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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불멸의 검, 악마의 칼날 위에 서다.
작가 : 박현철
작품등록일 : 2023.11.28

악마와 싸우는 안티히어로

 
여자들의 속내
작성일 : 24-04-22 20:50     조회 : 13     추천 : 0     분량 : 4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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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5화

 여자들의 속내.

 

  외할머니 집에 가서 어제 끓여 먹고 남은 라면 국물에 밥 말아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농심 사리면 반쪽에 달걀을 풀고, 치즈 한 잎 넣고,

 파 송송 썰어 넣은 뒤 자르지 않은 묵은김치를 쭉쭉 찢어서 먹으면 그만인데,

 거기에다 금상첨화는 프로야구까지 틀어놓고...

 입에 침이 흥건하게 괬다.

 

 라면 생각에 빨리 가야겠다 싶어 앙증맞은 연보라색 스쿠터에

 시동을 걸었다. 연보라색 스쿠터 때문에 후배 조교들이

 선배 호모냐고 놀리곤 했다.

 그럼, 태진아는 호모냐? 라고 나는 받아치곤 했다.

 

 들은 말인데 분홍색은 동성애자들의 색이라고 했다.

 프린스의 퍼플 레인(Purple Rain) 때문이라나 뭐라나...

 태진아가 주로 입는 원색의 옷도 그렇다는 말도 있고...

 

 (E) 카톡~

 

 헬멧을 쓰는데 카톡이 왔다.

 반응이 의외로 빠른 데, 속으로 생각하며 핸드폰을 꺼내 카톡을 봤다.

 이시하라 유우가 아니었다.

 

 - 거기서 봐요...

 

 민교였다.

 

 - 창녕?...

 - 네...

 - 뭔지 모르지만 여기서 사과하면 안 돼? 학교도 좋고 우리 집도 좋고...

  차라리 우리 집으로 가자. 김해에 나 혼자 사는 집이 있어...

 - 싫어요.

 - 사과한다니까? 소주도 한잔하면서, 맨정신에 그렇네...

 - 싫어요, 거기서 봐요...

 

 문자지만 민교의 매몰참이 느껴졌다. 흑심이 너무 적나라했나?

 하긴 벽창호인 내가 둘러쳐 봐야 차라리 노골적으로 이불 깔자 보다

 더 검은 속내를 알아차릴 만큼 1차원적이니까...

 

 민교의 속내를 알 수 없었다. 내가 벽창호라서 그런 거겠지만,

 차라리 외할머니 집이 민교에겐 안전할 텐데... 창녕의 화왕산은

 내가 무슨 짓을 할지 몰라 오히려 민교에게는 위험할 텐데...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더니...

 한 치 여자 속은 더 모르겠네, 큭...

 아니면 노골적인 유혹인가?

 혼자 속으로 통밥 굴리면 뭐하냐, 가보면 알겠지, 내가 될 대로 되라

 식으로 산 지가 하루 이틀이냐, 그래 가보자, 간다, 가...

 

 나는 연분홍색 스쿠터를 타고 학교에서 10 여분 걸리는 외할머니 집에 갔다.

 연분홍색 스쿠터는 내가 호모라서가 아니라 아버지가 하시는 중고차 매매상에

 후배가 팔아달라고 맡긴 것을 내가 학교에 타고 다닌다고 무작정 가지고 온 거였다.

 물론 아버지가 그 후배에게 적당한 가격의 금을 쳐줬다.

 

 은밀히 따지면 외할머니집도 내 집이다. 돌아가신 외할머니가 나를 위해 떡방앗간 한쪽 땅에다 15평 규모의 원룸을 지어 주셨다. 옵션을 완벽하게 갖춘 원룸이었다. 전역하고 밑져야 본전이다는 생각에 일본 가쿠슈인(學習院 : 학습원) 대학 1학기 다닌 걸로 김해 있는 대학에 편입 신청을 했더니 탁월한 선택이라며 우리 대학에 온 걸 환영한다는 의미로 일 년 치 장학금까지 주며 편입을 받아줬다. 중국이나 베트남이나 아니면 중앙아시아 여러 국가의 학생들 모집에 혈안이 돼 있는 지방대학인데 단군의 자손이며 배달의 민족인 내가 나타나자 이게 웬 떡이냐, 두 손 들어 환영이었다.

 

 사실 처음엔 망설였다. 내가 가쿠슈인 다녔다고 말하면 편입은 시켜 줄 테니 가쿠슈인 가서 서류를 떼 오라고 할까 봐 적잖이 신경이 쓰였는데 학교 행정처에서 그건

 자기들이 다 알아서 한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일본 가쿠슈인에 가서 서류를 떼오라고 하면 편입을 포기하려고 했는데 진짜 다 알아서 했는지 편입학 허가가 떨어졌다고 학교 다녀도 좋다고 했다.

 

 이유가 있었다. 학교 당국은 나를 철저하게 학교 홍보에 이용했다. 나도 몰랐는데 그렇게 했다. 일본 사학의 명문에다 일본 천황의 자손들과 황족 그리고 최고 명문 세가(世家)의 자제들만 다니는 가쿠슈인 출신의 재학생이 우리 학교에 편입했다고 글로벌하게 떠들었다. 홍보 효과는 톡톡히 봤다. 그해 어렵다고 혀를 내두르던 외국 학생 유치율이 120%로 초과 달성했다. 나는 속으로 내 덕이면 전액 장학금이 아니면 2년 치 장학금이라도 주지, 짠돌이 학교라고 불평 불만했다. 화장실 갈 때 마음이랑

 갔다 오고 나서랑 완전히 다르다더니 내가 딱 그랬다. 받아주지 않을까 봐 전전긍긍

 초조해할 때는 언제고, 인간이란 참 간사했다. 쓴웃음이 나왔다.

 

 들뜬 마음으로 드디어 고국 한국에서 대학을 다니게 됐다며 부산 집에서 학교 다닐 준비를 하자 김해 계신 외할머니가 집도 가까우니 외할머니 집에서 다니라며 원룸을 지어 주셨다. 벽창호인 나는 엄마 속도 모르고 만세, 하며 외할머니 뺨에다 뽀뽀 세례를 퍼부었다. 그러자 엄마는 끙끙 앓으며 자리에 누웠다.

 

 엄마의 강력한 반대의 이유는 이랬다. 남들처럼 집에서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을 다니다가 정상적으로 신체 검사받고 군에 갔다 왔으면 모를까 학교폭력의 희생자로 일본으로 도피해 온갖 고생 끝에 제대로 학창 시절을 보내나 했는데 아닌 밤중에 날벼락을 맞아 중국의 변방으로 전전하다가 산전수전을 겪고 뒤늦게 군 복무를 마치고 이제 집에 왔는데 또 금지옥엽 아들과 떨어져 산다는 건 부모 자식 사이 인연을 끊는

 거보다 더 잔인하다고 했다.

 

 외할머니도 지지 않았다. 식음 전폐였다. 매일 전화가 왔다. 빈속이라 내일 죽을 거 갔다는 전화였다. 내가 중재에 나섰다. 학교는 원래 있던 부산 가야에 있는 집에서 주로 다니고 심심찮게 외할머니 집 원룸에 가서 자겠다고 했다. 엄마랑 외할머니는 못마땅했지만, 마지못해 그러라고 했다.

 

 외할머니는 떡을 찔 때마다 노래를 부르셨다. 꽃 타령을 개사한 떡타령을 부르셨다.

 떡 치시오, 떡을 치시오, 사랑 사랑의 떡을 치시오~~ 그러면 나는 하얗게 웃었다. 그러면 할머니는 야 이놈아, 뭘 안다고, 이 엉큼한 놈아, 하셨다. 할머니 내 나이가 얼만데 그래, 그러냐? 여러 년 울리게 생겼다, 이 똥강아지, 내 똥강아지... 그러셨다. 중학교 때였다.

 

 외할머니가 돌아가실 때 내 재산은 몽땅 몽대 주라고 하셨다고 했다. 엄마는 걱정하지 말고 눈감으시라고 했는데 아버지가 사업한다고 반에 반을 날리고 남은 반에 반은

 성제 아버지를 떨어뜨린다고 국회의원 선거에 나가 선거 비용으로 깔끔하게 날렸다.

 야당 간판으로 3,000 표 차이로 낙선한 건 상당히 고무적이라며 한 번 더 나가라고 부추겼지만, 아버지는 내 재산을 다 날라면 아버지 체면이 서지 않는다고 단호히 거절했다. 그 이유가 있었다. 뒤에 알았지만...

 

 하필 날린 땅 반이 신도시 개발 구역에 들어가 땅값이 폭등했다. 그 땅을 산 사람은 졸부가 되어 김해지역 여당 국회의원이 됐다. 아버지하고 엄마가 땅을 치고 후회했지만, 오히려 내가 남은 땅 반이 있지 않으냐며 괜찮다고 위로했다. 그런데 남은 땅 반은 수만 볼트 전류가 흐르는 철탑이 가슴에 못 박듯이 박혀 있어 현재로는 전혀 재산 가치가 없는 곳이었다. 그 땅 팔아 봐야 선거 비용은커녕 국회의원 출마 공탁금도 되지 않았다. 고작 내 원룸이 있는 방앗간과 논 몇 마지기, 남에게 위탁한 돼지 대여섯

 마리 키우는 돈사(豚舍) 정도가 엄마의 재산이었고 나중에 물려받을지 모르겠지만 미래의 내 전 재산이었다.

 

 라면 국물에 농심 사리와 치즈와 계란과 파 송송 썰어 넣고 밥 말아 먹은 뒤

 버스를 타고 창녕을 향했다. 이시하라 유우로부터 어디냐고 카톡이 왔다.

 임나일본부설은 직호문녹각제도장구로 시작했다면 비파화성환두대도(琵琶火聲環頭大刀)로 끝을 봐야 하기에 구미가 당길 수밖에, 연락이 왜 안 오나 했지...

 당장 카톡을 보내고 싶었는데 참는다고 욕봤네, 큭...

 

 안 죽으려고 도망간다고 했다. 뛰어 봤자 벼룩이니 좋은 말할 때 만나자고 했다. 그 말 믿을 수 있냐고 하자 믿든 안 믿든 그건 자유고 아무튼 지금은 안 죽이겠다고 했다. 하긴 전설의 비파화성환두대도(琵琶火聲環頭大刀)가 눈앞에 아른거리는데...

 

 - 어디서?

 -김해공항.

 -몇 시에?

 -8시 비행기야.

 -알겠어.

 

 지금까지 있었던 회상의 파노라마가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쿨럭, 쿨럭...

 

 다락방에 자욱하게 깔린 매캐한 먼지 때문에 기침이 절로 나왔다.

 이때까지 있었던 일들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갔지만 여러 개로 흩어진 퍼즐 조각은 시원하게 맞춰지지 않았다. 억지로 끼워 맞춰진 거 같아 찜찜했다. 그렇지만 아무리 생각을 해도 뚜렷한 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내 손에 쥔 이 칼, 잉어 모양을 한 비검 용천(龍泉)...

 용천을 한 손으로 들었다. 눈이 부셨다. 황금빛을 내는 용천이 잉어로 살아나 팔닥대는 거 같았다. 아버지는 용천(龍泉)이 창녕 우포늪에 살았던 천년 잉어라고 했다. 나는 직호문녹각제도장구에 꽂힌 잉어 모양을 한 용천을 내 허리춤에 찼다. 그리고 용천을 칼집에서 빼 들었다. 진짜로 용천이 천년 잉어로 살아나 내 손을 감쌌다. 용천은 삽시간에 나를 삼켰다. 내 몸이 솟구치더니 블랙홀 속으로 순식간에 빨려 들어갔다. 나는 순간 정신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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