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의 걱정과는 다르게 오재희의 집 앞에 도착한 준혁은 차량 안에서 조용히 대기하고 있었다.

　오재희가 아직 집 안에 있는 것은 이미 확인했다.

　5분 전 경비실 인터폰으로 오재희와 직접 얘기를 나눴으니까.

　준혁이 5분 전 오재희와 나눴던 대화를 떠올렸다.

　"아 저기 오재희씨?"

　"네. 누구시죠?"

　"아까 찾아뵜던 조형사입니다. 죄송한데 제 지갑이 없어져서요. 혹시 그 쪽에 있나 봐주실 수 있을까 해서요"

　"...잠시만요"

　인터폰을 끊고 잠시 기다리자 오재희의 집에서 경비실로 다시 인터폰 연락이 온다.

　"형사님? 지갑같은 건 안보이네요"

　"아, 알겠습니다. 혹시나 보이면 연락 좀 부탁드립니다. 요즘 제가 정신이 없네요 하하, 이게 어디갔지. 실례했습니다 쉬십쇼"

　"...예"

　상념에서 벗어난 준혁이 오재희의 집이 위치해 있는 101동 출입문을 뚫어지게 바라보기 시작했다.

　"계획에도 없는 잠복근무하게 생겼네..."

　그것도 제법 오랫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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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우웅

　희연이 주머니에서 울리는 진동소리에 휴대폰을 꺼내 확인한다.

　정병재 : 여청수사팀장, 팀원 2명이랑 함께 21시 40분부로 정미숙이 검거했습니다. 어차피 피의자들 분리해야하니까 이쪽에서 정미숙이 여청사무실로 데리고 가겠습니다.

　희연이 용진을 바라본다.  

　"팀장님?"

　"왜?"

　"병재선배랑 여청 쪽에서 방금 정미숙 검거했다고 연락왔습니다. 여청사무실에 데리고 가서 조사한다네요"

　"그럼 오경옥이는 우리 사무실에서 조사하면 되겠네"

　"예"

　희연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영장 챙겼지?"

　"절 뭘로 보시고"

　희연이 체포영장이 보관되어 있는 결재판을 두드리며 씨익 웃었다.

　"근데 팀장님"

　"왜?"

　"언제 덮칠거에요? 계속 기다리기만 할 거에요?"

　희연의 말에 용진이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한다.

　"제 발로 걸어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덮치는게 제일 좋아. 너도 알잖아? 요새 유난히 피의자 인권가지고 난리치는거"

　용진의 말에 희연이 인상을 찌푸렸다.

　최근 유독 수사대상자나 지명수배자가 경찰의 추적을 받다가 건물 베란다로 뛰어내려 추락하는 사고가 잦았다.

　이런 일이 발생하면 언론에서는 '경찰의 과잉진압이니' '피의자 관리를 소홀히 했니' 같은 자극적인 기사를 대대적으로 보도했고, 밤낮을 새워가며 고생만 죽어라 한 경찰관들이 한순간의 관리소홀로 징계를 받는 일이 많아지면서 조직 내부적으로 '차라리 피의자를 못잡으면 못잡았지 무리하게 검거하려고 하지마라' 라는 내부지침까지 내려온 실정이었다.  

　"..그건 그렇지만. 영장까지 발부받아 놓고 답답해서 그렇죠"

　"너만 답답하겠냐?"

　용진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오경옥이 성격이 정확히 어떤지 모르는 상황에서 '저 경찰관인데 당신 체포하려고 왔습니다' 라고 얘기하면 오경옥이 어떻게 행동할까?"

　"그냥 몇 가지 물어보러 왔다고 하면 안될까요? 아니면 택배가지고 왔다는 식으로..."

　용진이 희연의 말을 중간에서 끊었다.

　"똑똑한 애가 오늘따라 왜 이래. 이미 교육부에서 미취학 아동 관련 가정 방문해서 몇 가지 확인하고 간거 뻔히 알고 있는데, 그 상황에서 경찰이 몇 가지 물어보러 왔다고 하면 뻔한거 아냐?"

　"..."

　"그리고 택배? 당장 불법체포라고 시민단체에서 들고 일어날걸?"

　 희연이 머리를 벅벅 긁었다.

　"아~ 오경옥은 내가 이렇게 자기를 잡고 싶어하는지 알고나 있을까?"

　용진이 피식 웃으며 오경옥의 집 현관문을 바라봤다.

　벌써 용진과 희연이 오경옥의 집 앞에서 오경옥이 나오기를 기다린지 3시간이 훌쩍 지났다.

　희연이 코를 훌쩍이며 말한다.

　"아 밤되니까 쌀쌀한데요? 이렇게 주구장창 기다릴 줄 알았으면 옷이라도 좀 따뜻하게 입고 올걸"

　2월 말 무렵이라 밤이 되자 한 겨울처럼 추웠다.

　"내 옷 줄까?"

　용진이 자신의 옷을 벗어주려하자 희연이 급히 손사래쳤다.

　"팀장 옷 뺏어 입는 팀원이 어딨어요. 언니한테 맞아 죽겠..."

　철컥

　"...?"

　희연이 말하던 중 오경옥의 집 현관문이 열리더니 40대 중반으로 보이는 뚱뚱한 체격의 여자가 한 손에 음식물 쓰레기봉투를 들고 나왔다.

　"오경옥씨?"

　"예? 누구세요?"

　"오경옥씨 본인 맞습니까?"

　용진이 오경옥에게 재차 물었다.

　"예.. 맞는데요.. 누구..."

　"희연아, 영장"

　희연이 재빨리 영장을 건내주자 용진이 체포영장을 오경옥의 눈 앞에 보였다.

　"오경옥씨, 당신을 상해치사 및 사체유기 혐의로 체포합니다. 변호사 선임할 수 있고 필요하시면 법원에 체포적부심도 신청할 수 있습니다. 변명하실 거 언제든지 말씀하셔도 되구요"

　용진의 말에 오경옥이 몸을 흠칫 떨었다.

　"잠..잠깐만요. 제가 무슨 뭐? 상해치사요? 사체유기요? 무슨 말인지 전혀..."

　"민채린양"

　용진의 한마디에 오경옥이 입을 다물었다.

　"더 하실 말씀 있나요?"

　"..."

　오경옥이 침묵하자 용진이 수갑집에서 수갑을 꺼내 들었다.

　그 모습을 보고 오경옥이 큰 소리로 외치기 시작했다.

　"아니 채린이가 뭐요? 내가 뭘 어쨌다고? 그래서 제가 채린이를 때려죽이고 사체를 유기했다 이 말이에요 지금?"

　"그건 조사해봐야 알겠죠. 법원에서도 오경옥씨의 범죄혐의가 충분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여기 영장을 발부한 거구요"

　"아니 증거있어? 증거 있냐고? 증거도 없이 영장있다고 사람 이렇게 함부로 잡아 넣어도 돼? 당신들 경찰 맞아?"

　용진이 지갑에서 신분증을 꺼내 보여줬다.

　"마산북부경찰서 형사2팀장 김용진입니다. 보시는대로 경찰관 맞구요"

　"아니 증거 있냐고. 증거도 없이 사람 이렇게 함부로 대해도 되냐고?"

　오경옥의 고함소리를 들었는지 아파트 주민들이 집에서 나와 슬금슬금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며 용진이 조용히 희연을 불렀다.

　"희연아"

　"예 팀장님"

　"모자랑 수건 가져왔지?"

　"여기요"

　희연이 검은색 모자와 수건을 내밀자 용진이 건내 받았다.

　"자세한건 서로 가서 얘기하시죠. 여기 보는 눈이 많아서요"

　용진이 오경옥의 손목에 수갑을 채우고 수건으로 수갑을 둘러 감으면서 얘기했다.

　오경옥도 주변 시선을 의식했는지 용진의 말에 이를 뿌드득 갈며 말했다.

　"내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이러는지 모르겠지만 당신들 후회할거야"

　독한 눈빛으로 노려보는 오경옥을 보며 용진이 희연을 불렀다.

　"희연아 한쪽 팔 잡아. 가자."

　희연이 잽싸게 다가와 오경옥의 왼쪽 팔을 붙들었다.

　"일단 가시죠?"

　희연의 말에 오경옥이 이를 뿌득 갈며 터벅터벅 걷기 시작했다.

　마산북부경찰서 형사팀 사무실.

　사무실에 도착한 오경옥이 자리에 앉아 있는 박미현을 보며 이를 뿌드득 갈았다.

　"박미현 이 개 같은년! 은혜도 모르는 금수만도 못한 년!"

　박미현을 보고 상황을 짐작했는지 오경옥이 욕설을 내뱉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용진이 한숨 쉬며 희연을 불렀다.

　"희연아"

　"예 팀장님"

　"박미현씨 민원인대기실에 잠시 데리고 가라. 그리고 여청수사팀에 연락해서 오경옥씨 차량 압수수색검증영장 신청하라고 해"

　"예. 네비 때문이죠?"

　용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경옥이 자신의 차량을 타고 야산으로 이동했다면 네비게이션에 기록이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

　시체를 파묻기 좋은 곳을 나름대로 알아봤을테고 네비게이션을 검색해서 갔다면 분명 그 장소에 대한 기록이 남아있을테니까.

　"그래, 그리고.."

　용진이 자리에 앉아 있는 형사1팀 박종수를 불렀다.

　"종수야, 1)피신 받아야 되는데 동석 좀 해주라"

　용진의 말에 종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용진과 종수가 오경옥을 진술녹화실로 데리고 갔고, 조사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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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피의자신문조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