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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셀다 론도
작가 : 녹차양
작품등록일 : 2017.6.19

셀다 론도의 여왕은 왜 죽어야만 했는가.
천 년의 여왕과 지상 최후의 용 이야기.

 
2. 죽음과 용의 세계 (11)
작성일 : 17-06-19 10:39     조회 : 275     추천 : 0     분량 : 3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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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은 시체병이 용의 저주임을 모른다. 전염병이라고 굳게 믿고 있는데 전염병의 근원지라 볼 수 있는 이살롯 출신의 귀족을 과연 몬테에서 받아줄까 싶었다. 몬테에 망명하여 섭섭지 않은 생활을 하려면 자작가임을 밝혀야 하고, 그렇다면 당연히 그 태생이 문제가 된다. 샤를롯테는 인상을 살풋 찡그렸다.

 

 "알렝지아 부인."

 

 알렝지아는 샤를롯테의 입에서 나올 거절의 말을 짐작하고 재빨리 말을 덧붙였다.

 

 "물론! 그곳에서 질트 그뢰데의 이름을 걸고 살 생각은 없습니다. 어차피 저희 가문도 반쯤은 상인인걸요. 몬테는 중인의 지위도 결코 낮지 않다고 들었어요. -영애, 이 질트가 지금은 전염병이 스치지 않은 곳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아니에요. 저도 언제 병으로 죽어갈 지 모르는 일입니다. 저는, 지금 가망이 있을 때 뭐든 하려는 거예요! 제발, 제 간절함을 외면하지 말아주세요…"

 

 "하지만,"

 

 샤를롯테의 손을 부여잡고 결국 바닥에 무릎을 꿇은 알렝지아가 울먹이기 시작했다.

 

 

 "저는 더 잃을 수 없어요! 시체병에 걸려 고열로 아파하던 제 어린 아들, 질트 자작가의 마지막 후계자를 제, 제 손으로 직접! 성 밖에 파묻었을 때! 전 이미 질트에 머물 이유가 사라졌어요. 하지만 제 가문, 하스라 상회는 절대 끊어져서는 안 됩니다. 그것은 소외받던 아리아인들이 피눈물로 이루어낸 상징이에요! 그것을 결코 제 대에서 무너뜨릴 순 없어요!"

 

 귀족다운 품위를 뽐내던 중년의 부인이 이젠 스스로 중인이 되어서라도 살아야한다며 빌고 있었다. 샤를롯테는 작게 한숨을 쉬며 알렝지아를 일으켜 세웠다.

 

 

 "좋습니다. -하지만, 세간의 시선이 있으니 향후 몇 년은 한적한 곳에 머무시는 게 좋겠습니다."

 

 "그 말씀은…!"

 

 "로즈, 밖에서 대기하고 있는 에릭슨경을 모시고 오렴."

 

 "예, 아가씨."

 

 

 알렝지아는 힘이 풀려 주저앉은 채 가만히 눈물을 떨구었다. 눈가의 얕은 주름이 파르르 떨렸다. 보기만 해도 안쓰러운 자태에 샤를롯테도 결국 마음이 약해져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아주었다. 그 옆으로 에릭슨이 성큼성큼 다가와 부복했다.

 

 

 "부르셨습니까, 류드밀라님."

 

 "알렝지아 부인이 이샤의 크라우스트성에 거처할 수 있도록 서신을 넣어다오. 그곳의 수석 사제가 엘러트라고 했지? 내가 많은 도움을 받았으니 소홀함 없이 머무실 수 있게 준비해 달라 전하려무나."

 

 "예."

 

 

 심지어 머물 곳까지 마련해준다는 배포에 알렝지아가 감복하여 거듭 머리를 조아렸다.

 

 

 "이 은혜를 어찌 다 갚을 수 있겠습니까. 이샤숲은 사람이 별로 살지 않는 조용한 곳이라 들었으니 사람들의 눈을 피하기 좋을 것 같습니다.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 올립니다."

 

 

 알렝지아는 풍성한 치마를 살짝 들어 올려 한쪽 무릎을 굽혀 정중한 인사를 올렸다. 몇 달 전만해도 이살롯의 영토였던 곳이 아니었던가. 본래 사람이 살지 않아 불모의 땅이라 불렸는데 그곳에 성이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아무렴 허름한 집보다 백배는 나을 성 싶었다.

 

 "크라우스트성은 옛 셀다 론도의 성으로 근래에 발견된 곳입니다. 셀더교 신자들이 머물며 수행을 하고 있으나 제 손님이라 하시면 지내시는 데 모자람이 없으실 것입니다."

 

 샤를롯테는 달콤한 슈를 한 입 베어 물었다. 디저트류를 선호한다는 것을 눈치 챈 로즈가 레몬 머랭파이나 크림 몽블랑 등을 가까이 가져다주었다. 알렝지아는 뒤늦게 얼룩진 화장을 수습하며 무례했던 자신의 행동에 얼굴을 붉혔다.

 

 먹구름이 기어코 비를 쏟아내며 창문을 두들겼다.

 

 

 

 질트를 떠나기 전날 밤, 샤를롯테와 알렝지아는 살롱에서 마주 보며 차를 홀짝였다. 여전히 향로에서 짙은 향이 스물스물 새어나왔고 이 독한 향도 어느 정도 익숙해지자 참을만해졌다. 까맣게 내려앉은 밤그늘에 비가 추적추적 쏟아지고 있었다.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말씀하시지요, 영애."

 

 알렝지아는 전보다 훨씬 유순한 태도였다. 사치품을 과시하며 설명을 늘어놓지도 않았고 무언가 쫓기듯 샤를롯테를 데리고 다니지도 않았다.

 

 "이곳에 오면서 많은 이살롯인들을 보았습니다. 몬테에서 상상도 하지 못할 만큼 비참한 상황이었죠."

 

 샤를롯테는 처음 메라튼에 갔을 때를 떠올렸다. 아픔에 신음하는 사람, 배고픔에 구걸하는 사람, 귀족에게 맞을까 경계하던 사람. 무엇 하나 정상인 것이 없던 마을이었다. 알렝지아는 알 것 같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이, 사람답지 못한 삶을 살고 있는데… 그 삶을 연명하는 데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그것은 전부터 궁금하던 질문이었다. 그 답을 찾기 위해 에밀을 거두었지만 그녀의 정신이 온전치 않아 계속 유보해왔던 질문이었다. 그 구차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비난하는 어투는 아니었다. 어린 영애답지 않은 질문에 의아하게 보던 알렝지아는 이내 그것이 동정심이라는 것을 깨닫고 미소 지었다.

 

 "영애. 이 꽃을 좀 보세요."

 

 알렝지아는 샤를롯테의 손을 잡고 거울 옆에 놓인 화병으로 데려갔다. 화병엔 티끌 한 점 없는 순백의 장미와 푸른 안개꽃이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질트의 백장미랍니다. 귀족이라면 누구나 탐내하는 꽃 중의 꽃이지요."

 

 

 화병에서 장미 한 송이를 뽑아내 줄기를 꺾고는 샤를롯테의 귓가에 끼워 주었다.

 

 "저는 이 꽃을 기다립니다. 장미가 피는 것은 일 년 중에서도 겨우 일주 남짓한 짧은 시간이지만, 장미를 피우기 위해 기다리는 수많은 날들이 가치 없지는 않죠. 오히려 개화를 기다리는 설렘에 잠을 설칠 때도 있답니다."

 

 그윽한 향기가 코끝에서 감돌았다.

 

 "또한, 모든 사람들이 사람답게 사는 것은 아니죠. 이렇게 영애의 미모를 장식할 수 있는 이 장미가 있는가 하면 버려지는 장미들도 많은 것처럼요. 하지만 그 장미들은 스스로 가치가 없다며 죽지는 않죠."

 

 "……."

 

 "가치 있는 삶인가 아닌가는 스스로 정하는 틀에 불과해요. 저는 언젠가 빛을 볼 날이 있겠지, 그렇게 기다리며 살고 있습니다. 끝나지 않는 폭풍우는 없어요. 이 비도 언젠가는 그칠 것을 알기에 해가 뜰 날을 고대하며 인내하는 것입니다. 현재가 불행하고 비참하다고 미래 역시 비참하리라는 법은 없잖아요. 일말의 가능성이라도 좋으니 걸어보는 겁니다. 그것을 위해 삶을 연명하는 것이구요. 사람다운가 아닌가는 그 다음 문제인 것입니다, 영애."

 

 

 샤를롯테의 눈앞에는 그렇게라도 살려는 알렝지아가 있었다. 그리고-

 

 

 「 … 제겐 이제 미래도 희망도 없지만… 내 아이는 아직 아니에요. 더 많은 시간들이 남아있고 그 속엔 분명 행복도 슬픔도 있겠죠…… 」

 

 희미한 불씨가 사그라들 듯, 그렇게 말했던 에밀이 있었다.

 

 

 

 

 원하는 것을 얻은 알렝지아는 샤를롯테 일행에게 작은 것 하나까지 빠짐없이 챙겨 배웅했다. 까마귀를 위한 좋은 말에 비싼 등자, 안장까지 주저하지 않았다. 목숨 앞에서 그 어떤 재력이 의미 있겠냐만 알렝지아는 몇 대에 걸쳐 내려온 상회를 이을 수 있다는 것이 더없이 기뻐 보였다. 나중에 까마귀에게 듣기론, 망명한 아리아인들은 당시 이살롯인에게 많은 차별을 받으며 고통스러운 생활을 했다던데 그들을 구원해준 것이 아리아의 마지막 왕자가 세운 하스라 상회이며 막강한 재력으로 아리아인을 결코 깔보지 못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알렝지아는 준비가 되는 대로 짐을 꾸려 이샤숲으로 가기로 했다. 질트의 사람들은 그대로 버려진 꼴이지만 샤를롯테의 최선은 거기까지였다. 그녀는 거래를 했을 뿐이지 이 많은 사람들을 구원할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다. -라고 애써 위안을 하며 길을 떠났다.

 

 

 까마귀는 마차에 있을 때보다 훨씬 생기 있어 보였다. 그러다보니 전보다 속도를 내어 갈 수 있게 되었고 어느덧 라후아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내일 오후면 라후아에 당도할 수 있겠습니다. 조금만 힘을 내시지요."

 

 

 버번이 야영을 위해 임시 막사를 부산스레 만들며 말했다. 샤를롯테는 그의 손에 잔뜩 박힌 굳은살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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