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그리 잘 나가는 인생은 아니다 솔직히 찌질 하다고 말하기 쉬운 그런 삶이지만 비누는 말 그대로 비루해 보이기 위해 태어난 모든 것을 가진 자의 모습이었다. 나는 그를 보고 위로를 받았다. 내가 아는 어떤 친구 보다 더 강한 위로 그래 나는 이자 보단 나아 그래도 이름도 이자 보다 세련 됐고 그리고 아직 젊고 그래 머리카락도 이 사람 보단 많잖아. 난 그래도 생긴 걸로 치자면 아침에 자고 일어나서 거울을 봐도 내가 꽤 괜찮아 보이긴 하거든 아직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 자리도 없지만 이제 겨우 시작 아닌가 이 자는 벌써 삼 년째 백수지 않은가?
모든 것이 이름 때문이라고 했다. 일차는 거의 다가 합격을 하는데 면접을 보게 되면 100%낙방이라고 했다. 나는 잠시 그 말을 들어주는 듯 끄덕였나 창식의 말을 떠 올렸다.
“다 이름 때문이라고 그래서 자꾸 떨어지는 거야 알아?”
내가 한말이었다.
창식이 풉 웃으며 말했다.
“그 마나 네 이름 때문에 일차 합격 하는 건지도 몰라”
“그게 무슨 소리야?”
“이름이 워낙 특이 하니까 어떤 놈이니까 함 보자 하는 거지. 그걸로 땡이야 일차에 합격을 한다고 해도 넌 원래 떨어질 것이 예정 되어 있는 거라니까 너도 이상하다고 했잖아. 시험을 망쳤는데 꼭 일차에는 합격을 하니까”
맞는 말일 수나 있으나 그 밉살스런 얼굴에 침이라도 뱉어 주고 싶은 심정으로 소주잔을 들이켰다.
나는 그런 생각을 했고 비누에게 말을 하려다 삼켰다.
“실력은 있는데 운이 안 따라 준 것뿐이겠지요”
“그렇겠죠. 그런 마음으로 벌써 삼 년 째 입니다.”
“쥐 구멍에도 볕 뜰 날이 올 겁니다. 그런 의미 에서 건배”
나와 비누는 동터올 때까지 해장국 집에서 술을 마셨다.
그러다 술이 거나해지고 또 다시 싸웠다. 하지만 이번에는 가게 안은 아니었다.
전봇대에 대고 오줌을 싸다가 오줌 발이 내 운동화에 튀었던 것이다.
“에이 씨 조준 좀 잘 하라니까”
“에이 씨 이 새끼 어린 놈의 새끼가”
“새끼? 새끼? 내가 네 새끼냐 우리 엄마 새끼지 그 주둥아리 좀 어떻게 해 이씨”
다시 비누는 나의 멱살을 쥐었다. 그러고는 우리는 우리가 싼 오줌 속에서 뒹굴었다.
아이들이 등교를 하고 회사원들이 출근을 하고 그들이 지나가면서 우리를 길가에 싸 놓은 똥 덩어리 마냥 봤다. 햇살이 눈이 부셔서 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비누에게 말했다.
“에이 씨 그만 하자.”
힘이 없는지 비누도 말했다.
“에이 씨 좆같다.”
“에이 씨발”
소리쳤다. 옆을 지나가던 풋풋한 내가 어린 시절 짝사랑 했을 법한 여고생이 화들짝 놀라며 피해 갔다. 나는 눈으로 그녀를 쫓으며 내가 얼마나 한심한지를 생각을 했다.
집에 들어가니 엄마가 미친놈 죽일 놈 하며 몽둥이를 찾았다. 그리고 킁킁하며 냄새를 맡고 어디서 뒹굴었기에 지린내가 진동을 하냐 하며 말했다. 내가 맡아도 그 냄새는 지독한 것이었다.
그래서 버스를 타고 오는 내내 주변에 사람들의 시선이 그리도 많았던 것이다. 아 씨발 좃 같다.
씻고 침대에 누우니 10시가 좀 넘은 시간이었다. 핸드폰이 울렸다. 나에게 핸드폰이 존재 하기나 했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핸드폰이 울리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요즘에는 카톡을 주로 하니 말이다. 나는 급히 전화를 받았다. 비누였다.
김이 샜다. 김이 샜던 것은 어쩌면 면접 본 곳에서 합격입니다 하는 경쾌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까 해서였다. 연락 올 것은 서너 군데 되지만 전화는 오고 있지 않다. 언젠가는 오겠지
“집에 왔어? 아까는 미안해”
“저도 미안해요.”
다시 우리는 서로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술 기운이 떨어진 탓이다.
잠시 침묵이 뚝뚝 떨어졌다.
“잘자”
그가 말했다. 여자 친구의 낭랑한 목소리로 잘자 내 꿈꿔 하는 말을 듣는 상상을 하곤 했다. TV속의 최자연 아나운서가 김태희가 전지현이 나에게 말한다. 잘자 내 꿈꿔 하는 말 하지만 30살의 대머리 아저씨가 잘자 하고 말하고 있었다. 나는 그 말에 어떻게 대답할지 몰라 멍하니 있었다. 설마 내 꿈꿔 하는 말을 하지 않겠지? 하지만 세상이 그리 내 맘대로 흘러 가는 것이 아니니까 절대 하지마 하지마 하지만
“내 꿈 같은 건 꾸지마.”
다행인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