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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공포물
카산드라
작가 : 건망고
작품등록일 : 2017.11.16

앞날을 훤히 안다.
그러나 그 누구도 그를 믿지 않는다.
카산드라의 저주.
언어 소통의 종말.
극한의 공포심은 고립감에서 온다.
군중의 한가운데 불통의 무력감이 그를 낭떠러지로 내몬다.

 

작성일 : 24-04-29 16:44     조회 : 16     추천 : 0     분량 : 2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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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창살 밖 어둠 속에서 망토를 뒤집어 쓴 집사가 말한다.

 "카산드라여, 메신저의 목소리를 늘상 듣고 계십니까?"

 

 창살 반대편 벽쪽으로 몸을 향하고 앉아 있는 가녀린 몸에서 목소리가 나온다.

 "늘 듣고 있지요. 그가 겪는 모든 일, 모든 생각이 들립니다."

 

 "이번 일도 그럼 소상히 알고 계셨겠네요. 그런데 어째서 막지 않으셨습니까?

 이젠 되돌릴 수 없는 일이 되어 버렸습니다."

 

 "이것만 말씀드릴게요, 농부. 이번 일은 신탁의 뜻이 아닙니다.

 나의 뜻입니다."

 

 이 말을 끝으로 둘 사이에 긴 침묵이 이어진다.

 이윽고 농부는 고개를 미세히 끄덕인 뒤, 뒤를 돌아 나간다.

 

 

 같은 시각 나는 병원용 침대에 누워 태평하게 상상 체스를 둔다.

 이미 나는 모든 것을 받아들였다. 죽음마저.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판이 나에게 유리한 쪽으로 돌아가는 듯하다.

 흥미롭다.

 죽을 각오를 하니 살게끔 된다.

 

 잠시 더 몰입하여 상상 체스를 두고 막 체크 메이트를 부르고 이겼다 안심한 순간 목소리가 들린다.

 "내가 지금 물리적으로 거기 갈 상황이 안 돼.

 그래서 음성으로 전해야 할 말을 전하니 양해해주길.

 내 첫 가설은 보기 좋게 빗나갔어.

 카산드라가 있는 건물에 들어선 것만으로도 숨을 쉴 수가 없더군.

 하마터면 자네 몸과 함께 내 의식도 소멸해버릴 뻔했어.

 다시 생각해도 아찔하군. 그 정도일 줄은 몰랐거든."

 

 히틀러의 목소리는 잠시 숨을 고른 뒤 이어진다.

 "그래서 말인데, 이제 자네를 우리 편으로 섭외하지 않고는 일을 진행하기 힘들게 됐어.

 자네도 우리의 약점을 다 아는 상황이니 함부로 하기도 어렵고 참 곤란해.

 솔직히 다 말하는 거야. 아주 낭패라고.

 내가 이렇게 뭔가를 자네한테 말해도 자네 생각이 실시간으로 카산드라에게 송신되는 실정이니 그것도 참 곤란한 노릇이고."

 

 그럼 내가 상상 체스를 두는 방금 전 상황도 카산드라가 다 알고 있었겠군, 나는 생각한다.

 카산드라는 내가 착실한 여자와 잘 때도, 학원 원장과 잘 때도 다 듣고 있었겠군, 나는 생각한다.

 그리고 조금 웃음이 난다.

 미안해지기도 한다.

 나의 무료한 일상과 건조한 생각들이.

 그렇게 관전하기 재미나지는 않았을 나의 인생 자체가.

 다 미안해진다.

 

 그때 히틀러는 다시 입을 연다.

 "그래서 말인데, 내가 제안을 하나 하지.

 앞으로 내쪽에서 카산드라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을 때 전달해줄 것.

 그 대신 자네가 가장 원하는 것 한 가지를 주지. 자유.

 신탁의 명령을 듣고 행하며 살지 않아도 되는 자유.

 다른 인간들과 똑같은 평범한 삶.

 그걸 주지."

 

 나는 약간의 충격을 받는다.

 그럴 방법이 있다고?

 신탁은 내게 직접 환영을 보여준다.

 그런 방식으로 신탁을 내린다.

 신탁을 듣고도 행하지 않으면 빠른 시일 내에 응징을 받는다.

 그런데 거기서 벗어날 방법이 있는 거라고?

 

 히틀러는 말을 잇는다.

 "신탁은 너희에게 직접 환영을 보여주지 못해.

 왜냐면 신탁은 우리와는 완전히 다른 존재거든.

 우리 인간 중에 딱 한 종족만이 그들과 접할 수 있어.

 그들과 양방향 소통을 할 수 있고 물리적 접촉을 할 수 있지.

 내가 알기로 그 종족이 신탁의 후예야.

 카산드라는 그 종족의 마지막 생존자고.

 신탁의 뜻을 알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인 셈이지.

 너희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건 카산드라지 신탁 스스로가 아니야.

 그러니까 내가 이렇게 답답해 하는 거지.

 요즘에 세계를 운영하는 데 약간의 골치 아픈 문제가 생겼거든.

 내가 전면에 나설 시기를 보고 있었는데 그 시기를 당겨야 할 상황이거든.

 그런데 그런 부분에 대해 신탁 쪽으로 컨택을 해서 내쪽에서 일을 빨리 진척시키고 싶은데 그게 안 된다 말이지.

 신탁이 무슨 생각을 갖고 있는지 알 수가 없고 혹여 나한테 해악을 끼칠 지도 모르는 일이잖아.

 신탁이 인간과 같아서 협상이 가능하다면 예전에 구워 삶았을 거야.

 그런데 아예 모르겠어. 세계를 왜 이런 방향으로 끌고 가고 있는지 그 의중도 점점 모르겠고."

 

 나는 가만히 히틀러의 말을 정리해본다.

 이 세계를 운영한다, 라고 그는 말했다.

 이 세계는 신탁이 운영하는 것이다. 그는 신인가? 외계인인가?

 그리고 그는 카산드라의 종족을 통해 인간들과 소통을 할 수 있고 인간 세상의 운영에 관한 명령을 내린다.

 나를 비롯한 요원들은 신탁이 카산드라를 통해 내리는 명령을 듣고 행한다.

 한편 신탁은 카산드라를 통해 히틀러에게도 신탁을 내리는데 히틀러는 지금까지는 그대로 행했지만 이제는 뭔가 불만이 있고 의문이 있다.

 그래서 그 부분에 대해 따져 묻고 싶고 협상을 시도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

 그래서 카산드라에게 발신이 유일하게 가능한 내 몸을 빌어 직접 만날 시도를 했다 실패했다.

 그래서 이제는 나에게 자기 뜻을 가감 없이 전달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 가장 인간적인 방법, 협상을 도구로 들고 나왔다.

 그가 내세운 조건은 나의 자유다.

 

 나는 그간 자유롭지 않았나?

 그렇다. 나는 아무것도 꿈꿀 수 없었다.

 내 의지로 뭔가를 바꾸는 데 분명한 한계가 있었다.

 하도 오랜 시간 그렇게 살아서 그 의지를 낸다는 행위 자체를 해본 일이 거의 없다.

 그렇다. 나는 자유롭지 않다.

 자유를 갈망하고 있는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하도 오랜 시간 자유가 없었기에 자유를 갈망하지도 않는다.

 

 자유가 있다는 건 알지만 자유를 경험해본 적은 없는 것이다.

 나는 히틀러에게 힘주어 말한다.

 

 "딜!"

 

 

 
작가의 말
 

 공포소설 쪽에 연재를 하고 있지만 점점 판타지 비슷하게 가는 것 같네요. 공포 요소도 앞으로는 많이 추가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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