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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셀다 론도
작가 : 녹차양
작품등록일 : 2017.6.19

셀다 론도의 여왕은 왜 죽어야만 했는가.
천 년의 여왕과 지상 최후의 용 이야기.

 
2. 죽음과 용의 세계 (7)
작성일 : 17-06-19 10:36     조회 : 274     추천 : 0     분량 : 4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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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참 창밖을 보던 샤를롯테는 아까부터 죽는 소리를 내는 까마귀를 더는 참지 못해 고개를 돌렸다. 까마귀는 맞은편 의자에 잔뜩 늘어져 온갖 기묘한 신음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는 답지 않게 심한 멀미로 고통 받고 있는 중이었다.

 

 이살롯에 들어선지 여드레가 되고 있었다. 얼른 가고 싶다는 바람과는 달리 현실은 여러 제약이 많았다. 말들이 잔뜩 지쳐 하루에 한번은 쉬어가야 한다는 점이라던가 이살롯엔 날씨가 변화무쌍한 곳이 많아 비가 많이 오고 바람이 심한 날은 하루 묵어가야 했다. 하지만 가장 심한 것은 바로 까마귀의 마차 멀미였다. 까마귀의 말에 의하면 말을 타보았을 때는 아무렇지 않아 마차도 괜찮을 줄 알았단다. 더군다나 이살롯의 길은 대부분이 포장되지 않은 흙길, 자갈길이 많아 마차의 진동은 생각보다 심했다. 안색이 푸르고 곧 죽을 것 같은 표정에 샤를롯테도 처음엔 덜컥 겁이 나서 천천히 가자고 하였다. 그러나 이젠 마차에 발만 디뎌도 속이 울렁거린다니 서둘러 도착하지 않는 이상 그의 고생은 끝나 보이지 않았다.

 

 

 가장 의외의 모습은 기사 버번과 에릭슨이었다. 오셀롯이 정예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자들만 골랐다는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둘은 조금도 지치는 내색 없이 마차를 몰았고 끼니도 마부석에서 빵 두 조각과 수통의 물 몇 모금으로 해결했다. 마차를 멈출 때면 교대해가며 주변을 경계했고 야영을 하게 될 때는 밤샘경비를 했는데 멀미로 죽어가는 까마귀에 비하면 쌩쌩했다. 미안한 마음에 괜찮은 지 물으면 전시상황에 익숙하게끔 훈련이 되어 거뜬하다고 호탕하게 웃어보였다.

 

 

 

 이살롯은 벌써 십여 년째 흉작과 전염병으로 나라의 대부분이 파탄 났다더니 틀린 말이 아니었다. 일전에 가보았던 메라튼은 작은 시골마을이라 그런 줄 알았는데 대부분의 도시가 관리되지 않아 황폐하고 더러웠다. 사람들도 거의 보이지 않았고 그마저도 거리에서 구걸하는 자들이 태반이었다. 밭은 몇 년이나 관리되지 않은 것인지 말라비틀어진 잡초만 무성했고 우물물도 더럽기 그지없었다.

 

 그런 도시에서 샤를롯테의 마차가 눈에 띄지 않을 리 없었다. 빈민들이 달려들어 먹을 것 하나만 달라고 아우성을 쳤을 때 샤를롯테의 손이 움찔했다. 그들이 가엾지 않은 것은 아니나 이 사람들을 모두 돕기엔 식량도 물도 부족할 것이 뻔했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해 괴롭게 울상인 샤를롯테를 보던 까마귀가 위협용으로 칼을 빼어들자 사람들은 그제야 흩어졌다.

 

 그런 이유로 마을에서 숙박하기란 어려운 일이었고 마을 밖에서 야영을 하게 되더라도 몽둥이를 들고 급습한 마을사람들을 마주치는 일도 있어 편한 마음으로 여행은 할 수 없었다.

 

 

 이젠 샤를롯테도 얼른 도착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저렇게 기운 없는 까마귀를 보는 것도 고역이었고 귀족들은 다 죽어야한다며 저주를 퍼붓는 이살롯인들을 응대하는 일도 지쳤다. 라후아라고 다르지는 않겠지만 조용한 해안 마을이라니 이보다는 낫지 않을까 싶었다.

 

 

 달가닥 달각, 마차 지나가는 소리는 경쾌하기만 했다.

 

 

 

 

 

 그리고 조용히 그 뒤를 응시하던 용도 몸을 일으켜 나무 아래로 착지했다.

 

 "또 뭐가 그렇게 심기가 불편하실까~"

 

 용의 주변을 어슬렁거리던 흰 고양이는 가증스레 야옹, 울며 비웃었다. 용은 붉은 눈을 도르륵 굴려 방정맞게 구는 고양이를 쳐다보곤 그 작은 몸뚱이를 덥석 들어올렸다. 아무 표정이 없는 눈동자와 정면으로 시선이 마주치자 고양이는 언제 그랬냐는 듯 딴청을 부렸고 용은 콧잔등을 찡그리며 풀숲 너머로 고양이를 휙 던져버렸다.

 

 "야!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고양이를 이렇게 험하게 다루냐!!"

 

 점점 멀어지는 고양이의 악에 받힌 소리를 뒤로하고 용은 마을로 들어섰다. 한때 이살롯의 왕족들의 휴양지였던 사치와 비단의 도시 렘포르데. 그가 숱한 이살롯의 후손들을 죽였던 곳이기도 했다. 이렇게 다시 오게 될 줄은 몰랐는데- 감회가 남달랐다.

 

 천 년 전, 이살롯의 왕이었던 헤일 이살롯이 샤를롯테를 생포해 고문하고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었다. 용은 즉시 달려가 헤일 이살롯을 죽였으나 그를 죽였다고 전쟁이 끝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곳, 렘포르데에 여름 휴양을 즐기기 위해 모여든 왕족들을 빠짐없이 살해했다. 직계의 직계, 알돈 이살롯 왕자의 어린 아들까지 남김없이. 그리곤 곳곳에 흩어져 살고 있던 방계의 방계, 또 그 방계까지 모조리 찾아내 왕족의 씨를 말렸다.

 

 아니나 다를까 우두머리를 잃은 이살롯의 귀족들은 그 왕관을, 왕좌를 탐하여 서로 왕위쟁탈전을 벌렸다. 그들은 헤일 이살롯이 그렇게 간절히 원했던 영생의 비밀보다는 당장 눈앞에 있는 권력이 중요했던 것인지 셀다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생각대로 되니 다행인 일이었다. 샤를롯테는 그렇게 크라우스트성에 무사히 당도했고 꺼져가는 목숨으로 몇 겹의 결계를 그렸다.

 

 

 용은 그녀를 데리고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먼 곳으로 떠날 생각이었다. 하지만 무수한 인간의 피로 칠갑을 하고 돌아온 용이 본 것은 이미 발동된 봉인이었다. 왜 모든 것을 그녀가 책임져야 하는가? - 그 질문에 대한 답을, 그로부터 몇 백 년이 지난 후에야 알게 되었다.

 

 

 용은 겁먹은 듯한 표정으로 경계를 하는 렘포르데의 빈민들을 내려다보았다. 저주로 비쩍 몸이 비쩍 말라 더는 도망갈 힘도 없어 보였다. 용의 붉은 눈이 이채를 띠었다. 비죽 웃음이 나왔다. 한걸음, 다가가자 더없이 불쌍할 정도로 오들오들 떠는 모습이 가관이었다. 한걸음, 더 다가서자 지나치게 겁을 먹은 중년의 사내가 뒷걸음질 치며 넘어졌다. 용이 그의 목을 한손에 잡아 올린 것은 찰나였다. 목을 바짝 조이는 악력에 꺽꺽 숨을 들이마시던 사내는 미약하게 발버둥 쳤지만 소용없었다. 용의 손에 잡힌 그는 점점 생기를 잃더니 마치 그대로 타버린 것처럼 까만 재로 변해 바닥으로 후두둑 떨어졌다. 시체조차 남지 않은 괴이한 광경에 사람들은 목이 터져라 비명을 지르며 도망갔다.

 

 죽음의 도래, 광란의 날이었다.

 

 

 

 

 

 

 

 

 저도 모르게 깜빡 잠이 들었다 깬 샤를롯테는 마차가 멈춘 것을 보고 의아하여 로브를 뒤집어쓰고 밖으로 나왔다.

 

 "아, 신녀님. 깨셨습니까. 때마침 '질트 그뢰데'에 도착하였습니다."

 

 버번이 잽싸게 다가와 샤를롯테를 부축하여 내려주었다. 샤를롯테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마차가 멈춘 곳은 성문 앞이었고 낯선 복장의 경비병들이 문을 막고 있었다. 여태까지 지나온 도시들은 경비병이 도망치거나 아예 없어 편히 왔었는데 이곳은 사정이 썩 괜찮은 모양이었다.

 

 "통행에 문제가 생긴 것이냐."

 

 

 자리에 보이지 않는 까마귀를 눈으로 찾아보는데 이를 눈치 챈 에릭슨이 다가왔다.

 

 "이곳은 전염병 환자는 통과할 수 없어 잠시 수색을 받고 있었습니다. 탈리스경은 이곳의 영주를 만나러 갔구요."

 

 "아, 신녀님. 이곳에서 신녀님의 신분은 아뢰기 송구하지만 몬테의 알폰스 후작의 영애 '류드밀라 지스몬드 알폰스'로 되어 있습니다. 전하께서는 마땅히 높은 지위를 내려 신녀님의 여행길에 부족함이 없어야 한다고 하셨지만 기꺼이 성을 빌려주려는 귀족이 없어서…"

 

 그는 제가 다 송구하다는 표정으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으나 샤를롯테는 인간의 지위야 뭐든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나는 괜찮다. 나도 수색을 받으면 되겠느냐?"

 

 근엄한 표정으로 이쪽을 흘깃거리는 경비병을 보며 말하자 버번이 화들짝 놀라며 말렸다.

 

 

 "어찌 레이디의 몸수색을 한낱 경비병이 한단 말입니까! 저희가 병에 걸리지 않았다는 것은 신녀님 역시 괜찮다는 거라며 통행 허가가 났습니다."

 

 "…그럼 이곳에서 탈리스경만 기다리면 되는 것이냐? 손님을 밖에서 기다리게 하다니 여간 무례한 것이 아니구나."

 

 역시 이쪽을 엿듣고 있었던 것인지 경비병의 얼굴이 사색이 되면서 수염을 씰룩였다. 샤를롯테는 웃음이 나오는 것을 참으며 경비병의 앞으로 다가갔다. 안절부절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이, 그도 고의로 이런 상황을 만들려던 것은 아닌 것 같아 보였다. 샤를롯테는 로브의 모자를 젖히며 경비병에게 고개를 까닥여 인사했다.

 

 

 "수고가 많소. 이곳을 지나가도 된다면서 문을 열어주지 않는 이유를 물어도 되겠소?"

 

 경비병은 샤를롯테의 얼굴을 보고는 식은땀을 흘렸다. 딱 봐도 무척 높으신 분이라는 게 티가 났다. 귀에 조근조근 들려오는 귀족적인 말투에 힘이 쭉 빠졌다.

 

 

 "그것이, 영주님께서 병을 앓지 않아도 신원을 알 수 없는 자는 허가 없이 들이지 말라 하셨습니다. 텔리스, 아니 탈리스경이라 하셨습니까? 그 기사가 영주님의 허가를 받아오셔야 저희도 열어 드릴 수 있습니다."

 

 

 경비병은 말이 없는 샤를롯테를 보고 땀을 비 오듯 쏟아냈다. 저 귀족이 심기가 불편한 것이 틀림없었고 자신은 이 자리에서 목이 떨어져도 할 말이 없었다. 그렇다고 영주의 명을 거역하자니 이곳에서 추방될 것이 뻔하고. 그가 깊은 내적갈등에 거의 울 지경이 되었을 때 까마귀가 돌아왔다.

 

 "앗! 샤, 아니 류드밀라님! 일어나 계셨군요!"

 

 

 까마귀는 멀리서 무언가를 흔들며 오고 있었다. 경비병은 빨간 밀랍인장으로 봉해진 그것이 허가서임을 깨닫고 급히 일어나 문을 열었다. 까마귀는 식은땀에 흥건히 젖은 경비병의 손에 허가서를 쥐어주고는 샤를롯테를 안으로 이끌었다.

 

 

 "이곳의 영주가 류드밀라님을 뵙고 싶답니다. 필요한 만큼 묵어도 된다니 오늘은 이쯤에서 쉬는 게 어떻습니까?"

 

 까마귀의 말에 뒤에서 버번과 에릭슨이 반색하며 의미모를 감탄사를 내뱉었다. 내색하지 않았어도 길거리에서 자는 것이 여간 힘들지 않았을 것이다. 샤를롯테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질트 그뢰데에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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