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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불멸의 검, 악마의 칼날 위에 서다.
작가 : 박현철
작품등록일 : 2023.11.28

악마와 싸우는 안티히어로

 
아야코 집을 방문하다
작성일 : 24-04-03 16:21     조회 : 19     추천 : 0     분량 : 4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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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1화

 아야코 집을 방문하다.

 

  - 아이스크림 먹을까?

 

 아이스크림을 파는 카페를 지나갈 때 아야코가 말했다.

 너무나 반가운 소리였다.

 

 -좋지...

 

 나는 주문하기 위해 손을 놓으며 말했다.

 아야코가 으잉~ 코뱅뱅이 소리를 내며 다시 내 손을 잡았다. 같이 주문하자는 거였다. 사실 손은 내가 먼저 잡았다. 손을 잡고 싶어서라기보다 자꾸 나에게 아야코가 슬쩍슬쩍 몸을 기대거나 스킨십으로 애정 표현을 할 때마다 으르렁거리는 늑대를 잠재우기가 힘들어서 그랬다. 그날은 나와 아야코는 단순해졌고 1차원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그날 어떻게 아야코와 헤어졌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천정에 사촌 동생 미츠토씨가 붙인 발광하는 북두칠성을 보고 이슥한 밤 내 방의 침대에 누워있구나, 라는 걸 알았을 정도였다. 이런 비몽사몽도 따로 없었다. 멍한 채 환상의 세계를 거니는 것 같았다. 발에 아무리 힘을 주고 걸으려고 해도 휘청거렸다. 늘 그렇게 조용히 웃어주는 금속 마녀 숙모에게 이실직고할까? 하는 무모한 생각도 하다가도 나에게 크게 실망할까 봐 그만뒀다. 쥰페이한테 말할까 하다가도 이내 고개를 저었다. 뻐기는 것도 아니고, 아니 사랑하는 사람과의 운우(雲雨)를 뇌까리는 만큼 멍청한 짓도 있을까, 나는 자랑스럽게 떠드는 그런 자를 경멸했잖아, 동물의 왕국의 수컷처럼 함락 운운하는 자들을 보면 구역질 난다고, 아무리 쥰페이라도 이건 아니다 싶었다.

 

  * * *

 

 아야코와 나는 역사적인 날을 치르고 나서도 매일 만나다시피 했다. 이번에는 단둘이 아니라 누가 중간에 꼭 끼어 있었다. 까르르 소리가 나서 내려가 보면 아야코가 동생들과 놀고 있거나 숙모를 도와서 음식을 만들고 있었다. 아니면 내가 아야코 집에 가서 놀고 있었다.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 자네 임나일본부설을 아나?

 - 전혀 모릅니다, 솔직히 관심도 없습니다.

 

 아야코 아버지 스에마쓰 혼(末松 本) 교수가 차를 마시며 물었다.

 아, 이놈의 다다미방... 한국 사람에겐 꿇어앉는 건 체질에 맞지 않았다. 한 시간이나 꿇어앉아 있자니 다리에 쥐가 내려 미칠 것 같았다. 그렇다고 스에마쓰 교수가 빤히 보는 앞에서 코에 침을 바를 수도 없고... 진땀이 났다. 아야코는 아버지 스에마쓰 옆에 꿇어앉은 채 미동도 앉고 차를 호호 불어 마시며 잔잔한 미소를 흘렸다. 스에마쓰 교수가 단호하게 나오는 내 말에 포근하게 웃었다. 그러나 유리 벽 같은 아우라가 스에마쓰 교수 주위를 감싼 것 같이 감히 접근을 못 할 것 같아 주눅이 들었다.

 아야코가 내 떫은 표정을 읽고 아버지 스에마쓰에게 귓속말하고 먼저 일어났다.

 

 - 내 정신 봐, 미안하네.

 

 스에마쓰 교수가 아야코의 귓속말을 알아듣고 나에게 한 말이었다.

 일어나 밖으로 걸어 나갔다. 휴 살았다 싶었다. 불편하게 걸으며 뒤따라 나갔다. 아마 한국 사람들은 꿇어앉는 예절 문화가 익숙하지 않다고 한 것 같았다.

 일본식 다다미방과 달리 넓은 거실은 유럽식이었다. 고풍스럽고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유럽의 어느 대공(大公)의 저택 같았다. 혼자 앉는 소파에 스에마쓰 혼 교수가 앉았다. 아야코가 우리의 진행이 여기까지 왔다고 선언했다면, 그래, 좋아 내가 인정하지,

 허락이 떨어지면 내가 장인이라고 불러야 할 분이었다. 그 옆에 3인용 소파에 아야코가 앉고 나도 옆에 앉았다.

 아야코가 내 손 위에 자기 손을 살짝 겹쳤다. 화들짝 놀랐다. 당황했다. 손을 뺐다.

 

 - 조군을 좋아하나?

 - 아뇨, 사랑해요.

 - 딸꾹

 

 저녁으로 최고급 고베산 와규로 잘 대접받았는데 아야코의 돌출 발언에 놀라 딸꾹질이 나서 억지로 참았다.

 

 - 요즘 애들은 너무 직설적이네요...

 

 은쟁반에 카리브해 연안의 베네수엘라 추이오산 초콜릿을 담아 들고 오면서 아야코 어머니가 말했다. 말하자면 장모였다. 베아트리체가 여기도 있었네, 할 정도로 우아하고 세련되고 기품(氣品)이 서렸고 기품(氣稟)이 주위를 압도했다. 강압이 아니라 기품이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쟁반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우리 반대편 3인용 소파에 앉았다. 나는 당황스러워 어떡해야지 눈앞이 깜깜했다. 역시 거침없는 아야코는 달랐다.

 근엄한 아버지도 개의치 않았다. 그래서 난 더 당황스러웠다. 무슨 말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두려움이 엄습했다. 머리에 쇠똥도 벗겨지지 않은 부룩송아지 같은 놈! 하고 꼭 뒤통수 올려붙일 것 같았다. 그렇다면 내가 선수를 쳐 아예 여기서 아야코를 잡고 프렌치 키스라도 해 버리는 돌출행동을 해버릴까? 하는 도발적인 상상도 했다.

 

 - 아뇨, 나만 그래요, 괜찮다면 이 자리서 몽과 키스도 할 수 있어요.

 

 나는 깜짝 놀랐다. 아야코가 내 머리에 들어갔다 나온 것 같았다.

 아야코는 나를 몽이라고 불렀다.

 일본말로 문(門)이 몽이라며 그렇게 부르는 게 느낌이 좋다며 그렇게 불렀다.

 

 - 어르신께 큰 무례를 범했습니다.

 

 나도 모르게 소파에 내려와 꿇어앉으며 말했다.

 아야코 어머니가 호호호 하며 가볍게 작은 소리로 웃었다.

 아야코 발언의 책임은 전적으로 나에게 있다. 우리 둘 사이의 농도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아야코 부모가 눈치챘을 것 같아 지레짐작으로 용서를 구한 거였다.

 그러나 아야코 부모는 둘 사이가 어디까지 진행되었는지 모르는 것 같았다. 일반적인 부모들의 도덕적 기준에서 볼 때 아야코의 탈선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그만큼 아야코의 행동거지나 품행은 모범적이었다.

 

 - 몽대 학생, 우리 집은 원래 이래요.

 - 몽, 올라와 앉아, 왜 그래?

 - 하하하, 내가 학교서 너무 엄격하나...

 - 선입견을 가지게 한 당신 잘못도 큽니다.

 - 그럼, 내일부터 힙합 스타일로 나갈까? 코걸이 귀걸이하고...

 

 스에마쓰 교수, 아야코 어머니, 아야코가 웃었다. 나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동물원의 원숭이처럼 이리저리 눈을 굴렸다.

 그때, 스에마쓰 혼 교수가 내 태도가 마음에 들었는지 아니면 딸 아야코가 좋아하는 남자 친구라서 그러는지 술을 꺼내 왔다.

 

 - 자, 받게나...

 - 네, 감사합니다.

 나는 술잔을 두 손으로 들고 스에마쓰 혼 교수가 따라주는 술을 받았다. 그리고 즉각 술병을 들어 스에마쓰 혼 교수 술잔에 술을 따랐다.

 역사학자인 스에마쓰 혼 교수는 술잔을 홀짝이며 말했다.

 임나일본부설을 증명하려면 가야의 왕들이 지녔던 비파화성환두대도(琵琶火聲環頭大刀)를 찾아야 하고 그 비파화성환두대도는 직호문녹각제도장구(直弧文鹿角製刀裝具)를 장착한 단검과 짝을 이뤄야 비검(秘劍)의 완성작이라 할 수 있다며 그걸 명검(名劍)이라 한다고 했다. 단검은 싸울 때 사용하려고 왕이 차고 다니는 것이 아니고 장식용인데 유사시에는 사용하나 주로 자결용이라고 했다. 그리고 바짝 쫀 상태라 기억은 자세히 나지 않는데 불꽃무늬 토기 어쩌구저쩌구 하면서 임나일본부설의 허구성을 조목조목 짚어가며 열변을 토했다. 어렴풋이 기억나는 하나가 기나이(畿內)의 야마토 세력(大和勢力)이 주변의 일본열도를 통합하기 시작한 것이 6세기에 들어서야 겨우 가능했다는 것이 일본 사학계의 통설인데 그런데 어떻게 야마토 세력이 멀리 떨어진 남한을 4세기부터 경영할 수 있냐, 남선경영론(南鮮經營論)은 억지 주장이다, 이는 일본 내부 성장 과정을 고려하지 않고 대외관계를 먼저 언급한 일본 고대사 자체의 맹점이며 ‘임나일본부’는 통치기구가 아니라 가야연맹의 강국 중 하나였던 안라국(安羅國: 지금 경상남도 함안)에 대한 6세기 전반, 기나이(畿內)의 야마토 세력이 국가형성의 주체세력으로서 한반도의 선진문물을 독점하는 것에 주안을 두고 임나에 사신을 파견한 사신단을 지칭하거나 아니면 가라 제국의 한기층(旱岐層 : 지배자 그룹)과 상호 간의 외교 등 중요사항을 논의하는 회의체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했다.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스에마쓰 교수의 아버지인 스에마쓰 야스카즈의 임나일본부설 주장을 뒤엎는 발언이었기 때문이다. 스에마쓰 교수는 진의 대명사 봄베이 사파이어 리벌레이션을 거나하게 마셨다. 내가 어지간히 마음에 든 것 같았다. 나에게도 한잔, 아야코에게도 한잔, 아야코 어머니에게도 한잔 씩 따라 주었다. 아야코는 안 마신다고 해서 그럼, 내가 마실게, 하고 쳐다보자 아야코는 두 말도 하지 않고 그대로 들이켰다. 아야코 부모님은 딸인 아야코의 지난한 도도함에 걸맞지 않은 순응(順應)에 살짝 긴장하더니 풀었다. 야 이것 봐라, 이 둘 뭐지? 하는 것 같아 어깨가 으쓱했다. 나중에 안 거지만 그 술의 가격이 한 병에 2억 3천만 원짜리라고 했다. 전 세계에 네댓 병뿐이라고 했다.

 

 - 그래 자네 전공은 뭐로 할 것인가?

 

 스에마쓰 교수가 진지한 표정으로 나에게 물었다.

 모두 겉으론 드러내지 않았어도 눈은 내가 무슨 말을 할까 궁금해했다.

 

 - 일본 역사를 공부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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