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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내 스텟은 내가 만든다!
작가 : strongya
작품등록일 : 2017.6.1

게임회사에 재직 중인 밑바닥 프로그래머 한울은 절망적인 현실에 좌절해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던 순간. 악마와 만난다.
악마가 내미는 계약, 게임과 현실을 오고 가며 펼쳐지는 게임 판타지.

 
5화
작성일 : 17-06-11 18:18     조회 : 288     추천 : 1     분량 : 4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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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꿈’을 꾸고 난 후로 가장 극적으로 변한 것은 생체 리듬이었다.

 이젠 더 이상 점심시간에 밥도 못 먹고 기절한 듯이 잠들어 있을 필요가 없다.

 노가다를 한 것은 어디까지나 ‘꿈’ 속이었기에 노가다는 노가다대로 하면서 숙면을 취하는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점심시간에 여유 있게 점심식사를 즐기거나 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육체적으로는 더욱 가혹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었다.

 나는 지금 한 고등학교의 벽을 타고 있다.

 다 큰 어른이 고등학교 벽을 타고 있는 모습이 발견되면 사회문제로 비화될 수 있기에 등반 루트 설정에 가장 심혈을 기울였다. 이쪽이 보일만한 각도에는 인적 드문 산이 있을 뿐이고 그쪽에서도 수목에 가려 학교건물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몇 번에 걸쳐 산에 오르며 조사를 끝냈다.

 나는 익숙한 솜씨로 건물 외벽에 설치되어있는 파이프나 홈을 디디며 재빠르게 벽을 타고 올라갔다.

 간단하게 타고 올라간다고 했지만 상당한 체력과 요령이 필요해서, 예전에는 흉내도 낼 수 없었던 일이다. 다만 할 수 있다고 해서 그걸 하는 과정이 즐겁고 보람찬 것은 아니지만.

 차라리 그냥 지쳐 쓰러져 잠드는 쪽이 마음은 편했을지도 모른다.

 나는 매일같이 시험을 보는 기분으로 사람들의 눈을 피해 학교 건물을 타고 오르고 있다.

 옥상에 도착하는 것과 동시에 종이 울렸다. 점심시간을 울리는 종이다.

 “휘우...”

 간신히 시간에 맞췄다.

 옥상 발코니에 서자, 불어오는 바람이 이마에 맺힌 땀을 쓸어가는 감각이 썩 나쁘지 않았다.

 멀리 개성적인 건물들이 늘어서 있는 테크노밸리의 모습이 보인다. 실상 그 안은 다람쥐 쳇바퀴가 들이찬, 피와 눈물을 쥐어짜내는 식민지 같은 곳이지만 겉모습만 보면 그럭저럭 괜찮은 곳 같아 보인다는 것이 함정이다.

 겉만 번드르르한 거라면 이것도 그렇지.

 나는 내 손에 들린 꾸러미를 내려다 봤다.

 그때 뒤에 있던 옥상 문이 끼이익 기분 나쁜 소리를 내며 열렸다.

 “이열, 오늘은 안 늦고 들어왔네?”

 고개를 돌리자 세희가 기분 나쁜 웃음을 띠고 다가오고 있었다. 처음에는 조금 신선했던 교복 차림도 계속 보다 보니 아무런 감흥이 들지 않는다.

 “옛다.”

 나는 심드렁하게 내가 들고 있던 꾸러미, 도시락을 내밀었다. 오늘은 리퀘스트대로 n사의 목요일 한정 샌드위치 도시락이다.

 “오오, 이 섬세한 데코! 이 세련된 n로고! 역시 대기업은 다르구먼!”

 희희낙락 꾸러미를 풀며 연신 감탄사를 연발하는 세희.

 “게임회사는 왜 이렇게 밥이 잘 나오는 거야? 어제는 돌솥비빔밥이었지?”

 들고 오느라 죽을 뻔했지.

 “이런 걸 하나하나 잘 챙겨주니 게임 회사도 다닐 맛 나겠어.”

 “...뭐 꼭 그렇지만도 않아.”

 이런 휘황찬란한 복지의 근본적인 이유는 잘 먹이고 잘 부려먹는 데 있다. 좋은 홍보거리이기도 하고.

 그러나 속사정이야 어쨌든 자기 회사 직원한테 싼 값에 양질의 식사를 제공하는 곳은 손쉽게 애사심을 고취시킬 수 있는 방법이다. 구내식당도 없는 회사 직원으로써 웃돈을 주고 타사의 도시락을 사고 있자면 심히 그런 생각이 든다.

 나는 깔끔하게 손질 된 샌드위치가 세희의 입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을 넋을 잃고 바라봤다.

 내 시선을 깨달은 세희는 한 입 먹어보라는 권유는 당연히 하지 않았고, 여봐란 듯이 샌드위치의 맛을 음미하기 시작했다.

 노릇노릇하게 훈제된 닭고기를 빳빳하게 싱싱한 양상추가 감싸고 있다. 얇게 슬라이스 된 토마토가 탱탱하게 부풀어 오른 것이 보기만 해도 신선함이 전해져 온다. 아마도 달콤한 계통으로 추측되는 점액질의 소스가 샌드위치를 한 입 베어 물 때 마다 넘쳐흐른다.

 세희는 자신의 턱을 타고 뚝뚝 흘러내리는 소스를 손으로 대충 찍어 핥으며 게걸스럽게 샌드위치를 먹어치웠다.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배가 고파오는 광경이었다.

 n사의 도시락은 자사 직원이 아니면 워낙에 비싸서 수중에 주어진 식비는 저거 하나 사면 거의 동이 나버린다. 점심시간만 되면 부리나케 다른 회사 도시락을 사와서 몰래 고등학교 건물을 타고 올라 피도 눈물도 없는 악마 그 자체인 주인이 호화로운 식사를 즐기는 것을 넋 놓고 바라봐야 하는 것이다.

 차라리 피로에 절어 낮잠을 청하던 시절이 행복했었던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몸은 건강해지지만 정신은 사람에 대한 신뢰를 잃고 피폐해져 가는 나날이었다.

 나는 쩝쩝 거리며 품위고 뭐고 내팽개쳐버린 세희의 모습을 보다 문득 의문이 들었다.

 이 녀석 친구 없는 건가?

 보통 점심시간에는 매점에 가든 식당에 가든 마음이 맞는 놈들이랑 무리를 짓게 되는 것 아니던가. 이 녀석은 인터넷에서 게임 회사 식단을 본 후로는 매일 같이 출입 금지된 옥상으로 도시락을 받아먹으러 오고 있다.

 누가 같이 온 적도 없고, 점심시간 종이 치기가 무섭게 나타난다. 이렇게 혼자 사라져도 신경 써주는 사람 하나 없는 건가?

 “...지금 뭔가 표정이 맘에 안 드는데?”

 내 표정을 정확히 읽은 세희가 눈을 부라리기에 나는 다급하게 화제를 바꿔야 했다.

 “아, 맞다! 야 표정, 아니 얼굴!”

 “어, 얼굴?”

 그러고 보니 이걸 물어봐야 된다는 걸 배가 고파서 잊고 있었군.

 “야 게임에서 내가 아는 얼굴을 봤어!”

 “아, 그래.”

 내 호들갑을 들은 세희는 그것보다 남은 샐러드를 어떻게 해체할 것인가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한 것 같았다.

 “아니, 어떻게 된 거야 이거?”

 “뭐 그런 일도 있지 않겠어?”

 세희는 먼저 얇게 썬 오렌지를 집어 들었다.

 “그건 꿈이니까.”

 꿈에서 일어나는 일들에는 보통 명확한 인과 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머릿속에 남아있던 단편적인 정보들이 아무렇게나 재생되는 것이다.

 단 그건 어디까지나 인간이 꾸는 꿈이다.

 세희가 만들어내는 꿈은 좀 더 의식적으로 조종할 수 있고 현실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어제만 해도 나는 꿈속에서 노가다를 뛰고, 시련의 탑에서 그런 일을 겪은 후에 도망치고, 그리고 나서도 마석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필드를 전전해야 했다.

 그렇게 밤새 모은 마석을 가져다 바친 주인님은 내 앞에서 방울토마토를 입에 머금고 그 신맛에 몸을 떨고 있었다.

 이렇게까지 현실에 깊숙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 혹시 그 여을의 얼굴도...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뭐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

 시큼한 드레싱이 쳐진 양상추를 우적우적 씹으며 대수롭잖게 얘기했다.

 “그건 꿈이니까.”

 얼마 안 있어 내가 사온 도시락은 찌꺼기 하나 남지 않고 사라졌다. 내가 뽑아온 캔 커피를 벌컥벌컥 들이킨 세희는 캬하 하고 아저씨 같은 소리를 냈다.

 식사 후의 기분 좋은 나른함에 취한 세희가 기분이다 싶었는지 설명을 덧붙였다.

 “그런데 몽... 아니 악마의 꿈에는 늘 의미가 있어.”

 그렇게 맛있게 마시는 모습을 보니 목이 마르군.

 “그 왜 인간들도 꿈을... 내 얘기 듣고 있어?”

 “어, 악마가 꿈의 커피를 뭘 어쨌다고?”

 “...옛다, 이거라도 마셔라.”

 나는 3분의 1쯤 남아있는 커피를 황송하게 받아들었다. 목을 타고 넘어가는 당분의 감촉에 온 몸이 찌릿하다.

 “그래서 걔가 아저씨가 좋아하는 애야?”

 “푸웁!”

 안 돼, 내 커피가!

 “아, 진짜 사사건건 토해대네, 드럽게.”

 세희가 눈을 흘겼다.

 “그럼 뭐 싫어하는 건가? 여하튼 감정적으로 큰 대상이니까 꿈에 나오는 거겠지.”

 ‘그냥 죽었으면 좋겠어요.’

 “...”

 따지고 보면 내가 죽은 계기가 되었던 놈이기도 한데...

 그렇다고 해서 꿈에서까지 떠오를 정도라니, 내가 생각해도 좀 싸하다. 마치 사춘기 남학생 같은 찌질한 집착이다.

 “아니 그게 아니고. 신경 쓰이는 그 애가 꿈에까지 나왔어요, 이런 건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인간이 꾸는 망상 같은 꿈이라고.”

 세희가 답답하다는 듯이 혀를 찼다.

 “이건 현실에 영향을 미치는 악마의 꿈이야. 자기가 유리한 무대로 먹잇감을 끌어들이는 덫 같은 거라고.”

 “아니, 그럼 꿈에 여을... 아니 걔가 나온 건...”

 “흐응, 이름이 여을이구나. 역시 여자네?”

 음흉한 웃음을 짓는 세희.

 “그래, 꿈을 통해서 찾아낸 거야. 어쩌면 원래는 브소를 안하던 애를 아저씨가 꿈으로 영향을 끼쳐서 하게 만든 것일 수도 있어.”

 “그런 것까지 되는 거야?”

 내가 그렇게 대단한 존재였어?

 “그야 물론 아저씨가 아니라 내가 대단한 거지만.”

 ...학교에서 같이 밥 먹을 친구도 없는 주제에.

 “크, 크흠. 아무튼 그럴 수도 있다는 거고, 실제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는 몰라. 꿈에서 생겨나는 결과만 확실한 사실이니까 적당히 추측해 보는 수밖에... 뭐야 그 눈은, 원래 꿈이란 그런 거라고!”

 이 녀석 꿈이라는 단어만 쓰면 뭐든지 다 오케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세희를 돌려보내고 나도 다시 학교 외벽을 타고 내려왔다. 회사로 돌아가는 길에 생각해보자니 아무래도 내가 꿈을 통해서 여을에게 브소를 하게 만들었다는 건 아무래도 좀 오류가 있다고 여겨졌다. 그도 그럴 것이 나보다 훨씬 게임을 오래 한 것 같은 장비였고, 길드에도 들어 있었으니까.

 말이 되게 맞춰 보자면... 여을은 이미 브소를 하고 있었고 그 사실을 꿈을 통해서 관측했다, 가 적절한 설명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문제가 생긴다.

 눈앞에서 보았던 것처럼 선명하게... 단검을 던져 시련의 탑의 보스, 비르고 물리치는 장면을 떠오른다. 한 방에 보스를 처치한 그 단검에는 틀림없이 코드가 깃들어 있었다.

 내가 심어놓은 악성코드. 게임 내 수치를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는 치트키와도 같은 코드다.

 그 코드를 여을이 사용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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