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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불멸의 검, 악마의 칼날 위에 서다.
작가 : 박현철
작품등록일 : 2023.11.28

악마와 싸우는 안티히어로

 
날 낳으신 어머니에게 닥친 경악
작성일 : 24-01-27 10:25     조회 : 42     추천 : 0     분량 : 4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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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화(39)

 날 낳으신 어머니에게 닥친 경악.

  아버지는 결혼하자마자 조직에서 손을 씻고 서면시장에서 얼음을 배달했다. 엄마는

 전문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입덧을 했고 열 달 끝에 비명을 지르며 나를 낳았다. 4.2kg이었다. 애가 워낙 커서 비명 지를 만했다. 그러나 비명은 환희(歡喜)에 찬 비명이었다. 할머니 두 분과 아버지는 듣도 보도 못한 광경에 질겁을 했다. 아버지는 두 분 할머니 보기에 민망해 죽을 뻔했다고 했다. 연세 많은 의사 선생님이 그랬다, 가끔 아주 가끔 오르가즘(Orgazm)을 느끼며 분만하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이러니 엄마의 아들 사랑이 유별나지...

 아버지는 얼음 배달이 잘되자 수박 장사를 했는데 망했다. 그때 아버지 일을 도와주던 작은 아버지는 틈틈이 야당 정치인 연설 현장에 보디가드 알바를 뛰었다. 공교롭게도 여당 출신 국무총리가 야당 정치인이 연설하는 부근 대학에 나타났다. 학원 안정화를 위해 학생들 생각을 살핀다며 나타났는데 그만 작은아버지가 밀가루 포대를 뜯어 밀가루를 국무총리 머리에 뿌리고 달걀 세례를 퍼부었던 것이었다. 학생들이 뿌리려고 하는 것을 자기가 멋지게 뿌려보겠다고 얼떨결에 나선 거였다. 예쁘게 생긴 여학생이 낑낑대며 밀가루 포대를 들고 가길래 기사도 정신을 발휘하여 들어 준 것인데 옆에서 와와 박수치고 환호성을 질러서 영웅심리에 뿌린 거였다고 나중에 작은아버지가 계면쩍어하며 말한 적이 기억났다.

 예쁜 여학생이 공안기관에 잡혀가서 곤욕을 치를 바에야 거친 세상 거칠게 자란 자

 기가 아무래도 잡혀가서 맞아도 덜 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떠올랐다고 했다.

 왜냐하면 현역 조폭이니까 경찰들도 함부로 손찌검을 못 할 거라는 묘한 맞짱 뜨기 심리가 작용했다고 했다. 작은아버지가 밀가루를 뿌리고 달걀을 던지자 동시에

 여당 정치 깡패와 국무총리 경호원들이 한패가 되고 학생들과 작은아버지 일당들과

 한패가 되어 한바탕 싸움이 벌어졌고 거기서 작은아버지는 발군의 격투 실력을 보여

 야쿠자 보스 귀에 들어갔고 서면파 왕초와 호형호제하던 야쿠자 보스가 스카웃 제의

 를 해 서면파 왕초가 그러라 해서 작은아버지는 일본 야쿠자 세계에 발을 들여놓게

 된 것이었다. 물론 아버지도 대찬성했다. 엔화든 딸라든 외화를 벌어오는 것은 애국이

 고 해외 진출해서 자기 주먹의 한계를 시험해 보는 것도 주먹밖에 없다면 한번 해볼

 만한 도전이라고 했다. 그렇다고 선택의 여지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국무총리 머리에

 밀가루 뿌린 자에 대해 경찰에서 검거령이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여담이지만 작은아버지의 와이프 일본인 숙모는 말을 해도 조곤조곤 조용하게 천천히 했다. 늘 차분했으며 깍듯하지만 카리스마가 있어 행동이 신중했다. 가냘프게 보였지만 이목구비가 뚜렷한 서양 미인이었다. 결혼하고 인사차 우리 집에 온 적이 있었다. 이상한 건 작은아버지는 숙모 대하기를 상관 모시듯 했지만, 숙모는 작은아버지를 남편 대하듯 다정다감하면서도 예의를 갖췄고 남편의 의견에 전적으로 따랐다. 아버지도 숙모를 어려워했다. 그러나 엄마는 그런 게 없었다. 우리나라 남자한테 시집왔으면 우리 전통에 따라야 한다고 나름 확고한 위아래 질서에 대한 철학을 가지고 있었다.

 엄마보다 나이도 많고 작은아버지보다도 나이가 세 살 위지만 엄마는 손아래 동서라

 해라 마라 명령조로 시켰다. 둘 사이를 보는 작은아버지와 아버지만 아슬아슬했고 조

 마조마했다. 다행히 숙모도 형님 모시듯 엄마 말을 잘 따랐고 토를 달지 않았으며 모

 르는 게 있으면 공손히 물었다. 한번은 엄마가 숙모가 보는 앞에서 늘 하듯이 아버지

 를 불쑥 안고 아버지 입에 쪽쪽 뽀뽀를 해댔다. 미국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기겁을 한 숙모가 방에 뛰어들어가 부끄러워 나오지 못했다. 엄마는 숙모에게 우리 집은 그런 식으로 산다고 했고 숙모는 나와도 고개를 들지 못했다. 거기에다 숙모 엉덩이를 물컹 만지며 아따 푸짐하네, 작은 아빠 좋겠네, 저 방에 가서 화끈하게 한번 하세요, 동서와 하긴 해요? 왜 신음 소리가 안 들려요? 작은아버지 통역에 숙모는 문화적 충격을 받고 서둘러 작은아버지와 일본에 돌아갔을 정도였다. 그 뒤 우리 집에 숙모가오면서 차차 적응했지만, 얼굴 붉히는 건 여전했다. 그런데 작은아버지와 숙모가 올 때마다 검은 벤츠와 검은 BMW 서너 대씩 집 주위에 머물다 가곤 했다.

 아버지는 시장에서 또 얼음 배달했다. 얼음 배달은 주로 주먹들이 한다는 걸 뒤에 알았다. 또 얼음 배달이 잘되자 양파 장사를 했다. 창녕에서 양파를 받아서 소매상

 에 넘기는 중간 도매상을 했는데 처음엔 잘되었는데 간이 커져 밭떼기로 넘기고 하다

 가 그해 여름 한 달 내내 쏟아붓는 비로 양파가 허물더니 녹아내려 빚만 잔뜩 지고

 망했다고 했다. 그러나 아버지는 오뚝이처럼 일어났다는 말에 걸맞게 수많은 직업을

 전전했고 지금은 중고차 도매상을 목구멍에 풀칠할 정도의 규모로 키웠고, 성제 아버

 지 지역구의 청년부장이 되었다. 물심양면(物心兩面)으로 성제 아버지를 열심히 도왔

 다. 그 결과로 이번뿐만 아니라 성제 아버지 장제갈을 국회의원에 내리 세 번 당선시

 켰다. 아버지는 당신이 당선된 것처럼 기뻐했다. 나와 성제와의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는 그랬다.

 32표 차로 신승한 그들에게 어떤 재료로 맛깔난 음식을 만들어 줘야 승리의 도취감을

 배가시킬까? 엄마가 짧은 시간에 푸짐한 밥상을 꾸밀 요리 문제로 고심할 때,

 그때,

 엄마 핸드폰에 카톡이 하나 날아들었다.

 무심결에 열어보고 엄마는 화들짝 놀라 부엌 바닥에 주저앉았다.

 몇 번을 망설이다 고민 끝에 보복이 두렵지만 이건 아니다 싶어 보낸다는 문자와 함께 성제에게 재크나이프로 찔려 상처 난 내 등짝 캡처 사진이 전송되었다.

 제목은 성제가 칼로 수십 차례 찌른 조몽대의 처참한 다트 등짝...

 엄마는 정신없이 집으로 뛰어갔다. 아버지 사냥용 엽총을 들었다. 문을 박차고 나왔다. 그러다가 이건 아니지, 이러다간 당할 수 있어, 침착하자 호흡을 가다듬고 정신을 차리고 냉정을 되찾았다. 이런 격분할 일에는 흥분하면 오히려 저쪽을 도와주는 꼴이 된다. 장제갈이 누구냐 제갈공명을 닮으라고 제갈이 아버지, 장만성... 종교를 이용해 치부한 제갈이 아버지가 지은 아름 아니냐, 좋은 일에는 두각을 나타내지 않지만 나쁜 일에는 제갈공명 이상으로 종횡무진한다는, 간교하기 짝이 없는 이빨이라 최고의 당 대변인으로 추앙받는 장제갈... 어설프게 나갔다가는 오히려 덮어쓸 수 있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어 엄마는 다시 집으로 들어갔다. 증거를 확실히 잡아야 한다. 빼도 박도 못하게 움직일 수 없는 증거를...

 사진을 보낸 사람에게 카톡을 보냈다. 제발 전화 통화나 만나고 싶다고...

 발을 동동 굴리며 초조하게 기다리는데 카톡이 왔다.

 CCTV가 없는 사각지대에서 만나자고 했다.

 엄마는 어디가 좋지, 어디가 좋지, 머리를 쥐어짜다가 대로에서 한 발짝 들어가고

 거기서 갈라지면 파출소와 교회가 있는 중간지점을 생각해 냈다. 파출소가 20여 미터

 앞에 있어서 CCTV가 없었다. 그런데 그곳에서 간간이 폭행과 성추행 사건이 일어났

 다. 그래서 동네 청년회와 부녀회로 이루어진 호돌이 방범대 대원인 엄마가 아버지와

 함께 순찰 돌았던 기억이 있어 그곳으로 오라고 했다. 차에서 기다리고 있겠다고

 했다. 차 안에서 궁금한 거 물어보면 되니까... 아 그리고 내 차는 블랙박스가 없다고 덧붙여 문자를 보냈다.

 4~50분 기다리자 후드 점퍼와 모자를 눌러쓰고 마스크를 쓴 자가 재빠르게 차 옆으로 지나갔다. 아닌가 싶었는데 그자가 재빨리 돌아오더니 뒷자리에 올라탔다.

 

  - 돌아보지 마세요.

 

 차에 타자마자 그자가 재빨리 말했다. 엄마가 백미러로 봤다. 여학생이었다. 주렁주렁

 귀걸이를 단 거나 마스카라에 스모키 화장으로 눈에 엑센트를 준 거나 결정적인 건

 담배를 입에 무는 걸 보니 불량끼가 확연했다. 그 불량여학생은 계속 고개를 두리번

 거렸다. 무섭고 두렵고 겁이 나는지 초조해했다. 시펄, 시펄이라는 욕을 연신 입에 달

 았다.

 

 - 시펄, 담배 피도 되죠? 긴장돼서...

 - 응... 그래... 몽대와 같은 반이니?...

 

 엄마가 약간 당황하며 말했다.

 

  - 알아서 뭐 하게요? 시발... 아, 욕해서 미안해요, 입에 욕이 붙었어요, 시펄...

 - 아냐, 얼마든지 해도 돼... 난 니가 하는 욕보다 몇천 배 몇만 배 하고 싶으니까...

 - 우아, 몽대 엄마 킹짱이네.

 

 얼마나 긴장했는지 불량여학생은 스스로 정체를 반쯤 드러내고 말았다.

 

 - 난 단지 성제 그 새끼가 하는 짓이 오바이트가 쏠려서... 가해자가 피해자 코스프레 하는 게 역겨웠어요, 나도 깡년이에요, 시발, 그래도 최소한의 양심은 있거든요?

 - 가해자가 피해자 코스프레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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