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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내 스텟은 내가 만든다!
작가 : strongya
작품등록일 : 2017.6.1

게임회사에 재직 중인 밑바닥 프로그래머 한울은 절망적인 현실에 좌절해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던 순간. 악마와 만난다.
악마가 내미는 계약, 게임과 현실을 오고 가며 펼쳐지는 게임 판타지.

 
4화
작성일 : 17-06-09 06:06     조회 : 309     추천 : 0     분량 : 5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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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하여 이야기는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온다.

 그렇게 노예가 된 나는 오늘도 모두가 잠든 시각에 노가다 전선에 뛰어든 것이다.

 달려드는 해골기사의 몸을 비껴서 피하고 주먹으로 머리를 후려쳤다. 맥없이 날아가는 해골, 이것만으로 해골기사는 자신의 정체성을 잃고 부서져 내린다.

 딱히 코드를 쓴 것은 아니고 원래 이렇게 치명타, 크리티컬 히트가 적용되면 한 방에 쓰러뜨릴 수 있게끔 만들어놓은 몬스터다.

 다만 게임 상에서는 어디까지나 일정 확률로 일어나는 사건을 지금은 이렇게 의식적으로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분명 게임이지만, 나는 그것을 현실 같은 감각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해골 기사의 잔해가 사라지고 난 자리, 떨어져 있는 마석에 손을 대자 스윽 하며 사라졌다.

 게임 상에서 아이템을 줍는 행동, 루팅이 이루어진 것이다.

 현실처럼 행동할 수 있으면서도 이런 게임의 시스템적인 부분도 적절하게 절충해서 적용되어 있다. 처음에는 무슨 이런 자기 편의적인 일이 다 있나 싶었지만 그게 또 가능한 모양이다.

 나는 지금 꿈속에 있기 때문이다.

 

 대기록의 비밀이 내가 심어놓은 악성 코드 때문이라는 것을 들은 세희는 한동안 큰 좌절에 빠졌지만 나름대로 다른 방안을 떠올렸다.

 “...어쨌거나 게임회사 직원이긴 하다는 거잖아.”

 “...그렇지.”

 나는 무릎을 꿇고 앉아 굽신거리는 중이었다.

 내가 뭘 잘못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좌우지간 반쯤은 생명의 은인이기도 하니...

 “그럼 일단 그 코드... 인지 뭔지 하는 반칙 기술은 들킬 위험이 있으니 위험하다는 거지?”

 “맞아, 지금도 빨리 뒤처리를 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지...”

 이런 해킹 행위의 리스크는 무분별하게 사용하면 얻은 것이 송두리째 몰수당하고 가지고 있던 것조차 폐기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개발자 입장에서야 그게 싫으면 하지를 말라고 이를 갈겠지만... 막상 유저 입장이 되어보니 약간 다른 관점에서 보게 된다.

 “뭐 그건 아저씨가 알아서 하시고. 그래 뭐, 없는 것보단 낫겠지. 좋아, 이렇게 된 거 채용해 줄게.”

 “...”

 무슨 큰 선심 쓰듯이 말하는 태도에 나는 할 말을 잃었다.

 “왜? 불만이야?”

 “불만... 이면 어쩔 건데?”

 나는 소심하게 반항의 뜻을 내비췄다.

 세희가 상전 노릇하는 태도도 그리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무엇보다 확인할 것이 있었다.

 내 몸은 지금 좀비인지 뭔지로 부활해, 알 수 없는 힘으로 묶인 상태다. 세희가 명령하는 말에는 완전 복종하게 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대로 이 싸가지 없는 고딩의 노예로만 살아갈 수는 없다. 과연 내가 반항하면... 이를 테면 그 명령을 내릴 수 없는 상황에서 쿠데타를 일으키면 어떻게 될까, 대략적인 가능성은 알아둬서 나쁠 건 없다고 보고 한 행동이었다.

 내 눈빛을 본 세희가 서늘한 표정으로 손가락을 탁 튕겼다.

 ‘...응?’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당황한 소리를 흘렸다.

 ...아니, 흘리려 했다. 나는 내가 낸 당황한 소리가 공기 중에 전혀 퍼져 나가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당황해서 내려다 본 시선에 바닥에 엎어진 내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뭐, 뭐야, 이거!’

 “뭐긴 뭐야, 아저씨 시체지.”

 다시 세희가 손가락을 튕긴 순간, 이번에는 바닥에 들러붙은 시점으로 시야가 전환됐다.

 “우, 우웁...!”

 목구멍으로 역류하는 무언가를 막아내는 신음이 이번에는 확실하게 방 안을 울렸다.

 “우웨에에에에에엑!!!”

 “으, 드러!”

 참지 못하고 위에 든 것을 토해내는 나를 보고 세희가 펄쩍 뛰었다.

 “아, 아무튼 알았지?! 조금이라도 대드는 것 같으면 언제든지 아저씨 몸을 시체로 되돌리는 건 간단하... 아 그만 좀 토해! 더럽게 진짜!!!”

 “웨에에에에에엑!!!”

 그만 토하라는 명령에도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이것은 세희의 명령이 내 의지는 무시할지언정 내 상태까지 무시할 수는 없다는 중요한 단서였다.

 다만 이때는 거기까지 생각할 여유도 없었다.

 생전 처음... 아니 죽고 나서야 처음 겪어본 유체이탈은 그 정도로 강렬한 체험이었다. 몸에서 떼어내지는 감각이 이렇게나 구역질나고 불쾌한 것이었다니. 세희의 기분을 건드려서는 안 되겠다는 뼈아픈 교훈을 얻었다.

 토사물을 치우고, 그러고도 냄새가 가시지 않아 거실로 자리를 바꾸고 나서야 세희는 앞으로의 계획을 간략하게 설명했다.

 이미 하숙생들은 기절하듯 잠들어 고요하게 잠긴 거실에서 세희의 낭랑한 목소리가 어둠 속을 퍼져 나갔다.

 “일단은 나대신 노가다라도 해.”

 말인즉슨 온라인 게임에서 쓰이는 재화나 아이템을 반복 사냥을 통해 얻는 작업을 대신 하라는 것이었다.

 “음, 생각해보니 잘 됐네. 안 그래도 요새 노가다 하느라고 잠을 못 자서 피부도 엉망이고 공부도 엉망이고, 잘 됐네, 잘 됐어.”

 나의 올바른 용도를 떠올린 것인지 흡족해 하는 세희.

 나는 그 뻔뻔한 태도에 강렬한 살의를 느꼈다.

 너는 그렇게 꿀잠 자면 좋겠다만 나는?

 가뜩이나 야근에 치어 살아서 안 그래도 좀비 상태를 벗어나 본 적이 없었는데 이젠 진짜 좀비가 되서 잠도 못 자고 밤에는 노가다까지 뛰란 말인가?

 이래서야 며칠 못 가서 과로사할 것이 뻔하다.

 나는 지금 쿠데타를 감행했다가 죽는 것이 나을 지, 며칠 뒤에 비참하게 과로사하는 것이 나을 것인지를 진지하게 고심했다.

 그런 내 표정을 본 세희가 손사래를 쳤다.

 “아이 참 아저씨두. 내가 그렇게 피도 눈물도 없이 굴겠어?”

 아니 충분히 그럴 것 같거든?

 “날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야, 문명이 잠드는 밤 아래에서 먹잇감들의 꿈을 조종하는 몽...!”

 거기서 갑자기 말을 끊은 세희는 헛기침을 몇 번하고 다시 말을 이었다.

 “...꿈을 조종하는 대악마님이야! 그런 내 권속이라면 이런 게임 노가다 쯤 꿈에서 하면 되잖아!”

 “뭐라고?”

 “아니, 그러니까 수면 상태에서 게임을...”

 세희에 의하면 꿈이란 현실과 환상의 경계에서 일어나는 사건이라고 한다. 당연히 그것이 현실에 영향을 끼치는 일은 없지만, 세희에 한해서는 그것을 실체화시키는 것이 어느 정도는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 힘에 의해 움직이는 나도 또한 마찬가지... 라고 설명을 해도 전혀 납득할 수 없었다.

 “아니, 그럼 네가 했으면 됐잖아?”

 왜 잠을 줄여가면서까지 노가다를 한 거야?

 “그게 역시 꿈에는 상상력이 필요해서 말이지...”

 요컨대 게임에 문외한인 세희는 게임의 꿈을 꿀 수 없었다고 한다.

 “무슨 그런...”

 그렇게 게임에 관심이 없으면서 어떻게든 게임을 잘 해보려고 노력하다 못해, 죽은 사람을 살려내기까지...

 물론 그건 게임 자체에 대한 애정은 아닐 것이다.

 “그렇게 걔가 좋아? 그 뭐냐, 다훈이랬나?”

 “...”

 딱히 소리 내어 말하지는 않았지만 어둠 속에서도 힘 있게 끄덕이는 느낌만은 전해져 왔다.

 쑥스러워하면서도 숨김이 없었다.

 뭔가 악마인데도.... 필사적이었다.

 이 정도로 꾸밈없는 태도를 마주하는 건 실로 오랜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철이 들고 나서의 경험으로 볼 때, 처음인지도 모르겠다. 일반적으로 사람은 사리분별을 하는 나이가 되면 어느 정도는 본심을 숨기기 마련이다. 상식과 체면, 예의와 규범이라는 제약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아직 어리기 때문에 당당하게 누굴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일까?

 아니 그건 아니라고 본다. 날 대하는 오만방자한 태도와 다르게, 좋아하는 애에 대해서 말할 때는 죽을 만큼 부끄러워 한다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그런데도 숨기려 하지 않는 그 태도는 딱히 부탁을 하는 입장인 나를 신경 써서는 아니겠고, 자신의 마음에 솔직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참으로 여고생다운 결벽이 느껴지면서도, 여고생답지 않아서... 응원해주고 싶을 정도로 무구하고 순수한 마음이었다.

 나는 조금 낯이 뜨거워져서 볼멘소리를 냈다.

 “글쎄 나도 그렇게 꿈에 나올 정도로 게임을 좋아하질 않는다니까...!”

 오히려 싫어하는 쪽이다.

 “그래?”

 그러자 조금 전까지의 풋풋한 분위기가 사라졌다.

 “그럼 쓸모가 없어진 노예는 내다 버려야지.”

 스산한 공기에 숨이 막힌다.

 “꿈을 못 꾸겠으면 죽을 각오로 꿔. 안 그러면 영원히 잠들게 될 테니까.”

 낯 간지러운 순정이 지배하던 거실의 공기가 빙하기로 접어드는 것을 보고 나는 이 눈앞에 있는 어둠이 악마라는 것을 분명하게 이해했다.

 

 그리하여 오늘도 나는 이곳에 있는 것이다.

 “야 뭐야! 어떻게 들어왔어!”

 위에서 누군가가 성난 목소리를 울렸다. 올려다봐도 목소리의 주인공이 누구인지는 보이지 않는다. 계단의 아랫면만이 보일 뿐이다.

 시련의 탑의 구조는 심플하다. 원뿔형으로 이루어진 탑에 기다란 원형 계단이 꼭대기까지 이어져 있는 것이다. 그 옥상에는 이 던전의 보스인 수레바퀴 형태의 보스, 비르고가 있다.

 보스 공략이 한창 진행 중이었는지 비르고의 바퀴에 불이 붙어 계단을 불태우며 내려오는 2페이즈에 접어든 모양이었다.

 저 불꽃은 즉사 스킬이라 아무리 고렙이라도 층마다 마련된 계단 구석의 감옥으로 몸을 피해야 한다.

 이렇게 나처럼 1층에 남아 있어서는 건물을 뒤덮는 불꽃의 재물이 되는 것이다.

 불길이 계단을 채우며 쏟아졌다.

 원래 이 게임은 뒤에서 자신의 케릭터를 바라보는 시점이지만 나는 생생하게 눈앞을 뒤덮는 불길을 바라보고 있었다. 꿈속이기에 적당히 개편이 이루어져 있는 것이다. 다루는 주인을 닮아서 적당히 맞춰져 있는 것일 수도 있고, 꿈이라는 것이 원래 그런 것일 수도 있다.

 다만 확실한 것은 여기서 실패하면 나는 진짜로 죽는 다는 것.

 정말로 그건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다.

 오른손에 코드가 깃든다.

 저 불꽃에 닿으면 죽기 때문에 보스의 무적 패턴이라 불리지만 실상 비르고가 무적 상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불길에 닿기 전에 비르고를 죽일 수 있다면 문제가 없는 것이다.

 거대한 수레바퀴가 불길을 뚫고 나타났다. 나는 그 앞으로 한 발을 내디뎠다.

 오른손을 그대로 내뻗으려고 하는 그 순간.

 코드가 깃든 단검이 비르고를 꿰뚫었다.

 탑을 뒤덮던 불길이 한 순간에 사그라든다.

 나는 충격에 빠져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비르고를 죽인 것은 내가 아니다.

 비르고는 내 오른손이 아닌, 위에서 내리꽂힌... 코드가 깃든 단검에 의해 쓰러졌다.

 위에서 도적이 뛰어 내렸다.

 꿈이라서일까, 다급하게 돌아보는 그 얼굴이 어딘지 모르게 낯익게 느껴졌다.

 “괜찮아요?”

 나는 멍한 시선으로 그 얼굴을 바라봤다.

 평소와 다르게 안경을 쓰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쉽게 알아볼 수 있었다. 동그란 눈동자에 감도는 날카로운 기색. 작은 입술이 굳은 심지를 대변하듯 닫혀있는 모습이 도리어 시선을 끈다.

 여을의 얼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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