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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은혜로운 열애사
작가 : 우연리
작품등록일 : 2017.6.2

"귀신의 노래를 들어본 적 없죠?"

은혜가 물었다.

"춤 추는 건 본 적 있습니다."

차트를 넘기던 무열이 대답했다. 콧등을 타고 내려온 안경을 끌어 올리려다 그냥 벗어 버렸다. 은혜만 있는데 뭐 어떠랴 싶었다.

"어땠는데요?"

"굳이 말로 해야 압니까?"

은혜와 무열이 조소를 머금었다. 삐딱한 그들의 입술은 동시에 답을 뱉었다.

"최악이죠."



귀신이 들리는 여자 주은혜와 귀신이 보이는 남자 최무열의, 미스터리로맨스릴러 은혜로운 열애사.

 
들리는 게 전부는 아니다 (2)
작성일 : 17-06-10 20:05     조회 : 259     추천 : 1     분량 : 4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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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 선생님!"

 

  다급한 간호사의 부름에 무열이 더욱 속도를 높여 달려갔다. 뒤따른 간호사와 인턴들이 구급차에 이송된 환자를 옮기는 사이, 무열은 서둘러 환자의 위로 올라 탔다.

 

  큰 상해를 입은 복부에 온 체중을 실어 지혈하기 위함이었다. 붉다 못해 새까만 피가 환자의 앞섬을 가득 적시고 있었다.

 

  위험하다. 곧바로 응급 수술에 들어갈 거다. 무열은 달리는 침대 위에서 신중하게 몸을 움직였다.

 

  "……?"

 

  지혈을 하던 그의 눈빛에 의아함이 감돌았다. 그러다 무언가 걸리적거린다는 듯 손을 몇 번 휘저었다.

 

  무열은 이동 침대가 수술실로 끌려가는 내내 지혈하랴 허공에 부채질하랴 바빴다. 응급 상황에 정신이 없는 간호사들이 매사 냉정한 최무열 선생의 요상한 짓거리를 보지 못한 게 다행이었다.

 

  무열의 짜증스런 휘적거림은 환자의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날 때까지 계속 되었다.

 

  *

 

  "무슨 일로 오셨나요?"

 

  친절한 안내 데스크원의 말에 은혜는 우물쭈물대었다. 움츠러든 심신이 불편했다. 이거 봐. 병원은 싫어, 싫다고 했잖아.

 

  「속살속살속살속살속살속살속살속살속살.」

 

  고막에 벌레가 기어가는 듯 했다. 은혜는 눈을 꾹 감았다. 침착해. 진정하고, 천천히 조절하는 거야. 적당히 흘려 들어. 적당히.

 

  「얼른!」

 

  아무 말 없는 은혜에게 아줌마가 재촉했다. 아, 사람 속도 모르고. 묵직한 김치 통을 추슬러 안으며 은혜가 조심스레 입을 떼었다.

 

  "저……, 내과 민영우 선생님 좀 뵐 수 있을까요?"

 

  어렵사리 꺼낸 말에는 한숨이 스며들어 있었다. 처음엔 아줌마에게 알아낸 번호로 전화도 해보고 자취방에 찾아도 가보았으나 그 잘난 의사 아들내미는 쭉 묵묵부답이었다.

 

  어느 방법으로 만나든 수상한 여자가 되겠지만, 적어도 사람이 별로 없는 곳에서 후딱 끝내고 싶었다. 거대한 규모를 자랑하는 종합 병원에까지 질질 끌려오고 싶지 않았단 말이다.

 

  자취방에서 조금만 기다리자는 그녀의 의견은 묵사발 되었다. 지금 당장 아들을 봐야겠다는 아줌마의 똥고집은, 은혜가 말릴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안절부절 못하는 은혜의 기색에 상냥한 안내 데스크원이 그녀를 수상하게 쳐다보았다. 지레 찔린 은혜는 괜히 묻지도 않은 말을 나불거렸다.

 

  "아니, 저, 병원 내에 있는 것 같은데 전화를 안 받아서……."

 

  "아, 가족 분이신가요?"

 

  은혜가 눈을 질끈 감았다.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을 아줌마의 모습이 눈에 훤했다.

 

  "……네."

 

  "성함이 어떻게 되시나요?"

 

  안내 데스크원은 원내 전화기를 들며 물었다. 마지막이야, 마지막이다, 주은혜. 마지막 관문만 넘으면 평화를 만끽할 수 있다.

 

  밥 아저씨, 파트라슈, 셀레나 아주머니 외 기타 등등. 저에게 용기를 주세요. 은혜는 숨을 크게 들이쉰 뒤 내뱉었다.

 

  "……방, 춘자입니다."

 

  본디 마지막 관문이란 게 가장 어려운 법이었다.

 

  잠시 코를 먹던 안내 데스크원이 5층에 위치한 휴게실에서 기다리란 말을 전해주었다. 은혜는 김치의 무게에 끙끙거리며 엘리베이터를 기다렸다.

 

  이제 낯짝이 두꺼워질 대로 두꺼워진 그녀는 솔솔 풍기는 김치 냄새에도 당당했다. 다만 그녀의 귀를 괴롭히는 소음에는 여전히 두통이 일었다.

 

  "5층……."

 

  엘리베이터 버튼까지 누르고 나서야 은혜는 잠시 보자기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어찌나 알차게 담았는지 더럽게 무거웠다.

 

  뻐근한 어깨를 주무르던 은혜가 얼른 귀에 이어폰을 끼웠다. 어느 정도 소음이 차단되자 안정이 찾아왔다.

 

  이제야 좀 살겠네. 몸이 축축 늘어지는 것 같다. 은혜는 엘리베이터에 몸을 기대며 말했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누군가와 통화하는 것처럼 보일 테니 안심이었다.

 

  "만약 아드님이 안 받으셔도 전 몰라요."

 

  「그래, 그래. 알았어. 일단 주기만 해.」

 

  "나 참……."

 

  받을 리가 있냐고. 경찰에 신고나 안 당하면 다행이겠다. 드라마에서나 보던 김치 따귀라도 맞는 거 아니야?

 

  3층입니다. 은혜의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천천히 올라가던 엘리베이터가 잠시 멈춰 섰다.

 

  은혜와 함께 탑승했던 이들이 죄다 빠져나갔다. 그리고 은혜 홀로 남은 빈 엘리베이터에 한 남자가 들어섰다.

 

  「오메, 참한 총각이구먼.」

 

  "……."

 

  키가 훌쩍 큰 남자였다. 하얀 의사 가운이 지독하게 어울리는 듯, 또 지독하게 어울리지 않는 듯 했다.

 

  쫙 찢어진 눈매를 안경으로 가려 조금은 부드러워보이게 만들었지만……. 풍기는 분위기만큼은 숨길 수 없이 날카로웠다.

 

  「……으잉?!」

 

  순간 춘자가 크게 소리쳤다. 그 목소리에 남자를 뚫어져라 쳐다보던 은혜가 번뜩 정신을 차렸다.

 

  아, 잘생기긴 진짜 잘생겼네. 잠시 남자의 얼굴에 홀린 모양이었다. 고개를 가볍게 저은 은혜가 이어폰을 입가에 가까이 대며 춘자에게 물었다.

 

  "왜 그러세요?"

 

  「요 쪼깐한 건 또 뭐시여?」

 

  "뭐가……."

 

  「멍!」

 

  ……멍?

 

  은혜는 저도 모르게 엘리베이터를 쭉 돌아보았다. 뭐지. 엘리베이터 안의 생명체라곤 춘자를 제외하고 그녀와 냉미남 의사 단 둘 뿐이었다.

 

  어디서 난 소리지. 은혜도 아니고, 아줌마도 아닐 테고. 냉미남 의사는……, 당연히 아니겠지.

 

  분명 그 소리는…….

 

  「웬 강아지람.」

 

  "강아지……?"

 

  춘자와 그녀의 혼잣말이 동시에 튀어 나왔다. 5층 입니다. 아, 내려야지. 은혜는 엘리베이터가 5층에 도착한 것을 깨닫고 서둘러 보자기를 들어 올렸다. 춘자는 그새 신이 나 엘리베이터를 훌쩍 뛰어 넘은 모양이다.

 

  「얼른 내려, 아가씨!」

 

  "알았어요."

 

  끙차. 은혜가 돌덩이 같은 김치 통을 껴안는데 또 다시, 멍, 하는 소리가 엘리베이터에 울려 퍼졌다.

 

  뭐야, 도대체.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린 은혜의 망막에는 여전히 차가운 미남만이 서있었다. 단지 아까와 다른 점이라면 그가 은혜를 쳐다보고 있다는 것이었다. 정확히 눈이 마주쳤다.

 

  "어……."

 

  "……."

 

  남자의 진한 시선이 당황스럽기 그지없었다. 어어. 바보 같은 소리만 내던 은혜가 이내 깨달았다.

 

  그래, 웬 여자가 커다란 보자기를 끌어안고 엘리베이터에서 없는 강아지를 찾아대니 어이가 없을 거다. 나 같아도 미친 여자 보듯 하겠지.

 

  은혜의 얼굴에 열이 올랐다. 덕분에 당황하면 입이 제멋대로 움직이는 그녀의 버릇이 도지는 건 순식간이었다.

 

  "가, 갑자기 강아지 소리가 나서……."

 

  "……."

 

  "아니, 그게……."

 

  은혜가 바보같이 더듬거리며 변명했다. 어째 말 할수록 이상한 여자가 되어 가는 것 같은데. 얼굴에 열이 오르다 못해 터질 것 같은 은혜의 귓가에 낮은 목소리가 내려앉았다.

 

  "안 내리십니까?"

 

  표정 변화 하나 없는 남자는 열림 버튼을 누르고 있었다. 아. 은혜는 남자와의 밀폐 공간에서 허둥지둥 빠져 나갔다.

 

  "내, 내려야죠. 감사합니다!"

 

  그리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음박질 쳤다. 덕분에 은혜는 알아채지 못하였다. 한 쪽 눈썹을 올린 채 그녀를 샅샅이 관찰하던 남자의 시선을.

 

  "……."

 

  남자, 무열의 눈썹은 이상한 여자가 떠나간 후에도 통 내려올 생각을 않았다.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거나, 혹은 거슬리는 점이 생겼을 때 나타나는 그의 버릇이었다.

 

  ……우연이겠지.

 

  쉬이 넘어갈 수 있는 선택지를 두고도 찝찝했다. 무열은 인상을 찡그리며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멍멍. 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작은 주둥이를 벌리며 짖고 있는 강아지 한 마리가 꼬리를 열심히 흔들고 있었다.

 

  "우연……."

 

  중얼거리는 그의 목소리에 의심이 덕지덕지 묻어났다. 사고사였는지, 몸이 뒤틀린 중년의 귀신이 여자의 주변을 맴돌고 있었다.

 

  그다지 특별할 건 없었다. 죽은 것이 산 사람에게 곧잘 붙는다는 것은 무열도 잘 아는 바였다.

 

  지금의 그 역시 겪고 있지 않은가. 멍. 다시 주둥이를 크게 벌린 강아지가 무열의 바지춤에 달라붙었다.

 

  "……."

 

  몇 시간 전, 복부에 큰 상해를 입은 환자의 곁에 붙어 있던 강아지였다. 지혈부터 수술 과정까지 통 떨어질 생각을 않아 무열이 애를 먹었더랬다.

 

  마치 환자에게 손대는 것을 경계하는 것처럼 무열의 손길 하나하나에 이를 드러냈다. 어렵사리 수술을 끝낸 후부터는 언제 무열에게 경계심을 가졌냐는 듯, 그의 뒤를 졸졸 따라 다니는 중이었다.

 

  그는 강아지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시끄럽고 정신 사납고 청결하지 못하고. 항상 무어가 그리 즐거운지 해맑게 뛰노는 모습까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저리 가."

 

  그는 바지를 부여잡고 놓질 않는 강아지를 발끝으로 쓱 밀었다. 무열이 저를 밀어내든 말든 강아지의 꼬리는 멈출 줄 몰랐다. 무열를 올려다보는 까만 눈망울은 그가 비춰질 만큼 맑았다.

 

  그래, 우연이겠지. 눈이 유난히 동그란 이 강아지는 무열의 눈에만 보일 테니까. 무열이 고개를 들었다. 이상한 여자는 금세 잊어버린 후였다.

 

  8층 입니다. 마침 엘리베이터가 멈춰서고 그가 긴 다리를 내뻗었다. 아래에서는 작은 강아지가 짧은 다리로 열심히 무열을 따라 뛰었다.

 

  그 모습을 곁눈질하며 무열은 생각했다. 여전히 강아지는 싫지만, 조용한 강아지는 괜찮은 것 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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