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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불멸의 검, 악마의 칼날 위에 서다.
작가 : 박현철
작품등록일 : 2023.11.28

악마와 싸우는 안티히어로

 
수진 누나와 추억을 소환하다
작성일 : 24-05-03 18:05     조회 : 16     추천 : 0     분량 : 4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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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4화

 수진 누나와 추억을 소환하다.

 

  - 봐봐, 이제야 기력을 다해 축 늘어져 있지.

 

 내가 다이아몬드 쥬빌리를 들어 바닥에 가라앉은 자궁암 악귀 덩어리를 보여줬다.

 누나가 조심스럽게 고개를 빼 병 가까이 눈을 가져갔다.

 

 - 어이!~

 - 으아!

 

 내가 놀린다고 술병을 누나 눈앞으로 들이밀자 깜짝 놀라 물러서는

 수진 누나를 보고 내가 킥킥대며 웃었다.

 

 - 아 가슴이야... 너 자꾸 누나 놀릴래? 죽는다, 몽대...

 - 누나, 사실, 아까 이 악귀 덩어리를 보여준 뒤 악귀 덩어리를 술병에 담고, 한 손엔 술병을 들고 어깨엔 누나 태우고 개선장군처럼 가려고 했는데...

 - 했는데?...

 - 허리가 안 좋아서 못하겠다, 미안, 헤...

 - 아냐 할 수 있어, 해 보자, 나 가벼워, 어서...

 - 앞으로 꼬라박으면 어떡해?

 - 니가 일부러 그러면 모를까, 넌 충분히 할 수 있어, 빨리 해 보자, 남자가 말을 꺼

  냈으면 썩은 무라도 잘라야지.

 - 안 무서워?

 - 뭐가 무서워? 천하의 장수진이가 무서운 게 어딨어?

 - 내 허리는?

 - 엄살은...

 

 누나가 탁자 위에 올라갔다. 나는 왼팔을 쭉 편 뒤 반으로 오므려 어깨와 높이를 같이 했다. 용천이 녹아든 팔이라 건물을 올려도 끄떡없을 것 같았다. 누나가 내 머리를 잡고 내 팔과 어깨에 엉덩이를 올렸다. 탱글탱글한 엉덩이가 바람 가득 든 프리미어 리그 축구공 같았다. 오른손으로 악귀 덩어리가 든 다이아몬드 쥬빌리를 들었다. 걸어가면서 노래를 불렀다. 어릴 때 누나와 전쟁놀이 하면서 불렀던 노래를 불렀다.

 

 - 사나이로 태어나서 할 일도 많다만

  너와 나 나라 지키는 영광에 살았다

  전투와 전투 속에 맺어진 전우야

  산봉우리에 해 뜨고 해가 질 적에

  부모 형제 나를 믿고 단잠을 이룬다! 이룬다! 이룬다!

 

 산이 떠나가듯 누나와 나는 쩌렁쩌렁 노래를 부르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술병을 거실 탁자 위에 올리고 누나를 안고 내렸다. 자연스럽게 둘이 손바닥 하나 거

 리를 두고 마주 보게 되었다. 수진 눈의 강렬한 눈빛에 갑자기 어색해졌다. 어떡하

 지...

 

 - 잘했으면 엉덩이 한번 때려주면 안 돼?

 - 아이구 내 새끼, 잘했어, 고생했어...

 - 나두...

 - 안 돼, 넌... 나쁜 손 가만히 있어...

 

 누나가 내 엉덩이를 토닥이고 내 코를 잡고 흔든 뒤 나를 밀쳤다.

 어색한 분위기가 사라졌다.

 

 - 이 술병 넣을 금고가 있어?

 - 응, 원자폭탄이 터져도 끄떡없는 금고가 있지.

 - 그럼, 금고에 넣어, 누구든 건드리면 큰일나, 비밀로 해야 돼.

 - 나랑 엄마 말고는 비밀번호 몰라. 너 비번 가르쳐 줘?

 - 아니 싫어, 내가 왜 비번을 알아야 돼?

 - 야, 너 은근히 매정한 구석이 있다... 엄마가 아들이라고 하는데,

  패밀리끼리는 알아둬야지...

 - 성제도 패밀리잖아?

 - 우리 가문에서 파문당한 지가 오래됐어, 비공식적이지만...

  부산하고 여기하고 법적으로 갈라섰어, 이름만 같은 민암 재단이지.

 - 그럼, 아버지는?

 - 우리 아버지가 성제랑 같이 합치고... 나중에 차차 알게 될 거야, 비번이 # 8...

 - 아 싫어 누나, 덧정 없어, 저 악귀... 그리고 누나 나 입 싸, 내가 나불거리면

  어쩌려고 그래?

 - 스스로 디스하네, 이유가 뭐야? 또 책임져야 할까 봐?

 - 디스가 아니고, 쉴드친 거지, 게으름, 책임은 얼마든지 질 수 있는데, 내가 천성이 게으르잖아, 이 일로 시끄러워지면 게으를 수가 없잖아, 게으를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 줘, 누님, 제발 부탁드립니다~ 대신 내가 뽀뽀해 줄게.

 

 내가 다가가자 수진 누나는 싫다며 손사래를 치고 소파 뒤로 도망갔다.

 솔직히 말하면 게으른 게 아니라 엮이기 싫다는 내 본심이겠지.

 

 - 배 안 고파? 나 배고파.

 

 분위기 바꾸려고 누나가 뜬금포를 쏘았다.

 

 - 마이 고파, 밥 줘 누나...

 

 내가 어리광을 부렸다.

 

 - 징그럽게... 어디서 먹을까?

 - 바깥 좋던데, 분위기 쥑이더라...

 - 알았어, 나가 있어, 준비해서 갈게.

 - 그럼, 나 손 좀 씻고, 나갈게.

 

 나는 잰걸음으로 화장실에 들어갔다. 왼손을 높이 들었다. 천년 잉어가 용천이 되었다. 용천을 직호문녹각제도장구 칼집에 꽂고 손을 씻었다. 얼굴도 가볍게 물 칠하고 닦았다. 거울을 봤다. 모성 본능 어쩌구 하던 민교 말이 생각났다. 이 면상이... 우엑... 혹 수진 누나 가슴에 내가 사는 게 아니라 내 가슴에 수진 누나가 살고 있은 게 아닐까? 어이 무슨, 고개를 흔들었다.

 

  * * *

 

 - 천천히 먹어, 누가 빼앗아 가?

 

 전복과 대합을 넣은 된장찌개와 햅쌀로 만든 밥 그리고 갖은 반찬과 곁들여 싱싱한 채소, 아보카드 유, 발사믹 초를 뿌린 푸짐한 샐러드가 탁자 위를 풍성하게 했다.

 누나가 게걸스럽게 먹는 나를 보고 핀잔을 줬다.

 

 - 너무 너무 맛있었어, 히...

 - 그래? 천천히 먹어도 너 다 먹을 수 있어, 체한다...

 - 뭐야, 엄마 모드야?

 - 연상의 마누라, 큭...

 - 좋지, 그럼, 뽀뽀해 주라, 마누라...

 - 죽는다, 너 자꾸 음흉하게 나갈래?

 - 아직 풍만한 엉덩이의 포만감이 가시지 않아서...

 

 누나가 포크를 들고 일어섰다. 나는 도망가려고 일어나서 누나 눈치를 보며

 음식을 게걸스럽게 먹었다. 누나가 탁자 왼쪽으로 가는 듯하다가 오른쪽으로

 돌아서 달려왔다. 나는 눈앞까지 누나가 오는 것을 보면서 음식을 입에 넣고 도망을 갔다. 둘의 거리가 1m 정도 되었다. 충분히 안 잡히고 도망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10여 미터도 도망가기 전에 잡혔다.

 둘은 잔디로 폭신한 넓은 정원에 동시에 넘어졌다.

 어쩌다 보니 누운 둘 얼굴 사이가 채 10센티도 안 됐다.

 누나도 내 눈빛을 느꼈지만 나도 누나의 그 큰 눈에서 나오는

 강렬한 레이저 눈빛을 느꼈다. 갑자기 어색해졌다.

 여기서 둘이 키스라도 한다면? 관계가 이상해질 거 같았다.

 그런 갈등에 혼란스러운데 누나가 먼저 이상한 분위기를 깼다.

 

 - 대학 때 육상부 동아리였어...

 - 그러면 그렇지, 나도 곧잘 달리는데...

 

 누나가 일어나 앉으며 말했다. 뒤에 알게 되지만 누나가 100m 세계 기록

 보유자였다. 100m 세계 기록을 세우고 홀연히 사라져버렸다. 중국에서 난리가

 났는데 어느 날부터 언론이 조용해졌다. 수진 누나 친모의 입김이라는 말이 떠돌았다고 했다. 중국은 다른 여느 나라보다 언론 통제가 쉬웠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나는 자연스럽게 누나 무릎을 베고 시선은 딴 곳으로 돌리고 말했다.

 

 - 썬디가 성제라며?

 - 세상이 다 아는 소릴 새삼스럽게...

 

 시무룩해지며 누나가 자리에 벌떡 일어나버리고 탁자로 향했다.

 

 - 아이쿠, 아야...

 

 나는 바닥에 머리를 찧었다.

 소파 쿠션 같은 잔디 때문에 전혀 아프지 않은데 엄살을 떨었다.

 누나가 다시 앉아 포크로 샐러드를 찍었다.

 

 - 나는 몰랐어, 조달호 교수가 그러더라고... 미국에서 자주 만났어?

 - 내가 왜 그놈을 만나...

 

 나도 자리에 앉으며 성제에 대해 재차 물었다.

 수진 누나 목소리에 짜증이 섞였다.

 

 - 누나 왜 그래? 안 좋은 기억이 있어? 하긴 그 새낀 구제 불능이니까...

 - 노는 물이 다르잖아, 내가 성제를 만날 만큼 한가하지도 않고, 나도 사업해...

 - 오, 미안, 나는, 내 수준에서 말하다 보니 누나가 노는 클라스를 잊었어.

 

 누나가 갑자기 까르르대며 크게 웃었다. 나는 영문을 몰라했다.

 

 - 한 끼에 4억 원이라, 킥킥, 그 생각만 하면 너무 통쾌해... 어머니 잘 계시지?

 - 응, 아버지도 잘 계시고...

 - 넌 누굴 닮았을까?

 

 누나가 금세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지으며 날 빤히 쳐다봤다.

 

 - 아무도 안 닮았대, 돌연변이래, 유전학적으로 우리 집에 나 같은 덜떨어진

  인간은 태어날 수가 없다나 뭐라나...

 - 그래서 돌연변이다.

 - 응, 또 하나 있어...

 - 뭔데?

 - 뽀뽀해 주면...

 - 포크로 찔려봐야 정신 차릴래?

 

 누나가 쌍심지를 켰지만, 진심은 아닌 것 같았다.

 

 - 해줄 때는 언제고...

 - 내가? 언제?

 - 소꿉놀이할 때, 아들이라고...

 - 야, 그때하고 지금이랑 같아? 아무리 어릴 적 추억을 소환한다고 해도 덩치가 산만

  한 너를... 너, 뭔 꿍꿍이가 있지?

 - 없어... 옛날 생각이 나서 그래...

 - 나는 너를 아들로 뽀뽀를 해도 받는 니가 엉큼한 생각을 하면, 아냐, 아냐...

 - 누나가 아니라 하는 거 보니 아니구나, 그럼 그렇지 괜히 오해했네, 혼자 비장의

  무기처럼, 킥킥...

 - 뭘?

 - 또 하나 있다는 거.

 -그게, 뭐?

 - 내 입으로 말하기 그렇네, 다음에 얘기할게.

 - 모성 본능?

 - 뭐, 그럼 진짜야?

 

 내가 놀라 물었다. 소름이 돋았다. 뭐 대단한 거라고 소름까지 돋을까 마는...

 

 - 나... 실은 남성혐오증 있어...

 

 누나 표정이 갑자기 심각해졌다.

 계속 파고들면 몸서리라도 칠 거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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