 내뱉었다. 그 모습을 가만히 보던 샤를롯테는 걸음을 돌려 바다 쪽으로 향했다.

 

 "류드밀라님! 위험하게 또 어디 가시는 거예요!"

 

 다급하게 쫓아온 까마귀가 따박따박 잔소리를 해도 샤를롯테는 계속 걸었다.

 

 

 "파사딜이 라후아에 맞닿은 바다가 되었다니까… 바다에 무언가 있지 않을까 싶어서."

 

 "아무리 봐도 그냥 물인데요."

 

 까마귀는 자꾸 위험을 자초하는 샤를롯테에 괜히 썩은 나무 둥치만 걷어찼다. 하우드님께 혼나면 다 샤를롯테님 탓이라고 궁시렁거리면서.

 

 

 

 샤를롯테는 발끝에서 넘실대는 파도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파도는 거센 소리와 함께 하얀 물거품을 내며 부서지더니 다시 쓱 밀려갔다. 까마귀는 이제 포기한 표정으로 팔짱을 끼며 멀찍이 떨어져 있었다. 그에게 미안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샤를롯테도 마음이 조급했다.

 

 가만히 눈을 감고 힘을 바다 저편까지 흩뿌렸다. 생명력이 강하다면 바로 잡힐 터였다. 하지만 딱히 느껴지는 것은 없었다. 조금 실망스러웠지만 샤를롯테는 좀 더 탐색해보기로 했다.

 

 

 그 조금이 벌써 해질 무렵이 될 때까지 샤를롯테는 아무것도 찾지 못했다.

 

 '바다가 되었다는 건 역시 비유적인 표현이고 파사딜은 다른 곳에 있는 건 아닐까?'

 

 부풀었던 기대가 허물어지는 그 허망함에 샤를롯테가 자리를 뜨려는 순간.

 

 

 "아."

 

 저 멀리서 기척이 느껴졌다. 생명체는 아닌 것 같은데 무언가 묘한 느낌이 들었다. 혹시나 싶어 샤를롯테는 치맛자락을 잡아 올리며 바닷속으로 향했다. 그 어처구니없는 행동에 까마귀가 놀라 소리치며 달려왔다.

 

 "샤를롯테님!"

 

 까마귀의 손이 재발리 샤를롯테의 팔을 잡아챘을 때, 까마귀는 순식간에 말을 잃었다.

 

 샤를롯테는 바다 위에 서 있었다.

 

 비록 얕은 수심 위였지만 샤를롯테는 발끝하나 젖지 않았다. 놀란 것은 까마귀만은 아니었다. 샤를롯테 역시 당혹스러운 얼굴로 그를 쳐다보았다.

 

 "바다라는 게… 원래 이렇게 걸어 다니는 거였니?"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얼토당토않은 말에 까마귀가 버럭 소리 질렀다. 샤를롯테 역시 물 위에 서 있을 수 있다는 것이 정상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스스로도 믿을 수 없는 상황에 어리벙벙해져 있었다. 그렇게 잠깐 까마귀와 시선을 맞추다 정신을 차렸다. 샤를롯테의 움직임을 눈치 챈 까마귀는 위험하니 어서 오라고 잡아끌었지만 샤를롯테는 뿌리치고 뒤로 더 물러섰다.

 

 "저쪽에 잠시 확인할 것이 있어."

 

 "제가 배를 준비할 테니 기다려주시면 안되겠습니까? 아, 샤를롯테님! 샤를롯테님!"

 

 까마귀는 샤를롯테를 잡으려 손을 더 뻗었지만 점점 깊어지는 수심에 더는 앞으로 갈 수 없었다. 앗차하는 사이에 샤를롯테는 둥둥 치마를 걷고 달음박질쳤다.

 

 

 "예나 지금이나 막무가내시라니까……"

 

 점점 작아져가는 샤를롯테의 뒷모습을 보며 낮게 한숨을 쉬었다.

 

 *

 

 생각보다 수면 위는 미끄러워 몇 번이나 휘청거렸다. 거대한 커스터드 푸딩 위를 걷는다면 이런 느낌일까. 샤를롯테는 마을이 점으로 보일 때까지 뛴 후에야 차분히 걸었다.

 

 "분명 이 쯤이었는데…"

 

 다시 눈을 감고 집중하자 밑에서 다른 감각이 느껴졌다. 바닷속에 무언가가 있는 것이 확실한데 도무지 확인할 수는 없었다. 손으로 수면을 툭툭 쳐봐도 출렁거릴 뿐이었다. 조금 더 힘을 주고 꾹꾹 눌러봐도 소용없었다. 엄청 깊이 있는 것 같은데 확인할 방도가 없으니 답답했다.

 

 일단 돌아가서 대책을 강구할 요량으로 자리에 일어서자,

 

 바로 앞에 무언가가 촤악 소리를 내며 튀어나왔다. 거세게 일어난 바닷물이 그녀의 허리를 잡아 끌었고 당황한 샤를롯테는 그것이 무엇인지 확인할 틈도 없이 그대로 끌려들어갔다.

 

 풍덩

 

 그 소리만 남기고 수면은 다시 잠잠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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