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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무협물
무쌍무적
작가 : 채화담
작품등록일 : 2016.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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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무쌍의 여자,
절대무적의 소년을 만들다...!

 
5 화
작성일 : 16-07-22 09:24     조회 : 671     추천 : 0     분량 : 80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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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우리 고모할머니께선 목욕만 하고 가버리셨다는 걸까?”

 철무적은 여자를 찾고 있었다.

 하지만 철검산장 어디에도 여자의 모습은 없었다.

 주인이 손님의 잠자리도 봐주지 않고 먼저 자버렸다고 화가 나서 가버린 것일까.

 철무적은 아복이 떠난 다음에야 여자에 대해서 묻지 않은 걸 깨달았고, 여자를 봤다면 묻지 않았어도 얘기를 했을 아복이 아무 말 없이 간 걸로 보아 여자는 아복이 오기 전에 이미 떠난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혹시 해서 산장의 빈 방을 다 뒤져보고 있는 중이었다.

 후원 내당(內堂)의 마지막 방까지 빈 것을 확인하고 나서 철무적은 어딘지 허전한 기분을 느꼈다. 어제 여자를 봤던 것이 마치 꿈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꿈은 아니다.

 욕조에서 콧노래를 부르고 있던 여자의 모습도 생생히 망막에 남아있다.

 뿌연 수증기 사이로 보이던 그 희디 흰 살결까지···

 “좋지 않은걸···”

 후원 뜨락으로 터덜터덜 걸어 나오며 철무적은 발걸음만큼이나 맥없는 어조로 투덜거렸다.

 “이렇게 되면 또 외로워지잖아.”

 외로움이라는 것은 그렇다.

 원래 혼자였던 사람은 남이 볼 때는 그에게서 고독의 그림자 같은 것을 보지만 본인은 그걸 알지 못한다.

 그에게 누군가 스쳐갔을 때, 그래서 잠시라도 둘이었다가 하나가 됐을 때 그 허전함이 비로소 외로움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철무적은 뜨락에 잠시 서서 아직 이른 아침의 쾌청한 가을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가을하늘이 푸른 것은 그것이 높기 때문이고, 그것이 높은 것은 구름이 높기 때문이다.

 멀리 있는 것은 어딘지 슬프고 아름답다.

 “참 무책임한 여자다.”

 어떤 영상이라도 어렸던 것인지 철무적은 갑자기 하늘을 노려보는 시선이 되면서 한 번 더 투덜거렸다.

 “여자에 관한 한 온갖 망상이 떠다니는 십오 세 소년의 가슴에다 느닷없이 나타나 돌덩이를 집어던졌으면, 그래서 이 만큼이나 두근거리는 파문을 일으켜 놓았으면 최소한 이름 정도는 알려주고 가야 올바른 불청객의 자세가 아닌가 싶다 정말.”

 그리고 허전함을 굳이 짓누르는 사나운 얼굴을 하고 목소리까지 깔면서 마저 내뱉았다.

 “제멋대로 나타나고 떠난다고 해도 나중에 어디 가서 찾을 수 있는 여지 하나는 남겨놓아야 하지 않는가.”

 그때였다.

 “내 이름은 막심용(莫心容)이다.”

 한쪽에서 불쑥 울려온 목소리.

 철무적은 가슴이 덜컥 내려앉을 정도로 놀랐다.

 아니 그것은 놀람이라기 보다는 생각하던 어떤 것이 불현듯 닥쳐온 데 대한 가슴 뛰는 긴장 같은 것···

 원래 그런 것이다.

 예컨대 다시 한 번 만나보고 싶었던 사람이 막상 저 앞에 나타났을 때, 그 순간에 일어나는 반응은 흥분도 아니고 격동이랄 수도 없고···다음 상황이 반사적으로 겁이 나는 긴장 쪽이 더 가까운 것이다.

 철무적은 그렇게 쿵쿵 뛰는 가슴을 하고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온통 노란 빛으로 국화가 풍성하게 피어있는 한쪽 화단.

 여자는 거기에 있었다. 마치 산책을 나왔다가 뭔가 발견하고 주저앉은 것처럼 화단 앞에 쪼그려 앉아 유심히 국화 한 줄기를 들여다 보고 있었다.

 도대체 언제부터 저렇게 있었던 것일까.

 분명히 조금 전까지는 없었다.

 아니 조금 전도 아니고 방금 전이라고 해야 옳다.

 여자가 있는 곳은 뒷쪽이 아닌 것이다. 뭔가에 정신을 팔고 있지만 않는다면 충분히 시야에 들어오는 옆쪽···

 여자는 그야말로 하늘에서 떨어진 듯 땅에서 솟은 듯 또 한 번 느닷없이 나타나 있었다.

 참 여러가지로 신기한 여자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철무적은 일단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 여자에게 다가갔다.

 “떠난 게 아니었군요···”

 여자는 국화에만 시선을 둔 채 태연히 대꾸해왔다.

 “떠나다니? 한 마디 인사도 없이 떠나서야 어디 올바른 불청객의 자세이겠느냐.”

 “·····!”

 “여자에 관한 한 온갖 망상이 떠다니는 십오세 소년의 가슴에다 느닷없이 나타나 돌덩이를 집어던졌으면, 그래서 그 만큼이나 가슴 두근거리는 파문을 일으켜 놓았으면 최소한 이름 정도는 알려주고 가야 올바른 불청객의 자세라고 나는 틀림없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철무적의 얼굴이 붉어졌다. 다 들었다는 것이다.

 그것도 처음부터 끝까지 복사하듯이 외울 정도로 똑똑하게···

 그렇다고 해도 굳이 그 얘기를 되읊어 사람 무참하게 만들고 마는 저 뻔뻔한 배짱은···!

 철무적은 이건 화를 내야 된다고 생각했다.

 무참해진 채로 더듬거리는 것보다는 그게 나을 것이므로.

 “남의 말은 왜 엿듣습니까? 치사하고 비루한 버릇입니다, 그거!”

 “난 엿들은 적 없다. 그냥 여기에서 이슬을 좀 보고 있었더니 여자에 관한 온갖 망상이 떠다니는 한 조숙한 녀석이 마치 닭 쫓던 개 꼴 비슷하게 시무룩하니 걸어오더니 저기에서 푸념 비슷한 걸 늘어놓고 있더라.”

 철무적은 다시 무참해졌지만 그래도 꼬투리 하나는 붙잡았다.

 “그건 당신이 닭이고 내가 개란 얘긴데···”

 “음···좀 수정하자. 봉황새 쫓던 강아지 꼴 비슷하게···정도로.”

 “강아지가 무슨 수로 봉황을 쫓습니까? 적어도 이무기 정도는 돼야 할 것 같은데요.”

 “그건 안되겠다. 이무기가 너처럼 귀엽다면 난 벌써 애완용으로 수백 마리는 키우고 있을 거다.”

 철무적은 더 할 말이 없어졌다.

 도저히 당할 수가 없는 것이다. 몇 마디 대꾸했다가 개에서 강아지, 끝내는 귀여운 애완용으로까지 전락하고 말았는데 무슨 할 말이 더 있겠는가.

 “그런데 너 지금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지 아느냐?”

 여자가 다시 말을 던져왔다.

 “내가 아무리 귀엽다고 했어도 그렇지, 꼭 그렇게 귀여운 애완용같은 얼굴을 하고 있을 필요가 있느냐?”

 철무적은 정말 그럴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확실히 그는 귀여운 애완용으로 전락한 자신을 돌아보고 있었던 것이다.

 철무적은 그러다가 의아해졌다.

 여자는 이제껏 한번도 그를 돌아보지 않았다.

 지금도 아까부터 보고 있던 국화에만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을 뿐···

 “당신은 혹시 뒷통수에도 눈이 달렸습니까?”

 “그거 한두 개 달까 했지만 별 필요 없을 것 같아서 관뒀다.”

 “그럼 뒷통수에 눈이 없어도 뒤를 볼 수 있는 무슨 특별한 공부(功夫)를 익혔습니까?”

 “내가 천하의 무공이란 무공을 거의 대부분 알고 있다고 자부하는 사람이다만, 그런 공부가 있다는 얘긴 들어보지도 못했다.”

 “그런데 어떻게 내 얼굴을 봤죠?”

 “이걸로 봤다.”

 여자가 가리킨 것은 국화줄기의 한 잎새에 매달린 한 방울의 이슬이었다.

 “이슬···?”

 “이거 꽤 재미있다. 지나가다가 문득 눈에 띄어서 봤는데···”

 여자는 잠시 호흡을 두었다가 아주 빛나는 눈길을 하고 말을 이었다.

 “이게 말이야. 거울이더라. 그것도 더 이상 거대할 수 없이 거대한··· 하늘과 땅, 그 안의 삼라만상 모든 것을 한꺼번에 다 비칠 수 있는···”

 철무적은 또 골치가 아파졌다. 이 여자와 함께 있으면 두통이 아예 습관화되어 버릴지도 모른다. 나중엔 이 여자의 얼굴만 봐도 골치가 지끈거리게 될지도.

 여자는 한술 더 떠서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이 이슬 한 방울에 또 하나의 천하가 담겨져 있는 거야.”

 철무적의 시선이 이슬로 향했다. 너무나 진지해서 은은히 빛까지 발하는 듯한 얼굴을 하고 있는 여자의 모습에 마음이 좀 움직인 것이다.

 철무적은 여자 옆으로 쪼그려 앉았다.

 “이슬도 물이니까···물에 비치는 것처럼 뭐가 비칠 수도 있긴 하겠는데···”

 여자는 묘한 시선으로 철무적을 돌아보았다.

 “왜? 너도 보려고?”

 “또 하나의 천하가 이 조그마한 이슬에 담겨져 있다면서요? 그런 신기한 구경이라면 난 누구한테 속더라도 일단 들여다보는 쪽이라서.”

 “흠···좋은 성격이구나.”

 여자는 그렇게 말해주더니 갑자기 일어섰다.

 “그런데 그거 쉽게 볼 순 없을 거다.”

 일어서서 아주 오만한 태도를 하고 말을 보충했다.

 “적어도 나 정도의 안력(眼力)과 집중력을 가져야 볼 수 있는 거야. 그 조그마한 이슬에 주위 사면팔방의 모든 것이 다 담겨져 있으니 그 사물 하나하나의 크기는 얼마나 작겠느냐. 개미 뒷다리의 터럭 하나하나를 셀 수 있는 안력으로도 오히려 모자란단 얘기지. 그 터럭에 붙어있는 잡균들까지 볼 수 있는 눈이어야 내가 본 것을 볼 수 있다.”

 여자의 말은 일견 말도 안되는 거짓말을 해놓고 그 거짓말에 대충 연막을 치는 말 같았다.

 그러나 철무적은 이미 여자의 말을 한번 믿어보자고 작정하고 있었다.

 그의 생각으로도 가능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슬은 하나의 물방울이고, 물방울이라면 틀림없이 거울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되었다.

 분명히 사물이 비치고 있지만 보통사람의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을 뿐이라는 게 옳은 얘기 같았다.

 “나는 그런 엄청난 안력은 없는데요. 그런 안력 없이 이 이슬 속의 천하를 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철무적을 내려다보는 여자의 시선에 아주 감명 깊다는 기색이 어렸다.

 그것은 자기가 고른 물건에 대단히 만족해서 새삼 도취돼버린 여느 푼수형 여자들의 모습과 아주 흡사했다.

 어쨌든 여자는 이미 이슬에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는 철무적이 퍽 사랑스럽다는 눈길이었고, 그 사랑스러움을 굳이 감추지 않는 부드럽고 친절한 어조로 설명을 시작했다.

 “사실 그것은 꼭 안력으로 보는 것은 아니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집중력으로 본다고 해야 옳지. 천하의 기이한 화공(畵工) 중엔 깨알 하나에 한 폭의 산수화(山水畵)를 그려내는 사람도 있다. 그것은 시력이나 솜씨로 그려내는 것이 아니라 거의 극한에 다다른 고도의 집중력으로 그려내는 것이다. 물론 그것은 사람에 따라 가능할 수도 있고 불가능할 수도 있다. 평생을 노력해도 그만한 집중에 이르지 못하는 사람이 있고, 단숨에 그 경지에 이르는 사람도 있다. 그것은 천부적으로 타고난 자질의 차이라고 할 수도 있고 어렸을 때부터 형성된 습관의 차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어쨌든 무인(武人)에게 있어서 그것은 실로 중요한 덕목이다. 강호에서 고수로 이름되는 자들치고 집중력이 놀랍지 않은 자가 없는 것이다. 무공 뿐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남이 이루지 못한 특별한 성취를 이룬 달인(達人)이나 명인(名人)은 모두가 다 그러한 집중력이 바탕이 된 것이며···”

 장황하게 이어지던 여자의 말끝이 문득 흐려졌다.

 철무적이 더 이상 말을 듣고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철무적은 시선 뿐 아니라 온 정신을 이슬에 집중시키고 있었다.

 그것도 주위의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는 완벽한 집중상태···

 “고 녀석 참···”

 여자의 얼굴이 행복해졌다.

 고른 물건의 장점을 발견하면 할수록 여자는 행복해지는 법이지만, 과연 그 때문인지···

 “벌써 무아지경(無我之境)이란 말이지?”

 여자는 행복한 미소를 짓더니, 다시 즐겁다는 듯 중얼거렸다.

 “네 경우엔 천부적인 것도 있고 아주 어린 날부터 습관화된 것도 있겠구나. 보통 병약한 아이들이 정신의 능력도 약한 법이지만 특수한 경우 놀랍도록 맑고 깊은 정신을 가지게 되는 아이들도 있다. 병을 원망하지 않고 자기에게 주어진 현실로, 또는 자기가 사는 날까지 동반해야 하는 친구로까지 받아들이는 보다 폭이 넓은 마음을 가진 아이들 중에서 가끔 보이는···”

 즐겁게 시작한 여자의 어조는 뒤로 가선 은은히 연민의 기색도 담겼다.

 그런데 여자의 말을 끊은 것은 어떤 소리였던 것 같았다.

 귓볼에 미세한 반응이 일어나면서 여자는 문득 시선을 들고 있었다.

 그 시선에서 한 가득 날카로운 빛이 일었고, 그 빛이 이내 사라진 다음에 여자는 뜻모르게 싱긋 웃었다.

 “드디어 닥쳐들 오는구나.”

 여자는 이어 몸을 돌렸다.

 그리고 한 걸음 내딛는다 싶었는데, 그 순간에 마치 이형환위(移形換位)의 이치를 실현시킨 것처럼 홀연히 사라졌다. 사라지기 전에 낮게 중얼거린 몇 마디 말이 그 자리에 남아 스산한 바람과 함께 잠시 떠돌았다.

 “어쨌든 됐다. 그 정도 집중력이면 너는 오늘 위험은 있고 고난은 있어도 최소한 죽진 않겠다.”

 

 철무적은 어떤 말도 듣지 못했다. 그는 여자의 존재까지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를 지금 지배하고 있는 것은 하나의 경이(驚異)!

 여자의 말은 과연 틀리지 않았다.

 이슬에 집중하고 어느 순간부터 사물이 조금씩, 그리고 분명하게 비치기 시작했던 것이다.

 맨 처음 보인 것은 자신의 얼굴이었다.

 아주 조그맣지만 분명히 알아볼 수 있는.

 그리고 그 너머의 하늘이 보였고, 문득 날리는 낙엽 하나가 보이는가 싶더니, 비치는 모든 풍경이 급속도로 확대되었다.

 자신을 둘러싼 세계가 수천수만 배로 축소되어 이슬 속에 담겨져 있었지만, 그 모든 것들이 선명하게 보이는 순간부터는 그것은 결코 축소된 세계가 아니었다.

 온통 시야 속에 가득차서 실물과 다름없는 크기로 보였고, 이 세계와 대칭된, 혹은 겹쳐진 또 하나의 세계로 분명하게 존재하기 시작했으며, 이 세계완 달리 아주 객관화되어 바라볼 수 있는 그 세계는 어떤 현학적인 느낌까지 불러일으켰다.

 장자(莊子)의 호접몽(胡蝶夢)이 문득 떠오르기도 했다.

 나비가 되어 노닐던 꿈을 꾸다가 깨어난 장자가, 과연 꿈속의 나비가 진정한 자신인가 현실의 자신이 실제인가를 두고 죽을 때까지 헷갈려 했다는 것이 장자호접몽.

 그것관 차원이 좀 다르겠지만 철무적에게 지금 떠오른 느낌도 그런 류였다.

 지금 여기 앉아있는 내가 실제인가, 저 안의 내가 실제인가···

 당연한 답을 알면서도 괜히 던져보는 질문이지만, 그 순간에 철무적은 자신이 한층 성숙되고 있다는 기분을 느꼈다.

 그리고 정신이 투명하도록 맑아져서 그 동안 풀리지 않았던 몇 가지 어려운 책들의 난제(難題)가 지금같으면 명료하게 풀릴 것 같다는 확신이 들기도 했다.

 그 확신은 사실 옳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완벽하게 집중된 상태에서의 인간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놀라운 힘을 발휘하는 것이다.

 다만 그 현상은 결코 흔하지 않아서 평생 단 한 번도 그러한 집중에 이르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철무적 역시 이만한 집중은 처음 접하는 것이었다.

 지금은 사라져버린 여자가 조금 전에 가한 어떤 무형(無形)의 힘이 그에게 강하게 작용을 해주었는지도 모른다.

 이슬에 자신을 몰입시키고 거기에서 극히 조그마한 영상을 보는 것까지는 그의 자질이었겠지만, 그 이상 확대되고 선명해지게 된 데는, 그리하여 더욱 깊은 집중상태로 들어가게 된 데는 여자가 가한 어떤 힘이 작용했는지도.

 그녀의 말이 주는 암시(暗示)의 힘이었다든가, 아니면 그 이상의 어떤 것이 또 있었는지도···!

 어쨌든 철무적은 눈앞에 펼쳐진 경이의 세계에서 완전히 자신을 잊고 있었다.

 경이 다음에는 감동도 밀려왔고, 이윽고는 명료한 정신으로 이슬 속의 풍경을 하나하나 더듬어갔다.

 여자가 곁에 없다는 것도 발견했지만, 워낙 장난이 심한 여자니까 또 어디에 숨었구나 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슬 속의 풍경 안에서 여자를 찾아보기로 마음먹었다.

 당장 시선을 거두기엔 아쉬운 마음이 컸다.

 

 그때, 그 풍경 안에서 돌연히 이물질 하나가 나타났다.

 아니, 하나가 아니라 둘이었다. 후원 내당의 검붉은 지붕 위로 두 개의 인영(人影)이 돌연히 솟구쳐 오르고 있었다.

 두 인영은 단숨에 내당 지붕을 뛰어넘어 눈앞으로 닥쳐왔다.

 원래는 뒷쪽으로 닥쳐오는 것이지만 이슬이라는 거울을 통해서 보는 철무적에겐 눈앞으로 닥쳐오는 것처럼 보였다.

 복장으로는 각기 도사(道士)와 승려(僧侶)였다.

 그러나 그 용모와 형상은 도저히 도사와 승려로 보아지지 않는, 인간으로 보기에도 너무나 결격사유가 많을 것 같은 실로 기괴한 형상의 괴인(怪人)들이었다.

 도사 쪽은 칠척(七尺)이 넘는 엄청나게 큰 키에 살점이라곤 보이지 않는 깡마른 몸집을 하고 있었다.

 게다가 얼굴이며 목과 손 할 것 없이 옷 밖으로 나와있는 피부는 전체가 다 시커멓게 말라죽은 고목(枯木)의 껍질과 같아서 마치 한 그루의 고목에 도복(道服)을 입혀놓은 형상을 방불케 했다.

 강호에서 짝을 이루어 횡행하는 인간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승려는 도사 쪽과 또 정반대였다.

 키는 작았고 대신 공처럼 둥그런 몸집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비대한 느낌은 전혀 없는 마치 쇳덩이를 뭉쳐놓은 듯한 몸집이었고, 그 느낌은 강한 금속성의 재질감을 주는 은은한 금빛의 피부로 인해 더욱 강렬했다.

 그들은 철무적과 몇 걸음 정도 떨어진 자리에 내리꽂히듯이 떨어져내렸고, 다음 순간 착지했다. 날아온 속도도 굉장했고 착지하는 기세도 무시무시한 것이었으나 그들에게선 파공성 한 점, 진동음 한 점이 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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